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61)
제61화
옷장을 활짝 열자 카메라와 승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백골들이었다.
남자 아이의 옷을 입은 해골과 작은 기모노를 입은 해골.
그리고 성인용 기모노를 입은 해골.
총 세 구였다.
“헉!”
일행 모두 놀라 뒤로 주춤거렸다.
수연은 여전히 옷장을 향해 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해골의 머리에는 총에 맞은 듯한 구멍이 나있었다.
수연에게 빙의된 귀신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가 이 가족들을 학살한 모양이었다.
순간 승현은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책상을 보았다.
그리고는 방금 엎은 서랍의 내용물을 뒤져보았다.
혹시나 하도 뒤져본 잡동사니 중에는 통행증도 들어 있었다.
연구소를 드나들 수 있는 오래된 통행증이었다.
사진과 함께 이름과 직급이 적혀 있었다.
[研究所長]“연구소장이네요.”
이지혜 교수가 통행증을 보고 말했다.
승현은 통행증을 든 채로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수연이 권총을 주워들었던 침대 위에는 이불이 지저분하게 쌓여 있었다.
쿠구구궁-
또 다시 천둥번개가 쳤다.
동시에 방 전체가 번쩍였다.
‘악취.’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로 다가가 보았다.
침대보에는 검은 무언가가 잔뜩 묻어 있었다.
그 형태로 봐서 오래된 핏자국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승현은 천천히 다가가 이불을 걷어냈다.
쿠구구구궁-
또 한 번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쳤다.
동시에 일행의 손전등 불빛이 모두 침대 위를 비췄다.
그 위에는 또 다른 백골이 있었다.
이불 속에 파묻혀 있던 것이었다.
제복을 입은 채 관자놀이에 총구가 나있는 모습.
수연의 몸짓대로 침대 위에 앉아 자살을 한 모양이었다.
“우리가 정식 수사관은 아니지만 무속인 수연 씨가 보여준 행동과 현장의 시신들을 토대로 추정을 해보건대, 이 시설의 소장이 자신의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승현이 가슴을 움켜쥐며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그때 불쑥 수연이 승현 앞으로 와 일본어로 계속 무어라 말을 했다.
“私は今ここを去らなければならないと言ったでしょう。 早く本国に船を頼む。 救助要請をしなさい。(내가 지금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잖아. 빨리 본국에 배를 요청해. 구조 요청을 하라고.)”
그 목소리도 남자 목소리와 기괴하게 섞인 것이 굉장히 기이했다.
“잠시 지, 진정하시고.”
승현은 수연의 팔을 붙잡으며 태정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쿠구궁-
천둥번개가 더욱 거세게 쳤다.
필립은 창밖을 슬쩍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가 너무 많이 와요. 야영은 못 하겠는걸요.”
살면서 몇 번 보지 못할 수준의 폭우였다.
승현은 창밖 하늘을 보았다.
먹구름이 엄청나게 짙게 드리워진 것이 금세 어두워질 기세였다.
“일단 선착장으로 돌아갑시다. B동과 C동은 내일 날이 밝으면 둘러보도록 하죠.”
승현의 말에 일행 모두 철수 준비를 했다.
그 사이 승현은 빙의 되어 있는 수연을 부축했다.
* * *
복귀 D-2. 오후 6시.
구르르릉- 쿠구구궁-
쏴아아아아아-
폭우도 폭우지만 바람도 장난이 아니었다.
지독한 태풍 수준의 비바람에 승현 일행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덕분에 머리와 옷이 쫄딱 젖어 버리고 말았다.
일행은 각자 자기가 들고 있는 장비가 젖지 않도록 감싸며 벽돌길을 달려 내려왔다.
그 사이에도 태정은 이런 일행들의 뒷모습을 모두 담았다.
쏴아아아아아-
강력한 빗소리에 오디오가 물릴 지경이었다.
“어어- X발!”
필립이 선착장을 보며 소리쳤다.
거대한 파도에 선착장 일부가 파괴되어 있었다.
“텐트 떠내려간 거 아니야?”
승현이 소리치자 화영이 서둘러 선착장으로 달려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구석에 두었던 텐트 가방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와. 없어졌어요.”
화영이 팔로 X자를 그리며 소리쳤다.
“위험해요! 해변에서 나와요!”
승현이 소리쳤다.
촤아아아악-
강한 파도가 선착장을 한 번 더 때렸다.
그러자 사람 키보다도 높은 물살이 뿜어 올라왔다.
화영은 상체를 숙이고 다시 일행에게 달려왔다.
“아무래도 야영은 안 되겠네. 건물로 돌아가야겠어요!”
승현이 소리쳤다.
“시신이 있던 건물에서는 못 잡니다!”
그때 수연이 제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리쳤다.
일행 모두 비에 홀딱 젖어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특히 수연은 얼굴까지 하얗게 질려있는 것이 어디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그럼 B동으로 가봅시다. B동!”
승현은 멀리 보이는 B동 건물을 가리켰다.
*
B동 건물의 외관도 A동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1층 중앙현관 쪽 입구 풍경도 굉장히 흡사했다.
다만 건물의 규모 자체는 훨씬 작은 편에 속했다.
승현 일행은 B동 1층 현관 아래에서 빗물을 대충 털어내며 서로를 챙겼다.
“여기가 행정동이랬죠?”
필립의 질문에 이지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텐트를 치고 왔어야 했나 봐요.”
