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2)
제52화.
조수석에 앉아 있는 필립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지금 뭔 짓을 했는지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절한 것 같아요.”
그의 말에 승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태정이랑 화영이는요?”
“둘도 기절한 것 같은데요?”
필립은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 화면을 보여주었다.
승현은 운전을 하며 곁눈질로 화면을 확인했다.
기울어진 앵글과 약간 천장을 향한 듯한 구도.
태정과 화영은 확실히 시트에 축 늘어져 있었다.
[제대로 다들 잠들었어?] [그런 것 같아.] [이제 좀 조용히 가겠구먼.] [그러게. 이번 사람들 신분 좀 확인해 봐.] [알았어.]이내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좌석을 돌아다니며 탑승객들의 지갑을 확인했다.
다행히 화영과 태정에게서는 방송국 직원이라는 증거물은 없었다.
[여기 둘은 신분증이 없는데?]투입되기 전에 알아서 빼놓은 모양이었다.
[가끔 그런 사람 있잖아. 이따가 행정팀에서 알아서 하겠지, 뭐.] [매번 이렇게 귀찮은 일은 왜 해야 하는 거야?] [교주님께서 지시하신 일에 토 달지 말지어다.] [그래도. 너무 비효율적인 거 아니야?] [에이덴 평야 위치가 들키지 않게 만전을 기하라시잖아. 그냥 재우는 건데 뭘 비효율적이야.]어디 있는지 모르는 남자들의 대화가 계속 전해졌다.
탑승객들이 잠든 것도 몸에 해로운 약물을 이용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이 상황, 촬영해 둬야겠죠?”
필립이 카메라를 들어 운전 중인 승현을 비췄다.
승현은 전방을 보고 운전하며 멘트를 했다.
“‘아크로 호’의 선원들을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또 평택항 인근 연쇄살인마로 유명한 ‘박지경’이 에이덴의 신자였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요. 에이덴을 취재하기 위해 잠입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작진이 신자로 위장해 ‘에이덴 평야’행 버스에 올라탄 뒤 탑승객 전원 기절을 했습니다.”
멘트를 하며 태블릿 PC화면을 보았다.
축 처진 사람들과 정장을 입은 채 돌아다니고 있는 두 남자들.
화면 자체는 정적인 편이었지만 굉장히 소름끼치고 현장감 넘치게 그대로 전달이 되었다.
이 장면도 적절히 모자이크 한 후 최종 본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취재는 취재일 뿐, 화영과 태정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어찌 되었든 버스를 미행하고 태정과 화영 쪽 상황을 보고 있는 상태니 어떻게든 대응할 수는 있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 * *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려, 승현은 온 신경을 집중해 버스를 쫓았다.
자칫 방심했다 버스를 놓치면 태정과 화영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그 사이, 필립은 버스의 번호판과 외형을 계속해서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만약 놓칠 경우 경찰의 협조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버스는 고속도로를 벗어났고, 승현의 차량도 그 뒤를 따랐다.
이내 한적한 시골 도로를 달려 들어갔다.
간간히 평범한 다른 차량들도 눈에 띄었다.
잠시 뒤, 버스는 비포장도로로 빠져 나갔다.
이정표는커녕 가로등조차 보이지 않았다.
승현은 이 길까지 쫓아 들어가면 버스가 미행을 눈치 챌 거라는 생각에 속도를 늦추고 가던 직진을 했다.
“저기, 뭐가 보여요.”
필립은 자신의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버스 앞 쪽 멀리 줌을 당겨보았다.
그러자 군대 훈련소 정문 같은 커다란 대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에이덴 평야] [사탄의 축복에 땀으로 보답하는 땅]대문 위에는 간판처럼 글귀가 달려 있었다.
“OK. 저기다.”
승현은 헤드라이트를 끄고 도로 옆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버스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버스는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잠시 뒤, 대문이 활짝 열리더니 버스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다시 굳게 닫혔다.
“화영 작가님이랑 태정 씨 카메라 배터리 얼마나 갑니까?”
필립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하루 반나절은 갈 거예요.”
“내일 밤 안에 둘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네요.”
“둘 정체가 들키지 않는다면요.”
승현은 촬영 장비들을 챙기며 대답했다.
“일단 입구 촬영해야 하죠?”
필립이 차에서 내려 삼각대를 꺼내 설치했다.
초망원렌즈를 이용해 입구 사진을 찍으려는 것이었다.
승현도 촬영 장비를 외부에 설치하고 바로 줌을 당겨 영상을 촬영했다.
동시에 멘트도 담았다.
“‘엔젤 관광’이라 일컫는 버스를 추적해 도착한 곳은 전라도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이었습니다. 가로등조차 없는 이곳에는 마치 요새처럼, ‘에이덴 평야’의 입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번 지켜보시죠.”
승현이 멘트를 하는 사이,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보던 필립이 불렀다.
“어어- PD님. 이거 좀 보셔야겠는데.”
필립의 말에 승현이 다가가 보았다.
초망원 렌즈로 촬영한 덕분에 한참 먼 에이덴 평야의 입구가 바로 앞에서 찍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 입구에 새하얀 사람 형체가 촬영된 것이었다.
