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7)
제7화
“몹쓸 놈! 몹쓸 놈! ‘그 능력’을 가지고 불쌍한 영혼을 돕지도 않아! 어?!”
방송에서 능력을 언급한 적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승현에게 ‘어떤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뉘앙스로 말했다.
동시에 그녀가 등장함과 동시에 났던 퀴퀴한 냄새도 함께 떠올랐다.
‘그 할머니를 만난 이후로 모든 일이 다 꼬이기 시작한 것 같은데.’
승현은 서랍에서 노파가 건넸던 사진을 들어 보았다.
이번에는 퀴퀴한 냄새가 아닌, 특유의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확 올라왔다.
‘혹시 그때 이 제보를 받지 않아서 재수가 없어졌나.’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그 사진을 태정에게 건넸다.
“야, 여기도 예전에 [괴담이즘] 촬영할 때 제보받았던 장소거든? 여기 어때 보이냐?”
“제가 무슨 무당이에요? 안 그래도 찝찝하다니까.”
태정이 볼멘소리를 해댔다.
“프로그램 폐지돼서 나랑 실직하고 싶냐? 진짜 나 믿고 밀어붙이자니까.”
승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정은 머리를 긁적이다 사진을 받아 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굉장히 평범한 논밭 풍경이었다.
사진을 보던 태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뭔가 좀 이상한데.”
“뭐가 보여?”
“…아뇨. 그건 아닌데요. 느낌이 좀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식용유에 버터랑 치즈 말아 먹은 것처럼 메스꺼운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승현은 사진을 다시 받아들고 뒷면을 보았다.
익산 미호군
뒤에는 붉은색 볼펜으로 작게 지명이 적혀 있었다.
그 외에는 어떤 정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들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승현은 인터넷에서 ‘미호군’에 떠도는 괴담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굉장히 오래전에 찍힌 듯한 사진이 나왔다.
밤에 촬영한 듯한 논 풍경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 논 한 가운데에는 이상한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광각으로 촬영되어 넓은 풍경이 한 장에 들어오는 가운데, 하얀 옷을 입은 흰 머리의 할아버지가 뒤를 돈 채 우두커니 선 모습이었다.
‘이 논이 그 논이 맞나? 그 할머니는 여길 왜 제보한 거지? 저 할아버지가 아들이라는 건가?’
아직은 의문투성이였다.
어찌 되었든 이 사진에서도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선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 * *
승현은 촬영 스케줄을 대충 잡으며 물알읍을 반드시 포함시켜 두었다.
평화롭고 잔잔한 논 풍경을 타입랩스로 촬영하다 보면 ‘물알읍 망태 할아버지’를 담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약 뜬소문이었거나 귀신이 잡히지 않는다 하더라도 풍경을 담는 걸로 방영하는 프로그램이니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다.
둘은 언제나처럼 콤비를 이뤄 고속도로를 가열하게 내달렸다.
몇 시간 동안 내리달려 도착한 익산 미호군.
이곳은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도 더 엄청난 시골이었다.
읍내에 제대로 된 프렌차이즈 치킨집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우. 오늘 잘 곳은 구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태정이 운전을 하며 말했다.
“별 걱정을 다 해. 못 구하면 차에서 자면 되지.”
“이젠 차에서 자면 허리 아파요.”
승현은 태정의 볼멘소리를 들으며 입을 삐쭉거렸다.
“자. 풍경이 좋다고 기록된 곳 위주로 해서 한 번 싹 돌고 해질녘 쯤 돼서 물알읍으로 가자.”
“네, 네. 알겠습니다.”
승현의 말에 태정이 대답을 했다.
그렇게 진행된 촬영은 평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농부들이 노동요를 부르며 농사를 짓는 장면과 강렬한 태양과 산들거리는 벼 같은 자연을 담았다.
역시나 특별할 것이 없는 풍경 촬영이었다.
그렇게 여러 자연 경관을 담으며 물알읍에 도착한 승현은 차에서 내려 사진 속 논밭을 보았다.
“여기 도는 다른 괴담은 없어요?”
태정이 물었다.
“음. 이 근방에 ‘물알읍 망태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귀신이 돌아다닌다고는 하더라. 밤에 돌아다니다 이 할아버지 얼굴을 보게 되면 일주일 안에 죽는대. 실제로 얼굴 보고 4일 뒤에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하고.”
승현이 대답했다.
“뜬소문일 가능성이 크네요.”
태정은 어깨를 으쓱이며 받아쳤다
승현은 눈을 감고 주변 감각에 집중을 해보았다.
약간의 물비린내와 함께 바람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그때, 승현의 귀로 뭔가 이상한 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 나 좀 꺼내줘. 꺼내줘. 나 좀 꺼내줘. 꺼내줘.
노인의 목소리였다.
“어?”
승현이 놀라 주위를 보았다.
“왜요?”
태정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승현 주변에는 태정 말고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 뭔가 있긴 있는 것이었다.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곳인데 진짜 귀신의 기척을 느낀 승현이 흥분했다.
“좋았어, 이거 감이 좋은데? 우리 주변 인터뷰 좀 해보자.”
