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6)
제46화.
태정의 카메라 LCD 화면에서는 배에 들어온 이후, 복도에서 귀신이 나타나는 장면이 출력되었다.
요란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아주 짧은 프레임에 귀신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승현이 놀라는 순간, 그때에도 아주 가까운 곳에 검은 그림자가 포함 되어 있었다.
이목구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머리와 어깨의 실루엣이 언뜻 나타나는 것으로 봐서 흡사 사람 그림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영상에서도 수연이 사라지는 장면은 명확히 확인 되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요? 분명 우리는 계속 앞을 보고 있었는데.”
“뒤로는 상갑판으로 나가는 문밖에 없잖아요.”
“아무래도 밖으로 나간 것 같은 느낌인데.”
일행은 저마다 한 마디씩 의견을 내놓았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천장에 흘러내리는 녹물을 보며 말했다.
“밖으로 나갔다 하더라도 배에서 내리거나-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일단 배부터 수색을 해봅시다.”
승현이 최지훈 주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곳 구조에 대해 대략적으로라도 좀 알려주시죠.”
“아, 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여기 갑판실은 4층 구조입니다. 3층까지 여러 편의시설, 행정시설들이 있고 4층이 조타실입니다. 그곳이 거의 ‘사령실’이죠.”
“그리고요?”
“지하에 기관실이 있고 그 아래 연료용 유류탱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하 화물창도 크게 있고요.”
“규모가 크죠?”
“네. 갑판실 크기는 보시다시피 배 크기에 비해서는 넓은 편은 아니지만 갑판 아래 화물창은 규모가 상당하죠. 하지만 지금 화물이 모두 빠져 있는 상태니 조명만 잘 받쳐준다면 수색하기에 어렵진 않을 겁니다.”
“밖에서 갑판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나요?”
“네. 조타실까지 외부 계단이 있고 각층마다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습니다.”
최지훈 주임이 말했다.
승현은 열려 있는 문밖으로 쏟아지는 소나기 빗물을 보았다.
“조타실까지 한 번 올라가 보죠. 가면서 눈에 띄는 곳도 수색을 좀 해보고.”
승현의 말에 최지훈 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갑판실 수색이 시작되었다.
1층에는 식당과 주방, 그리고 선원들이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 역시 지금까지 보았던 것처럼 흉물스럽게 바뀌어 있는 상태였다.
천장과 벽에는 페인트인지, 피인지 모를 붉은 무언가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아까처럼 녹물이 흐르지는 않는 것 같은데요.”
승현이 천장을 보며 말했다.
“갑자기 폭우가 오면서 노후화 된 선체 틈에서 빗물이 새어 들어온 것일 수 있어요. 그쪽이 또 출구하고 가까웠잖아요.”
최지훈 주임이 대답했다.
그 사이, 필립이 주방 싱크대 쪽에 다가가 보았다.
“욱!”
그는 입을 틀어막고 헛구역질을 했다.
“왜요?”
승현이 다가가 싱크대를 보았다.
길고 짧은 머리카락들이 수도꼭지에서부터 싱크대 옆면에까지 덕지덕지 엉겨 붙어 있었다.
무척 불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흡사 물 대신 머리카락이 쏟아져 나온 것과 같은 풍경이었다.
“이거 뭐죠?”
태정이 그 장면을 촬영하며 물었다.
순간 승현은 수살귀를 취재할 당시 보았던 머리카락이 떠올랐다.
찰칵 찰칵-
필립은 그 싱크대 개수대도 그대로 촬영해 메모리카드에 담았다.
그때 승현이 개수대 안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잠시만요.”
승현이 손전등을 비추며 개수대 안쪽을 자세히 보았다.
안에 무언가 있었다.
승현이 천천히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세히 보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이었다.
깜빡-
사람의 눈이었던 것이다.
“으헉!”
승현은 숨이 넘어갈 듯한 공포를 느꼈다.
“뭐야! 뭐야!”
필립과 태정, 화영의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싱크대 쪽으로 모든 조명이 집중 되었다.
승현이 놀라 카메라를 보자 태정이 카메라를 개수대 쪽으로 들이밀었다.
하지만 개수대 안에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시커먼 구멍만 보일 뿐이었다.
“뭐 있었어요?”
태정이 묻자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못 본 건가. 굉장히 선명했는데.’
승현은 찝찝한 마음을 거둘 수 없었다.
꾸우우우웅-
쿠구구궁-
쏴아아아앙-
쇳소리와 빗소리가 뒤엉키는 가운데, 또 한 번 번개가 번쩍였다.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더해졌다.
겁에 질린 최지훈 주임이 머리를 북북 긁으며 말했다.
“흩어져서 찾죠.”
그는 최대한 빨리 수연을 찾은 뒤 나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자 승현이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절대 안 돼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서로 떨어지면 안 됩니다.”
승현의 말에 최지훈 주임이 고개를 갸웃했다.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장하고 단호한 승현의 태도에 무어라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벽 상단부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잡음이 나왔다.
치직 치직 치직-
[조타실에서 알립니다. 지금 승선한 모두는 조타실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현재 승선해 있는 인원은 조타실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치직-이상 전달 끝.] 굉장히 오래된 라디오 같은 음질로, 노이즈가 잔뜩 섞인 남성의 목소리였다.
소리를 들은 승현이 최지훈 주임을 보았다.
“여기 전기가 들어오나요?”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최지훈 주임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주륵-
이어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다.
