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74)
제74화
# [악령의 집> 특집
– 김xx 경위 :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굉장히 포괄적입니다. 이 중 형사고소까지 넘어가는 경우는 대다수 20대 이상입니다. 10대 악플러들 같은 경우에는 보호자를 소환하거나 사과하는 선에서 정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터넷의 발달로 악성 댓글의 수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죠. 각 포털 사이트에서는 악성 댓글을 차단하기 위한 나름의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신고, 고발 조치가 용이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특정인 한 명을 두고 신분을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 비난을 한다는 것. 익명성을 앞에 내세운 타인에 대한 비방은 중대한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인지 하셔야 합니다.
– 서ㅇㅇ 변호사 : 악성 댓글이 가지는 법적 문제는 쉽게 생각해서 ‘모욕죄’. 그리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인데요. 무형의 형태다 보니 악성 댓글을 증거물로 구성해도 다소 주관적으로 판단이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또한 주어나 목적어를 빼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가는 네티즌들도 많은 편이고요. 하지만 이러한 위법 사례가 많아지면서 재판부에서도 이제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 건을 쉽게 판단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악성 댓글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생긴다는 점을 감안해서 앞으로도 이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승현과 태정, 화영은 경찰서와 법률사무소를 들러 인터뷰를 따냈다.
그렇게 해서 지젠느의 죽음.
그리고 그녀가 받은 악플과 악플러들이 본 귀신.
악플러들이 남긴 사연들을 재연 장면으로 재구성해내는 것에 이어 악플에 대한 나름의 주제의식까지 담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승현은 여기서 뭔가 더 한 가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귀신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탐사대]인 만큼 ‘지젠느 귀신’에 대한 조명이 조금 더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아무래도 지젠느 씨 위로굿 한 번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사연을 보면 다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데 그게 엄청나게 화가 나고 원통하다는 의미일 것 같거든요.”
태정도 승현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촬영된 영상을 확인하다 말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연에게 연락을 취했다.
* * *
해가 쨍-하게 뜬 날.
승범보살이 아는 신목 앞에 굿판이 벌어졌다.
그 가운데에는 활짝 웃고 있는 지젠느의 사진이 놓여 있었고, 승범보살과 수연이 굿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범보살의 제자들은 각기 음식과 무구들을 세팅했다.
그 앞에는 태정과 필립이 촬영을 하고 있었고, 승현은 이제 막 도착한 지젠느의 유족들을 반겼다.
지젠느 집안은 개신교였지만 악플러들에게 귀신이 나타나고 또 실제로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자 속는 셈 치고 위로굿을 허락해 준 것이었다.
그만큼 지젠느가 악플 때문에 힘들어했고, 또 그녀의 죽음을 애통해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위로굿, 사령굿, 지노귀굿, 오구굿, 다들 차이는 있지만 모두 망자를 위로하는 굿입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망자라 쉬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사연이 이토록 안타까우니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승범보살은 짤막한 인터뷰 이후, 바로 굿을 시작했다.
채쟁 챙 챙 챙- 챙-
경쾌하면서 날카로운 꽹과리 소리가 하늘을 뒤덮었다.
딸랑 딸랑 딸랑
승범보살은 방울을 흔들며 방방 뛰었고 지젠느의 모친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태정의 카메라는 방울을 클로즈업한 뒤 신들린 승범보살의 얼굴을 촬영했다.
이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젠느의 모친을 측면에서 보여줌으로 해서 유족들의 슬픔을 담아냈다.
그리고 카메라는 지젠느의 영정사진을 클로즈업 했다.
쾌활하게 웃고 있는 지젠느의 얼굴.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였다.
뚝-
순간 방울소리가 멈췄다.
카메라는 승범보살을 비췄다.
승범보살은 어깨와 고개를 푹 떨어트린 채 우두커니 섰다.
꽹과리 소리도 멎었다.
카메라는 승범보살을 클로즈업 해 보였다.
그녀의 표정과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는 다시 지젠느의 영정사진으로 돌아갔다.
순간 카메라에 담긴 것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지젠느였다.
사진 속, 그녀의 눈에서 붉은 핏물이 주륵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치직 치직 치직 치직
영정사진을 클로즈업 했다가 다시 승범보살을 비췄다가 그녀의 제자들을 비추는 동안 화면에 노이즈가 끼며 요란하게 깜빡였다.
챙- 챙 챙- 챙-
딸랑 딸랑 딸랑
다시 꽹과리와 방울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화면이 원 상태로 돌아왔다.
영정사진 속 지젠느의 얼굴도 다시 원래도 돌아왔다.
그렇게 굿은 점점 더 격렬해졌고, 위로굿도 마무리가 되었다.
* * *
[미스터리 탐사대]의 아홉 번째 특집 이름은 ‘악플러’.이 특집은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악플러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폭발적으로 쏟아진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악플러’들에 대한 ‘악플’이 달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 악플러들 싹 다 잡아다 콩밥 먹여야 함.
