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60)
제60화
“여긴 관리실이네요.”
첫 번째 방 앞에서 이지혜 교수가 말했다.
명패에 있는 일본어를 보고 해석한 것이었다.
그 관리실 옆으로 복도를 따라 고시원 같은 방들이 이어져 있었다.
승현은 관리실을 둘러본 후 다음 방에 들어가며 멘트를 했다.
멘트가 나오는 동안 태정은 방 구석구석을 촬영했다.
“시설이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원들이 이런 방에서 지내며 연구를 했던 모양인데요. 그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일본식 우산과 책상 위에 정돈되어 꽂혀 있는 여러 책들.
벽에 붙어 있는 인체 해부도와 각종 화학 도식들.
의미를 알 수 없는 영단어들과 일본어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침대.
깨진 유리창과 지저분하게 쌓인 먼지.
그리고 곳곳에 피어난 곰팡이.
마치 기록을 하듯 태정은 면밀하게 담아냈다.
다른 방들도 풍경은 비슷했다.
정리 정돈이나 청소 상태를 점검하는 사감이라도 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복도 맨 끝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이 있었다.
승현 일행은 조심스럽게 놀이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 당시 일본 아이들이 가지고 놀았던 가부키 인형과 공. 공깃돌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괜스레 더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어린아이’라는 키워드와 ‘귀신’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졌을 때 다가오는 심리적 공포였다.
“아.”
머리가 없는 여자아이 형태의 일본 전통 인형이 구석 선반에 올려 있었다.
승현은 발견하자마자 숨을 멈췄고, 태정은 그 인형을 클로즈업했다.
핸드헬드로 촬영되고 있다 보니 다소 흔들렸지만 그것이 더 현장감을 심어주었다.
주륵-
그 순간, 전통인형의 목 부분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선배. 선배. 선배.”
태정이 다급하게 외치자 승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인형에게 다가갔다.
툭-
한 걸음 다가가자 인형이 저 혼자 툭 떨어져 버렸다.
그런 사소한 현상에도 일행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땡그랑-
동시에 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또 한 번 들렸다.
“꺅!”
이런 상황이 처음인 이지혜 교수가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동시에 승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문 앞에는 얼굴이 시커먼 여자 아이가 기모노를 입은 채 우두커니 서있었다.
다들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한 채 눈을 껌뻑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이어 귀를 찢을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아이가 태정에게 확 달려들었다.
“으악!”
태정이 뒤로 넘어졌고, 일행들도 놀라 몸을 움츠렸다.
그렇게 차가운 공기가 강하게 한 번 휘몰아친 후, 몸을 움츠렸던 일행들이 주변을 보았다.
여자아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태정도 놀란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카메라를 챙겼다.
“바, 바, 방금 뭐였죠?”
“X발. 미치겠네.”
화영과 필립이 중얼거렸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공포였다.
“여기서 스톱해야 할까요?”
필립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화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여기까지 왔는데 계속 나가야죠.”
그녀는 승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정아. 괜찮냐.”
승현은 대답대신 태정의 상태를 살폈다.
“괘, 괜찮아요.”
태정이 일어나 바지의 먼지를 털며 대답했다.
“교수님은요?”
이어 이지혜 교수에게 물었다.
그녀는 아직 진정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화영아. 교수님 잘 챙겨드려.”
승현의 말에 화영이 이지혜 교수를 부축해 주었다.
그녀는 괜찮다는 손짓을 하며 심호흡을 했다.
“일단 촬영은 계속합시다.”
승현이 비장하게 말한 후 놀이방 밖으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여기 있는 귀신들이요. 지금까지 상황 보면 우리한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진 않는 거죠?”
놀이방을 나오며, 필립이 수연에게 물었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목적이 더 강해 보입니다. 그 외에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수연이 대답했다.
꾸르르르르릉-
그때 먼 곳에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번쩍-
이어 모든 창문이 번쩍이더니 더욱 크고 강렬한 천둥이 쳤다.
콰과과광-
쿠르르르릉!!
동시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놀이방을 나가려던 일행은 걸음을 멈추고 창문을 보았다.
깨진 창문 너머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젠장. 예보에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태정은 가방에서 방수포를 꺼내 카메라에 씌었다.
언제 어느 순간에 빗물을 맞게 될지 모르니 미리 씌워놓고 촬영을 이어가려는 계산이었다.
반면 필립은 자신의 카메라 가방에 카메라를 잠시 넣어 두었다.
필요할 때마다 바로 꺼내 촬영할 수 있게 세팅한 것이었다.
쿠구구구궁-
쏴아아아아-
창밖을 가만히 보던 태정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 폭우면 배도 못 뜨겠어요. 텐트는 괜찮을라나.”
그 말인즉슨 상황이 심각해져서 위성전화기로 배를 호출한다 하더라도 당장 이곳으로 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촬영을 계속할 수밖에 없겠네요.”
엄밀히 따지면 꼼짝없이 이 섬에 갇힌 셈이었다.
