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63)
제63화
“아. 선배.”
태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바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손에 들고 있던 것을 건넸다.
커다란 열쇠 뭉치였다.
“너 여기서 뭐 하냐?”
“네? 뭐가요? 선배가 여기서 이 열쇠 찾아 보라며요.”
“무슨 헛소리야.”
“네? 이거 찾고 여기서 기다리라며요. 시키는 대로 한 건데요?”
태정이 대답했다.
오랫동안 봐온 태정의 표정으로 봐선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렇게 쪼그려 앉아 있는 것 역시도 상식적이지 않았다.
“아니, 너, 아니.”
“왜 그러세요?”
태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어디서 그런 지시를 했는데?”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태정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눈알을 굴리다 고개를 갸웃했다.
“어? 내가 그 얘기를 어디서 들었더라?”
확실히 태정도 뭔가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승현은 태정이 건네준 열쇠를 들어 보았다.
열쇠고리에는 나무 명패가 걸려 있었다.
[研究室]연구실 열쇠였다.
아무래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코쇼 연구소 본관의 열쇠인 모양이었다.
이걸로 승현은 한 가지를 가정할 수 있었다.
만약 승현과 필립을 ‘명단’으로 안내한 것이 귀신들이라면.
그리고 태정이 이 열쇠를 찾을 수 있게 안내한 것이 귀신들이라면.
이들은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 소문도 있었죠. 거기서 실험 당하다 죽은 귀신들이 섬에서 나오고 싶어서 손짓하는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래서 꺼림칙해서 잘 안 가. 그 근처로.”
동시에 선장이 했던 이야기도 떠올랐다.
어쩌면 실험을 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눈에 보이고 촬영되는 귀신들의 모습은 ‘에이덴 평야’에서 보았던 악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정체와 연구소 본관 열쇠를 넘긴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승현의 예상처럼 자신들을 발견해 달라는 호소일 수도 있었지만 어쩌면 산 사람을 유인하는 ‘수살귀’ 같은 행동일 수도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승현이 태정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귀신의 목적이 뭐가 되었든, 정신을 놓는 순간 모든 것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 * *
복귀 D-1. 오전 5시.
결국 승현과 필립, 태정, 수연, 화영, 이지혜 교수 모두 꼴딱 밤을 새고 말았다.
비가 오고 있는 하늘은 새벽 태양빛이 조금씩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어제에 비하면 비도, 바람도 조금 잦아든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하늘에 구름은 가득했고 빗방울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승현 일행은 미류도에 안착한 이후 지금까지 촬영된 부분을 간략히 편집하고 내레이션을 추가해 대략적인 틀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지혜 교수는 촬영해 온 서류들을 보면서 무슨 내용인지 나름 정리를 하며 수시로 인터뷰 촬영을 해두었다.
이것만으로도 거의 너튜브 영상 정도의 퀄리티로 정리가 된 것이었다.
방송국으로 복귀한다면, CG와 다양한 편집 소스, 에펙 효과들을 중간중간 삽입해 TV 방송 프로그램 퀄리티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되었다.
물론 편집 작업 중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부분이 그것이지만.
“저 담배 한 대만 피고 올게요.”
태정이 일어나 현관 밖으로 나가려 했다.
“혼자 나가지 마라.”
승현이 한 마디 쏘아붙이자 필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따라 나가겠습니다. 여기 유리 현관문 앞에까지만 갈게요. 눈에 보이게.”
필립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이 유리 현관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승현이 볼멘소리를 했다.
“쟤는 어제 그 난리를 치고도 담배가 당기나 봐.”
승현이 중얼거리자 화영이 태정의 뒷모습을 슬쩍 보았다.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자리 지키고 있으라니까 갑자기 사라졌다가 여기 1층 끝 방에서 발견 됐지. 열쇠뭉치를 들고. 내가 불렀다는데 나는 그런 적 없고.”
승현이 대답했다.
“귀신에 홀렸던 거네요.”
수연이 끼어들어 말했다.
그러자 화영은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움츠렸다.
“제 추측으로는 여기 있는 귀신들이 우리한테 뭔가를 알려주는 것 같은데, 맞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본관인 연구소 열쇠만을 발견하게 유인했다면 함정일 수 있었다.
하지만 승현이 발견했던 피실험자들의 명단 위치까지 알려줬다는 건,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토로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화영이 닭살이 오른 제 팔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여기 정리하고 훈련장과 C동을 오전 중에 들른 다음, 본관 연구실로 가지. 빨리 촬영이 끝나고 날씨도 개면 빨리 배를 부르도록 하고. 여기 오래 있고 싶진 않으니.”
승현이 화영을 보고 대답했다.
“좋아요.”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합시다.”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
복귀 D-1. 오전 6시.
장소를 대략 정리한 후 요기까지 마친 일행은 B동 건물을 나와 바로 이동했다.
태정은 뒤에서 우의를 걸친 채 이동하는 일행을 담아냈다.
