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59)
제59화
복귀 D-2. 오후 3시.
부드드드등-
미류도 북동쪽에 위치한 허름한 선착장으로 배가 정박했다.
승현 일행은 바리바리 짐을 챙겨 하선했다.
“그럼 이틀 뒤에 봅시다!”
선장은 손을 흔들고는 바로 출항 준비를 했다.
승현은 선장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 섬을 보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모습이 영화 속 ‘유령섬’ 같은 느낌이었다.
“오싹하네요.”
태정도 같은 느낌을 받으며 수연에게 카메라를 돌렸다.
그러자 수연은 먼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런 작은 섬도 ‘배’처럼 고립된 공간이기 때문에 영가들이 쉽게 탈출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귀신이 많이 출몰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 같은 구도로 촬영이 되었다.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합시다. 텐트 칠 캠핑 장비들은 여기 선착장에 잘 보관해 두고 이따 해지기 전에 다시 와서 작업하자고요.”
승현이 말했다.
“텐트를 치고 이동하는 게 낫지 않아요?”
필립이 묻자 승현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 오늘 오후 취재 일정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요. 해가 떠있을 때 건물 하나라도 수색하고 돌아와서 칩시다.”
승현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란 텐트 가방을 선착장에 두었다.
“그럼 이동을 해 봅시다.”
승현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선착장에서 야산 쪽으로는 오래된 벽돌길이 나있었다.
그리고 길 한쪽에는 커다란 안내도가 그려져 있었다.
벽돌길을 따라 야산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첫 번째 건물은 A동.
숙소로 사용했던 3층짜리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각종 행정작업을 하는 B동 건물이 있었다.
뒤로 군사 훈련장이 있고 바로 옆에 취사장으로 사용했던 C동 건물이 있었다.
그리고 야산 맨 정상에는 가장 넓은 규모의 3층짜리 연구소 건물이 자리했다.
A, B, C동 건물을 모두 합친 만큼 큰 것이 가장 핵심 시설인 모양이었다.
찰칵-
필립은 앞으로 두고두고 참고할 안내도를 카메라 메모리카드에 저장했다.
추가로 태정은 길을 따라 쭉 촬영을 하면서 풍경을 담아냈다.
“전형적인 근대 일본식 건물이네요.”
이지혜 교수가 건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정은 그녀가 설명해주는 장면도 카메라에 담았다.
언뜻 평화로워 보였지만 넝쿨이 뒤덮인 녹슨 지프차량과 버려진 오토바이가 보이는 것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포칼립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국에 이런 곳이 남이 있다니.”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태정에게 손짓했다.
“여기도 타입랩스로 따고 A동부터 수색해보자.”
“네, 알겠습니다.”
태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삼각대를 설치했다.
그렇게 타입랩스 촬영을 걸어둔 후 서브 카메라로 승현을 촬영했다.
그는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 자연 속에 파묻혀 있는 일본의 군사시설. 그리고 정체모를 연구를 진행했다는 코쇼 연구소.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사료가 없는 만큼 이곳의 진실이 궁금해집니다. A동 건물부터 수색을 해보죠.”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 됐다는 손짓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 먼 무인도에 왔는데 단체사진은 한 장 찍죠?”
필립이 카메라를 들며 말했다.
승현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저 섬 배경으로 한 장 찍읍시다. 여차하면 본 방송에 넣어도 되고.”
승현의 말에 필립은 삼각대를 설치하고 구도를 잡았다.
일행이 카메라 앞에 서자 필립은 타이머를 건 후 후다닥 달려와 일행 옆에 섰다.
찰칵-
사진이 찍히자 필립이 돌아가 확인했다.
“어어-”
필립이 미간을 찌푸리며 일행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았다.
“왜요? 또 뭐 찍혔어요?”
승현이 다가가 물었다.
필립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 LCD화면을 돌려 보였다.
결과물을 본 승현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믿기지 못할 결과물에 승현은 바로 노트북을 꺼내 카메라와 연결을 해보았다.
조금 더 큰 화면으로 사진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출력된 것은 놀라운 심령사진이었다.
평범한 자세로 찍은 단체사진.
그 주변으로 얼굴이 시커먼 사람들이 둘러서서 승현 일행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심령사진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다.
훨씬 더 선명하고 사실적으로, 확실하게 담겨 있었다.
“이, 이거-”
태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벽돌길 쪽을 보았다.
역시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로 봐도 귀신이 담기지 않았다.
필립이 찍은 단체사진에서만 얼굴이 검은 사람들이 찍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이 일행에게 꽂혀 있는 것이 굉장히 소름끼쳤다.
승현은 사진을 한참보다 수연에게 물었다.
“이렇게 얼굴이 검은 건- 악귀라고 봐야 하나요?”
“무조건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귀신의 모습 자체를 규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그럴 확률이 크다는 것 정도죠.”
수연이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차가운 공기가 은은하게 흘러 일행의 목덜미를 슥 훑고 지나갔다.
“어우. 추워.”
태정이 침묵을 깨고 몸을 움츠렸다.
약간의 신기가 있는 태정은 귀신의 기운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뭐가 됐든 왔으니 움직여야죠.”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태정이 한기를 느끼듯, 승현도 온갖 종류의 기괴한 냄새들이 가득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저벅 저벅 저벅-
카메라는 안으로 들어가는 승현과 화영, 필립, 수연, 그리고 이지혜 교수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이어 A동 건물을 광각으로 넓게 잡았다.
