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 [악령의 집> 특집
다시 제작사무실로 돌아온 승현이 바로 수첩과 태블릿을 챙겼다.
“선배. 그 실종 됐다던 너튜버 ‘길창창’이요. 그 촬영 영상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너튜브에서 심의 기준에 걸려서 삭제 됐더라고요.”
“그래?”
“네. 트리위키 보니까 생방송 중에 갑자기 뭘 봤는지 비명 지르면서 방송이 꺼졌다는데 그 이후로 완전히 실종 됐대요. 사람이 그렇게 사라지고 나니까 신고가 들어갔고- 뭐- 너튜브에서는 영상을 내려 버린 거죠.”
“다른 루머는 전혀 없고?”
“네. 경찰에서도 실종 상태로 분류하고 있대요.”
“그럼 경찰도 현장을 한 번 수색해보긴 했었겠네.”
“그렇겠죠.”
“오케이. 알겠어.”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화영과 태정도 각자 출발 준비를 마쳤다.
“가자.”
승현이 앞장서자 화영과 태정이 비장한 표정으로 나섰다.
이 셋은 이때까지도 몰랐다.
소문으로만 도는 ‘악령의 집’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곳이었는지.
셋은 복도를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동네 사람들 인터뷰를 좀 따보자고.”
“네, 네, 네.”
“인터뷰 따고 그리고 그쪽 부동산 하는 분한테. 이야기도 좀 들어보고.”
“네.”
“그리고 전에 살았던 사람들 인터뷰도 요청해 놔.”
“네, 그건 오장혁 PD님께서 준비하실 거예요. 컨택 되는 대로 톡 주시기로 하셨어요.”
“알겠다. 가자.”
셋은 바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 * *
늘 그렇듯, 고속도로의 이정표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사이, 화영은 장혁에게 인터뷰 할 유족들의 연락처를 전달 받았다.
그렇게 각자 촬영 준비를 하며 도착한 청도군 터백읍.
이곳도 지금까지 겪었던 다른 시골들처럼 ‘깡촌’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한적했다.
그나마 읍내에는 오래된 옷가게와 식당 등, 일부 상권이 자리하고 있었다.
승현 일행이 탄 차량은 읍내에 멈춰 섰다.
“배고파 죽겠네요. 일단 밥부터 먹죠.”
태정이 운전석에서 내리며 볼멘소리를 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오래된 중식당과 부동산 사무실, 옷가게, 이발소 등 나름의 편의 시설들은 있는 듯했다.
“짜장면이나 먹자.”
승현은 오래된 중식당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태정과 화영은 각자 장비를 챙겨들고는 승현을 따라 중국집 안에 들어갔다.
내부 인테리어는 영화 속에서나 보았던 전형적인 시골 식당의 느낌이었다.
승현과 태정, 화영은 구석 자리에 앉은 뒤 메뉴를 보았다.
그 사이, 배가 많이 나온 중년 남자가 하얀색 요리사 옷을 입은 채 주방에서 나왔다.
얼마나 오래 입었는지 소매와 단추 있는 쪽이 모두 헤져 있을 정도였다.
“뭐 드릴까.”
남자가 물었다.
“짜장? 짬뽕?”
“전 짬뽕.”
“난 짜장이요.”
“짜장 둘에 짬뽕 하나요.”
승현과 화영, 태정은 빠르게 서로를 보며 메뉴를 결정했다.
“여기 짜장 둘에 짬뽕 하나!”
남자가 주방을 보며 크게 소리친 뒤 일행을 빤히 보았다.
“외부에서 오셨나 봐?”
그가 승현 일행에게 관심을 주었다.
빈 자리에 놓여 있는 카메라 가방들을 본 것이었다.
“아, 네. 저희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승현이 대답했다.
“아아아아! 나도 봤어. 뉴스에서도 많이 나오더만.”
“아아. 네, 그렇죠.”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동네에는 뭘 찍으러 왔나? 저기 폐가라도 찍으러 왔나.”
