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72)
제72화
A가 겪은 기현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학원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온 A는 가방을 집어 던지고는 바로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는 동안 그녀는 이상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조금 더 빠졌는지, 몸에 머리카락이 붙어 있는 느낌이 조금 더 들 뿐이었다.
“후우!”
A는 개운함에 수도꼭지 물을 잠그고 수건을 둘렀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는 순간 기절하고 말았다.
그녀의 온몸에 머리카락이 감겨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어깨까지 오는 A의 머리카락이 아닌 무척 길고 뻣뻣한 머리카락이.
동시에 평생 봐온 A 자신의 얼굴이 아닌 시커먼 눈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젠느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이런 기현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밤에 자려고 누워 있으면 어디선가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지독하게 났다.
그리고 눈을 떠보면 머리맡에 지젠느가 선 채로 기괴하게 A를 내려 보고 있었다.
단순히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는 그런 느낌이 아닌, 허리를 90도로 꺾어 아래를 보는 굉장히 기괴한 자세였다.
-죽어버려…
죽어버려…죽어…
“꺄아아아악!!”
그럴 때면 A는 어김없이 비명을 질렀다.
이때쯤부터, ‘지젠느’에 대한 베르테르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도되었다.
A는 이때까지도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나타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젠느에 대한 악독한 악플을 썼던 사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자 그녀는 신경 쇠약으로 정신과에 다녀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젠느’에 대한 내면의 죄책감이 이런 환각, 환청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A는 자살시도를 했지만 실패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괴로워하다 [핸드사이드]에 자신의 이야기를 게재했다.
자신이 악플러이며, 지젠느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컸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 글은 맨정신에 썼다고는 보기 힘들 정도였다.
[지젠느에게 미안합ㄴㅣ다. 너무 미안합니다. 제가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닏데 제발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앞으로 나쁜짓 안할게요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평생 반성할게요 제발 제발 제발젭라젭라에제잘제발제발!!!!]꼭 술에 완전 취한 채로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추가적인 문제는 그녀가 올린 게시물의 댓글창이었다.
– 키보드로 사람 죽인 X이 이제 와서 개과천선한 척이야.
– 그냥 죽지 그랬음?
– 이제 와서 반성하는 척 해봤자 쓰레기 악플러일 뿐임.
– 뭐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격한 감정에 취한 척 연기하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
– 취해서 꼬장부렸넼ㅋㅋㅋㅋㅋㅋㅁㅊㅋㅋㅋㅋ
– ㄲㅈ
– 악플러들도 똑같이 당해봐야 함.
.
.
.
그녀가 죄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움 속에 썼던 그 게시물은 또 다른 악플을 생산에 내고있는 것이었다.
* * *
게시물과 댓글을 슥 보던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 사람들 너무하긴 한다.”
“그렇죠?”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봤을 때 다이내믹한 장면이 연출되진 않을 것 같은데 사람들한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는 괜찮은 이야기기도 하겠다. 제보를 최대한 많이 받아서 재연 화면을 많이 까는 걸로 가자고.”
“알겠습니다.”
승현의 말에 장혁이 대답했다.
그렇게 다음 촬영은 ‘베르테르 효과’ 특집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핸드사이드]에 게시물을 작성했던 그 사람에게 인터뷰 요청 쪽지를 보냈다.
* * *
다음 날.
마음바다 봉안당.
서울 교외에 위치한 봉안당에 승현과 태정, 화영, 필립, 수연이 도착했다.
이들은 각자 자기 장비를 챙겨 들었다.
그리고 곧장 촬영이 시작 되었고, 승현은 여느 때와 같이 리포터처럼 걸어가며 멘트를 했다.
“이곳은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봉안당입니다. 인기가수 ‘지젠느’ 씨가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한데요. 우리는 본격적인 인터뷰와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촬영을 하기 전에 그녀가 쉬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승현이 기획한 이번 특집의 첫 구성이었다.
지젠느의 영정사진과 납골함을 먼저 비춰주며 서정적인 분위기를 깔아주고, 그 뒤로 그녀의 죽음을 집중 조명하면서 악플러들과 귀신 목격담을 나열하는 것이었다.
“바로 카메라 켤게요.”
태정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필립도 자신의 카메라를 챙겨 들었다.
“녹화 시작했습니다.”
태정이 LCD 라이브뷰에 나오는 승현을 보며 손가락으로 OK사인을 만들었다.
“지젠느 씨가 사망할 당시가 몇 살이었죠?”
“스물하나요.”
“너무 한창때네.”
“한창때죠.”
승현의 질문에 화영이 대답했다.
그는 카메라가 돌고 있을 땐 가급적 모두에게 존댓말을 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지젠느 노래 좋은 거 많았어요. 가창력도 뛰어나고. 너무 능력이 좋은데 그에 비해 약간 모자란 것 같은 4차원 캐릭터를 잡고 가니까 볼썽사납게 본 네티즌들이 있었나 봐요.”
필립이 나지막이 말했다.
“필립 씨는 실제로 보신 적 있어요?”
