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
제5화
“거기요? 거긴 [괴담이즘] 할 때에도 별로 임팩트 없을 것 같다고 패스한 데 아니에요?”
태정이 승현의 모니터를 슬쩍 보며 물었다.
“그땐 ‘공포’가 방송의 주 콘텐츠니까 임팩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데 지금은 다르지. 지금은 평범한 풍경 다큐에서 ‘우연히’ 귀신을 담는 게 목적인 거잖아.”
“그렇죠?”
“어차피 인터넷으로 공론화시키는 게 목적이니까 이런 유적이나 고택으로 정하는 게 더 흥미로울 수 있지.”
승현은 모니터 속 사진에 온 신경을 집중해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코에서 이상한 향냄새가 아주 옅게 스치고 지나갔다.
승현이 놀라 주변을 보았지만 어디서도 향냄새가 날 구석은 없어 보였다.
다른 직원들은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하는 듯 각자 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전하고 똑같네.’
예전 [괴담이즘] 때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괴담 장소라며 나온 사진 중 묘한 냄새가 느껴지는 사진이 있었다.
승현은 뭔가 느낌이 왔는지 [핸드사이드]에서 경북 안동의 ‘상수 윤 씨 사당’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서 역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 중 수 년 전에 [핸드사이드]에 올라온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그 사연 본문은 이러했다.
–
편하게 음슴체로 쓰겠음.
난 대학교 때 미스터리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었음.
그때 선배 중 한 명이 자기 고향이 안동인데 거기 귀신 나오는 곳이 있다는 거임.
귀신을 찾아다니는 그 스릴을 좋아하는 거지 정작 귀신이 있다고 막 믿는 편은 아니어서 무슨 쌉소리인가 했는데 그 선배가 인터넷에 올라온 걸 보여주는 거임.
거기서 무슨 양반 귀신이 나온다고;;;
솔까 별 시답잖은 게시 글 하나 때문에 시골까지 가기 싫어서 안 간다 했는데 다 가는 분위기라 별 수 없이 갔음.
그때 우리는 그런 귀신 나오는 데에 가서 밤새 술 먹고 오는 게 나름의 콘텐츠였음.
그냥 공기 좋은데 가서 술이나 먹자 하고 갔는데 들어갈 때부터 뭔가 기분이 쎄한 거 앎?
뭔가 막 기분이 이상하고 찝찝하고.
근데 뭐 별 거 아니겠지 하고 판 깔고 술 먹기 시작함.
그러다 밤이었나.
선배 중 하나가 오줌 싸러 간다고 그 집 뒤에 갔다가 비명 지르며 기절하는 거.
가보니까 진짜 한복 입은 귀신이 나타난 거.
ㅈㄴ 놀라서 부랴부랴 도망쳤는데 그때 기절했던 선배를 두고 갔단 말이야.
밑에서 한참 기다려도 안 내려오기에 이상해서 다시 올라가 봤는데 선배가 없는 거야;;;;
ㅅㅂ 놀라서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다 선배한테 전화 해보니까 아무렇지 않게 받는 거.
근데 정말 개소름인 건 선배는 우리랑 안동에 간 적이 없다 함.
자기 집에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그때 회의할 때 집에 일 있어서 못 간다 한 거 못 들었냐고;;;;
그러면서 집 인증샷 보내는데 그거 보고 우리 다 뒤집어짐.
ㅅㅂ 그럼 우리랑 같이 올라가고 오줌 싸러간 그 사람은 뭐였냐고.
–
대형 커뮤니티 [핸드사이드]에 올라온 ‘상수 윤 씨 사당’ 썰을 본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정아. 다음 촬영은 여기로 결정하자.”
그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태정을 보며 말했다.
“안동? 그 옛날에 제보받았던 데 거기요?”
태정이 입을 삐쭉 내밀고 대답했다.
“내가 지금 링크 하나 보낼게. 한 번 봐봐.”
승현은 자리에 앉아 바로 태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방금 검색한, [핸드사이드]에 올라온 괴담이었다.
