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1)
제51화
#[사이비 에이덴> 특집
승현의 질문에 제보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굉장히 위험할 거예요. 만약 걸리면…….”
“그래도 에이덴의 민낯을 파헤치려면 잠입 말고는 대책이 없지 않습니까?”
승현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제보자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궁금해 하실 곳이 ‘에이덴 평야’ 같으니 그곳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저도 작년에 탈출한 사람한테 들은 건데요.”
“네, 네.”
“봉사자들이 자꾸 죽어서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하더라고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에 행담도 휴게소 버스 주차장에 있는 ‘엔젤 관광’ 버스를 타면 에이덴 평야에 간대요. 에이덴 교인들 사이에서 그렇게 전달이 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행담도 휴게소. 엔젤 관광. 저녁 7시. 매주 화요일.”
승현은 수첩에 ‘행담도 휴게소 / 엔젤 관광’을 정확히 메모해 두었다.
“감사합니다. 취재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덴을 꼭 무너뜨려 주세요.”
제보자는 울먹이는 얼굴로 말했다.
그간 억울함에 사무쳐 있는 모양이었다.
“제보 감사드립니다.”
승현은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감사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행담도 휴게소.
저녁 6시 30분.
태정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제보자의 제보대로 ‘엔젤 관광’ 버스를 탑승하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방송에 그나마 얼굴이 많이 노출 되지 않은 태정과 화영이 작은 카메라와 녹음기를 장착하고 잠입하는 계획이었다.
성공만 한다면 버스 안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그리고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둘의 안전을 위해 승현과 필립이 버스를 바짝 미행해야 했다.
“다들 괜찮겠어? 많이 위험할 텐데.”
승현은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선배가 잘 쫓아와 주셔야 해요.”
태정이 말했다.
“에휴.”
승현은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잘만 뽑아내면 대박 나는 거잖아요. 그렇죠?”
태정이 애써 웃어보였다.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승현이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영아. 저 구석에 가방 보면 소형카메라 있어. 단추형 카메라거든?”
“아, 네, 네.”
“그거 너랑 태정이 다 장착하고 들어가. 녹음도 되는 거니까 걱정 말고.”
“아하.”
화영은 뒷좌석 구석에 있던 가방을 꺼내 작은 카메라를 꺼냈다.
“거기서 송출되는 영상은 우리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만약 특이사항이 생기면 우리가 바로 조치할게.”
“네, 알겠습니다.”
“이름도 가명을 쓰도록 해. 혹시 모르니까 신분증이나 사원증도 우리한테 맡겨놔.”
“네, 네. 물론이죠.”
화영이 장비들을 점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 특성상 핸드폰도 압수할 수 있어. 이 폰 가져가. 전에 쓰던 공기계야. 초기화 시켜 뒀고.”
승현은 가방에서 오래된 핸드폰을 꺼내 태정과 화영에게 건넸다.
“뭐 굳이?”
“핸드폰 압수한다고 내놓으라는데 없다 그러면 더 의심 살 거 아냐. 요새 핸드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렇다고 너희 진짜 폰을 낼 수도 없잖냐.”
승현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건투를 빈다. 안전이 우선이다. 알지?”
넷은 진지한 얼굴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둘 둘 나뉘어 휴게소에서 흩어졌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승현과 필립은 야외에 둔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 사이, 태정과 화영은 초소형 카메라를 몸에 부착하고 주차장 쪽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승현은 둘을 보다가 태블릿을 켜 소형 카메라와 연결했다.
그러자 둘이 바라보고 있는 전방 화면이 태블릿에 나란히 출력되었다.
화질이 좋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얼굴과 사물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소리 들려요?]태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현은 자리에 앉아 태정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둘이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승현의 말을 들을 수는 없었다.
오로지 일방적인 촬영인 셈이었다.
[버스 안 보이죠?] [네, 네.]화영과 태정이 이야기 하는 소리가 태블릿에서 작게 흘러나왔다.
[우리 호칭을 어떻게 할까요?] [신혼부부 컨셉이 낫지 않을까요? 음. 스토리를 만들죠. 신혼이라서 뭔가 뜻 깊은 걸 해보려고 알아보던 중에 에이덴 평야를 알게 됐다- 뭐 이런 걸로요. 제보들 보니까 신혼부부가 거기 가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 전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혼자 가기엔 용기가 안 났다- 이런 내용도 넣죠. 그런데 우리가 서로 에이덴에 관심 있던 코드도 맞아서 결혼까지 빨리 하게 됐다- 이런.] [네, 네. 괜찮을 것 같아요.]둘은 나름대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여러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잠시 뒤, 휴게소 입구로 여러 대의 버스가 줄지어 들어왔다.
하얀 바탕에 금색으로 ‘엔젤 관광’이라고 쓰인 바로 그 차량이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몇몇 사람들이 주차장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승현과 필립은 선글라스를 끼고 멀리서 지켜보았다.
부우우우웅-
버스가 주차장에 서자마자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내렸다.
동시에 악취가 느껴졌다.
승현은 저들이 악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들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서 손짓을 했다.