– 함무라비 법전이 진리라니까. 도둑질 하면 손꾸락을 잘라버리고 사람을 죽이면 사형시키곸ㅋㅋㅋㅋㅋㅋㅋㅋ 악플 달아도 손꾸락 잘라!
– 악플 다는 놈들 인성은 뭐 말할 필요 없지.
–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찬성합니다.
.
.
.
이런 와중에 ‘지젠느’에 대한 옹호 댓글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정작 그녀가 죽었을 때에는 악플만 달리던 뉴스 기사와 너튜브 영상들에 온통 추모한다는 댓글이 달리는 것이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녀를 그리워합니다.
– 지금이라도 스트리밍 올리자.
– 지젠느 좋아했는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승현은 이 현상을 보며 대중의 이중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악플을 다는 사람과 추모 댓글을 단 사람이 같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전체적인 여론이 이렇게 바뀌는 것이 가식적이라고 느꼈다.
물론 악플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악플러’ 특집을 기획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생각보다 더욱 이슈가 되니 되레 반감을 느끼기도 한 것이었다.
괜한 잡생각이 자꾸 들자 승현은 바로 회의를 소집해 다음 촬영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화영이 서칭한 주제로 촬영 기획안이 작성되었다.
승현은 그녀가 찾아낸 소스를 보자마자 또 한 번 ‘귀신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음식이 썩는 듯한 지독한 악취가 확 풍겨 온 것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괜찮은 소재가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경상북도 청도군 ‘악령의 집’]승현의 컨펌 하에 기획안 맨 상단에는 커다란 타이틀이 떡 하니 붙었다.
* * *
“‘악령의 집’이라. 이름 거창한데?”
기획안을 받아 본 이열상 CP가 말했다.
“‘악령’이나 ‘악귀’에 대한 개념 같은 거 없이 그냥 지어진 별칭 같아요. 실질적으로 저희는 ‘악귀’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 있고요.”
승현이 대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더 자세히 읽어보았다.
청도군 ‘악령의 집’.
시골에 있는 별장처럼 생겼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어 곰팡이와 넝쿨이 뒤덮인 폐가였다.
그 집이 ‘악령의 집’으로 불리게 된 건 1998년부터였다.
건설사를 운영하던 한 노인이 암 걸린 아내를 위해 요양 차원에서 집을 구매한 것.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노인이 자신의 아내를 제 손으로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그 자녀들이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자 그 집으로 찾아갔고, 변사체가 된 부모님을 찾아냈던 것.
유서도, 이상한 기행의 흔적도, 외부 침입 흔적도 없는.
오직 노인이 자신의 아내를 죽였다는 물적 증거만 가득한 그런 현장이었다.
하지만 자녀들의 증언은 더욱 기이했다.
둘의 금슬은 자녀들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 모두가 알 정도로 좋았고 그 당사자들도 허구한 날 손을 잡고 다녔다는 것.
아무리 봐도 살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집은 버려졌고, 20년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내용을 일어본 이열상 CP가 물었다.
“이게 왜 ‘악령의 집’이야? 그냥 남편이 아내 죽인 사건 아냐? 둘 얘기는 둘만 아는 거지. 악령이 왜 나와?”
그의 질문에 승현이 기획안을 가리켰다.
“뒷장 보시면 인터넷에 도는 그 집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요.”
그의 말에 이열상 CP가 기획안을 넘겨보았다.
– 근처에 살고 있음. 거기 동네 사람들은 근처에 가지도 않음. 들리는 소문에 입주했던 사람들 죄다 죽어나갔다고 함.
└ ㄹㅇ????????
– 거기 팔려고 해도 안 나가는 곳임.
– 거기 악령 삼
– 밤에 거기 들어가면 못 나옴
– 그거 우리 동네 근처 애들은 다 아는 곳임. 가끔 객기 부리는 애들이 거기 들어갔다가 이상한 거 보고 기겁해서 도망치고 그런 데임. 아예 가질 말아야 해.
– 예전에 너튜버 중에 ‘길창창’이라는 애가 담력 테스트 한다고 거기 갔다가 실종되지 않았음?
└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 ㅈㄴ 욕 많이 하는 애???
└ 구독자 천 따리였음.
└ 걔 실종되고 나서 되레 만 찍었을 걸.
└ 지금 업로드 끊긴 상태.
[핸드사이드]에 도는 여러 댓글들도 기재가 되어 있었다.“음. 흥미롭긴 할 거 같은데.”
이열상 CP가 말했다.
“촬영 준비는 어느 정도 됐고요. 이번에는 필립 씨랑 수연 씨 없이 저희끼리만 움직일 예정입니다. 두 분이 스케줄이 있다고 해서요.”
“그래? 그럼 너랑 태정이랑 화영이만 가는 거겠네?”
“네, 네.”
“‘감’은 확실한 거야?”
이열상 CP가 기획안을 내려놓고 물었다.
승현이 자세히 설명한 적은 없지만 그에게 ‘독특한 감각’이 있다는 걸, 이열상 CP는 짐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승현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열상 CP는 다시 기획안으로 시선을 꽂았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 말했다.
“그래. 알았다.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