방금 소리가 흘러나온 스피커의 허름한 망 사이로 핏망울이 봉긋봉긋 맺혀 바닥에 뚝 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저것도 녹물일까요?”
태정이 스피커를 클로즈업하며 물었다.
높은 확률로 녹물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나가죠. 수연 씨는 구급대원을 불러서 수색합시다.”
최지훈 주임이 말했다.
그는 극도의 두려움에 빠진 표정이었다.
“잘못하면 촬영 스케줄이 꼬일 수도 있어요. 지금 나가면.”
하지만 태정은 신고를 하기보다 직접 수연을 찾는 게 제작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촬영도 중요하지만 일단 사람이 살아야지. 일단 신고하죠. 저희 수색은 수색대로 계속 하고.”
승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영이 바로 핸드폰을 들어 신고를 했다.
쿠궁- 쿠구구궁-
이런 와중에도 천둥은 끊이지 않고 치면서 일행의 두려움을 조금씩 자극했다.
* * *
카메라가 비추는 화면은 주방에 이어 식당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기다란 테이블과 의자들이 바닥에 고정이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벽에 있는 여러 찬장들 역시도 벽에 단단하게 고정이 되어 있었다.
만약 배가 흔들리거나 침몰하더라도 이런 가구, 집기들이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식당을 가로질러 걷다보니 또 한 번 쇳소리가 들려왔다.
끼구우우웅-
그 소리를 가만히 듣던 승현이 옆에 있는 최지훈 주임에게 물었다.
“그런데요. 보통 이런 쇳소리는 물 위에 떠있을 때 나는 거 아니에요? 이 배는 지금 육지에 올려놔서 고정대에 세워둔 거잖아요.”
“어, 네. 맞아요.”
최지훈 주임이 대답했다.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순간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소리와 쇳소리. 물 위에서의 환경이 그대로 조성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것도 기현상이네요.”
이 배는 바다 위에 떠있을 때의 환경을, 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을 때의 모습을 기괴하게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연하게도 그 쇳소리 역시 카메라에 담기고 있는 상태였다.
이 음향효과 또 하나의 ‘미스터리’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었다.
카메라는 식당을 지나 선원들의 휴게실로 진입해 들어갔다.
손전등 불빛과 수시로 번쩍이는 번개 불빛.
섬뜩한 유령선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곳에는 붓으로 직접 쓴 듯한 각종 공지사항들이 투박하게 벽에 쓰여 있었고, 1974년 달력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근무자들의 근무표도 한쪽에 걸려 있었다.
섬뜩한 것은, 근무표에 떡하니 찍힌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이었다.
찰칵-
필립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기록을 남기듯 하나하나 꼼꼼하게 사진을 찍어나갔다.
“캐비닛에 뭐가 있나요?”
카메라 화면이 캐비닛 쪽으로 다가갔다.
캐비닛에도 피 묻은 손자국이 덩그러니 나있었다.
승현이 천천히 다가가 캐비닛을 열어보았다.
끼이이이익-
녹슨 캐비닛이 천천히 열렸다.
그러자 안에는 항해일지가 남아 있었다.
“이게 휴게실에 있는 게 맞나?”
승현이 항해일지를 들어보았다.
툭-
그때 사진이 한 장 떨어졌다.
승현은 땅에 떨어진 사진을 들었고, 태정은 그 사진을 클로즈업 했다.
아크로 호 갑판 위에서 7명의 선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주변 배경에는 크레인이나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바다 한 가운데인 것 같았다.
1974년 5월 29일.
사진 밑에는 붓펜으로 쓴 손 글씨가 쓰여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게 1974년 6월 1일이었죠?”
승현이 묻자 최지훈 주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임님. 아크로 호에 등록된 선원은 총 몇 명이었나요?”
“선장과 항해사 포함해서 7명이요. 다 ‘장도해운’ 직원들이었고요.”
“사고 출항 때에도 등록된 인원은 7명이었겠네요?”
“네, 맞습니다.”
“그 ‘장도해운’이 아크로 호 실종 이후 배상금 때문에 파산하고 대표가 자살했다는 그 회사인 거죠?”
“네, 네.”
승현이 카메라와 최지훈 주임을 번갈아 보며 캐물었다.
“왜요?”
다른 곳에서 사진을 찍던 필립이 다가와 물었다.
“그럼 이 배에 탈 수 있는 직원은 7명이었단 말인데.”
“네. 그게 왜요?”
“지금 여기에 7명이 다 찍혀 있잖아요. 그럼 이 사진은 누가 찍어준 걸까요? 배경 봐선 바다 한복판인 것 같은데.”
승현이 물었다.
순간 카메라 화면 속 일행들과 최지훈 주임의 얼굴 모두 얼어붙었다.
“다른 직원 누가 찍어준 거 아니에요?”
“배 위에서? 누가?”
잠시 침묵이 찾아왔다.
“불법승선 인원이 있었을 수도 있긴 하죠.”
최지훈 주임이 운을 뗐다.
“누군지 밝혀내긴 힘들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그 선원들 명단을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이따가 홍보관 사무실에 가면 다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최지훈 주임이 대답했다.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7명만 승선할 수 있는 배에 올라탄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항구에서 배를 정비하는 동안 다른 사람이 올라탔을 수 있지만 밀항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무나 접근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 사진에 있는 인물들과 누가 촬영했는지 알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멘트를 이어가며 다음 공간으로 이동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