남자가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폐가요?”
승현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어쩌면 여기서 바로 인터뷰를 하나 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친 것이었다.
“그래. 저기 안쪽으로 가면 귀신 산다고 하는 집 있거든. 지금 버려진 지 20년 됐나.”
그의 말에 승현이 정중하게 물었다.
“아, 그러면 음식 나오기 전에 간단히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그 사이, 태정은 벌써 카메라를 꺼내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장사를 한 지 30년은 됐으니까 저 얘기를 알지. 1998년인가, 1999년인가. 아무튼 2000년이 되기 전이었어. 어디 돈 많은 집 사장하고 사모가 이 동네에 집을 산다고 해서 떠들썩한 적이 있더랬지. 돈 많은 사람이 귀농하는 거야 흔한 일이기는 해도 여기 터백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든. 그렇게 여기 뭐 어디어디 돌아다닌다 싶더니만 귀신이 산다는 그 집을 덥석 사버리지 뭐야. 그러고 한 계절이나 있었나. 추운 겨울이었어. 둘이 변사체로 발견됐지, 뭐. 그 사장이 사모를 죽이고 자살했다나.”
인터뷰를 하던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귀신이 산다는 그 집을 샀다는 말씀은, 그 두 분이 들어가시기 전에도 그 소문이 있었다는 말인가요?”
중요한 문제였다.
승현의 질문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헷갈리는데. 맞아. 그랬던 것 같아. 그래서 우리도 애들한테 그 근처에서는 놀지 말라고 그랬거든.”
“그 주소지가 정확히 어떻게 되나요?”
“주소까지는 모르고- 여기서 상자리 넘어가는 길목에 옆으로 빠지는 샛길이 있어. 거기로 가면 그 저택이 나와요.”
남자는 시골 어른 특유의 반존대로 설명을 해주었다.
그 사이, 음식이 주방 앞에 있는 스테인리스 선반에 턱 올려졌다.
남자는 일어나 음식을 일행의 테이블 앞에 놓아 주었다.
“감사합니다. 혹시 더 알려주실 게 있나요?”
승현이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하며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주방 안으로 들어가며 무심히 말했다.
“어지간하면 거긴 들어가지 마요. 밖에서 뭐 취재하고 하는 거야 알아서 하는데 집에 들어가지는 마. 들어가서 못 나온 사람들이 태반이니까.”
“태반-이라고요?”
승현이 되물었다.
남자는 주방 앞에서 승현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가만히 보고 있다가 휙 돌아서 들어가 버렸다.
“엥. 뭐지.”
태정이 카메라를 정리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뭔가 말해줄 듯하더니 들어가 버리는 태도에 불쑥 화가 난 것이었다.
“됐어. 밥부터 먹자. 인터뷰할 게 많겠네.”
승현은 그릇을 가리키고는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
식사를 마친 승현은 읍내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부분 중식당에서 보았던 그 요리사의 반응과 비슷했다.
그러던 중, 특이한 케이스가 발견되었다.
승현은 이 인터뷰가 앞으로 일어날 일의 복선이 될 것이라는 걸 이때는 알지 못했다.
승현과 화영은 시골 거리를 배회했고 태정은 둘의 뒷모습을 담았다.
이어 그는 맑은 하늘과 오래된 건물들을 수시로 비추며 주변 분위기를 촬영했다.
“여기도 인터뷰를 한 번 해볼까?”
승현이 한 블록 너머 보이는 오래된 철물점을 가리켰다.
“그래요. 오래되어 보이는 게 이 동네에 대해 잘 아실 것 같아요.”
화영이 대답했다.
카메라도 구도를 위로 잡아 간판을 촬영했다.
전기가 아닌 나무에 페인트로 칠한 듯한, 굉장히 오래된 간판이었다.
“계십니까~”
승현이 앞장서서 철물점 안으로 들어가며 불렀다.
