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5)
제55화
승현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부교주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어젯밤, 구령대 위에서 연설했던 그 음성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네, 부교주님.”
승현이 돌아서 머리를 조아렸다.
부교주는 승현과 필립을 가만히 쳐다보다 미소를 지었다.
“교주님께서 잠시 주무실 터이니 시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게 교우들께 당부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부교주의 말에 승현과 필립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부교주는 말을 마친 후에도 한참 둘을 바라보다 천천히 돌아섰다.
“눈치 챈 걸까요?”
필립이 속삭여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뭔가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들킨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근데 방금 안에서 뭐하고 있던 거죠?”
필립이 물었다.
“악마숭배의식이요. 영화 속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던데요.”
승현은 지독하게 올라온 악취를 다시금 상기하며 대답했다.
이 ‘에이덴 평야’에서 악귀와 관련한 뭔가 비도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 * *
태정과 화영은 계곡 사이 사이에 위치한 여러 공장을 둘러보았다.
밖에서 흔히 보았던 커피나 음료, 과자 등을 생산하고 있었다.
브랜드를 본 태정은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이덴에서 만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유명한 과자, 음료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이구먼.’
화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보았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무척 즐거운 모습이었다.
모두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고, 어느 한쪽에서는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심지어 공장에 흘러나오는 노래는 에이덴 찬송가였다.
견학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엄청난 시설을 구경하듯, 해맑게 웃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무 감동스럽다.”
“이런 데서 일하고 싶다. 월급 못 받아도 행복할 듯.”
“와. 사람들 좋아하는 거 봐.”
태정과 화영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들이었다.
둘은 이런 사람들의 반응에 점점 더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태정은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어깨 위에 시커먼 무언가가 올라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무엇인지 정확히 형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느낌이 ‘악귀’ 같았다.
톡톡-
그때 누군가 태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태정이 뒤를 돌아보는 순간, 굉장히 끔찍한 것이 보였다.
회색 피부에 무척 시뻘건 눈을 한 남자였다.
“으헉!”
태정이 깜짝 놀라 소리치자 사람들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다시 보인 것은 정장을 입은, 인솔하던 남자였다.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태정이 방금 보았던 그 기괴한 피부와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 아, 아, 아닙니다.”
태정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늦춰지지 않게 잘 따라와 주세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하고는 사람들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뭐였지.’
사람들 어깨 위에 있던 검은 형체도 보이지 않았다.
환각을 보는 것인가-하는 생각도 스쳤지만 여자 귀신부터 이런 이상한 것까지 자꾸 보이는 것이, 단순히 환각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 모두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
찰칵- 찰칵-
승현과 필립은 복도 벽에 걸린 내부 안내도를 보고 사진을 찍어 두었다.
어젯밤과 새벽에 산 위에서 전경 사진을 찍어둔 덕분인지 다행히 한 번에 머릿속에 그려 넣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승현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저들이 ‘봉헌 광야’라 부르는 곳 옆쪽으로 에이덴 공동묘지가 있는 것이었다.
만약 이곳에서 여러 폭력과 살인 행위가 있었다면 저 공동묘지에서 무언가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었다.
다음 목적지를 찾아낸 것이었다.
“어차피 저 ‘봉헌 광야’도 가봐야 하니까 가는 길에 들르면 되겠네요.”
필립이 지도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네, 그럽시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본관 출구 쪽을 가리켰다.
이곳을 돌아다니며 꽤 많은 영상과 사진, 그리고 녹음을 따낼 수 있었다.
주로 사람들을 학대하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등의 내용들이었다.
승현은 본관 옆문으로 나오며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오전 11시 30분.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옆을 보니 뒤집힌 십자가 로고의 셔틀버스가 식당 앞에 정차를 하고 있었다.
식사 후 봉헌 광야로 가기 위해 대기하는 모양이었다.
승현과 필립은 그 모습을 보며 다시 산 속으로 몰래 들어가 태정과 화영이 촬영한 영상을 쭉 둘러보았다.
둘은 사람들의 인솔을 받으며 다시 별관 지하 식당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먼저 묘지부터 가보죠.”
승현이 필립에게 속삭여 말하며 태블릿을 챙겼다.
* * *
오후 2시.
승현과 필립은 ‘봉헌 광야 가는 길’이라고 쓰인 이정표 근처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직원인 것처럼 당당하게 이동하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면서 나름대로 요령껏 잠입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그리고 봉헌 광야로 향하는 작은 언덕 옆으로 ‘하늘 문’이라는 작은 이정표가 보였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승현과 필립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안 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수풀이 우거진 산책로 같은 길을 들어가자 지하로 내려가는 동굴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승현은 카메라를 켜 녹화 버튼을 눌렀다.
필립도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몇 장 찍고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코를 매콤하게 찌르는 짙은 향냄새가 느껴졌다.
