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65)
제65화.
승현은 사진을 한 장씩 넘기다 소름 끼치는 것을 발견했다.
피실험인들 모두 2주 차에서 3주 차로 넘어간 이후부터는 얼굴이 검게 변한 것이었다.
그리고 5주 차를 기준으로 해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는지 스크랩된 사진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렇게 맨 마지막 남은 10명의 피실험자는 총 15주 차까지 사진 기록이 되어 있었다.
사진에 남아 있는 총 피실험 인원이 50여 명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20%만이 근 4달을 버틴 것이었다.
그리고 그 10명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록이 되어 있지 않았다.
“얼굴이 검었던 건 악령이라서가 아니라, 실험당하면서 낯빛이 변했던 거네요.”
수연이 나지막이 말했다.
“죽은 자를 살리는 시약을 만들고 있었다는데요? 보니까- 사람한테 직접 실험을 했다가 실패했던 것 같아요. 기록이 있네요.”
이지혜 교수는 서류들을 들척이며 덧붙였다.
승현은 입술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으로 다음 콘티를 구상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갑시다. 여기 있는 자료들 바탕으로 다른 분야 전문가들 인터뷰 따고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승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승현 일행은 연구소 건물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승현은 위성전화기를 이용해 바로 배를 불렀다.
* * *
육지로 온 승현은 바로 RBS 방송국으로 돌아갔다.
진흙과 비에 쫄딱 젖은 몸을 추스르지도 않은 채, 바로 다음 섭외에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다다음날.
추가 촬영 일정이 잡혔다.
이지혜 교수와 생물, 화학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촬영한 영상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승현은 영상이 나오는 스크린 앞에서 브리핑 하듯 설명을 해주었고 전문가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태정과 필립은 이 모습을 뉴스 속 회의 장면처럼 촬영을 했다.
동시에 화영은 RBS 방송국에 남아 지금까지 촬영한 부분들로 방영 분 콘티와 CG를 기획하고 영상과 사진으로 남은 서류들의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분업이었다.
영상을 꼼꼼하게 검토한 전문가들은 저마다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먼저 이지혜 교수의 의견이었다.
– 이지혜 교수: 이곳은 일본 기업인 코쇼와 일본군의 합작 프로젝트로 설립된 연구소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내부에서 발견된 공문들을 보면 일본 국방성과 코쇼 연구소가 주고받은 내용들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일본군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생물학 무기를 준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데요.
죽은 자를 살리는 약물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1940년대 일본은 중일 전선에서 밀리고 태평양 전선에서도 패배를 거듭하며 국운이 기울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만큼 병력 수도 부족해지고 있으니 그걸 타개할 여러 방법을 모색해야 했을 겁니다.
그 중 소년병도 있고, 강제 징집도 있었겠죠.
그 상황을 타개할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
죽은 일본군을 다시 ‘재활용’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거죠.
이 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승현은 현장에 방문했던 일본어 전문가에 이어 전쟁사 연구가도 만나 따로 인터뷰를 얻어냈다.
흰 머리가 살짝 올라온 단발 머리 노년의 교수가 말했다.
– 박 교수: 당시 제국주의 시대 일본이 가지고 있는 인명에 대한 사상은 상당히 전근대적이었습니다.
인권과 개인에 대한 배려, 보호보다는 천황과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였죠.
때문에 가미카제와 같은 전략도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일본 입장에서 죽은 일본군을 부활시켜 재활용 한다는 건 충분히 구상 가능한 방법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어 화학 분야 연구원들의 인터뷰도 진행 되었다.
영상 속 연구실 안에 있는 약병을 보고 말했다.
– 김 연구원: 죽은 자를 살리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는 꽤 오래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좀비’와 ‘미이라’, ‘강시’, 프랑켄슈타인‘ 같은 미신적인 부분도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러한 것들은 의학과 과학이 발달하며 조금 더 구체화 되었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죽음’이란 모든 바이탈사인이 멈추는, 즉, 신경계 활동이 중지되는 것으로 명제화 했을 때 다르게 말하면 신경계만 살려두면,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거거든요.
철학적인 관점으로 ‘자의식’이 없으면 산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죠.
– 서 연구원: 미류도에서 발견한 용액들을 분석한 결과 인체에서 신경을 전달하는 XXXXX 물질과 OOOOO 물질을 합성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물질들은 극소량만을 이용해 의학적 치료 목적으로만 사용이 되는데요.
여기서는 이 물질들을 화학적으로 합성을 해 엄청난 고강도의 신경자극을 유발하는 효과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피실험인들의 실험 경과 사진을 보면 피부가 검게 변하는 것이 포착이 되었는데요.
이는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생성 되면서 혈관에 문제가 생기고, 말초신경부터 괴사가 되었던 흔적으로 보입니다.
한 마디로 고속도로에 차가 한 번에 많이 몰리면 차가 막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죠.
승현은 인터뷰를 정리하며 주요한 약물과 성분 관련한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하기로 하였다.
혹시나 누군가 같은 실험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면 이 약품으로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이 가능했을까요?”