그러자 휴게소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버스 쪽으로 걸어갔다.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옷을 입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세상에 미친 사람들이 많네요.”
필립이 나지막이 말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열상 CP의 전화였다.
승현은 멀리서 버스를 지켜보며 전화를 받았다.
[야. 최PD. 이번 주 예고편 언제 나와?]“왜 이렇게 보채십니까.”
[보채? 뭘 보채 인마. 내가 그것도 못 물어보냐? CP인데? 너 매번 기획안 써야 하는 거 내가 봐주는 것도 모르냐?]“압니다, 알아.”
[안 그래도 예고편 늦게 나온다고 위에서 엄청 쫀단 말이야. 이번 주 촬영한 걸 이번 주에 방영하는 스케줄이 빡센 건 아는데 예고편 나오려면 한두 주라도 텀을 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대책이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지금 촬영 중인 거 2주 분량 나올 거 같으니까 이거 촬영하고 나면 그래도 한 주 텀은 생길 거예요.”
[이번 에이덴이었지?]“네, 네. 이게 인터뷰를 좀 하고 자료조사 하다보니까요. 예고편을 미리 때리면 취재가 힘들 것 같아요. 이번에는 예고편 없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예고편 없이 어떻게 가냐.]“어쩔 수가 없어요. 에이덴 촬영 이거 사이즈가 얼마나 커질지 몰라서.”
[야이, 진짜.]“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승현이 바로 ‘통화 종료’를 눌렀다.
그 순간, 핸드폰에서 이열상 CP가 ‘잠깐만-’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화영과 태정이 버스 앞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승현은 태블릿 화면을 보며 소리에 집중했다.
* * *
“어떻게 오셨습니까?”
안경을 쓰고 피부가 하얀 남자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아. 저희는 얼마 전에 결혼한 신혼부부인데요. 에이덴에는 약간의 관심만 있었고 다녀볼 용기는 없었거든요. 하하. 근데 천생연분인지 남편도 관심이 있었더라고요. 에이덴 평야에서 자원봉사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면 좋다고 그래서 와봤습니다.”
화영이 능숙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어디서 그런 걸 보셨나요?”
“에이덴 홈페이지에서요.”
그녀는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
남자는 화영과 태정을 번갈아 보더니 타라는 손짓을 했다.
둘은 꾸벅 인사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 안에서는 향긋한 방향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무척 편안한 느낌이었다.
“편한 데 앉으세요.”
뒤에서 정장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화영과 태정은 살짝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중간 자리에 가 앉았다.
시트 역시 무척 안락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관광버스 같았지만 내부는 개조를 한 듯했다.
잠시 뒤, 낯선 사람들이 하나 둘 탑승했다.
이들도 모두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괜히 오싹한데. 기분이 이상해요.”
태정이 말했다.
화영은 태정의 할머니가 무당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심령현상과 관련한 부분은 없어보였다.
그렇게 저녁 7시가 되자 앞에서 사람들을 받던 남자가 올라탔다.
그러고는 문을 닫고 바로 출발했다.
부우우웅-
육중한 버스의 움직임.
화영과 태정은 침을 꿀꺽 삼키며 주변을 보았다.
‘잘 따라와 줘야 하는데.’
태정은 긴장한 얼굴로 차창 밖을 보았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승현과 필립도 바로 차에 탑승했다.
너무 붙지 않도록, 살짝 거리를 둔 채 미행을 시작했다.
[여러분께서는 이미 위대한 신 사탄을 믿고 계신 분도, 그리고 새로이 사탄을 마음에 들이시려는 분도 계실 겁니다. 이 공간은 그런 여러분 모두에게 열려있으니 마음 푹 놓으시기 바랍니다.]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정장을 입은 남자가 가운데 통로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태정은 그가 카메라에 잡히게 일부러 살짝 일어났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서서 저렇게 말하는 거 불법 아닌가.”
그는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이 버스는 위대한 사탄께서 우리를 굽어 살피시는 에이덴 평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여러분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고, 또 영원한 쾌락과 향락을 약속 받으실 수 있습니다.]남자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 기쁜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의미에서 다 같이 찬송가를 부를까요? 아직 에이덴 신자가 아니신 분은 박자에 맞춰 박수만 쳐주셔도 됩니다. 찬송가는 에이덴 전서 75번. ‘사탄은 내 품에’로 하겠습니다.]남자의 말과 함께 버스 곳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탄께서 우리를 굽어 살피심이 그 은혜가 하늘과도 같아-”
이내 노랫소리는 합창으로 바뀌었다.
가사의 분위기와 멜로디는 확실히 가톨릭 성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가사 자체는 굉장히 기괴하고 기이했다.
화영은 살짝 눈치를 보다 박자에 맞춰 박수를 쳤다.
태정 역시도 박수를 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환호했다.
‘못할 짓이구먼.’
그는 박수를 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 순간이었다.
열심히 박수를 치던 화영이 갑자기 축 늘어지더니 실신했다.
이어 옆 라인 좌석에 앉은 사람도 기절하는 것처럼 늘어졌다.
“음?”
태정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갑자기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푹 잠에 들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