그렇게 몇 걸음 옮기자 계단이 나왔고, 그 위로 올라가자 연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무인도에 있는 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한 개 소대 병력이 한데 모여 집결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소름 끼치는 것은, 그곳에는 풀이 단 한 올도 자라지 않은 흙무덤이 불규칙하게 잔뜩 놓여있다는 점이었다.
주변이 울창한 정글처럼 넝쿨과 잡초, 나무로 가득한 데 반해 연병장의 흙무덤은 내리고 있는 비 때문에 진흙더미처럼 보였다.
“이거, 다 진짜 무덤인가요?”
필립이 사진을 찍고 물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요.”
승현이 대답했다.
태정은 무덤을 클로즈업해 촬영했다.
묘비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무덤들에서 강한 한기가 느껴졌다.
한구석에는 무덤을 대충 만들고 던져 놓은 듯한 삽도 있었다.
심지어 구덩이만 파놓은 곳도 포착되었다.
승현이 구덩이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을 만한 공간이었다.
“여기에 사람을 단체로 묻은 모양인데요.”
화영이 연병장을 보며 말했다.
“후우.”
승현은 수십 기나 되어 보이는 흙무덤들 앞에 서서 주변을 보았다.
연병장 너머로 커다란 본관 연구소 건물이 보였고, 옆에는 취사장으로 쓰인 C동 건물이 보였다.
승현은 태정의 카메라를 보며 C동 건물을 가리켰다.
카메라는 그런 그와 다른 일행의 뒷모습을 쫓아가다 무덤 쪽으로 앵글을 한 번 더 돌렸다.
순간, 카메라에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주황색 점프슈트를 입고 검은 얼굴을 한 수십 명의 귀신이 각자 흙무덤 옆에 서서 본관 연구소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었다.
카메라는 이들을 클로즈업 했다.
“냄새가 지독하네.”
그때 승현이 말했다.
태정은 승현을 한 번 촬영한 뒤 다시 무덤 쪽으로 앵글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귀신이 잡히지 않았다.
츠즈즈즈즈즈즈- 즈즈즈- 즈즈즈즈-
카메라 LCD화면이 깜빡이며 이상한 잡음이 녹음되었다.
태정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촬영을 이어갔다.
승현이 말한 냄새가 뭔지는 몰라도 태정은 전혀 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승현도 이곳에 있는 귀신을 감지했다는 의미였다.
“선배. 이거 좀 보세요.”
태정은 방금 녹화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승현을 불러세웠다.
일행은 삼삼오오 모여 방금 녹화 된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 정도면 대놓고 우릴 쫓아오고 있는 것 같은데.”
필립이 중얼거렸다.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예요. 보여주고 싶은 거나.”
수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았다.
승현은 코끝을 찌르는 알코올 냄새에 코를 슥슥 문대고는 움직이자는 손짓을 했다.
쿵-
끼이이이잉-
C동의 정문 현관은 A, B동과 달랐다.
커다란 체육관처럼 높은 지붕을 가진 1층짜리 단층 건물이었다.
쇠로 된 문을 열자 육중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안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식탁과 의자들.
끝에는 배식을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테이블들과 주방이 보였다.
커다란 공간이라 그런지 문을 열 때부터 메아리가 굉장히 을씨년스레 울렸다.
“오우.”
승현이 손전등으로 내부를 슥 비춰 보았다.
가지런히 정돈이 되어 있는 의자들과 각 잡혀 놓인 식탁들이 꽤나 으리으리했다.
그리고 벽에 걸려 있는 일본어 현수막과 당시 일본 국기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현수막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바란다는 뭐, 그런 선동 문구가 적혀 있네요.”
이지혜 교수가 현수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시 일본 군인들이 있었던 만큼 사상주입을 위한 프로파간다 현수막인 모양이었다.
승현은 일행을 한 번 돌아본 후 식탁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뭔가 행정 서류도, 사진도 없는 이런 식당이라면 이곳에서의 수색을 길게 할 필요는 없었다.
“주방까지만 찍고 나갑시다.”
승현이 일행을 한 번 본 후 말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저벅- 저벅- 저벅-
걸음을 뗄 때마다 발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렇게 배식 테이블을 지나 주방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다.
주방 역시도 무척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각종 식기들이 크기와 종류에 맞춰 깔끔하게 분류된 상태였다.
“이곳에는 뭐가 없네요.”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식당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승현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들어올 때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식탁과 의자들이 마구 쓰러지고 엎어져 무척 지저분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벽과 바닥, 천장, 기둥에 피가 튀어있는 것은 물론, 찢긴 옷자락들도 눈에 띄었다.
승현이 돌아본 채 얼어있자 다른 일행과 태정의 카메라도 뒤쪽을 촬영했다.
그리고 보인 것은 이들 역시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방금 아무 소리도 못 들-”
승현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다시 주방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정리 되어 있던 주방은 온데간데없었고, 서로 뒤엉켜 있는 해골과 핏자국, 마구 어질러져 있는 각종 주방 도구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이 역시 아무 소리 없이 잠시 시선을 돌렸다 두었더니 바뀌어 있는 풍경이었다.
“이, 이, 이게.”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던 모든 것이 어질러져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처음 주방에 들어갔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해골들도 보였다.
“이, 이게 대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