그걸 본 태정은 정수리에서부터 목덜미, 등까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른 괴담 썰들을 볼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괜찮은 것 같아?”
승현은 표정이 차갑게 변한 태정을 보며 물었다.
“이거 처음 제보받았을 때는 이런 이야기 없었던 것 같은데. 뭐가 있긴 한가 보네요.”
태정은 사진 속 사당을 보면서 대답했다.
사진을 본 순간 그는 시커먼 사당 뒤쪽 숲에서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사진을 확대해 보았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태정도 이 장소에 뭔가 있다고 확신했다.
* * *
[풍경이 좋다]의 8화 촬영지는 경북 안동시 상수군.승현과 태정은 차를 타고 바로 경북까지 이동했다.
이번에도 역시 태정이 운전수 역할을 겸했다.
그렇게 도착한 둘은 상수군 곳곳을 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담았다.
푸르른 논밭 풍경과 시골길 양옆에 놓인 자그마한 꽃.
그리고 밭일을 하는 할머니들의 평화로운 풍경을 촬영했다.
이어 나무에 걸려 있는 소형 라디오를 클로즈업 해 담았고 흙 묻은 수레와 농기구를 보여줌으로 해서 농촌의 풍경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또 시장의 풍경도 촬영했다.
흥정을 하고 있는 손님과 주인과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노인 등, 사람들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굉장히 형식적으로, 교과서적인 촬영이었다.
승현이 자신의 감각을 활용해서 촬영을 한다기보다는 일단 [풍경이 좋다]을 대충 채워넣을 소스들을 수집하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승현의 목적은 ‘상수 윤 씨 사당’에서의 귀신을 찍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분량을 채운 둘은 이수면으로 이동을 했다.
드디어 괴담에서 보았던 사당을 촬영하기 위해서였다.
* * *
“아오! 선배! 이렇게까지 올라가야 해요?”
태정이 잔뜩 짜증이 난 목소리로 소리쳐 물었다.
온갖 장비를 두른 채 제대로 길도 나있지 않은 산길을 오르려니 체력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말했잖아. 이슈몰이가 끊기면 안 된다니까? 그래야 우리한테 기회가 떨어져. 그리고 여기는 너도 OK한 데였잖아!”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요. 아이, 이거 참. 진짜.”
태정이 이를 꽉 물고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 산행을 하다 오후 늦게나 되어서 겨우 ‘상수 윤씨 사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더 훼손이 되지도, 무너지지도 않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와. 고급스럽긴 하네요.”
태정도 옆에서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데 뭔가 음산하지?”
주변으로 가득한 넝쿨과 잡초들 때문인지 괜스레 습한 느낌이 들었다.
사아아아아아-
그때 향냄새가 났다.
사진으로 봤을 때 느껴졌던 것보다 조금 더 강한 향이었다.
다만 심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주 먼 곳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수준에 불과했다.
승현은 이곳에서 귀신을 포착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둘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올라왔던 산길 너머로 넓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보이는 산과 논, 작은 마을들과 읍내.
말 그대로 상수군의 핵심 구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경이었다.
“생각보다 좋다야. 풍경 따자.”
승현의 말에 태정이 바닥에 앉았다.
“잠깐만 좀 쉬었다 하면 안 돼요?”
“해지면 안 돼, 인마. 빨리 세팅해.”
“어후-!”
태정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일어나 촬영 장비들을 꺼냈다.
승현의 지시에 따라 태정은 항공샷처럼 상수군의 풍경을 찍음과 동시에 산의 모습도 파노라마로 천천히 담아냈다.
그리고 사당을 한 바퀴 돌면서 자연스럽게 한옥 풍경을 담았다.
폐허가 된 곳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분위기 있게 잡혔다.
끼욱- 끼욱- 끼욱- 끼욱-
츠즈 츠즈 츠즈
파스스스
찌르르르르르르-
사당과 건물 뒤쪽으로 펼쳐진 시커먼 그림자 사이에서 온갖 소리들이 들려왔다.
산에 밤이 찾아오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런 공간’에서 들으니 무척 음산한 느낌이었다.
