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48)
제48화
그때 구급대원들이 기관실에 진입하며 엄청나게 밝은 조명을 비췄다.
“최승현 씨! 계십니까!”
“PD님! 괜찮으세요?”
최지훈 주임과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번갈아 들려왔다.
이어 요란한 발소리가 메아리쳤다.
“괜찮습니다.”
승현과 필립이 수연을 부축하며 말했다.
이내 구급대원들이 승현 일행을 발견하고는 바로 달려와 도와주었다.
승현은 밖으로 나가며 기관실을 다시 둘러보았다.
들어올 때 보였던 핏자국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심지어 기관실에 가득했던 피비린내도 사라져 있었다.
일행 모두가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하지만 태정의 카메라가 이 기현상을 그대로 담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이건 방영 후, 전 세계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게 큰 주목을 받는 요소가 되었다.
*
아크로 호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소나기도 그친 상태였다.
수연은 몸을 웅크린 채 두려움에 떨자 화영이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 사이, 승현과 태정, 필립은 구급차 옆에 서서 아크로 호 위쪽을 바라보았다.
구급대원들이 들것에 미이라를 얹고는 아크로 호에서 하선하고 있었다.
“수색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시신인 것 같아요. 이거, 아크로 호 사건 재수사 명령이 떨어지겠는데요?”
최지훈 주임이 다가오며 말했다.
잠시 뒤, 구급대원들이 미이라를 들것에 실었다.
엔지니어 점프슈트를 입은 160cm 남성이었다.
“신분 확인이 되나요?”
승현이 묻자 구급대원이 미이라의 옷에 있는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뇨.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승현이 뒤로 물러섰다.
구급대원은 바로 차량 문을 닫았다.
그 사이 다른 구급대원은 승현 일행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큰 이상은 없네요. 외상도 없으시고요. 병원으로 모셔다 드릴까요?”
구급대원이 말했다.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수연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겁에 질린 듯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피가 많이 난 것 같은데. 괜찮나요?”
승현이 물었다.
“아. 옷에요? 녹물입니다. 상처는 없으세요.”
구급대원이 친절히 웃으며 대답했다.
승현은 자신의 옷에 묻었던 녹물을 떠올리며 수연을 보았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수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러자 구급대원은 인사를 하고는 미이라를 실은 차를 타고 출발했다.
“촬영은 멈춰야 할까요?”
태정이 녹화를 끄며 물었다.
“전 괜찮아요. 계속 해요.”
수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승현은 태정에게 다시 녹화를 시작하라는 손짓을 보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자세히 좀 말씀해주세요.”
“기억이 안 나요. 정신을 차려보니까 어두운 곳에 있었어요. 거기, 그 지하실 같은 곳.”
기관실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조타실에 가거나 방송을 했던 기억은 전혀 없으시고요?”
“네. 전혀요.”
전기가 끊겨 있는 선박에서 방송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혀 기억이 없는 상황.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악귀라고 말씀하셨던 건 기억하세요?”
“네. 분명 악귀였어요. 제 앞에 있던 시신. 악귀에 들렸던 몸이었어요.”
그녀는 겁에 질려 있었지만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혹시 그 사람이 누군지 아셨나요? 영혼과 소통을 했다든가.”
“이름을 듣기는 했는데-”
수연은 바닥을 보며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눈동자를 굴렸다.
그러다 번뜩 생각이 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박지경. 박지경이었어요. 분명 자길 가리켜서 박지경이라고 했어요.”
“박지경- 씨요?”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이 화영은 획득한 근무표를 확인했다.
이 배에 승선한 7명 중 그 이름은 없었다.
“일단 사무실로 돌아가시죠. 옷도 좀 빌려드릴게요. 그 옷을 입고 돌아다니실 수는 없으니.”
최지훈 주임이 승현과 수연의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피처럼 붉은 녹물 때문에 정말 큰 사고라도 당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
평택항 홍보관 사무실.
평택항만공사의 로고와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승현과 수연이 작은 회의 테이블 옆에 앉아 있었고, 그 옆으로 필립과 태정, 화영이 자리했다.
잠시 뒤, 최지훈 주임이 굉장히 오래된 서류철을 하나 가지고 왔다.
태정은 바로 카메라를 켜 녹화를 시작했다.
“기록실에서 한참동안 찾았대요. 이게 1974년 당시 항만 출입 기록이에요.”
최지훈 주임은 승현의 앞에 서류철을 놓았다.
오래된 서류철 앞에는 손으로 쓴 표찰이 붙어 있었다.
1974.06.
사건이 났던 당시의 기록이었다.
“그 서류에 보면 아크로 호의 선장으로 기재된 사람은 ‘김용승’이에요. 제 기억이 맞았어요. 그리고 거기에 포함된 선원들은 근무표에서 찾은 그 명단과 동일하고요.”
그 서류에는 각 선원들의 증명사진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흑백이었지만 얼굴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확실히 배에서 발견했던 그 단체사진은 모두 선원들의 사진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가 선원들을 찍어준 것이 확실했다.
“이 중에서 생존자가 아까 말씀하셨던 그 ‘김창석’ 씨고요?”
“네, 네. 여기도 그렇게 기록이 되어 있네요.”