태정은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며 말했다.
“그랬으면 텐트가 떠내려갔을 거예요. 저 텐트 가방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 해도 야영은 불가능한 상황이고요.”
필립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를 올려보며 말했다.
“회사 비품인데. CP님한테 욕 오지게 먹게 생겼네.”
태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쨌든 여기서 하루를 보내야 할 판이네요. 빠르게 수색을 좀 하고 쉴 수 있는 곳을 찾아보죠.”
승현이 말했다.
태정과 필립, 화영은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다시 촬영 준비에 들어갔다.
수연 역시도 이곳에서 이상한 게 느껴지는지 천장과 벽을 살피며 1층 로비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사무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든 방에 책상과 서류들이 널려 있었다.
일부 방에서는 군용 물품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기도 했다.
군 행정도 이쪽에서 관할을 했던 모양이었다.
승현은 사무실들을 돌아다니면서 서류들을 확인해 보았다.
모두 일본어와 한자로 되어 있어 이지혜 교수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비품 대장. 훈련 일정. 병력 통제 현황. 뭐, 통상적인 서류들이에요.”
이지혜 교수는 특별할 게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대략적으로 건물을 둘러보고 나자 시간은 오후 8시에 다다르고 있었다.
여전히 빗방울은 내리고 있는 상황.
폭풍은 조금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승현은 언제든 도망갈 수 있게 1층 로비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 했다.
“화장실을 갈 때도 절대 혼자 가지는 않도록 합시다.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피곤하더라도 교대로 불침번을 섭시다.”
승현은 일행들이 앉아 있는 로비 가운데에 서서 말했다.
“좋아요. 한 명이 불침번을 서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할 겁니다. 내일 많이 피곤하겠지만.”
필립은 로비 가운데에 고체 연료를 두고 불을 지피며 말했다.
아무래도 불침번 서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화르르륵
불길이 오르자 로비가 환하게 밝아졌다.
덕분에 손전등 불빛으로는 보이지 않던 내부 풍경이 조금 더 확실하게 드러났다.
먼지와 거미줄과 곰팡이들이 가득한 공간.
A동에서처럼 사진이 걸려 있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투박하기 그지없는 시멘트 건물일 뿐이었다.
“먼저 여성분들이 첫 타임 근무를 서시고 그 다음 저랑 태정이가 서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임은 다시 저랑 필립 씨가 하죠. 지금부터 세 시간씩 근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승현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즉, 밤 9시부터 내일 새벽 6시까지인 셈이었다.
“PD님 혼자 두 타임 뛰시게요?”
필립이 물었다.
“제가 책임자잖아요.”
승현은 손을 휘저으며 대답했다.
“오올. 선배 멋있는데요?”
태정이 능글맞게 웃어 보였다.
“그만큼 구성원들이 더 중요하니까 하는 말이야. 다들 간단히 정리하고 쉽시다. 먹을 것도 좀 먹고.”
승현이 말하자 태정과 필립이 배낭에서 이것저것 주전부리와 삼각김밥을 꺼냈다.
* * *
복귀 D-1. 오전 0시.
승현과 태정이 일어나 불침번 근무를 시작하자 수연과 화영, 이지혜 교수는 잠에 들었다.
승현은 태정과 함께 지금까지 촬영한 영상들을 하나씩 확인해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6시간 근무는 충분히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X발.”
영상을 보던 승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섬에 내려서 사진을 찍은 이후부터 담긴 모든 영상에 귀신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얼굴이 검은 사람 형태의 무언가가 어느 한구석이든 앵글에 무조건 잡혀 있었다.
수풀이 울창한 곳을 찍을 땐 풀잎 사이에서, 건물을 촬영할 땐 창문에서.
언뜻 보면 보이지 않을 귀신들이었지만 순간 포착 능력이 있는 승현은 이 모든 걸 모두 다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귀신들은 프레임에 상관없이 모두 그 자리에 서서 승현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승현 일행의 단체사진에 포착된 그 귀신들처럼.
“이렇게 담기기는 처음이네요. 정말.”
태정도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촬영할 때 본 거 없는 거지?”
“네. 촬영할 땐 저런 거 안 보였어요.”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카메라에는 모두 담긴 것이었다.
이 상태라면 필립이 찍은 사진에서도 꽤 많은 것이 포착될 판이었다.
“이거. 살릴 수 있는 장면들이 너무 많은데?”
“잘하면 3주 분량도 나오겠어요.”
“그 정도면 너무 끄는 거긴 한데.”
승현과 태정은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편집을 해 나갈지 콘티를 짜나갔다.
그때였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태정은 인기척을 느끼고 옆을 보았다.
모닥불 불길이 닿지 않는 계단 쪽에 정체모를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
태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카메라를 들어 그쪽을 찍었다.
“왜? 뭐가 있어?”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둘은 천천히 일어나 계단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혹시나 야생동물이 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승현은 구석에 있던 각목을 잡아들고는 손전등으로 계단을 비춰보았다.
사삭
고개를 내밀고 있던 무언가 쏙 사라지는 것이 포착됐다.
“가, 가봐야 하나요?”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잠을 자고 있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지금 이들을 두고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승현 혼자 가볼 수도 없었다.
자칫하면 승현 자신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 되겠다. 필립 씨를 먼저 깨우자. 어쩔 수 없다.”
승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정은 자고 있는 필립에게 다가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