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0)
제50화
“박지경의 주소가 한동안 전라도 명주 쪽에 찍혀 있던 기간이 있어.”
“전라도 명주요?”
“뭔가 빡 느낌 안 오냐?”
이열상 CP가 물었다.
승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태정과 화영을 보았다.
태정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아. 혹시 ‘에이덴’ 말씀이신가요?”
그때 화영이 이열상 CP를 보며 물었다.
“그래. 에이덴 있잖아.”
이열상 CP가 손가락을 딱 튕기며 승현을 보았다.
“박지경이 에이덴 신자였다는 말인가요?”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에이덴.
국내 유명한 사이비 종교집단.
그 규모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
1960년대 경기도에서부터 교세를 확장했고 전국적으로 수많은 예배당과 신도들을 확보했다는 것까지만 전해졌다.
하지만 정확히 몇 개나 있고, 몇 명이나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75년.
에이덴을 탈출한 한 신도가 전라도 명주군에 있는 ‘에이덴 평야’를 폭로하며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엄청나게 많은 신도들이 그곳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공권력이 투입되어 수사를 진행했지만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사람 중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자원봉사’라고 증언을 한 덕분이었다.
몇몇 경찰과 시민들 중 정의감을 가지고 잠입을 시도했지만 들어간 족족이 실종이 되었던, 무서운 곳이었다.
“뭐, 신자였다는 증거는 없지만 대충 구다리가 맞아. ‘에이덴 평야’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몰라도 폭로된 게 1975년이니까 박지경이 한참 범행을 저지르고 다니고 실종이 되었던 1974년과도 대충 맞고.”
“흐음.”
승현은 이열상 CP의 말을 들으며 에이덴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다.
에이덴 홈페이지도 등록이 되어 있을 정도로 당당하게 활동을 하는 모양이었다.
에이덴은 성서에 명시된 ‘에덴’을 한 차례 비꼰 단어였다.
즉, 가톨릭과 개신교를 비롯한 대중적인 크리스트교의 교리를 부정하고 소위 ‘악마’를 숭배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들이 신으로 모시는 존재는 악마. 즉, ‘사탄’이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에게 선악과를 따먹도록 유혹한 ‘사탄’이야말로 지금의 문명과 쾌락, 유흥을 즐길 수 있게 해준 위대한 존재라는 논리였다.
그래서 에이덴의 교주는 대대로 처음 유혹에 빠졌던 하와를 상징하는 의미로 여성이 역임하고 있으며, 부교주는 뒤늦게 사탄에게 넘어간 아담을 상징하는 의미로 남성이 역임하고 있었다.
교주와 부교주에 대한 정보는 없었지만 에이덴 평야에 대해서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아름다운 땅이라며 모두가 평등하게 먹고 마시고 즐기고 노동하는 곳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아직도 운용을 하나보네요.”
홈페이지 속 에이덴 평야는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으며, 한 폭의 유화 같은 풍경이었다.
“이걸 한 번 파보는 게 어때? 괜찮은 소스일 것 같은데 말이야.”
이열상 CP가 말했다.
승현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태정과 화영을 보았다.
“저희끼리 한 번 회의를 좀 해 볼게요.”
승현의 말에 이열상 CP가 손가락을 딱 튕겨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잠입했던 사람들이 다 실종되거나 그랬다는데. 이거 무슨 수로 촬영하냐?”
승현이 둘을 보며 물었다.
“촬영 협조를 구한 다음에 대놓고 들어가면 아마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죠. 그러면 뭐, 에이덴 홍보영상이나 찍어주는 꼴일 거고요.”
태정은 상당히 자조적인 목소리였다.
“먼저 에이덴에 있다가 탈출한 사람들을 좀 만나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 인터뷰부터 따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화영이 펜을 돌리며 말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화영이 말대로 하자. 제보받는다는 공지 올려.”
“알겠습니다.”
화영이 바로 자기 컴퓨터 쪽으로 의자를 슥 밀고 가며 대답했다.
* * *
다음날.
RBS 너튜브 공식 채널과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올린 결과, 단 하루 만에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그 중 거짓 제보들도 상당히 많았다.
단순 어그로를 끌려고 한 제보가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에이덴의 교인이 낚시성으로 인터뷰 요청을 해오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어쭙잖게 인터뷰를 했다가 잘못된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는 만큼 제보자 선정에 신중해야 했다.
“어? PD님. 이거 어때요?”
화영이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보자들을 한참 거르던 승현이 벌떡 일어나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서울 망인동에 살고 계신 분이고요. 10년 전에 에이덴에 들어갔다가 1년 만에 도망치신 분이래요. 그런데- 한 번 보세요.”
화영이 의자를 살짝 뒤로 빼고 모니터를 가리켰다.
모니터에는 제보자의 사연과 함께 현수막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 출력되어 있었다.
[사탄의 은총아래 하나 되는 우리] [에이덴 청년회 정기 예배]201X.7.15
현수막 아래에는 청춘 남녀들이 각자 멋있는 척, 혹은 예쁜 척을 하고 있었다.
사진만 봐서는 평범한 종교단체 젊은이들의 단체사진이었다.
현수막의 글귀가 무척 남달랐지만.
“사진 옆으로 넘겨보세요.”
화영의 말에 승현이 스페이스 바를 눌렀다.
