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5)
제45화
구우우웅 구우우웅-
여러 지게차와 커다란 크레인, 화물차들이 바쁘게 오가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몇 분을 걸어가자 흉물스럽게 녹이 슨 커다란 배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종 장비들과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뜸한 구석자리.
유독 그 선박만 음침한 느낌이었다.
“들어가 보신 적 있나요?”
승현이 물었다.
“처음 이 보직에 배정받고 한 번 들어가 봤는데 그 이후로는 전혀요. 굳이 그럴 일도 없고요.”
최지훈 주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혹시 블랙박스도 발견하지 못했나요? 그걸 보면 사건 경위를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네. 블랙박스는 사라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순간 승현은 또 한 번 플라스틱 타는 냄새를 맡았다.
동시에 아주 비릿한 쇠 냄새도 느껴졌다.
어쩌면 악귀의 냄새일 수도 있었다.
그는 곧 들어가 볼 ‘아크로 호’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괜스레 거대한 괴물처럼 느껴졌다.
투웅-
꾸우우우우웅-
아크로 호에 몸을 싣자 육중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승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복도 양쪽을 돌아보았다.
투박하게 쇠로 만들어진 문과 창문들, 두꺼운 난간과 쇠로 된 바닥이 눈에 띄었다.
전형적인 컨테이너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항구에 오래 방치된 탓인지 곳곳에 녹이 슨 것이 이제 정말 ‘유령선’이 된 것 같았다.
이 타이밍에 태정은 배 한 쪽에 걸린 내부 지도를 클로즈업 했다.
동시에 최지훈 주임이 말했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화물을 쌓아두는 상갑판이 나와요. 그 커다란 무역선들 보면 앞에 갑판이 길고 넓게 있고 거기에 컨테이너 쌓여 있죠? 그 갑판이요.”
태정은 다시 일행들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최지훈 주임이 복도 양옆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오른편에는 갑판실과 기관실, 조타실 따위가 있고요. 갑판실은 총 4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갑판실 아래 기관실과 유류탱크 같은 핵심 시설이 있는 구조죠.”
승현은 설명을 들으며 갑판 쪽을 보았다.
“넓은 곳부터 가보죠.”
그의 말에 최지훈 주임이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앞장섰다.
카메라는 차분하게 걸음을 옮기며 이들의 뒷모습을 담았다.
“수연 씨는 ‘유령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승현이 수연에게 물었다.
그러자 수연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령선’에 대한 괴담이 많은 이유는 특유의 고립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는 넓고 광대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는 그 안에서도 굉장히 고립되어 있잖아요.”
“네, 그렇죠.”
“그러기 때문에 그 폐쇄성이 주는 공포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산 사람들이 그렇게 고립감을 느끼는 곳에는 영가들도 많이 갇히곤 하죠. 우리가 흔히 엘리베이터 귀신이나 화장실 귀신- 등등의 괴담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그렇게 생각하니까 맞네요.”
“도망 갈 수 없는 현장에서의 영가. 정작 영가도 고립되어 있어 그곳을 떠날 수 없기에 더욱 독해지기도 할 거고요.”
수연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 일행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던 갑판 쪽에 도착했다.
꾸우우우웅-
끼이이이이이잉-
일행이 움직일 때마다 쇳소리가 받아쳐주는 듯했다.
굉장히 오묘한 느낌이었다.
-꼬오오오오오- 끄그그그그그극
쇳소리 사이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승현은 청각에 온 신경을 쏟아 보았다.
쇠가 부대끼는 소리 말고도, 짐승이 숨을 쉬고 있는 듯한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이건 승현만 들을 수 있는 ‘귀신의 흔적’ 중 하나였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갈 때마다 배가 소리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일행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고, 커다란 갑판과 녹슨 크레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 있던 화물들은 모두 각자 업체, 혹은 계약되어 있던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최지훈 주임이 텅텅 빈 갑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듣기로 5년 후에 다시 돌아왔는데 화물이 멀쩡했다고요?”
승현이 갑판을 보고 물었다.
“네. 마치 막 나갔다가 돌아온 것처럼 모든 것이 멀쩡한 상태였어요. 전자제품부터 의류, 심지어 인스턴트 음식까지 있었는데 녹은커녕 곰팡이나 삭은 것도 없었어요.”
“아아.”
“배가 실종되자마자 화물들이 분실된 거니 선박회사 측에서 죽은 직원들과 화물 업체들에 보상금을 지불하고 그 여파로 문을 닫게 되었는데요. 5년 뒤에 이렇게 물건이 다 돌아왔으니 그때 화물 업체들만 회사들만 노난 거죠, 뭐.”
최지훈 주임이 텅텅 빈 갑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선박회사 관계자는 좀 알아볼 수 있나요?”
“이름은 있는데요. 회사가 문 닫은 뒤에 그 사장은 빚에 쫓기다가 한강에서 몸을 던졌다고 하고요. 그 직원들도 한 서넛 있는데 다 흩어졌다고 해요. 아마 찾기 힘드실 겁니다. 오래된 자료기도 하고.”
그는 손사래를 쳤다.
“블랙박스는 왜 없을까요? 그게 없어지는 게 가능한가요?”
“설치된 곳이 파손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했는진 몰라도 블랙박스만 사라져 있었고요.”
