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76)
제76화.
승현과 화영은 멀어지는 노파의 뒷모습을 보았다.
뭔가 이곳 주민들은 그 저택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실종사건이 있으니 들어가지 말란 말만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실종사건이 진짜 있긴 했나 보네요. 그 집에서.”
태정이 카메라를 정리하며 말했다.
“부동산으로 가서 조금 더 알아보자.”
승현이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아직도 해가 창창할 오후 시간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할 기현상이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그 저택에 뭔가 비밀이 있다는 사실은 확실시되고 있었다.
“여기 부동산 쪽을 가볼까요? 뭔가 자세히 알 것 같은데.”
“그래야지.”
화영이 건너편에 있는 부동산 사무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공인중개사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 집 알죠. 그 집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집 주인이 지금까지 총 세 번이 바뀌었어요. 처음 집을 지은 건 1975년. 그리고 다음 사람이 들어온 게 1981년. 마지막이 1998년. 지금 집 주인은 마지막에 살았던 사람 아들 명의로 되어 있고요. 안 팔고 있네.”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앉아 있는 노인은 돋보기안경을 쓰고 어색하게 마우스를 클릭하며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
“전에 살던 분들에 대한 정보는 있나요?”
“여기에 딱히 정보는 없고- 제가 아는 건 거기 들어갔던 사람들이 다 죽었다는 거예요.”
“네? 다 죽어요?”
“네. 살인.”
“살인……이요?”
승현이 화영을 보며 중얼거렸다.
“네. 아빠가 자기 와이프랑 애들을 다 죽인 사건이었죠. 그리고 본인은 자결.”
“1975년과 1981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요?”
“네. 그 건은 아마 경찰 쪽에서 제대로 된 자료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노인이 안경을 벗으며 대답했다.
“경찰 인터뷰도 꼭 하긴 해야겠네.”
승현이 수첩에 메모했다.
그때, 또 한 번 악취를 느낀 승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등 뒤로 보이는 유리창과 도로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와장창-
무언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승현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어? 왜 그래요?”
태정이 승현을 보며 물었다.
그는 뭔가 깨지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화영과 공인중개사 사장도 아무것도 듣지 못한 표정이었다.
“아뇨, 아뇨. 아냐.”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못 들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했던 소리.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유리그릇이 깨지는 소리였다.
‘귀신의 흔적.’
승현이 생각했다.
부동산 사무실을 나온 승현은 바로 경찰서로 이동했다.
그 사이 화영은 노트북을 이용해 인터넷에 돌고 있는 옛날 신문 스캔본들을 찾아냈다.
오래된 지역 신문에서도 부동산 사장이 이야기했던 사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승현은 화영과 함께 기사를 확인한 후, 경찰서로 들어갔다.
경찰서에서도 꽤 협조를 잘 해줘 많은 정보를 추가로 접할 수 있었다.
경찰은 오래된 서류를 들척이며 말했다.
“1975년에 발생했던 사건의 범인은 ‘임택수’. 돈이 좀 있는 사람이었고 그때 저기 상자리 초입쯤에 집을 지었어요. 딸 셋하고 와이프가 있었는데 평소에 가정폭력이 조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부부싸움을 하다 임택수가 와이프랑 딸을 모두 죽였습니다.”
“강력 사건이네요.”
“그렇죠. 다량이 창상과 자상이 발생한 사건이었고요. 가해자인 임택수도 앞마당에 목을 매고 자살했습니다.”
“가해자도 자살을 했다라.”
“1981년에 발생한 사건의 범인은 ‘김치종’이었습니다. 임택수 사건이 발생하고 6년 동안 빈집이었다가 구매하고 들어가 살았는데요. 몇 달 안 돼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죠. 와이프와 아들을 죽이고 자신도 똑같은 나무에서 자살했습니다.”
카메라는 오래된 서류 속 ‘임택수’와 ‘김치종’의 증명사진을 클로즈업 했다.
당시 유행했던 특유의 헤어스타일과 오래된 사진의 느낌이 공포감을 더해주었다.
사삭-
승현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에 미간을 찌푸렸다.