“이동합시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많이 촬영을 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쿠르르릉-
천둥번개가 굉장히 요란하게 쳤다.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창문으로 몰아치는 비바람이 매서웠다.
더욱 섬뜩한 것은, 천둥번개가 칠 때 새하얗게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찰나의 순간 한 번씩 보이는 정체 모를 실루엣들이었다.
쿠구구구궁-
승현 일행은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복귀 D-2. 오후 5시.
승현 일행은 A동 건물의 2층과 3층의 수색도 쉬지 않고 진행했다.
2층의 경우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방들이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기에 크게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방에서는 책이 아니라 탄환 상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군인들도 이 건물에서 같이 머물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화장실과 샤워실 부엌도 복도에 따로 마련이 되어 있어 공중화장실처럼 이용해야 했다.
하지만 3층은 달랐다.
그곳에는 부부, 혹은 가족단위 연구원을 위해 구성해 두었는지 방의 크기가 큰 편이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 및 세면 시설, 부엌이 각 방에 따로 포함이 되어 있었다.
승현 일행은 그 방들을 보면서 제복, 혹은 정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소 내에서도 꽤 권력이 있었던 사람들이 가족을 데려와 함께 지낼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곳은 고시원 같았던 2층 방들보다 훨씬 가정집 같았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곳곳에 보였고 여러 옷장에 여러 일상복들이 걸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벽이나 책상에 놓인 사진들도 가족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거.”
사진을 보던 승현이 탁상액자를 들어 가리켰다.
그러자 태정이 다가가 액자를 클로즈업했다.
일본 전통가옥 앞에서 찍은 듣한 가족사진이었다.
근대 정장을 입은 남자와 기모노를 입은 여자.
그리고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넷 모두 눈 부위가 투박하게 지워져 있었다.
펜으로 강하게 힘을 줘 북북 긁은 느낌이었다.
“꽤 높은 사람이었나 봐요.”
화영은 벽에 걸린 액자도 가리켰다.
그곳에는 여러 장의 상장과 함께 검은 제복을 입은 동양인이 서있는 전신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군복이라기보다는 왕실 관계자의 제복 같은 느낌이었다.
“연구 소장 쯤 되나.”
필립도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네. 그 당시 군 고위 관계자 같은 느낌이네요.”
이지혜 교수가 거들었다.
그때, 특이한 것을 하나 더 발견했다.
제복을 입은 전신 초상화의 눈 부위도 칼로 짓이긴 듯이 찢겨져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어지간히 미웠나보네요.”
화영이 덧붙였다.
“이곳은 좀 어떤 것 같아요?”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すぐにここから出なければなりません。”
그러자 수연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가운 표정을 한 채로 일본어를 읊조렸다.
승현은 그가 빙의되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 태정에게 손짓을 했다.
수연을 촬영하라는 의미였다.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데요?”
이지혜 교수가 바로 통역을 해주었다.
수연은 갑자기 다급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능숙하게 책상 서랍과 찬장을 마구 뒤졌다.
실제 이곳에서 지냈던 사람이 물건을 찾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드르륵- 드르륵-
우수수수수
이내 그녀는 서랍을 통째로 뽑아 뒤집었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카메라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빠르게 클로즈업 한 뒤 다시 수연을 담았다.
다른 일행들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았다.
또 뭔가를 찾아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쿠구구구궁-
그때 천둥번개가 치며 창밖이 번쩍였다.
수연은 개의치 않고 찬장을 뒤지다 침대 위에서 무언가를 확 집어 들었다.
일본의 14식 남부 권총이었다.
“아, 안 돼!”
승현이 바로 수연에게 달려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딸깍
수연이 방아쇠를 당기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쩌면 당연하게도 탄환은 없었다.
덥석-
달려간 승현이 재빨리 권총을 뺏어 들었다.
카메라는 곧장 권총을 클로즈업 했다.
상태를 확인하니 탄환이 없는 것은 물론 잔뜩 녹이 슬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어 보였다.
수연이 다치지 않은 건 다행이었지만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연 씨. 정신 차리세요.”
승현이 말했다.
하지만 수연은 권총을 쥔 자세로 방구석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ここで脱出できないなら全部死ななければならない。”
그녀는 일본어를 읊조리며 연신 총을 쏘는 손짓을 했다.
굉장히 유창한 말투에 일행 모두가 놀랐다.
확실히 지금도 다른 영혼에 빙의 된 상태임이 분명했다.
“여기서 탈출하지 못할 거면 다 죽는 게 낫답니다.”
이지혜 교수가 또 한 번 통역을 해 주었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카메라를 보았다.
태정은 수연이 방아쇠 당기는 시늉을 하는 방향으로 카메라 앵글을 돌렸다.
옷장이었다.
승현이 카메라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옷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곳에 뭔가 있다는 의미라고 이해를 한 것이었다.
스윽-
승현이 옷장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소리가 오디오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현장 영상만으로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후우-”
승현은 심호흡을 크게 한 후 옷장 문을 열었다.
콰과과광-
천둥번개와 함께 방 전체가 번쩍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