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6)
제56화
“일어나실 수 있어요? 같이 나갑시다. 우리는 오늘 밤에 나갈 겁니다.”
승현이 말했지만 남자는 몸을 움츠리며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습니다. 같이 탈출합시다.”
몇 차례 종용했지만 그는 더욱 구석으로 몸을 구겨 넣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왜 아무도 없어?”
“지금 근무자 누구지?”
그때 밖에서 남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다른 에이덴 교인들이 회랑에 온 모양이었다.
휘적 휘적
남자는 몸을 움츠린 채로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반드시 구해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승현이 말한 후 필립과 함께 감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회랑 기둥에 몸을 숨긴 채 남자들을 지켜보았다.
“어? 여기 쓰러져 있는데?”
“기절했어.”
“외부인이 있다.”
“빨리 행정실에 보고해.”
이들은 다급하게 이야기를 나누더니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여기 외부인이 침입한 것 같습니다.”
통화를 들은 승현과 필립은 기둥 뒤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
같은 시각.
태정과 화영은 사람들과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봉헌 광야로 이동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도 사람들은 손을 높이 들고 찬송가를 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정장을 입은 남자가 운전기사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흘러나오던 찬송가 볼륨을 줄였다.
“여보세요? 네, 네. 네. 사실입니까? 네.”
통화를 하면서 그의 시선은 태정과 화영에게로 꽂혔다.
태정은 뭔가 잘못 되었음을 느꼈다.
부우우우웅
셔틀버스는 공장지대를 가로질러 ‘봉헌 광야로 가는 길’이라 쓰인 표지판을 지났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엄청난 크기의 넓은 논밭이 펼쳐졌다.
그 규모만 해도 어지간한 간척지를 뛰어넘는 것 같았다.
태정과 화영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푸쉿- 끼익-
버스가 서자 토가를 입은 여성들과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사람들을 안내했다.“
“여기서 내리시면 됩니다. 차근차근 순서대로 하차해 주세요.”
태정과 화영도 안내에 따라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 봉헌 광야의 모습은 더욱 선명히 드러났다.
하늘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고, 거대한 트랙터와 농기계들이 곳곳에 자리해 이동을 했다.
그야말로 대규모 농업단지가 아닐 수 없었다.
“다들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토가를 입은 여성이 손짓을 하며 앞장섰다.
태정과 화영이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때 갑자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둘을 막아섰다.
“두 분은 잠시 저희를 따라오시죠.”
태정과 화영만 따로 분리를 시키려는 것이었다.
“네, 네?”
화영이 놀라 되물었다.
“잠깐이면 됩니다. 아까 신분 확인이 제대로 안 돼서요. 잠깐이면 됩니다.”
남자의 말에 화영과 태정은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태정과 화영은 사람들과 떨어져 ‘하늘 문’ 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길수록, 뭔가 단단히 잘못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는 길이 너무 어둡고 음침했기 때문이었다.
“저- 어디로 가는 건가요?”
태정이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화영은 더 캐묻지 말라는 듯 태정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괜히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하늘 문’ 입구가 나타나자 태정과 화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들어가십시오.”
남자가 입구 옆에 서서 말했다.
마치 지옥으로 가는 것 같은 어두운 지하계단.
태정과 화영은 선뜻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잠깐이면 됩니다. 들어가시죠.”
남자가 다시 말했다.
스윽-
그때 태정과 화영의 뒤로 또 다른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명이 ‘하늘 문’까지 쫓아온 것이었다.
지금 무력으로 이들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
태정과 화영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계단에 발을 얹었다.
알싸한 향 내음이 물씬 풍겨 올라왔다.
그 순간이었다.
빠악-
태정의 뒤에 있던 남자에게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컥!”
남자가 신음을 흘리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화영의 뒤에 있던 남자가 놀라 몸을 돌리는 순간, 벽돌을 든 승현이 남자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쳤다.
뻐억-
필립과 승현이 입구 근처에 숨어 있다가 바로 가격한 것이었다.
“PD님!”
“선배!”
태정과 화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몇 분 전.
기둥 뒤에 숨어 있던 승현과 필립은 서로 수신호를 주고받은 뒤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최대한 발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주느라 다리에 알이 배길 지경이었다.
그때, 회랑에 들어온 남자 중 한 명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네. 네. ‘하늘 문’입니다. 네. 이번에 온 사람 중에 신분확인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요? 행정실에서 신분증을 분실한 건 아니고요? 일단 확인이 될 때까지 회개방에 가둬두라는 말씀이시죠? 알겠습니다.”
통화 내용상으로는 태정과 화영이 들킨 것 같았다.
승현은 필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이곳으로 온다면, 지금 구출을 해야 했다.
필립도 같은 생각인지 손으로 OK사인을 보낸 후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남자들이 회랑과 회개방 근처를 샅샅이 뒤지는 사이, 둘은 재빠르게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나무와 바위 뒤에 숨어 태정과 화영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태정과 화영을 데리고 오는 것이 포착되었다.
필립과 달리 전투능력이 없는 승현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벽돌을 하나 집어 들고 타이밍을 노렸다.
넷이 지하 계단 입구에 섰을 무렵, 필립이 쏜살같이 달려가 정장 입은 남자를 기절시켰다.
이어 승현이 벽돌로 다른 남자의 머리를 가격했다.
뻐억-
그 모습을 본 태정과 화영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PD님!”
“선배!”
승현은 둘의 상태를 보며 물었다.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없어요. 와- 죽는 줄.”
