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73)
제73화
그리고 승현 일행은 곧장 이어 [핸드사이드]에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았던 A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연히 본 방송에서 그녀의 이름은 철저히 익명처리 되어 나왔다.
– 악플러 김 모양 : 그때는 정말 어린 마음에 악플을 달았어요. 그걸 잘했다고 포장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다만 지금이라면 절대 안 할 이야기를 했던 건 맞죠. 그 뒤로 보인 귀신의 모습은 정말 무서웠어요. 그래서 결국 저는 반성문처럼 그때 이야기를 써서 올렸는데- 댓글들을 보고 전 그때 알았어요. 세상에 제일 무서운 건 귀신아 아니라 악플이구나. 바로 사람들의 혀끝, 손끝이구나.
그러면서 그녀는 본인의 경험담을 쭉 이야기했다.
본 방송에서는 그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귀신 이야기를 재연 장면으로 내보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던 승현이 물었다.
“혹시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아시나요? 비슷한 사연을 겪은-”
승현이 말끝을 흐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 ‘베스트’의 팬클럽에 들어가 보면 그때 악플 달았던 사람들이 써서 올린 이야기가 많아요. 그 팬클럽 카페에 들어가 본 지 오래됐는데. 아직 남아 있으려나.”
그녀는 나지막이 말하면 자신의 스마트 폰으로 카페 앱에 들어가 보았다.
“이 카페에서 ‘지젠느’는 금기어예요. ‘지젠느’가 아니라 ‘ㅎㅇ’로 검색해야 뜰 거예요. ‘이희영’의 초성이요.”
그녀는 부가설명을 해주며 아직 탈퇴하지 않은 아이돌 ‘베스트’의 팬클럽 카페에 접속해 승현에게 건네주었다.
아이돌 ‘베스트’의 멋들어진 사진과 일상 사진이 도배 되어 있는 수많은 게시물들을 쭉 검색하며 내린 끝에, ‘지젠느’와 관련한 여러 사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승현은 이 내용들을 화영과 공유하며 본 방송 때 내보낼 재연 장면들을 구성했다.
* * *
여고생 B씨의 사연.
그녀는 밤늦게까지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여느 중고등학생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공부방.
뒤에는 침대에 놓여 있었다.
그녀 역시도 ‘베스트’의 열렬한 팬으로서 스트리밍을 계속 돌리고 앨범을 사는 등의 충성스러운 팬클럽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공부’라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 공부하던 B씨.
오늘따라 효율이 올라갔는지 새벽 1시가 되도록 의자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교과서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 B씨.
언뜻 잠에서 깨 눈을 뜨자 책상 아래 보이는 자신의 허벅지와 의자 끝이 보였다.
그런데 이어 보인 것은 의자 밑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지젠느였다.
피눈물을 흘리며 누워있는 지젠느의 회색빛 얼굴.
깜짝 놀란 B씨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꺄아아아아악!”
B씨는 그대로 일어나 옆으로 쓰러졌다.
순간 책상 옆에 있던 스탠드형 옷걸이에 머리를 찧었고, 응급실에 실려 가기에 이르렀다.
* * *
승현은 그녀가 올려놓은 사연을 본 뒤, 그녀가 어떤 댓글을 달았었는지 검색을 해보았다.
그러자 그 내용은 가히 상상도 못할 정도로 수위가 높았다.
그중 방송에서는 그나마 순화된 형태의 악플만 송출할 수 있었다.
–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냐. 지젠느 저 XX 같은 애 저렇게 꼬리칠 줄 알았다.
– 안 뒤지고 뭐해. 피디들은 왜 자꾸 쟤 쓰는 거임? ㅈㄴ 재미도 없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차원인 척 ㅈㄴ 역겹ㅋㅋㅋㅋㅋ
– 아 옆에 있었으면 대가리 빻아 죽였을 듯
– 지젠느 부모도 저 X 낳고 미역국 먹었겠짘ㅋㅋㅋ ㅈ 같넼ㅋㅋㅋㅋ
그녀가 쓴 지젠느 관련 악플들 중 그나마 순화 되어 있는 걸 추려도 상당히 강했다.
이 건만 봤을 땐 ‘지젠느 귀신’이 악플러들에게만 나타났다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승현과 화영은 또 다른 사연도 확인해 보았다.
* * *
20대 초반 C씨의 사연.
그녀는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옷을 파는 가게 점원이었다.
사건이 있던 그 날도 어김없이 마네킹을 정리한 뒤 옷이 가득 쌓여 있는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없을 때면 간단히 재고 정리를 한 후 가만히 앉아 핸드폰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녀 역시도 [핸드사이드]와 ‘베스트’의 팬클럽 카페를 드나들며 새로운 소식과 최애돌의 새 사진이 있나 검색을 하고 있었다.
뚜벅 뚜벅-
그때 기척이 느껴져 C씨가 핸드폰을 넣으며 일어났다.
매장 구석에 긴 머리카락을 한 마른 여성이 옷을 구경하고 있었다.
뒷모습만 봤을 땐 무척 작고 여리여리했지만 패션 스타일은 굉장히 고급져 보였다.
“어서 오세요.”
C의 인사에도 여자는 돌아보지 않았다.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C는 자연스럽게 여자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옆을 보는 순간- C는 숨이 멎는 듯 했다.