태정은 몸을 움츠리며 중얼거렸다.
“아, 소름 끼쳐.”
자꾸 어둠 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너는 할머니가 무당이라면서 뭔 그리 겁이 많냐.”
승현이 입을 씰룩이며 받아쳤다.
태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 없이 구시렁대며 장비를 설치했다.
승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냄새와 소리에 집중을 했다.
귀신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어디선가 쿰쿰한 냄새가 풍겨왔다. 지하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나는 냄새하고는 종류가 달랐다.
일반적으로 귀취(鬼臭)라 부르는 종류의 냄새.
확실히 이 주변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다른 곳과 살짝 달랐다.
하지만 특별히 어느 한 지점이 명확하게 지정되지는 않았다.
“야. 귀신 촬영하려면 어디, 어디에 카메라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냐?”
“그건 PD님 콘티 구상에 따라 다르죠? 어디서 유독 냄새가 나거나 소리 들리는 데 없어요?”
태정이 되물었다.
“으음. 돌아다녀 봤을 때엔- 이 근처에서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나기는 해. 느껴져?”
“아뇨. 냄새는 전혀.”
“전체적으로 퀴퀴한 냄새가 나지 딱 어느 지점에서 더 냄새가 난다-하는 건 없어.”
태정은 사당을 쭉 돌아보며 기분이 이상했던 곳을 지정해 주었다.
“저는 아까 여기 지나는 순간 약간 쎄했어요.”
“그럼 그곳이 보이는 구도로 촬영해 보자.”
승현의 말에 태정은 어깨를 으쓱였다.
“1번 카메라는 사당 건물. 2번 카메라는 사람이 지냈던 걸로 보이는 한옥. 3번은 전체.”
그는 적절한 자리를 잡아 삼각대와 카메라를 설치했다.
동시에 살짝 측면으로 구도를 잡아 예술 사진처럼 보이게 했다.
만약 귀신이 안 찍혀도 [풍경이 좋다]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태영 저수지 때처럼, 타입랩스를 따기 위해 녹화 버튼을 눌렀다.
“그때처럼 또 잡혀 주려나.”
승현은 혼자 팔짱을 끼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이대로 밤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 * *
꾸욱- 꾸욱- 꾸욱-
찌르르르르르-
밤이 되자 자연의 소리가 괜스레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태정은 검은색 이동용 카메라 상자에 앉아 꾸벅 꾸벅 졸다 모기를 느꼈는지 제 볼을 짝 때렸다.
“어우.”
그는 얼얼한 자기 볼을 만지며 주변을 보았다.
한껏 더 어두워진 것이 굉장히 음산했다.
“다 잤냐? 소름 끼친다더니 잘만 자네.”
승현은 옆에서 커다란 조명을 설치하며 물었다.
“아유. 깨우시지 왜 혼자하고 계세요.”
“운전하느라 힘들었잖냐.”
이러니저러니 태정에게 잔소리는 해도 츤데레처럼 잘 챙겨주는 승현이었다.
“타입랩스는 다 따셨어요?”
“이 정도면 될 것 같아.”
그는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한 5초 써먹으려고 몇 시간을 대기 타다니. 어우.”
태정이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게 우리 직업이야.”
승현은 카메라의 메모리카드를 뺀 후 노트북에 연결했다.
“여기서 확인하시게요?”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잖아. 뽑을 만큼 뽑아야지.”
승현이 말했다.
“이제 밤 돼서 뭐 잘 보이지도 않-”
태정은 승현이 설치해 둔 조명들이 폐 사당을 비추고 있는 걸 발견하고 말을 멈췄다.
“-설마 저 사당 내부도 따로 촬영하시게요?”
[풍경이 좋다]와 콘셉트에 차이가 있는 장면이 될 것 같았다.“상수군에 이런 것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인 거지. 우리 목적은 귀신을 찍는 거고.”
승현이 녹화된 화면을 보며 대답했다.
“귀신이 찍힐지도 안 찍힐지도 모르는데. 어후. 이제 그만 그냥 내려가지.”
태정이 칭얼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야. 봐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