태정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근데 여긴 뭐하는 곳이에요?”
화영이 계단 아래를 보며 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 하자.”
승현은 카메라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저 내부도 촬영을 했다는 의미였다.
“저기다!”
그때 계단 아래에서 수색을 하던 남자들이 뛰어 올라오며 소리쳤다.
“큭! 달려!”
승현은 태정에게 카메라를 넘긴 후 냅다 달렸다.
태정은 이 장면도 긴박감 넘치게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녹화 버튼을 눌렀다.
“거기 서!”
뒤에서 남자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승현 일행은 가열하게 달리며 다급하게 주위를 보았다.
이대로 출구까지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직원들도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거! 저거!”
그때, 화영은 자신이 타고 왔던 셔틀버스를 가리켰다.
버스 기사는 그 버스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다다다다다다
승현 일행이 가열하게 달려가자 기사가 고개를 돌렸다.
팍-
필립이 버스 기사를 밀쳐 쓰러트린 뒤 바로 열쇠를 뺏어 들었다.
그리고는 신속히 버스에 탑승했다.
“나 버스 운전 못해요! 저 대형면허 없어요!”
태정이 소리쳤다.
“아이 씨. 그래도 수동은 할 줄 알 거 아니야. 면허 1종 아냐?”
승현이 기어봉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2종인데요.”
태정이 입을 삐쭉 내밀며 대답했다.
“당장 출발해야 해요!”
그 사이 화영이 차창 밖을 보며 소리쳤다.
남자들이 버스 쪽으로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에이 씨!”
승현이 바로 시트에 앉은 뒤 시동을 걸었다.
부우우우우웅-
육중한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남자들이 버스 차체를 거세게 두드리며 쫓아왔다.
하지만 버스는 앞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남자들과 거리가 벌어졌다.
부우우우웅-
하지만 출구 쪽이 아닌 봉헌 광야를 향해 내달렸다.
그곳은 양옆에 넓게 논밭이 있고 가운데 버스 한 대 규격의 콘크리트 도로가 나있는 모습이었다.
태정은 좌석에 앉아 봉헌 광야의 노동자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필립 역시도 연신 셔터질을 하며 곳곳의 사진을 찍었다.
부우우우우웅-
셔틀버스는 봉헌 광야를 가로질러 달렸다.
“멈춰! 멈춰!”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콘크리트 도로 위에 나타나 손을 휘저었다.
그 뒤로는 바리게이트도 치는 것이 보였다.
승현은 멈추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에 치일 위기에 처하자 정장 입은 남자들이 몸을 던져 피했다.
콰아아아아앙-
이어 바리게이트도 단박에 쳐내 버렸다.
하지만 그만큼 버스 앞 유리창과 범퍼도 부서져 버렸다.
덜컹 덜컹
부서진 범퍼를 깔고 지나가며 차체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승현은 커다란 운전대를 껴안듯 꽉 잡고 중심을 잡으며 계속 내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자 뒤쪽에 시멘트 담장과 철조망이 보였다.
봉헌 광야, 아니, 에이덴 평야의 반대편 끝인 모양이었다.
“꽉 잡아!”
승현이 크게 소리치며 담장을 들이받았다.
우당탕-
콰당-
쿵쾅-
와장창-
차창이 깨지고 차체가 부서짐과 동시에 버스 안에 타고 있던 일행 모두 버스 바닥에 나뒹굴었다.
덜컹 덜컹 덜컹-
평야 밖을 나오자 길이 전혀 닦이지 않은 산림이 나왔다.
이때부터는 실질적으로 운전에 의미가 없었다.
가파른 산길을 버스가 마구잡이로 내려가는 모양새였다.
사방에 있는 나무가 사이드미러를 깨부쉈고, 날카롭게 부러져 있는 나무 밑동에 타이어가 터져 버릴 정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콰아아아앙-
강한 충격과 함께 버스가 멈춰 섰다.
* * *
오후 8시.
승현이 정신을 차렸을 땐 벌써 해가 져있는 상태였다.
부서진 버스와 뽑혀나간 좌석.
그 사이로 태정과 화영, 필립의 모습이 보였다.
승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을 깨웠다.
다들 찰과상과 타박상은 있었지만 거동을 못할 정도로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다들 괜찮아? 일어나.”
승현이 말했다.
그때, 울창한 나무 사이로 불빛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손전등 불빛이었다.
“빨리 일어나. 사이비 광신도들 온다.”
승현의 말에 다들 아파하는 얼굴로 일어나 차창 밖을 보았다.
확실히 하늘색 옷을 입은 사람들과 정장 입은 남자들이 손전등과 야구방망이, 혹은 칼을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가 멀리오긴 했나 봐. 몇 시간 동안 우릴 못 찾는 것 같아.”
승현이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정말 다행이네요. 눈 떴는데 그 ‘회개방’이면 정말 좌절모드였을 듯.”
필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개방?”
화영이 물었다.
“내려가서 설명해줄게.”
승현은 차에서 내리자는 손짓을 했다.
그렇게 일행은 차에서 내려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버스다!”
“저기 버스가 보인다!”
먼 곳에서 남자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현 일행은 더 속도를 내 신속히 산을 내려갔다.
필립은 중간중간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해 보았다.
“계속 내려가야 해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손전등도 못 켜고 내려가려니 바닥이 너무 위험한 것이었다.
일행 모두 한 번씩은 엎어지거나 구르며 허겁지겁 산을 내려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