승현은 바로 주변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 물알읍 주민 박 모씨(64): 논밭에 나오는 귀신이요? 어어. 나는 본 적 없는데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언제부턴가 밤에 저 고개 너머에 논둑길 지나가다보면 논 한가운데 사람이 서있다고. 근데 뭐, 다들 별 신경 안 썼죠. 원래 어두우면 풀잎이나 벼가 하늘거리는 게 사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다른 주민의 인터뷰를 추가로 촬영했다.
– 물알읍 주민 서 모씨(78): 그 논 주인이 참 착한 놈이었는데 제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인가 후부터는 사람이 좀 변하더라고. 뭐라 해야 하나. 전에는 이웃도 챙길 줄 알고 웃어른 생각할 줄도 알더니 갑자기 이기적으로 변했다고 해야 하나. 이해가 안 됐지. 그 놈 애비만 불쌍하지 뭐.”
인터뷰를 몇 개 촬영하던 태정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선배. 이거 물알읍 풍경에 대한 게 아니라 완전 귀신에 대한 건데요?”
승현은 완전히 귀신을 취재하고 촬영하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태정의 질문에도 승현은 아무 대답하지 않고 수첩에 무언가를 메모했다.
“선배?”
“아. 국장님도 허락하셨잖아.”
“그건 그런데 [풍경이 좋다] 장면은 일단 제대로 뽑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걱정 마, 인마. 내가 누구냐.”
승현이 수첩을 탁 덮으며 말했다.
“파일럿 프로 계속 말아 드-”
“-죽고 싶냐.”
승현이 태정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휙 지나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둘이 무척 친하기는 한 것이었다.
“아이. 참.”
태정은 머리를 북북 긁고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
해가 질 즈음 되어서 둘은 삼각대와 카메라들을 꺼냈다.
이어서 제보받았던 심령사진을 보며 촬영자 위치를 추정해 보았다.
“대충 이쯤 되는 것 같은데?”
승현이 말하자 태정이 삼각대를 설치했다.
“귀신이 나왔던 자리는 우측하단에 나오게 놓고 저 논들을 한 번에 담는 광각 컷으로 잡아줘.”
“네, 네.”
태정이 대답하며 카메라를 세팅했다.
마치 우연적으로 찍힌 것처럼 일부러 귀신이 나올 곳을 사이드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타입랩스 형식으로 편집하기 위해 녹화를 시작했다.
그 사이 승현은 심령사진과 눈앞의 현장 풍경을 교차해 보았다.
‘물알읍 농업인 협동조합’이라고 페인트 글씨가 쓰인 콘크리트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해가 지기까지 기다렸다.
귀신 포착을 위해 한 자리에서 몇 시간씩 대기 촬영을 하는 것도 3회차.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태정과 승현은 네모난 카메라 상자에 나란히 앉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졸고 있었다.
그러다 언뜻 깬 승현은 침을 닦으며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어우. 이제 됐으려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 쪽으로 이동했다.
그때 같이 잠에서 깬 태정이 말했다.
“선배. 해 지는 거 타임랩스로 촬영하지 말고 그냥 밤이나 그럴 때 짧게 찍고 빨리 돌리면 안 돼요? 이거 너무 소모가 큰데.”
“또 불만이냐, 또. 타입랩스의 기본은 동적인 피사체야. 근데 우리가 도시나 도로를 찍는 게 아니잖냐. 자연을 찍는데 크게 움직이는 피사체라고는 해 밖에 없잖아. 뭐 어떡하냐.”
“아아.”
태정은 탄식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기서 내 노트북 좀 가져와. 바로 확인해 보자.”
승현이 말했다.
태정은 몸에 붙은 모기를 잡은 뒤 차량으로 가 노트북을 챙겨 돌아왔다.
그리고 촬영 카메라와 노트북을 연결했다.
승현은 능숙하게 바로 녹화된 화면을 빠르게 돌려보기 시작했다.
“전 담배나 한대 필게요.”
태정은 귀찮다는 듯 차량 쪽으로 가 담배를 빼 물었다.
그 사이 승현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풍경 영상을 뚫어져라 보았다.
주변 나무와 풀, 벼가 빠른 속도로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반복되었다.
동시에 태양은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해 나갔다.
그 순간이었다.
태정의 담배 냄새 사이로 미묘한,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났다.
위화감이 들었다.
동시에 노인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렸다
“나 좀 꺼내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거”
찢어지는 듯한 음성이었다.
텁.
승현이 바로 카메라를 멈췄다.
그리고 몇 프레임 거꾸로 돌려보자 이번에도 역시 귀신이 포착되었다.
“이거 봐! 또 나왔잖아! 또!”
승현이 태정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둘은 머리를 맞대고 귀신의 모습을 확대해 보았다.
확실히 다른 곳보다 선명하게 찍힌 것이 옷차림과 이목구비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 자체가 기괴하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조금 옛날 스타일의 할아버지가 우두커니 서있는 형태일 뿐이었다.
“……잠깐. 이 할아버지 얼굴 보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태정이 찝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네. 정면이 찍혔네.”
승현이 입을 삐쭉 내밀며 대답했다.
“사진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대충 대답한 승현이 귀신이 나타난 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화면에서 보았던 할아버지가 승현의 얼굴 바로 코앞에 나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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