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68)
제68화
승현은 이동을 하며 이병식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는 퇴근 후 인터뷰를 하겠다고 밝혔고, 파주 출판단지 인근에 있는 카페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익명을 요구하며, [블루와인드]에 올렸던 제보에 대해 조금 더 상세히 이야기를 해주었다.
– 김 모씨(익명, 출판사 에어 직원): 제가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때 봤던 그 귀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제가 창고에서 몰래 자다가 헛것을 본 거라고 곡해하던데 정말 결코 아닙니다. 분명 창고에서 ‘죽여 버리겠다.’라는 말과 함께 얼굴이 녹아내린 그 귀신이 있었어요. 그때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도 명확히 기억을 합니다. 그래서 무서워서 그 창고에는 잘 안 가려고 하고 있고요.”
그는 굉장히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 역시 창고에서 ‘죽여 버리겠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
승현이 들은 속삭임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는 건 역시 뭔가 ‘특정할 만한 귀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쯤 되면 이직을 고민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분위기를 환기할 겸, 승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이직이 쉬운 것도 아니긴 하고요……, 또 대표님께서 제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시니까 귀신 때문에 퇴사한다는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이병식 대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부터 알 수 있듯, 그는 굉장히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았다.
“정신적 문제요?”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한 번만 더 귀신 얘기 꺼내면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걸로 간주하겠다고 그러셔서…….”
그가 고개를 푹 떨어트리며 말했다.
여러 상황으로 봐선 대표에게 완전히 가스라이팅을 당한 상태 같았다.
귀신을 본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신적 문제가 있어 보일까봐 조심스러워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때, 화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귀신을 본 게 확실하다고 믿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녀의 질문에 이병식 대리는 고개를 잠시 돌리고 있다 답했다.
“화상 입은 귀신이라고 했잖아요? 그 창고에서 몇 년 전에 큰불이 났었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죽었고요. 그래서- 제가 본 게 헛것이 아니라고 믿는 거죠.”
그의 대답에 승현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턱을 치켜들었다.
이번 취재 역시 ‘사건’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었다.
* * *
늦은 저녁.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 사무실.
방송국으로 복귀한 승현과 화영은 바로 출판단지와 화재 관련한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아직 퇴근하지 않고 있던 장혁도 승현 옆에서 검색결과를 함께 살폈다.
[파주 출판단지 내 화재, 사망 1명] [출판사 창고에서 화재나 사망자 발생] [도서에 불이 옮겨 피해 키워] [출판사 화재, 왜 반복되나].
.
.
출판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듯했다.
그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수를 추린 뒤, 현장 사진들을 쭉 살펴보았다.
상호명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구조와 외관만 보고 어느 정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서브 모니터에는 태정과 필립이 촬영한 회사 전경을 켜놓고, 기사 하나하나를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태정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여기, 여기, 여기.”
승현과 장혁, 화영이 모니터 앞에 앉아 기사와 사진을 확인했다.
화재 사건에 포함된 사진과 오늘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대조하는 작업이었다.
뉴스 기사 속 사진에는 업체를 특정할 만한 부분은 흐리게 모자이크가 되었지만 건물 모양과 구조로 ‘에어 출판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맞네. 이 사건.”
“한 명이 사망했네요.”
“불이 나서 창고에 갇혀 있던 40대 남성이 사망했다-라.”
“그런데 아까 대표 인터뷰에서는 이런 내용 없지 않았어요?”
“그러게요.”
“기사 내용을 좀 더 볼까요?”
그들은 스크롤을 내려 기사를 가만히 읽어보았다.
“15년 전에 난 화재 사건 위주로 추려 봐.”
장혁의 말에 화영이 몇 개 기사 링크를 정리했다.
“이때 대표 인터뷰가 있네요.”
“산재 처리가 안 됐네요. 야근 보고를 안 하고 근무 중에 발생한 사고라 산재 인정이 안 됐대요.”
“이것 때문에 노동계에서도 좀 이슈가 됐었던 모양이네.”
“네, 네.”
“사건이 복잡하네요.”
“산재 처리는 안 됐지만, 회사 차원에서 피해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산재 처리 안 된 게 신기.”
승현과 장혁, 화영이 빠르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이 한참 대화를 나누는 사이, 갑자기 전기가 툭 끊겨버렸다.
“어어?”
“뭐지?”
“정전인가?”
갑자기 어두워진 터에 화면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
이때 승현의 귀에 갈라지는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 사람이다.’
승현은 별관 창고에 이 피해자 귀신이 머물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때 장혁과 화영이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 주변을 비췄다.
“갑자기 무슨 정전이지?”
“다른 곳은 어때요?”
“복도는 정전이 아닌 것 같은데?”
승현이 굳게 닫힌 사무실 문을 클로즈업 했다.
닫힌 문틈으로 형광등 불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 사무실만 정전이 된 모양이었다.순간 갑자기 형광등에 불이 들어왔다.
번쩍-
동시에 꺼졌던 컴퓨터들도 다시 켜지며 모든 모니터에서 부팅화면이 출력되었다.