최지훈 주임이 서류의 한 쪽 부분을 검지로 짚었다.
생존자 김창석.
손가락 열 개가 모두 절단된 상태.
상미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
펜으로 거칠게 메모가 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상미병원? 그게 어디죠?”
승현이 물었다.
“제가 듣기로 한 20년 전에 폐업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지훈 주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럼 기록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텐데요. 정신병원으로 후송된 건 어떻게 확인이 된 거죠?”
“인근 뱃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그렇게 돈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저희 본부장님께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지훈 주임이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말한 본부장과의 인터뷰도 바로 진행이 되었다.
그는 오래 전 기억을 더듬는 듯 천장을 보며 나긋나긋 말했다.
“아- 아크로 호 사건이요. 사건에 대한 건 저도 거기 기록된 것 이외에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1979년에 배가 다시 돌아올 때는 정확히 기억해요. 배가 정말 깨끗했어요.”
“보통 그렇게 깨끗할 수가 있나요?”
승현이 물었다.
“보통 항해를 하고 나면 여기저기 정비할 게 많은데 5년 만에 돌아온 게 믿기지 않았다니까요. 그래서 당시 언론도 떠들썩했고, 온갖 수사기관이 달라붙어서 배를 조사했는데 특이점을 찾아내지 못했었죠.”
“시신에 대해서는요? 이번에 기관실에서 시신이 나왔는데.”
승현이 물었다.
“시신이 나왔다는 그 기관실도 깨끗했습니다. 제가 그 현장에 있었으니 분명히 기억합니다. 확실히 신기하네요. 거기서 발견하지 못했던 시신이 나오다니.”
평택항 홍보관 본부장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승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시 조사를 할 때에는 시신이 없었다고요?”
“네. 분명 없었어요. 시신이 발견 됐으면 더 확실히 조사를 했겠죠.”
“그 ‘붉은 녹물’에 대해서는 아시나요? 저희는 피인 줄 알았는데 녹물이더라고요.”
승현은 가방에 넣어둔 옷을 꺼내 보여주었다.
피처럼 묻어 있는 것이 흉했지만 확실히 이건 녹물이었다.
“아아. 선박 구조상 금속이 많이 쓰이다 보니까 이런 녹물이 생깁니다. 요샌 그런 배들 없긴 한데…….”
본부장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그럼 혹시 ‘박지경’ 씨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가요?”
승현의 질문에 본부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 그 이름을 어떻게 압니까?”
이건 확실히 뭔가 아는 표정이었다.
“그 ‘박지경’ 씨가 아크로 호에 승선하고 있었습니까?”
“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반응을 봐선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승현은 숨을 들이켜고 천천히 다시 물었다.
“그 ‘박지경’ 씨가 누굽니까. 대체.”
그의 질문에 본부장은 일행을 슥 돌아본 후 대답했다.
“제가 처음 근무를 시작했던 당시에 한 가지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항구 근처에 연쇄살인마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범인은 평택항을 드나드는 선원이라는 소문이 있었고요. 그리고 그 유력한 용의자가 ‘박지경’이라고 해서 경찰들이 여기를 한참 들쑤시고 다녔었습니다. 그런데 ‘박지경’은 행방불명 상태였고, 뭐, 제가 알기로 시신도 못 찾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크로 호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
그 초점은 박지경과 김창석에게로 좁혀지고 있었다.
“그 사람 관련한 건 아마 경찰 쪽에서 자료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본부장이 덧붙여 말했다.
“감사합니다.”
승현이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경찰서로 이동해 취재를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 * *
평택경찰서로 이동하는 차량 안.
승현은 조수석에 앉아서 ‘연쇄살인마 박지경’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실제로 평택항 인근에서 여러 명을 끔찍하게 살해했던 용의자로 검색이 되었다.
심지어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은 강력사건 TOP 10’에 당당히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그곳에 기재된 피해자만 다섯 명.
모두 여성들이었고 골목 구석구석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묘한 것은 범행 당일로 추정되는 날, 현장에서 박지경이 늘 목격이 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검색하던 승현은 한 가지 더 이상한 것을 포착했다.
커뮤니티 [핸드사이드]에 있는 공포 갤러리에서 특이한 댓글을 발견한 것이었다.
└ 모 항구 근처 악마숭배자이자 연쇄살인범 박지경 괴담. 그 사람 사람을 엄청나게 죽여댔는데 여태 안 잡힘. 지금은 악귀가 돼서 아직도 항구 근처를 배회하면서 사람 죽이고 있다고 하는데 수십 년이 지나도 외모가 하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거. 그 항구 근처에서 마스크 쓴 사람 만나면 아닥하고 튀어야 함. 무사히 도망치면 자다가 손가락만 잘리고 잡히면 시신을 잘게 썰어서 먹어 버린다고.
평택이라고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분명 ‘박지경’이라는 이름 자체는 남아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잘린다는 것도 어느 정도 교집합이 형성되는 부분이었다.
“다 왔어요.”
그 사이 태정이 모는 차량이 경찰서 주차장에 멈춰 섰다.
승현 일행은 바로 내려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승현은 평택경찰서 정보계 쪽에서 연쇄살인범 박지경에 대한 인터뷰를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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