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64)
제64화
쿵-
식당 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승현 일행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얼굴이 시커먼 사람이 승현 일행을 향해 확 달려들었다.
어디 있다가 나타난 것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기괴한 귀신이 카메라를 향해 달려드니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나가요!”
승현의 외침과 함께 일행 모두 허겁지겁 출구를 향해 달렸다.
카메라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일행의 발소리가 요란하게 담겼다.
타박 타박 타박
상황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다시 식당 밖으로 나온 승현은 C동 철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콰아아앙-
그러자 바람에 문이 닫히는 것처럼, 철문이 세게 닫혀 버렸다.
“방금 무슨 상황이었던 거죠?”
“맙소사.”
화영과 필립이 한 마디씩 던졌다.
그러자 수연은 닫힌 철문을 보며 말했다.
“저들의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우리가 그곳에서 나가기를 바란 것 같아요. 만약 우리를 해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면 우리가 나가기 전에 저 문을 닫았겠죠.”
그녀의 말을 듣자 승현은 저 안에 갇히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의구심이 들었다.
A동 건물을 수색할 때 들어갔던 수많은 침실들이 떠올랐다.
연구소장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을 제외하고 다른 곳은 모두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그곳도 지금과 같은 상황 아닐까.
들어갈 때는 무척 깨끗했지만 갑자기 더러워져 보였던.
마치 일행 모두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느낀 바로 이 현상.
승현은 태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태정아. 방금 녹화된 화면 좀 보자.”
승현의 말에 태정이 녹화를 중단하고 C동 진입 장면을 돌려주었다.
그러자, 애초, 처음 들어갈 때부터 무척 어지러운 식당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한 마디로 카메라는 지저분하고 어질러져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찍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승현 일행의 눈으로만 깔끔하게 정돈되어 보였던 것뿐이었다.
“어제 찍은 A동 촬영 영상도 보자.”
승현이 다급하게 물었다.
태정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시 A동 촬영 영상을 틀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A동 촬영 영상을 확인해보니 모든 객실이 지저분하게 어질러져 있었다.
책장과 책상, 침실, 옷장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던 바로 그 풍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A동 촬영 영상의 경우에는 어제 밤새도록 간이 편집을 하며 컷을 나눠놓은 영상들이었다.
그리고 그때에도 정돈 되어 있는 그 방 안의 풍경을 그대로 확인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장면을 똑같이 확인해 보는데 모두 어질러져 있었다.
모두가 확실히 무언가에 홀린 상태라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태정이 승현과 필립을 보며 물었다.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
보통 육안으로 귀신이 보일 때 카메라에는 안 담기거나, 카메라에 담긴 귀신이 육안으로 안 보이거나, 아니면 두 상황 모두 귀신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이러했다.
하지만 분명 육안으로 A동을 돌아볼 때, 깨끗이 정리된 건물 내부가 보였고 촬영할 때도 그렇게 확인이 되었다.
심지어 촬영한 결과물을 편집했을 때도 정리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하루가 지난 지금.
식당에서의 기현상을 촬영하고 나서 A동 촬영 영상을 보니 모든 것이 어질러져 있었다.
영상 속에서 일행은 그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방을 돌아다니며 깨끗하게 정리 되어 있다는 멘트를 치고 있는 것이었다.
승현은 녹화 중인 다른 서브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제작진이 A동에 들어갔을 때에는 무척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던 방들이 다시 녹화 영상을 확인해 봤을 때에는 어질러져 있습니다. 우리는 뭔가에 홀린 듯이 지저분한 방을 깨끗하게 인식을 하며 A동을 수색했던 겁니다. 심지어 녹화 영상을 보면서도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정말 우리 모두 귀신에 홀린 것일까요?”
이어 수연의 인터뷰도 곧장 진행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영가에 의한 초자연현상도 어찌 되었던 실물로 확인이 되는 부분인데, 저를 비롯해 모두 직접 보았던 방 풍경이 이렇게 변해 있다는 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필립도 카메라를 보며 한 마디 했다.
“지금까지 많은 심령사진을 찍어봤고, 또 나름 많은 심령현상을 겪어봤지만 이런 케이스는 처음입니다. 제가 찍은 A동 방 내부 사진 역시도 촬영 당시에는 정돈되어 있었고 제가 바로 확인했을 때도 그러했지만 추후에 다시 확인했을 땐 무척 어질러져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이미지센서까지도 홀려 버린 셈이죠.”
일행 모두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조금씩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지혜 교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촬영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럼 남은 건 이제 저 연구소뿐인가요?”
화영이 연병장 너머에 보이는 커다란 연구소 건물을 가리켰다.
그녀 역시도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승현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보았다.
날이 조금씩 개고 있었다.
밤새 내리던 빗방울이 점점 옅어지며 구름 사이로 태양이 보이기 시작했다.
승현은 날씨를 확인하고는 연구소 건물로 몸을 돌렸다.
“이동하죠.”
승현은 태정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걸음을 옮겼다.
*
연구소는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건물보다도 지저분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건물을 뒤덮은 넝쿨은 모두 죽어 흉측하게 변해 있었고, 그 안쪽 외벽에는 곰팡이가 가득했다.