하지만 옷차림이나 머리스타일을 구분할 수는 없어 명확히 ‘심령사진’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피 냄새. 살해당한 사람.’
승현은 사진을 보자 어렴풋이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귀신입니다.”
필립도 확신을 하는 목소리였다.
심령사진을 많이 촬영해 본 그의 관록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입니다.”
그는 하얀 형체를 확대해 보여주며 말했다.
“귀신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귀신같고. 그냥 먼지나 연기라고 생각하면 먼지나 연기 같고.”
“지금 이 밤중에 저기서 무슨 먼지나 연기가 나겠어요.”
필립이 말했다.
그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장비로 촬영된 것도 한 번 확인합시다.”
그는 영상을 촬영 중이던 카메라 녹화를 중단하고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뭐 잡힌 거 없는데요?”
필립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승현은 뭔가를 발견한 듯 특정 부분을 계속해서 되돌려 보았다.
이내 태정과 작업했을 때처럼 특정 한 부분을 느리게 재생했다.
그러자 필립의 사진에 포착된 그 형체가 조금 더 선명하게 잡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보다 훨씬 더 선명한 모습.
이제 20대 쯤 되었을까.
긴 머리에 작은 키를 가진 여성의 형체였다.
그녀는 촬영 중인 것을 아는 듯, 승현과 필립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걸 찾아내시네요.”
필립이 신기한 듯 말했다.
이번에도 역시 초당 60프레임 이상으로 촬영된 영상 가운데 고작 5프레임 정도만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잠입할 수 있을까요?”
승현이 카메라를 정리하며 물었다.
“세상에 잠입 못할 곳은 없죠.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게 문제일 때가 많아서 그렇죠.”
특전사 출신이라 그런지 필립은 당당하게 대답했다.
* * *
[신자, 및 예비 신자 여러분. 드디어 사탄의 품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어렴풋이 들려오는 마이크 소리에 태정이 천천히 눈을 떴다.
옆에 앉은 화영도 정신이 들었는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어느덧 시간은 밤 12시.
차창 밖을 보니 넓은 운동장 한가운데 주차 되어 있었다.
주변으로는 정장을 입은 남자들과 토가를 입은 여성들이 사람들을 안내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 다들 내려주세요.”
정장 입은 남자가 육성으로 박수를 치며 말했다.
버스 탑승객들은 비척비척 일어나 줄지어 밖으로 나갔다.
화영과 태정도 일어나 이동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토가를 입은 여성이 바구니와 지퍼팩을 들고 서있었다.
“사탄 앞에서 모두 평등하고 또 분심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신분증과 핸드폰을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필요하실 경우 저희 행정실에서 언제든 사용하실 수 있으니 편하게 맡기셔도 됩니다.”
토가를 입은 여성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태정과 화영은 침착하게 표정을 유지하며 핸드폰 전원을 끈 뒤 지퍼팩에 넣었다.
“신분증은 없으신가요?”
여자가 물었다.
“네, 네.”
“그러면 두 분, 이걸 좀 작성해 주세요.”
여자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쓰라는 종이를 내밀어 보였다.
태정과 화영은 종이를 받아 모두 가짜로 적은 뒤 지퍼팩에 추가로 넣었다.
“자- 이쪽으로 모여주세요.”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버스 주변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사람들은 운동장 앞에 있는 구령대 근처로 다가갔다.
부우우우웅-
그 사이 버스는 후진을 해 운동장 밖으로 나갔다.
“군대 같네요.”
태정이 구령대와 그 뒤에 보이는 건물을 보며 중얼거렸다.
붉은 벽돌로 된 2층짜리 본관 건물과 그 옆으로 있는 별관 건물들.
본관 건물 중앙 옥상에는 거꾸로 뒤집은 십자가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편하게 줄 서주시면 됩니다.”
남자의 안내가 있는 사이, 구령대 위로 백발이 무성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노인도 토가를 입고 있었는데, 다른 이들과 다르게 무척 화려하고 번쩍이는 느낌이었다.
“부교주님 모십니다. 모두 기쁜 마음으로 환영해 드립시다.”
정장을 입은 남자가 두 팔을 벌려 소리치고는 돌아서 부교주를 향해 바짝 엎드렸다.
이어 다른 남자들과 토가를 입은 여자들도 엎드렸다.
“늦은 시간이 되도록 여기까지 오시느라 대단히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곳에서의 깨달음과 교리 일정은 내일 안내 받으시도록 하고 오늘은 얼른 들어가 쉬세요.”
부교주의 음성은 무척 음산하고 눅눅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신자들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해댔다.
“부교주님을 이렇게 영접하게 되다니.”
“이 시간까지 우리를 기다려주신 거야?”
“부교주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태정은 이런 소리를 해대는 사람들을 보며 모두 미쳤다고 생각했다.
부교주가 돌아서 본관 건물로 들어가자 토가를 입은 여성들이 안내를 해주었다.
“다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녀의 인솔을 받아 사람들은 별관 건물로 줄지어 이동했다.
그때 태정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부교주가 들어간 본관 건물 앞에 한 여자아이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었다.
언뜻 별거 아닌 상황일 수 있었지만 부교주를 비롯한 주변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그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싹-
이어 느껴지는 강렬한 한기.
태정은 저 아이가 귀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