그 다음으로 나온 사진에는 팔과 허벅지, 종아리에 피멍과 상처가 가득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예배에 더 나오지 않겠다고 하니까 사람들한테 끌려가서 폭행을 당했다나 봐요. 표현을 그대로 빌자면 뭐, 그냥 발로 밟았다는데요?”
이 정도 제보라면 실제 에이덴을 탈출한 사람일 가능성이 커보였다.
“이분으로 정하자.”
승현이 태정과 화영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연락하겠습니다.”
화영은 지체 없이 바로 사무실 전화기를 들었다.
*
인터뷰 약속은 빨리 잡혔다.
연락을 한 바로 그날 오후.
승현과 태정, 화영, 셋은 바로 서울 망인동으로 향했다.
제보자의 얼굴이 나오지 않게 앵글을 잡은 후 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얼굴과 실명은 확실하게 익명처리 해드릴 테니까 걱정 말고 아시는 걸 말씀해주시면 돼요. 목소리도 변조해 드릴게요.”
승현이 제보자에게 말했다.
제보자는 40대 여성으로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평범해 보였다.
“10년 전쯤인가. 친구 소개로 강남에 있는 에이덴 교회로 갔었어요. 겉보기에는 다른 교회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어요. 예배를 드리는 모습도 뭐, 평범하고요. 근데 사탄을 믿는다고 하기에 이상해서 그냥 나가려고 했죠. 그랬더니 친구가 딱 한 시간만 예배를 들어보고 결정하라고 하더라고요.”
인터뷰를 하던 승현이 물었다.
“들어보니 어떻던가요?”
그러자 여자는 이마를 붙잡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제가 좀 미쳤던 것 같긴 해요. 한 시간 듣고 나니까 정말 사탄이 신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활동을 했죠. 그렇게 한 반 년 열심히 하니까 전도사를 시켜주더라고요. 그러면서 전국에 있는 주요 시설들도 구경시켜줬고요.“
대답을 들은 승현이 이어 물었다.
“그러면 꽤 진지하게 활동하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탈출하시게 된 건가요?”
“아마 아실 거예요. 그 ‘에이덴 평야’에 갔을 때 사람들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활동을 멈추겠다고 했고, 절 어딘가로 데려가서 무차별로 때리더라고요.”
인터뷰를 진행하면 할수록, 승현은 ‘귀신의 흔적’을 점점 더 강하게 느꼈다.
플라스틱 태우는 것을 넘어 음식물이 썩는 듯한, 지독한 악취가 진동을 했다.
이건 분명 ‘지독한 악귀’가 풍기는 것이었다.
그녀의 인터뷰를 듣던 승현이 물었다.
“폭행을 당하고 나서 풀어주긴 한 겁니까?”
“아뇨. 감금되어 있었어요. 잠깐 사람들 없는 틈에 맨발로 도망쳐 나왔죠.”
“신고는 해보셨나요?”
“네. 신고 했는데 아무 응답이 없었어요. 몇 번 신고를 해도.”
“그 ‘에이덴 평야’에서 보신 게 뭐죠?”
“좀비처럼 삐쩍 마른 사람들. 온 몸에 상처가 가득한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은 신고를 하셨나요?”
“아뇨. 일단 제가 맞은 것도 신고가 묵살 돼서 안 했어요.”
“전국에 있는 시설들을 돌아다니셨다는데 혼자 다니셨나요?”
“아뇨. 저랑 동기 전도사들이랑요.”
“그 사람들 반응들은 어땠나요?”
“부러워했어요.”
제보자의 대답에 승현과 태정, 화영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부러워했다고요?”
“네.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 봉사할 수 있는 저 열정이 부럽다면서 그 노동자들을 부러워했어요.”
“그런데 제보자 분께서는 왜 부러워하지 않으셨어요?”
“모르겠어요. 그건. 전 그걸 보고나서야 거기가 뭔가 잘못 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보자가 대답했다.
“혹시 그 외에 다른 기이한 행위나 그런 건 없었나요?”
“교리를 거스르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교리를 거스르면 죽는다고요?”
“네. 에이덴에는 몇 가지 불문율이 있거든요.”
“어떤 게 있죠?”
“첫 번째는 돼지와 염소고기를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돼지에는 사탄이 깃들 수 있기 때문이고, 염소는 사탄으로 상징이 되니까요.”
“그리고요?”
“두 번째는 성당이나 교회에 발을 들이면 안 된다는 거였어요. 이거야 부연설명 없어도 이해하실 것 같고.”
“네, 네.”
“세 번째는 교회나 예배당 안에서. 특히 예배 중일 때에는 무슨 소리가 나든, 누가 부르든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거였어요.”
“왜요?”
“사탄에게 집중하지 않는 거라나 뭐라나. 그랬던 것 같아요.”
제보자의 말을 들은 승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메모를 해나갔다.
“혹시 다른 사람들하고 소통을 하고 계신가요? 에이덴을 탈출한 다른 사람들하고요.”
승현이 물었다.
“네. 저희도 에이덴을 법적으로 처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려고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어느 커뮤니티인지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커뮤니티가 방송에 나가게 되면 에이덴 쪽에서 우리를 찾아낼 수도 있어서.”
“비밀리에 공유가 되고 소통이 되는 모양이군요.”
“네, 네. 에이덴 그 사람들. 보통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에요.”
제보자는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근 탈출한 사람들도 있나요?”
“제 기억에는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잠입 취재를 할 수 있을까요?”
승현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