얼마나 향을 많이 태우는 건지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그 사이로 온갖 불쾌한 냄새가 지독하게 뒤엉켜 있었다.
피비린내부터 물비린내, 곰팡이 냄새 등등, 그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여러 형태의 귀신들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승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슥 촬영했다.
곳곳에 놓인 촛불과 향.
그리고 동굴을 깎아 만든 것 같은 벽과 천장.
무척 습하고 어두운 것이 소름끼쳤다.
“PD님.”
그때 필립이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승현의 시선과 카메라 렌즈가 필립이 가리킨 방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눈에 보인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공간이었다.
바닥에는 부교주와 마주쳤던 그 방 안에 그려진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양옆으로 수십 개의 석재 제단이 놓여 있었다.
‘악마의 상징.’
바닥에 그려진 문양은 확실히 오각형 별로, 악마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소름끼치는 것은 제단 위에 하늘색 죄수복을 입은 사람이 미이라가 된 채 누워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양옆으로는 마치 서랍처럼, 수십, 수백 명의 시신이 층층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 마디로 거대한 ‘카타콤’의 회랑 같은 느낌이었다.
“거기 누굽니까.”
그 순간이었다.
승현과 필립 뒤로 토가를 입은 한 남자가 다가왔다.
“여기는 교우분들이 들어오시면 안 되는 곳입니다.”
그가 한 마디 덧붙였다.
승현이 필립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순간 필립이 빠르게 뒤를 돌며 그 남자를 돌려 찼다.
뻐억-
머리를 맞은 남자가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어, 어우.”
승현이 놀라 주춤거렸다.
“전역하고 이런 일은 안 할 줄 알았는데.”
그는 기절한 남자를 구석에 숨기며 말했다.
“빨리 알아낼 거 알아내고 갑시다.”
그 사이 승현은 녹화 중인 카메라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 시신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백골이 된 시신도, 미이라가 된 시신도 있었다.
심지어 부패 중인 시신도 있을 정도였다.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은 이들에게서 강한 폭행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뼈가 부러져 있는 시신도 있었고, 멍과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시신도 있었다.
부패 중임에도 불구하고 살점이 파여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시신 머리맡에 신분증이나 학생증 같은 것을 올려놨다는 점이었다.
이 시신이 누구인지, 그걸 남겨둔 것이었다.
“여길 확인하면 실종자들을 찾아낼 수 있겠어요.”
승현이 말했다.
찰칵 찰칵
필립은 고개를 끄덕이며 증거 사진을 더 촬영했다.
그러던 중, 회랑 구석에 작은 철문을 발견했다.
[회개방]그곳은 흡사 감옥처럼 보였다.
승현과 필립은 조심스럽게 그곳으로 다가가 보았다.
덜컹-
문을 열자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구석에 누워있는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창문도 없는 그곳에,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누워있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모습에 하늘색 죄수복을 입은 차림.
승현은 어젯밤 버스에서 구타를 당한 남자를 떠올렸다.
승현과 필립이 서있는 것을 본 남자가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우리는 당신을 해치러 온 게 아닙니다.”
승현이 양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하지만 남자는 더욱 더 몸을 웅크릴 뿐이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입을 쩍 벌려 보였다.
혀가 없었다.
순간 승현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눈깔을 뽑아 줘?”
버스에서 구타를 하던 남자들이 던진 말이었다.
승현은 어제 밤에 버스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당신입니까?”
승현의 질문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듣지 않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적 폭력과 학대가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필립이 망을 보는 사이, 승현은 이 모든 장면을 녹화하며 그와 소통을 해나갔다.
활자를 통해야 하니 시간은 걸렸지만 꽤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에이덴 평야와 그 신도들.
실질적인 권력은 부교주에게서 나오고 있고, 교주는 바지사장처럼 얼굴마담만 시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신도들에게 최면을 걸어 노예로 부린다고 한다.
만약 최면에 들지 않거나 깨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이곳 회개방으로 끌려와 각종 학대를 받게 되었다.
그러다 죽게 되면 악마에게 제물로 바쳐진다고 한다.
악마에게 제물로 바쳐질 때에는 죽은 자의 이름을 정확히 명시해야 하기 때문에 신분을 알 수 있는 것도 시신 옆에 함께 둔다고 한다.
자신 역시 이곳에 온지 5년이 되었으며, 도망을 치다 잡혀 혀가 뽑혔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다시 최면이 든 척 노동을 했지만 너무 힘들어 외부인들이 오면 어떻게든 도움을 청하려고 몰래 접근했다고 한다.
어제 밤, 태정과 화영의 숙소 창문에 모습을 드러냈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적발이 되어 또 폭행을 당하게 되고 이곳에 갇히게 됐다는 것.
[이곳은 부교주의 국가입니다.]그는 승현의 태블릿 PC에 한 마디를 더 남겼다.
승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