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6)
제6화
승현이 태정에게 다급하게 손짓했다.
그가 다가가 승현의 옆에서 모니터를 함께 보았다.
“해가 지고 나서 저 폐사당 입구 쪽. 입구 쪽을 한 번 봐봐.”
“네? 뭐가 보여요?”
“천천히 돌릴게. 지금이 1배속이고. 0.5배속. 0.3배속. 0.1배속.”
승현이 영상의 특정 부분을 슬로모션으로 편집해 확대했다.
그러자 소름 끼치게도 폐사당 앞에 한복을 입은 한 여인이 서 있는 모습이 포착 되었다.
태정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카락과 차가운 표정의 이목구비.
정갈하게 차려입은 고급스런 색상의 한복과 어울리지 않는 시커먼 손톱과 하얀 피부가 눈에 띄었다.
소름 끼치는 것은 이 귀신을 발견하는 순간, 승현의 코끝에 지독할 정도로 짙은 향기가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보통 여자 귀신들이 많이 풍기는 향이었다.
“어우, X발. 소름 돋아.”
귀신을 발견한 승현 역시도 소름이 돋기는 마찬가지였다.
승현은 귀신이 나온 장면을 정지해 클로즈업 해보았다.
뒤로 쪽진 것이 양반집 마님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0.1배속으로도 순식간에 나왔다 사라지는 걸 찾아낸 선배도 대단하네요, 정말. [세상에 이런 놀라운 일이]나 [직업의 달인] 같은 데 출연하셔야 한다니까.”
태정이 혀를 내둘렀다.
승현은 대꾸하지 않고 다른 앵글로 찍힌 2번 카메라 화면도 빠르게 돌려보았다.
잠시 뒤.
그곳에서 역시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가장 넓은 마루 위에 있는 대들보에 목을 맨 귀신이 매달려 있었다.
하얀 한복에 상투를 튼 남자가 대들보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장면이었다.
이것도 소름끼치는데 더욱 무서운 것은 몸 매달린 남자의 얼굴이 카메라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목구비가 정확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턱과 귀의 방향은 카메라 정면을 향해 있었다.
실제 목이 매달려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고개를 돌릴 수 없는 구도였다.
승현은 이번에도 역시 놀란 얼굴로 태정에게 귀신 영상을 보여주었다.
“선배. 나 진짜 무서워요.”
태정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대박, 대박이다.”
그는 바로 카메라와 노트북을 덮고는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태정도 무언가에 쫓기듯 허겁지겁 장비를 정리했다.
* * *
복귀한 후, 승현과 태정은 밤을 세워 촬영 영상을 편집했다.
동시에 귀신이 나온 장면을 태영읍 저수지 귀신 촬영본과 비슷한 방식으로 분류해 저장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최종 방영 본을 만들어 관련 팀에 전달했다.
승현은 이후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이번 [풍경이 좋다]의 8회 본 방송 날.
시청률은 전보다 소폭 상승한 0.8%를 기록했다.
아직도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하꼬 채널인 RBS에 방영 시간대를 염두에 둔다면 꽤나 선방한 수치였다.
그래도 커뮤니티에서 귀신 소문이 찍혔다는 소문이 돈 것 때문에 아주 약간이나마 인지도가 올라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물론 그렇다고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긴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누구도 귀신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승현은 태정과 함께 다른 아이디로 [핸드사이드]에 게시 글을 작성했다.
폐사당 앞에 선 귀신과 대들보에 목을 매단 귀신 사진을 올린 것이었다.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사진으로 올려야 했다.
태영 저수지에서 촬영된 귀신은 그나마 5프레임 정도로 포착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2~3프레임 정도로만 촬영이 된 것 때문에 귀신이 있다고 올려도 제대로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
[이번 ‘풍경이 좋다’ 8회 상수군 편에서도 귀신 나옴.]ㅎㄷㄷㄷㄷ
이번 상수군 편 귀신 나옴.
직접 캡처한 거 올려 줌.
[[사진>>상수군에 있는 상수 윤 씨 폐 사당 풍경 장면에서 포착함.
다 걸고 합성 아님.
영상 48:18 부분에서 정지하면 보임.
폰으로 정지해서 보면 안 보이고 4K 60fps 지원하는 TV에서만 보이는 듯.
송출 방식 때문에 그런 것 같음.
–
승현은 게시 글을 올린 후 반응을 기다려 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조작 논란이 거세게 올라왔다.
아무래도 한복 입은 귀신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너무 선명했기 때문이었다.
– 합성이네.
– 합성.
– 합성 꺼져
– 주작
– 합성
– 합성22222
– 현직 포토그래퍼인 포스그래퍼입니다. 봤을 때 합성으로 보이는 부분은 없네요.
└ 오 전문가 등판. 포스그래퍼님 안녕하세요.
└ 포스그래퍼님이다!!
└ ㅎㅇㅎㅇ
– 합성 같아요.