심지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창문이 깨져 있는 것도 모자라 창틀 자체가 뽑혀 건물 주변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건물 현관 안 쪽에는 책상들이 나와 바리게이트처럼 방벽이 쌓여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커다란 소동이 있었던 것 같았다.
태정은 이 모습을 현장감 있게 담았다.
“앞으로는 뭘 보든, 뭘 촬영하든 그대로 믿으면 안 되겠어요.”
승현이 말했다.
“일단 무조건 찍고 나중에 꼼꼼히 다시 확인해야죠.”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가 봅시다.”
승현이 비장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그때, 수연이 입구에서 걸음을 멈칫했다.
“왜요?”
화영이 물었다.
앞서 걷던 승현도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촬영 중인 카메라도 수연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무언가 느낀 듯 천장과 벽을 천천히 슥 둘러보았다.
“뭐가 느껴지시나요?”
승현이 묻자 수연은 입을 꾹 다문 채로 배낭을 열었다.
그리고는 작은 막대에 제법 큰 방울들이 달린 무구를 꺼내 들었다.
태정은 카메라로 수연에게 포커스를 잡았다.
동시에 계속 느껴지던 알코올 냄새가 묘하게 비릿한 지린내로 바뀌었다.
흑- 흐흐흑- 흑- 흣- 흐흐흐흑-
흑- 흐흐흑- 흑- 흣- 흐흐흐흑-
흑- 흐흐흑- 흑- 흣- 흐흐흐흑-
이어 귀에서는 아주 작게, 많은 사람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이 연구동이 이번 촬영의 클라이맥스라는 생각이 확 몰아쳤다.
딸랑 딸랑 딸랑-
수연은 눈을 감고 주위를 서성이며 방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연구소 건물 복도를 타고 곳곳에 퍼져 나갔다.
이어 그녀는 쌀을 한 줌 꺼내 바닥에 촤악- 뿌렸다.
카메라는 바닥에 흩뿌려지는 쌀알을 클로즈업 한 뒤 다시 수연을 비췄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수연의 방울소리는 점점 더 빠르고 격렬해졌다.
태정은 그런 그녀와 승현을 번갈아 촬영했다.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뚝-
그러다 수연이 소리를 멈췄다.
카메라는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 했다.
“지하. 지하에 커다란 사무실. 큰 공간. 거기요.”
그녀는 무언가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내달렸다.
*
지하 복도는 햇빛이 들지 않고 습한 덕분인지 곰팡이가 더욱 시커멓게 올라와 있었다.
벌레조차 살 수 없는 듯 벽에는 축 늘어진 거미줄들이 가득했다.
냄새 또한 지금껏 맡아본 적이 없는 괴상한 냄새로 가득했다.
굉장히 습한 곳에 놓인 음식쓰레기 냄새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비릿했다.
복도에는 녹슨 철제 의자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각종 연구 도구들이 올려 있는 무빙카트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기들이었다.
그 집기들을 가로질러 문이 열린 몇 개 사무실과 연구실을 지나가자 제일 큰 문이 하나 발견 되었다.
승현이 수연을 돌아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본 곳이 바로 여기라는 의미였다.
승현이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자그작-
덜컹-
문이 잠겨 있었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다 어제 태정이 발견했던 열쇠뭉치를 떠올렸다.
“열쇠.”
“아!”
승현이 태정에게 손을 내밀자 그가 허겁지겁 열쇠뭉치를 꺼내 건넸다.
절걱-
쿵-
문이 열리고 커다란 연구실 내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승현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자박-
와그작-
깨진 유리조각이 밟혔다.
승현은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춰보았다.
깨진 유리병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옆쪽 선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용액과 용기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승현 일행은 모두 손과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냄새가 지독했기 때문이었다.
“이곳이 메인 연구실이었던 모양입니다. 여기서 무슨 실험을 했던 걸까요.”
승현은 손전등으로 용액들을 슥 살펴보았다.
모두 시커멓게 변색이 되어 있었다.
원래 무슨 용액인지, 지금은 어떤 독성을 가지고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다.
찰칵- 찰칵-
역시나 필립은 구석구석 연구실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책상 위에 놓인 흑백사진들을 발견했다.
“PD님. 와서 이거 좀 보세요.”
필립이 부르자 승현이 단걸음에 그 옆으로 다가갔다.
“이거. 대충 상황이 그려지지 않나요?”
필립이 흑백사진들을 찍으며 물었다.
주황색 점프슈트를 입은 사람의 바스트 샷과 전신사진.
그 아래 적혀 있는 날짜.
날짜 옆에 적힌 한자.
[投薬1日目]그 옆에 있는 동일 인물의 바스트 샷과 전신사진.
그 이후 날짜.
그리고 날짜 옆에 어김없이 적힌 한자.
[投薬7日目]옆으로 이어져 있는 동일인물의 바스트 샷과 전신사진.
날짜와 한자.
[投薬14日目]한자를 본 수연이 말했다.
“‘투약 1일 차, 7일 차, 14일 차- 그렇게 적혀 있네요.”
점프슈트는 피실험자들이 입는 옷이 맞았다.
그리고 정체 모를 약을 투여하고 일주일마다 사진을 찍어 남겨 둔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