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7)
제57화
그렇게 모두 땀에 절은 채로 내려가던 중, 승현이 걸음을 멈췄다.
앞에 하얀 형체의 여자가 뒤돌아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찰칵-
필립이 언제나처럼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사아아아아아-
하얀 형체의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몸은 뒤를 돌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뒷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굉장히 기이한 모습이었다.
순간 얼어붙어 있는 일행이 주저하는 사이, 갑자기 귀신이 사라져 버렸다.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동시에 태정의 앞으로 귀신이 떡하니 나타났다.
“으악!”
태정이 깜짝 놀라 뒤로 주저앉았다.
“저기다-!”
그때 뒤에서 남자들의 손전등 불빛이 확 다가왔다.
“달려, 달려요!”
필립이 태정을 일으킨 뒤 계속해서 산을 타고 내려갔다.
그렇게 밖에 주차해 둔 차량에 도착한 일행은 바로 도망쳤다.
하마터면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 모두가 실종될 뻔한 사건이었다.
* * *
다음날.
RBS 교양국 [미스터리 탐사대] 사무실.
이열상 CP가 종이 캐리어에 컵들을 담은 채로 문을 벌컥 열었다.
“어라.”
그러자 보인 것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승현과 태정, 화영이었다.
“너희 얼굴이 왜 그 모양 그 꼴이냐?”
“형이 추천해준 곳 갔다가 아쌀하게 난리 치고 나왔지.”
승현이 입을 삐쭉거리며 대답했다.
“어디. 에이덴? 어디 갔는데?”
“‘에이덴 평야’요.”
“진짜? 와. 거길 들어갔다 나온 거야?”
“네.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승현이 태정과 화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야. 대단하다. 찍은 거 좀 볼 수 있어?”
“네. 자료조사 중이라 조금 더 붙일 것들은 있는데 현장 영상들은 좀 있어요. 양이 좀 많습니다.”
승현은 수십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영상 폴더를 공유해 주었다.
“사람을 폭행하는 모습. 제단에 시신을 방치하고 있는 거. 시신들 신분. 다 거기서 확인이 가능해요.”
“진짜?”
이열상 CP는 승현의 부연 설명을 들으며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한참 뒤.
눈을 떼지 못하고 영상을 보던 이열상 CP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 X발. 이거 X발.”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더 대박인 건 뭐지 아세요?”
승현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나 토가를 입은 여성들.
하늘색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을 확대해 주었다.
그러자 그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검게 변해 있고, 눈은 시뻘건 상태였다.
단순히 햇볕에 타거나 충혈이 된 얼굴이 아니었다.
정말 그림처럼, 징그러울 정도로 변질된 기이한 모습이었다.
“이게 뭐야. 이 사람들 무슨 탈 쓰고 있는 거야?”
“아뇨. 영상 조금 돌려보세요.”
승현이 말했다.
이열상 CP는 영상을 재생해 보았다.
그러자 바로 정상적인 사람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그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난 저 기현상. 저것도 우리가 귀신 촬영할 때처럼 영상의 3프레임에서 5프레임에서만 반짝 나타나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저 사람들 모두 귀신이라는 소리야?”
“상황으로 봐선 다 빙의가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빙의?”
이열상 CP가 되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승현이 벌떡 일어나 태정에게 움직이자는 손짓을 했다.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이었다.
“아무튼 조금 더 부연 촬영할 게 있어서 저흰 움직여 볼게요. 촬영하고 나면 방송국 차원에서 경찰 쪽에 신변보호요청 좀 해주세요.”
여느 때와 달리 진지한 승현의 태도에 이열상 CP는 별다른 코멘트를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승현은 승범보살과 약속을 잡은 뒤 태정, 화영과 함께 찾아갔다.
에이덴 평야에서의 영상을 본 승범보살은 1초의 고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이거 악귀네. 얘네 ‘악마숭배의식’ 한다고 했지? 크리스트교에서야 ‘사탄’이라고 해서 악마에 대해 이야기 한다만 우리 무속 쪽으로 치면 ‘악귀’라고도 볼 수 있지.”
“‘악마’랑 ‘악귀’가 다른가요?”
승현이 물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인데. 음……. 문화권이 다르니까 그걸 동일선상에 두고 말할 순 없고.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는 면에서 차이가 없으니 ‘악귀’로 보는 게 이해가 빠를 거야.”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승범보살은 심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암만 봐도 살아있는 사람한테서 저런 반응이 수시로 나타난다는 건 악귀에 쓰인 거라고 밖에 볼 수 없어. 연쇄살인범 ‘박지경’이 에이덴 출신일 수 있다했지? 저기. ‘악마숭배의식’을 통해서 멀쩡한 사람한테 악귀를 빙의시키고 있는 것 같아. 그러니 다들 그 모양인 거지.”
승범보살이 영상을 보고 낸 의견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영상 속, 봉헌 광야에서 뼈만 남은 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 사무실.
승범보살의 인터뷰를 얻은 승현은 이열상 CP와 둘러앉아 급히 회의를 진행했다.
“최종본 자체는 지금 현재 나온 영상들로 2회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방영이 되고 난 다음일 것 같아요.”
승현이 운을 뗐다.
“방영이 된 후에 저희 신변 문제도 신변 문제지만 네티즌들이나 너튜버들, 스트리머들이 그곳에 방문하게 되면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져요.”