그리고 화영이 뒤를 따랐다.
양쪽에는 온갖 공구와 도구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얼마나 많이 걸려 있는지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했다.
짤랑-
체구가 작은 화영이 지나가는데도 어깨에 공구들이 걸릴 정도였다.
“뉘쇼.”
안에서 걸걸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몇 가지 좀 여쭙겠습니다.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이 정중하게 말하며 깊숙이 들어갔다.
그러자 전화기와 카드 계산기, 그리고 한 사람이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작은 TV가 켜져 있었고, 찌든 담배 냄새도 강하게 났다.
“뭘 물어봐?”
그리고 그 방 입구로 해골처럼 삐쩍 마른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노인은 족히 80세는 넘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RBS라는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RBS?”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승현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았다.
“저쪽, 터백읍쯤에 있는 ‘귀신의 집’. ‘악령의 집’이라고 불리는 건물을 아시나요?”
승현이 크고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정중하게 물었다.
“어디? 어디라고?”
노인도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귀가 어두운 모양이었다.
“‘귀신’이 나온다는 집이요! 저쪽 상자리 넘어가는 쪽에 있는 집!”
승현이 한층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알아들었는지 잠시 생각하는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뒤, 노인의 얼굴이 흉악하게 변했다.
“나가!”
갑자기 호통을 치는 노인에 승현과 화영 모두 움찔했다.
“나가! 이 새끼들아! 나가! 나가! 나가!”
노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승현의 어깨를 떠밀었다.
“어, 어르신. 잠시 진정하시고-”
“나가! 나가!”
노인은 버럭 버럭 소리쳐댔다.
졸지에 승현과 화영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딸랑-
쨍그랑-
양옆에 걸려 있던 온갖 공구와 도구들이 밀려나는 둘의 어깨에 마구 떨어졌다.
팍-
결국 둘은 튕겨 나가듯 철물점 밖으로 쫓겨났다.
카메라는 뒤에서 둘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았다.
씩 씩-
노인은 입구에 서서 제작진을 쏘아보다가 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승현과 화영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죠.”
“뭔가 아시는 느낌이긴 한데.”
둘은 난처한 얼굴로 주변을 보았다.
“무슨 일이요?”
그때 붉은 보자기를 머리에 인 노파가 지나가다 물었다.
“아. 저희는 RBS 방송국에서 나왔는데요. 저기 상자리 넘어가는 길에 있는 집에 대해 여쭤보려고 하니까 저렇게 불같이 화를 내시더라고요.”
승현이 대답했다.
“아유. 그럴 만도 하지. 물어볼 걸 물어보셔야지, PD양반.”
“네?”
승현이 카메라를 한 번 본 뒤 고개를 갸웃했다.
“벌써 한 50년도 더 된 이야기인가. 아니다, 40년쯤 됐겠네. 저 아저씨 아들이 그 집에서 실종됐거든. 거 친구들하고 술 먹고 객기에 그 집에 몰래 들어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때 난리였지. 경찰서 쫓아가서 난동 피우고. 직접 찾겠다고 그 집에 들어가고. 그런데 거기서 뭘 봤는지 어느 때부턴가는 안 가더라고. 대신 얘기 나오기만 하면 저렇게 화를 내.”
노파는 보자기를 능숙하게 머리에 얹은 채로 말했다.
승현은 노파와 카메라를 번갈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 집에서 실종사고가 많이 있었나요?”
“내가 아는 건 한 세 건? 저 사장님 아들하고- 그 언젠가 여기 터백 고등학교 애들이 거기 몰래 들어갔다가 사라졌다고 하고. 그리고 뭐 개인방송? 너튜브? 뭐 하는 총각 하나하고.”
“경찰에서 수사는 했던 거죠?”
“했겠지!”
노파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승현은 수첩에 무언가를 빠르게 적었다.
“아무튼 그 집에는 들어가지 말어. 또 사라질라.”
노파가 휙 돌아섰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