외벽을 뒤덮은 넝쿨과 곰팡이가 굉장히 음산해 보였다.
“숙소 건물이라고 했죠?”
승현이 건물 입구로 다가갔다.
이지혜 교수는 건물 입구에 붙은 일본어 현판을 보았다.
“네, 맞네요.”
태정은 그의 뒷모습과 입구 옆에 있는 야외 테이블을 촬영했다.
직원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 듯했다.
찰칵 찰칵
필립은 야외 테이블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제 들어가 보죠.”
승현이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필립은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승현의 뒤를 따랐다.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동시에 알코올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뒤섞여 느껴졌다.
“곰팡이 냄새? 이거 무슨 냄새죠?”
“악취가 심하네.”
태정과 필립이 번갈아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알코올 냄새를 못 맡고 있구나.’
승현이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자박 자박 자박
발소리가 복도에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건물 1층 로비에는 단체 사진과 전신거울이 놓여 있었다.
거울은 오래 되어 뿌옇게 변질 되어 있었다.
카메라는 거울 쪽을 한 번 비추더니 단체사진을 보고 있는 승현을 비췄다.
그리고 이어 단체사진을 클로즈업했다.
일본 군복을 입은 사람과 하얀 가운을 입은 남녀 상당수가 서있는 흑백사진이었다.
“사람이 꽤 많았나 보네.”
못해도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이 사진만 보면 군인은 한 서른 명? 마흔 명? 정도 있었던 것 같고. 한 개 소대 병력이 있었던 거네.”
“연구원이 많네요. 정장 입은 사람들하고.”
필립과 이지혜 교수가 번갈아 말했다.
“이 정도로 큰 시설인데 코쇼에 대한 기록이 없다니.”
화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사이, 영상을 촬영 중인 태정은 거울 쪽에서 뭔가 기척을 느꼈는지 카메라를 돌렸다.
조명이 뿌연 거울에 반사되며 잠시 카메라 LCD 화면이 어두워졌다.
잠시 뒤 화면이 다시 정상화 되는 그 순간이었다.
뿌연 거울에 손자국이 잔뜩 나있는 것이 찍혔다.
“엇! 저거 봐요!”
태정이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뿌옇게 변질된 거울 아래쪽 검은 손자국들을 클로즈업 하고 있었다.
다른 제작진들이 부랴부랴 거울 앞으로 달려와 손자국을 유심히 보았다.
“피가 오래돼서 색이 변한 거예요.”
화영이 거울을 보며 말했다.
휘이이이이잉-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쿵- 덜그럭- 데구르르르르
이어 무언가 쓰러진 뒤 굴러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전신거울 앞에 선 일행은 공포에 얼어붙은 채 발을 떼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화영과 필립은 거울 앞에 쪼그려 앉아 손바닥 자국을 관찰했다.
휘이이이이잉-
카메라 오디오에는 바람소리가 점점 더 가깝게, 더 크게 잡혔다.
순간, 거울 안에서 얼굴이 검은 사람이 기괴할 정도로 빠르게 기어오더니 손을 확 뻗었다.
쿵-
마치 유리창인 것처럼, 거울 속 귀신이 내민 손바닥이 거울을 쳤다.
깜짝 놀란 화영이 뒤로 넘어졌다.
일행 모두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고, 카메라도 이 기현상을 담을 수 있었다.
끼우우우우웅-
천장 어디선가 쇠가 휘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어- 어!”
태정이 소리쳤다.
거울에 나 있던 검은 손바닥 자국이 순식간에 사라져 있었다.
그저 오래되어 뿌옇게 변한 거울만 보일 뿐이었다.
“바, 바, 바, 방금 뭐였죠?”
화영이 물었다.
“화, 확인해 보죠.”
태정은 녹화를 잠시 중단한 뒤 허겁지겁 녹화 화면을 보았다.
녹화된 화면에서 역시 손바닥 자국과 거울 속 검은 얼굴의 귀신도 명확히 담겼다.
하지만 기이한 쇳소리에 카메라를 다른 곳에 돌렸다가 다시 거울을 비췄을 땐 손바닥 자국과 귀신,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승현도 녹화 장면을 보고는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계속 촬영할게요.”
태정은 다시 녹화 버튼을 누른 후 일행을 슥 촬영했다.
“슬퍼요. 슬픈 기운이에요.”
그때 수연이 뒤에서 몸을 움츠린 채 나지막이 말했다.
승현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맨 뒤에 있던 수연은 눈을 빠르게 굴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화가 나요. 많은 사람이요. 많은 사들이 화가 나있어요. 그러면서 슬퍼하고 있어요.”
수연은 겁에 질린 표정이면서도 눈물을 한 방울 또르르 흘렸다.
“아파요. 아파요.”
그녀는 승현을 보면서 흐느꼈다.
승현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뭐 또 다른 게 보이나요?”
승현이 묻자 수연은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가리켰다.
뭔지는 몰라도 위층에서 무언가 느껴진다는 의미였다.
“가자.”
승현이 태정에게 한 마디 한 후 로비 앞에 있는 중앙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이었다.
구르르르르릉-
옆쪽 복도에서 육중한 쇳덩이가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계단으로 이동하던 일행 모두 걸음을 멈춘 채 복도를 보았다.
일본어 명패가 붙어 있는 문들이 쭉 나열되어 있는 복도였다.
승현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 복도를 걸어 나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