최지훈 주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갑판실 안으로 들어가는 쇠문을 가리켰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들어가자는 손짓을 했다.
쿵-
꾸우우우우웅-
문을 열자 쇳소리가 더욱 격렬하게 들렸다.
끼기기기기기기기긱
그 사이로 위화감이 드는 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끄그그그그그-
이것도 조금 전 들은 ‘짐승’ 소리처럼 승현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마치 사람이 기도를 최대한 막고 내는 것 같았다.
동시에 피비린내까지 지독하게 진동했다.
딸깍
최지훈 주임이 손전등을 켰다.
이어 승현 일행도 저마다 손전등을 켰고, 카메라의 조명도 켜지며 주변이 밝아졌다.
그러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벽과 바닥, 천장에 온통 핏자국 같은 것이 묻어 있는 것이었다.
번쩍-
번개가 치는 듯 문을 열어놓은 등 뒤가 번쩍였다.
쿠구구구궁-
이어 요란한 천둥과 함께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
문밖을 본 최지훈 주임이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비 온다는 예보 없었는데.”
그는 불쑥 짜증이 올라온 모양이었다.
그 사이 승현의 시선은 오로지 배 안 쪽 풍경에 가있었다.
“페인트 같아요. 피인 줄 알았네.”
장필립 사진가가 벽에 묻은 붉은 자국들을 보며 말했다.
‘확실히 피랑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승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깜빡- 깜빡-
카메라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 깜빡거림.
하지만 일시적인 증상인 듯 자연스럽게 화면이 이어졌다.
태정은 카메라를 한 번 살펴본 후 촬영을 이어갔다.
좁은 복도는 앞으로 쭉 뻗어 있었다.
선박답게 천장과 벽에는 파이프들이 연결 되어 있었고 곳곳에 쇠로 된 문과 동그란 운전대 같은 핸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앞으로 쭉 뻗은 복도 반대편에는 배 뒤편 갑판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그곳은 활짝 열려 빗물이 들이쳤다.
찰칵-
그 사이 필립이 복도 풍경을 찍어 보았다.
그러자 천장과 벽에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마치 곰팡이가 난 것처럼 시커멓게 촬영이 된 것이었다.
“그림자가 진 건가요?”
승현이 필립 옆에 서서 사진을 보며 물었다.
카메라도 그 옆으로 가 필립의 카메라 LCD를 클로즈업 했다.
“아뇨. 복도가 어둡긴 해도 지금 우리 쪽에서 내는 조명이 센 편이라 이렇게 그림자가 지기는 어려운데. 뭔지 모르겠네요.”
필립이 사진을 확대해 보며 중얼거렸다.
쿠구구구궁
그 순간, 천둥번개가 강렬하게 치며 복도가 아주 찰나에 엄청 밝아졌다.
번쩍-
승현은 반대편 복도에 누군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음?”
그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또 한 번 천둥번개가 쳤다.
쿠구구구구궁 쿠구궁-
이번에는 번개 불빛에 여러 번 번쩍였다.
그때, 복도 끝에 있던 ‘누군가’가 승현 바로 앞에 다가와 있었다.
“으아아악!”
승현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다 쇠로 된 벽에 등을 부딪쳤다.
쿵-
제작진과 최지훈 주임 모두 놀라 승현을 보았다.
“왜요!”
“아, 아니, 아니-”
승현이 인상을 쓰며 다시 몸을 추슬렀다.
“어, 선배. 등이-”
카메라를 든 태정이 승현의 어깨를 슬쩍 당겼다.
“어머.”
화영도 탄식을 흘리며 그의 등을 보았다.
승현의 등에 피 같은 붉은 무언가가 잔뜩 묻어 있는 것이었다.
“아프진 않은데? 이게 뭐지?”
승현은 등을 만지며 축축하게 젖은 피를 확인했다.
그리고 방금 부딪친 벽을 올려 보았다.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벽을 타고 붉은 액체가 줄줄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필립이 붉은 페인트라고 말했던 자국 위로도 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
“이거, 피가 아니라 녹물이네요. 어디서 빗물이 새나본데요.”
최지훈 주임은 승현의 등에 묻은 액체를 손으로 닦아 냄새를 맡고 말했다.
“어? 그런데 수연-씨는?”
순간 승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배에 함께 들어온 무속인 수연의 모습이 사라진 것이었다.
“어? 방금까지 제 옆에 있었는데.”
화영도 깜짝 놀라 두리번거렸다.
“밖으로 나가진 않은 것 같은데요.”
태정은 방금 들어온 문 쪽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화영이 제일 뒤에 있었던 만큼 출입문으로 나가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면, 외길 같은 복도에서 수연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승현과 태정, 화영, 필립은 제 자리에서 연신 두리번거렸다.
“수연 씨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죠?”
승현이 물었다.
“분명 제가 맨 뒤에 있었어요. 밖으로 나가진 않으신 것 같아요.”
화영이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수연 씨!”
필립이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자 태정이 그의 팔을 확 붙잡았다.
“귀신이 있는 곳에서 소리를 크게 지르는 건 좋지 않아요. 일단 상황을 좀 살펴보죠.”
그는 카메라를 든 채로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방금 전에 촬영된 거 다시 좀 보자.”
승현이 태정에게 말했다.
태정은 바로 녹화를 중단하고 방금까지 촬영된 영상을 틀어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