시커먼 눈에 회색 피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젠느가 진열된 옷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꺅!”
C가 놀라 비명을 질렀다.
지젠느는 C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꽈당-
바닥에 쓰러진 C는 앉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
지젠느는 그런 씨를 향해 걸어가며 씩 미소를 지었다.
드득드득드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드득
동시에 그녀의 턱과 얼굴이 빠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주륵 주륵 주륵 주륵
이어 눈에서 피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풀썩-
C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기절한 C를 발견한 건 옆 매장 사장이었다.
덕분에 119에 금세 신고할 수 있었고 C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C는 제정신을 차리기 무척 힘들었다.
매장에 없어진 물건은 전혀 없는 것으로 봐선 도둑이 들지도 않은 상황.
C는 자신이 본 것을 사장에게 설명했지만 상식적으로 믿기 힘들었다.
결국 C는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갖다 놓았던 짐을 챙기러 매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거기서 같은 자리에 서서 옷을 구경하고 있는 마른 여성을 또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말을 걸지 않고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 * *
승현은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이 남긴 댓글들도 이어 검색해보았다.
C 역시도 지젠느를 향해 심각한 악플을 많이 남긴 것이 확인되었다.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건, C는 이 게시물을 끝으로 [핸드사이드]와 팬카페, 어디에도 글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화영아. 팬카페나 [핸드사이드] 운영진 쪽에 컨택해서 이 게시물 쓴 사람 연락처 받을 수 있지?”
“해볼게요.”
승현의 지시에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핸드사이드]와 ‘베스트’ 팬카페에 소속을 밝히고 회원 정보를 요청했다.
대형 커뮤니티인 [핸드사이드]에서는 경찰 수사 건이 아니라면 개인정보를 보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반면 ‘베스트’의 팬카페에서는 C가 가입 당시 기재한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화영이 연락처를 받자마자 바로 연락을 취해보았다.
그리고 들려온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태정은 통화 중인 화영의 손과 전화기, 입을 클로즈업 해 전화 인터뷰 장면을 촬영했다.
– 걔는 세상 떠났어요. 벌써 몇 개월 됐는데.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전화 끊어요.
통화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굉장히 슬픈 톤이었다.
그러면서도 인터뷰 요청에 화가 난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진짜 ‘지젠느’ 악플을 달았던 사람들이 죽고 있는 걸까요?”
옆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장혁이 물었다.
승현은 턱을 만지며 고민하다 한 편에서 작업 중이던 구성작가들을 보았다.
“작가들. 지금 작업하는 거 싹 다 멈추고 ‘지젠느’ 관련한 게시물, 기사, SNS 포스팅. 채널 상관없이 수집해 주세요. 그리고 거기 악플 단 사람들 추려 주시고요.”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한 명 한 명 다요?”
“일단 하나도 빠짐없이 싹 다 수집해 주시고요. 아마 한 명이 계속해서 상습적으로 쓰는 케이스도 엄청 많을 겁니다. 그런 아이디는 따로 분류해 주시고요. 그리고 지젠느 악플러 고소 건에 얽힌 사람들 있으면 그 사람들도 따로 추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작가들이 바로 창을 전환해 인터넷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승현은 비장하게 작가들을 바라보았다.
* * *
이번 촬영은 특정 장소에서 심령 현상을 촬영하는 빈도는 확실히 낮았다.
주로 실내 촬영이 주를 이루었고, 모니터 화면과 그래프 등의 CG가 많이 도입되었다.
승현은 취합된 정보들이 나오는 그래프 그래픽과 각종 픽토그램을 보며 내레이션을 녹음했다.
–
지젠느 소속사에서 악성 댓글로 고소한 네티즌은 2791명.
이들 대부분이 성적 혐오감을 주거나 소위 패드립을 상습적으로 단 사람들이었다.
제작진에서 알아본 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젠느는 2791명의 악플러들을 모두 선처해 주었다는 점이었다.
고소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들을 만나면 용서를 해주었다는 것.
어쩌면 그녀는 악플러들도 사랑해주었던 것이 아닐까.
–
평소 멘트를 할 때보다 굉장히 진중한 톤이었다.
이어 악플로 악플로 고소를 당했던 사람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 포함되었다.
– 악플러 서모 씨: 솔직히 관심 주워 먹고 사는 공인, 연예인들이 감수해야 할 일 아닌가요? 댓글창은 각자 의견을 자유롭게 쓰는 공간이고, 대중들 앞에서 활동하는 특정인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비논리적인 욕설은 자제해야겠지만 악플도 연예인들이 감당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돈도 잘 벌고 좋은 차에 명품까지 두르고 다니면서 욕먹기도 싫어하면 다 가지려고 하는 거죠.
그녀 역시도 지젠느의 선처를 받은 사람이었다.
다만 이렇게 인터뷰한 당사자도 고소를 당한 이후로는 지젠느에 대한 악플을 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
승현은 편집되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볼을 긁적였다.
고소를 당했던 네티즌의 인터뷰 내용은 또 다른 악플을 양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논리가 저럴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낼 필요는 있었다.
어차피 모자이크에 가명까지 사용했으니 신분을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이었다.
승현은 일단 피고소인 인터뷰 내용은 그대로 가져가고 경찰과 변호사의 인터뷰를 추가해 덧붙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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