“작업하던 거 다 날아간 거 아냐?”
“세이브 해뒀어요.”
당황한 장혁과 화영이 말했다.
그때 승현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수신되었다.
아까 인터뷰 했던 남자의 문자였다.
[지금 회사에 저만 남아있습니다. 창고 추가 촬영 도와드리겠습니다.]승현은 태정에게 문자 내용을 클로즈업 하라는 손짓을 했다.
“어떡하죠?”
화영이 물었다.
“필립 씨랑 수연 씨는 다 퇴근 하셨지?”
“네. 아까 다 내려드렸죠.”
“……우리끼리 가보자.”
승현이 말했다.
*
파주로 이동하는 차 안.
“어떻게 그 타이밍에 우리한테 문자를 보냈을까요?”
뒷좌석에 앉은 화영이 시트 사이로 얼굴을 슥 들이밀며 물었다.
“글쎄다. 그거까지는 모르겠지만 본인도 어떻게 해서든 자기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모양인데?”
승현은 조수석에서 핸드폰을 보고 대답했다.
“필립 씨 없이 우리만 가도 괜찮으려나요. 사진 정보가 그래도 좀 남는 게 좋은데.”
태정은 파주로 운전을 하며 물었다.
“아까 많이 찍어뒀으니까 그걸 한번 제대로 보자고.”
이미 퇴근한 외주 인력을 다시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셋만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부우우우웅-
밤 도로를 달린 차량은 이내 파주 출판단지에 진입했다.
끼익-
한쪽 골목에 주차를 한 승현과 태정, 화영은 차에서 내렸다.
“지금부터 바로 촬영하자.”
승현의 말에 태정이 바로 카메라를 들어 촬영을 시작했다.
어두운 밤.
에어 출판사 정문이 화면에 담겼다.
물론 회사 정문의 현판은 모자이크 되어 있는 상태였다.
화면 안으로 승현과 화영의 뒷모습이 나왔다.
둘은 카메라 앵글 안에 담긴 채 정문 안쪽을 기웃거렸다.
회사 건물에는 모든 조명이 꺼져 있었다.
이병식 대리의 말대로 모두 퇴근한 모양이었다.
잠시 뒤, 창고 쪽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다가왔다.
외형으로 봐선 이병식 대리가 아닌 듯했다.
“창고 촬영하러 오신 분들이죠?”
그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시죠.”
그는 바로 회사 정문을 열었다.
드르르르륵-
스테인리스로 된 대문이 옆으로 열리자 아까 보았던 앞마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고 문을 열어뒀으니 들어가서 촬영하신 후 나가시면 됩니다.”
그는 짤막하게 말한 뒤 창고 뒤쪽으로 사라졌다.
“누구지?”
태정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이병식 대리가 부탁한 사람인가 보지. 귀신 본 직원이 여럿이라며.”
여러 정황상 직원들이 귀신을 봐도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인 듯했다.
사장이 귀신 목격자를 정신병자로 취급하는 모양새니 그럴 법했다.
“창고로 가보자고.”
하지만 승현 역시도 찝찝한지 남자가 사라진 곳을 슬쩍 본 후 카메라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
승현과 화영이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태정은 카메라로 창고 입구와 안쪽을 번갈아 촬영했다.
“이곳은 굉장히 춥네요.”
화영이 말했다.
“책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습기 관리가 중요할 텐데, 굉장히 눅눅한 느낌도 들어요.”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깜빡-
카메라 LCD 화면이 한 번 깜빡였다.
치직- 치직- 치직- 치직-
이어 노이즈도 심하게 잡히며 오디오가 기괴하게 갈라졌다.
태정은 촬영 중 자주 겪는 일이기에 일행을 부르지 않고 카메라를 한 번 껐다 켰다.
그러자 다시 정상 작동 하였다.
“저 구석에서 발견했다고 했나? 귀신을?”
“그런 것 같아요.”
승현이 화영에게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 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죽여버릴거야
승현의 귀에서는 아주 작게 계속해서 같은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팍-
창고 형광등이 꺼졌다.
그리고 다시 켜지는 순간 승현과 화영은 혼비백산 놀라고 말았다.
“저거, 저거, 저기 구석, 구석!”
화영이 창고 구석을 가리켰다.
카메라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클로즈업 했다.
그곳에는 얼굴과 몸 피부가 시커멓게 녹아내린 남자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팍-
다시 형광등이 꺼졌다.
그리고 다시 켜지는 순간 카메라 앞으로 그 남자가 확 다가와 있었다.
팍-
다시 형광등이 꺼졌다.
“도망쳐! 도망쳐!”
승현이 소리쳤다.
그리고 다시 형광등이 켜졌을 때, 승현과 태정, 화영 모두 허겁지겁 출구로 도망치고 있었다.
카메라도 격렬하게 달리는 대로 흔들리는 화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창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승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태정도 카메라를 돌려 창고를 촬영했다.
창고 풍경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