└ 합성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업로드 해드리겠습니다.
네티즌들이 합성 논란을 마구 키우는 와중에 [핸드사이드]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포스그래퍼’가 대신 항변을 해주었다.
포스그래퍼.
인터넷상으로 그의 실명이 공개되어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일산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해 사진과 영상 쪽 전문가라는 점과 취미로 심령사진을 촬영한다는 것 때문에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유저였다.
그가 찍은 심령사진들은 여러 네티즌들이 직접 퍼 나르며 진위 여부에 대해 분석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의 사진들이 계속해서 재생산, 재유통 되다보니 [핸드사이드]에서도 제법 유명한 닉네임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찍은 심령사진도 그가 분석 게시물을 올리면 그거대로 대다수 사람들이 믿는, 그런 ‘공신력 있는’ 네티즌으로 등극해 있었다.
승현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댓글들을 계속 지켜보았다.
잠시 뒤, 포스그래퍼가 직접 게시 글을 작성했다.
승현이 올린 이미지를 가지고 확대를 해서 합성이 아닌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글이었다.
귀신과 배경의 조화.
빛의 어우러짐.
실제 방영분에서 찾아낸 귀신의 컷.
합성 논란에 대해 여러 가지 근거를 가지고 반박을 해버리니 네티즌들의 여론 역시도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 게시 글 역시도 다른 커뮤니티의 공포 게시판, 괴담 게시판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풍경이 좋다]가 아니라 [귀신이 좋다]라는 밈이 등장하기도 했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연달아 두 번이나 귀신이 포착되는 것이 이상하다는 여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커뮤니티와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 전국적으로 봤을 때는 무척 미비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시청률과 다시 보기 트래픽이 다소 상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승현은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무슨 논란이 있든 프로그램 자체의 인지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풍경이 좋다]에서 두 번이나 귀신을 찾아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는 사실은 RBS 사내에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너튜브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들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물론 [핸드사이드]에서도 베스트 글에서 내려갈 기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현직 무당이 본 ‘풍경이 좋다’ 다큐 속 귀신의 모습 분석]“제가 전문가가 아니니 합성이니 뭐니 말할 수는 없는데요. 신령님께서 이 사진을 보시고 무척 속상해 하시네요. 죽은 것들이 왜 이렇게 나오냐고요. 이건 죽어서도 편하지 못한 거라고, 불쌍하다~ 불쌍하다~ 하시네요.”
[풍경이 좋다? 귀신이 좋다? 제작진의 조작인가, 실제 귀신인가.] [공포- 폐 사당에 찍힌 양반 귀신].
.
.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들도 대부분 1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심지어 네임드 너튜버들이 제작한 영상은 순식간에 100만 조회 수를 넘기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핸드사이드] 내 게시물들도 수십 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자칭 괴담, 공포, 심령현상 전문가들이라고 자부하는 [내셔널 호러 그래피]의 유저들도 집중적으로 분석 글을 올려댔다.
그 파급력은 단연 ‘태영읍’ 편이 방영되었을 때보다 컸다.
덕분에 출근할 때든, 업무를 볼 때든, RBS 직원들 모두 승현을 볼 때마다 귀신에 대해 물어댔다.
하지만 승현은 전문적으로 답변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곳에 카메라를 들이댔을 뿐이고, 귀신이 찍혔을 따름이었다.
* * *
승현과 태정은 바로 다음 촬영지를 조사했다.
태정은 여행 블로거들과 인플로언서들의 사진들을 보며 서칭을 했고, 승현은 예전 [괴담이즘]을 촬영할 때 제보받았던 자료들을 다시 정리해 보았다.
그걸 본 태정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선배. 당분간은 귀신 촬영하지 않는 게 낫지 않아요?”
“어? 왜?”
“아니, 당장 연달아 두 번이나 귀신이 촬영되는 게 맞냐는 여론이 대다수인데요. 계속하면 더 의심만 사는 거 아니에요?”
“그걸 생각해야지.”
승현이 태정 쪽으로 슥 몸을 돌리며 무게감 있게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대중들은 금방 열광했다 금방 잊어. 계속 뭐라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냥 대응하지 않으면 알아서 흘러 지나갈 거야.”
“아니, 그래도-”
“우리가 직접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는 비밀만 지켜지면 아무 문제 없어. 오케이?”
“음.”
“걱정하지 마, 인마. 어찌 되었든 재밌고 흥미로운 귀신만 계속 포착해 내면 사람들은 재미있어할 거야.”
승현의 말에 태정은 볼을 긁적였다.
일단 무조건 강행군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아이. 찝찝한데.”
태정은 입을 씰룩였다.
“그래서 다음 촬영지 후보는 어디에요?”
그가 이어 물었다.
승현은 잠시 고민하며 예전 [괴담이즘] 때 받았던 제보 폴더를 다시 들어갔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몇 년 전, [괴담이즘]을 할 때 지하 주차장에서 마주쳤던 노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