승현이 물었다.
“아마 죽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즉각적인 신경 반응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죽은 시신의 신경을 자극하는 수준이지, 걸어 다니거나 총을 쏘는 수준의 움직임은 아니었으리라고 봅니다.”
“그렇게라도 죽은 사람의 신경을 움직이는 게 가능한 건가요?”
“그럼요. 실제로 죽은 곤충의 근육에 전기자극을 주면 곤충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인체도 결국 하나의 생물학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니 그 원리만 알면 외부자극으로도 충분히 움직이게 할 수는 있죠.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뒤에서 촬영 중이던 태정에게 손짓을 했다.
촬영을 멈추라는 신호였다.
“감사합니다.”
승현의 인사에 인터뷰를 진행한 연구원도 일어나 받아주었다.
*
결정적으로 코쇼 연구소의 피실험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가.
이에 대해서도 연구소에서 발견한 문헌을 통해 밝혀낼 수 있었다.
50여명의 피실험인 중 50%는 일본에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일본인으로 기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50%는 조선인으로 기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선인 같은 경우에는 누가, 어떻게, 왜 피실험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이름 석 자와 나이. 성별.
그리고 사진이 전부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촬영 내용을 정리하고 대략적으로 편집하니 족히 3회분은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이열상 CP는 정리된 영상을 보자 걱정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야. 이거 괜히 이슈화시켰다가 일본한테 항의받는 거 아니냐?”
그의 말에 승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항의받을 게 뭐있어요. 우리나라 땅에 있는 연구소를 조사하고 거기에 나온 자료들을 가지고 그대로 팩트 전달을 하는 것뿐인데요.”
승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아이.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데. 괜한 시비가 붙을까 봐.”
“걱정도 팔자입니다. 우리가 우리 입으로 피해보상을 하라거나 일본이 나쁜 놈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시청자들이 판단할 일이지.”
“뭐, 그도 그렇긴 하지만.”
“피실험인 중에는 일본인도 있었다고 하니까 여론은 알아서 형성될 거예요. 그리고 걔네가 제대로 숨길 마음이 있었으면 철수를 할 때 필요한 자료들을 수거했겠죠.”
승현이 말했다.
이열상 CP는 국제정세가 걱정되었지만 승현의 말에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렇게 에이덴 2주차 방송이 방영되기 전, 미류도 코쇼 연구소 특집이 완성되었다.
그렇게 또 2주의 여유를 추가로 가지게 된 것이었다.
* * *
시간이 지난 후, 미류도 코쇼 연구소 특집이 방영되었다.
이번 건 역시도 엄청나게 커다란 이슈를 몰고 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반일감정이 곳곳에서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사회문제로 번질 정도로까지 심각해지지는 않았다.
어찌 되었든 피실험인 중에 일본인들도 있었다는 것 때문에 약간은 상쇄된 모습이었다.
방영이 된 이후, 이열상 CP의 예상대로 일본 대사관을 통해 항의 연락이 오기도 했다.
다만 방송을 내리기보다는 미류도에 대한 조사를 자신들 자체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이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러자 일본은 그 시설은 일본 정부가 개입이 되어 설립이 되었던 만큼 일본의 재산으로 볼 수 있으니 직접 정리하겠다고 재차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50년 넘게 버려져 있던 만큼 이제는 그 요구를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고 받아쳤다.
동시에 한국은 그 섬에 대한 조사팀을 별도로 꾸려 대규모 언론팀과 함께 조사를 시작했다.
[미스터리 탐사대]가 또 한 번의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이 문제를 두고 한국과 일본의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었다.
[미스터리 탐사대]는 이 논쟁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장소에 관련한 각종 괴담과 미스터리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냈다고 볼 수 있었다.즉, 외교, 정치적인 부분이 아닌 방송의 취지하에서는 아무런 문제없다는 결론이었다.
이렇게 잡음 속에서 방영한 [미스터리 탐사대] 미류도 코쇼 연구소 특집은 15%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다시 보기 성적은 다큐 분야에서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만큼 RBS로 들어오는 광고 수익은 가파르게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김백춘 교양국장은 신이 나서 이열상 CP와 승현을 불러다 극찬을 하기에 이르렀다.
“잘했어. 잘했어. 이번 미류도는 특히 날씨도 너무 안 좋고 그랬다며.”
“네, 네.”
승현이 대답했다.
“그래도 고생하니까 제대로 또 한 방 터뜨렸지! 다음 주까지 상황을 봐야겠지만 이대로라면 다다음 주 ‘미류도 코쇼 연구소’ 특집 2부도 꽤 시청률 몰이 좀 할 것 같아.”
“네, 맞습니다.”
“일본 쪽 반응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뭐 어떡할 거야. 우리나라에 있는 시설을 우리나라 방송국이 가서 취재한 걸. 그것도 왜곡한 것도 아니고.”
“네, 맞습니다.”
이번에는 이열상 CP가 대답했다.
“그래서 다음 특집은 뭐야?”
김백춘 국장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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