승현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위험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더 들이댈걸요. 위험할수록 조회 수가 잘 빨리니까.”
“게다가 악귀 들린 놈들이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면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고요.”
화영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서 뭐 어떡하자는 거야. 신변보호요청이야 할 수는 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이잖아. 그렇다고 지금까지 찍은 거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방영 전에 먼저 보도국에서 치고 들어갈 수는 없나요?”
승현이 말했다.
“보도국에? 그쪽에서 먼저 보도하게 하자는 거야?”
이열상 CP가 물었다.
승현의 계획은 이러했다.
만약 [미스터리 탐사대] 본 방송으로 방영이 될 경우, 많은 네티즌들과 호사가들이 그곳을 찾아갈 것이고, 강력 범죄가 또 발생할 수도 있었다.
아울러 에이덴 쪽에서 사람을 풀어 승현 일행을 공격할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방지함과 동시에 [미스터리 탐사대] 본 방송 시청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먼저 [미스터리 탐사대] 너튜브 채널과 홈페이지에 에이덴에 대해 방송할 것이라고 공지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RBS 뉴스 특종으로 에이덴 평야에 대해 단독 속보를 때려 버린다.
이때 영상은 태정과 화영의 몸에 부착되었던 단추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영상 일부만 제공한다.
그러면 다른 방송사에서도 후속 보도를 낼 것이고, 그 뉴스 보도들이 자연스럽게 [미스터리 탐사대]의 공식 예고편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경찰 쪽에는 촬영된 영상 원본들을 제공함으로 해서 노동 착취와 폭행. 그리고 시체 유기 등의 혐의를 붙여 압수수색을 하도록 신고를 넣는다.
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본 방송이 나갈 때쯤에는 에이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 되어 네티즌들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아울러 모두 경찰 수사를 받게 될 테니 에이덴 핵심 관계자들이 쉽게 승현 일행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었다.
물론 박지경 만큼 미친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지만.
승현의 계획을 들은 이열상 CP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방법 같네. 그럼 그렇게 진행하자고. 보도국에 전달해 줄 영상 좀 짜깁기 해줘. 제일 핵심 영상은 우리가 터뜨려야 하니까 그걸 보내주진 말고.”
“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대답했다.
* * *
[다음은 종교단체 ‘에이덴’에 대한 소식입니다. 수많은 신도들을 보유하고 있는 ‘에이덴’에서 노동력 착취와 신체적 폭행, 시신 유기 등을 했다는 충격적인 제보가 저희 RBS 단독으로 접수 되었습니다.] [보시는 화면은 지하 동굴에 시신을 유기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의식을 행하는 장면으로 시신 옆에는 신분증이 놓여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에이덴이 연관 되었다가 실종된 이들이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실종자 가족들이 대대적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에이덴 평야’의 정체가 드디어 밝혀졌습니다.]인터넷과 각종 매체, 여러 방송사에서 에이덴에 대한 뉴스를 봇물 터지듯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이슈가 되었다.
사실상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지 않고 있던 터라 그 활동이 미비했던 ‘에이덴 실종자 가족 연대’ 카페의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에이덴 평야에 대해 수사를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 이번 주 일요일에 RBS 미스터리 탐사대에서 제대로 보도한다 했음.
– 미탐 존잼임. 좀 노뜬금 심령사진만 보여주긴 하는데 뭔가를 알아내긴 함.
– ㅈㄴ궁금하넼ㅋㅋㅋㅋ
– 에이덴 수사해야 함. 저거 놔둠?????
– 경찰에 쁘락치라도 있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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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댓글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고 바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본격적인 고소가 진행 되었다.
[에이덴 실종자 가족 연대에서 정식 고소 절차 돌입]실제 실종자 가족들이 고소를 했다는 뉴스 보도였다.
기사에는 삐쩍 마른 사람들이 정장 입은 변호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경찰 쪽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RBS 쪽에서도 정식 신고가 들어갔고 고소까지 들어갔으니 에이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지금까지 에이덴이 저렇게 세를 불린 데에는 공권력의 비호가 있던 것이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했는지, 더욱 강하게 수사를 하며 언론 쪽에 수사 방향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에이덴’ 관련 키워드로 융단 폭격을 해대니 자연스럽게 [미스터리 탐사대]에 대한 관심도 엄청나게 올라갔다.
승현의 계획대로 뉴스 보도와 경찰 수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고편’이 되어 준 것이었다.
그 상태로 방영된 [미스터리 탐사대]의 본 방송.
해당 방송은 예정대로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2주 동안 방영이 되었다.
현장감 넘치는 영상과 충격적인 장면들.
몸을 사리지 않는 승현과 제작진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면서 순간 최고 시청률 40%를 찍을 수 있었다.
동시에 ‘아크로 호’ 사건의 관계자로 지목이 된 ‘박지경’에 대해서도 새롭게 주목이 되면서 여러 매체에서 ‘박지경’을 추적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런 엄청난 성공의 역풍으로 RBS를 비롯해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을 향한 협박성 메일과 우편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열상 CP가 신변보호요청을 한 만큼 협박 관련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이 되었지만 승현을 비롯한 일행 모두 한동안은 항상 긴장한 채로 신경이 곤두선 채 지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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