승현이 묻자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예전에 기자 일 잠깐 했을 때 만난 적 있어요. 뭐, 독대를 하거나 했던 건 아니고. 사람 참 성격 좋아 보였는데.”
필립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이, 승현 일행은 지젠느가 안치되어있는 구역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이곳에 오자 알게 모르게 공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연 씨. 이곳은 어때요? 납골당이라 영혼들이 많죠?”
“네. 아직까지 특이한 건 없어요.”
승현이 묻자 수연이 대답했다.
그렇게 일행은 카메라를 등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
잔잔한 조명과 조용한 복도.
이곳에서 기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귀신의 흔적’을 느끼지 못한 승현의 착각이었다.
*
봉안당 안의 납골함 선반은 총 7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선반 칸에는 납골함과 고인들의 영정사진.
그리고 각자 의미를 두고 있는 물품과 가족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가장 로얄층이라 불리는 5층에 지젠느의 납골함이 있었다.
[찬란했던 너를 기억하며] [엄마가] [사랑하는 딸, 희영이에게]카메라는 가슴 아픈 그 문구를 클로즈업 했다.
납골함 옆에는 작은 엽서 한 장이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살아생전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지젠느의 사진이 있었다.
“지젠느 씨 본명이 ‘희영’이셨죠?”
“네. ‘이희영’이 본명이었어요.”
승현과 필립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카메라 화면이 깜빡거렸다.
“잠시만요. 지금 화면 상태가 또 이상한데.”
태정이 말했다.
순간 승현은 아주 강렬한 피비린내를 맡았다.
“왜요?”
그 사이 화영이 태정 옆에 서서 카메라를 같이 살폈다.
카메라 LCD는 검은 노이즈가 요란하게 잡히고 있었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카메라를 보다가 지젠느의 납골함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평범한 서랍장보다도 좁은 납골함 선반 안에 지젠느가 턱을 괴고 있는 것이었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젠느는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납골함 선반에 얼굴을 들이대고 있었다.
“어!”
승현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동시에 카메라도 다시 정상 작동이 되었다.
하지만 태정의 카메라는 납골함 속 지젠느 귀신을 담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영정사진이 바뀌어 있었다.
영정사진 속 지젠느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는 사이, 수연은 겁에 질린 사람처럼 뒤로 물러나 있을 뿐 아무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태정이 그녀에게 카메라를 돌렸지만, 그녀는 카메라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뒤로. 뒤로.”
승현은 태정에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며 구역에서 살짝 벗어났다.
“방금 나만 본 거 아니지!”
승현이 화영과 태정, 필립을 보며 물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시.”
승현은 다시 확인하려는 듯 혼자 구역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는 손을 내저으며 다시 나왔다.
조금 전 보였던 납골함 안에서의 귀신과 영정사진의 기현상이 싹 사라져 있는 것이었다.
“영상. 영상 좀 확인하자.”
승현이 태정에게 다가가 말했다.
태정이 녹화 중지 버튼을 누르고 영상을 확인시켜 주었다.
확실히 영상 속에서도 승현이 보았던 바로 그 현상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쓰읍-!”
승현이 마른세수를 하며 영상을 보았다.
평소 같으면 귀신의 정체가 누군지 모른다는 가정 하에 이 영상을 그대로 방송에 송출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귀신의 정체가 ‘지젠느’고 또 그녀는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송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지젠느 씨 유족을 만나자. 촬영 협조를 구해야겠어.”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러자 화영은 바로 장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이 전까지만 해도 승현은 지젠느의 유족에게 촬영 허락을 맡을 생각까지는 없었다.
중요한 포커스는 지젠느 귀신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악플의 폐해에 대한 것이므로 공익적인 성격을 띨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지젠느 귀신이 담기자 생각이 달라졌다.
다이내믹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굉장히 심도 있는 ‘심령 촬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었다.
* * *
다시 차량을 타고 서울 도심으로 이동하는 길.
한참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화영이 말했다.
“그 [핸드사이드]에 게시물 올렸던 분하고 연락이 닿았어요. 인터뷰 응하셨고요. 오장혁 PD님 통해서 지젠느 씨 유족하고도 연락이 됐대요. 둘 다 인터뷰 따면 될 것 같아요.”
화영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소 불러줘.”
“일단 유족분 주소부터 먼저 왔거든요? 주소 불러드릴게요.”
화영이 핸드폰을 보며 주소를 불러주었다.
승현은 바로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고, 태정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도착 후 바로 지젠느의 모친의 인터뷰를 받을 수 있었다.
– 故희영 씨의 모친: 참 착한 딸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걸 그렇게 좋아해서 가수가 되려고 했는데……. 이렇게 세상을 떠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죽기 전 날에도 엄마 간장게장 좋아한다고 배송해주던 애였는데.
그녀는 지젠느에 대한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눈물을 쏟아내며 인터뷰에 임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망이 악플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지젠느’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만 아니라면 뭐든 방송에 내도 좋다는 허락을 맡았다.
그에 따라 그녀의 봉안당에서 귀신이 촬영된 컷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는 악플러로 인해 죽은 딸을 생각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가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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