순간 사진 속 둘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는 흠칫 놀라 주변을 보았지만 태정과 화영, 경찰은 계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1998년에 발생한 사건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형익’이 아내를 죽이고 본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죠. 그 집에서 처음 살인을 한 임택수를 제외하고 다른 두 집은 굉장히 평화롭고 화목한 집안이었대요. 그런데 그 집에 들어간 이후부터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촬영장에 있는 모두가 인지하지 못했는지, 사진 속 임택수와 김치종의 눈동자가 움직였다는 것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승현은 눈을 비빈 후 경찰에게 물었다.
“그- 스트리머 중에 ‘길창창’이라는 사람이 실종됐다는데 그 건에 대해서는 어떤가요?”
“네. 그 스트리머 말고도 한 네 명 정도가 그 집에 들어간 이후로 실종이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저희가 집을 수색해 봤는데요.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있지만 그 사람들이 발견되진 않았습니다. 시신도 없었고요.”
“그곳에 들어갔을 때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거나 한 적은 없나요?”
“네. 따로 없었습니다.”
“흠. 그래요? 알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력사건에 대한 수사자료는 충분히 접할 수 있었지만 실종자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승현은 태정에게 카메라 녹화를 그만 하라는 손짓을 했다.
경찰서에서의 촬영을 마무리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PD님. 혹시 그 집 촬영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들어가실 계획이요.”
경찰은 카메라를 정리하는 태정을 보고 물었다.
“네. 아마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찰이 묻자 승현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급적이면 안 하시는 걸 추천 드리는데.”
“실종사건이 자꾸 일어나서요?”
“네. 뭐, 저희가 갔을 땐 별일 없긴 했지만 거기 들어간 외지인들이 자꾸 실종되고 죽고 하니까 주민들 사이에서 말이 좀 나오거든요. 괜히 일 벌이지 말라는 분위기랄까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들어가실 계획이시라면 저한테 문자 한 통 넣어주세요. 그러면 제가 들어가셨다는 상황 인지는 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승현과 경찰이 서로 명함을 주고받고는 악수를 나눴다.
*
많은 정보를 얻은 뒤 승현과 태정, 화영은 경찰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차에 올라탄 승현은 승범보살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이런 케이스는 어떤 건지 무속인 입장에서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 경우는 집 자체에 악령이 낀 것 아닐까 생각이 되네. 자기 처자식을 죽인 ‘임택수’가 자신의 살인을 합리화하기 위해 죽어서도 다른 사람들을 종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똑같이 가족들을 죽이고 똑같은 곳에서 자결을 한다는 건 그 놈이 악령이 돼서 그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거지. 아주 악질적인 놈이야.]대충 그 집의 진실에 대해 접근하는 것 같았다.
“그럼 마지막에 살았던 분 자녀들은 살아계실 테니까 그 분들 인터뷰만 하고 바로 집으로 가보죠.”
화영이 태블릿 PC를 켜며 말했다.
“그래. 촬영 허가도 확인해보자. 현 명의자가 그 유가족이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허락을 받긴 해야겠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승현은 장혁에게 연락해 1975년과 1981년, 1998년에 발생했던 사건 유가족들 연락처를 알아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앞선 두 사건의 경우에는 너무 오래되어 주변 친인척들의 연락처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1998년 발생한 사건은 비교적 최근인 데다가 현재 ‘악령의 집’이라 불리는 그곳이 유족의 명의로 되어 있는 만큼 쉽게 연락해 볼 수 있었다.
[두 분은 무척 금슬이 좋으셨어요. 그런데 엄마가 병이 생기고 아빠가 간호를 했는데 그때 어디 TV에서 암 환자가 귀농해서 사니까 건강이 좋아졌다는 이야기 나오는 걸 보시고는 그 집으로 가셨던 거예요. 그 뒤로도 같이 산책 다니고- 굉장히 행복하게 지내시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연락이 안 돼서 댁에 내려가 보니까…….]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승현은 스피커폰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를 듣다 물었다.
“혹시 그 집에 대한 다른 소문을 듣거나 하신 건 없나요?”
[따로 듣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엄마, 아빠 돌아가시고 나서 주변 주민들 반응이 이상했어요. 예상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놀라는 기색도 별로 없었고요.]“지금 서울에 계신 거죠?”
[네. 서울에 있습니다.]“저희가 인터넷에서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취재를 진행하고 있는 건인데요. 이 집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 부모님이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아시게 될 것 같습니다.”
[네, 네. 취재하셔도 됩니다.]“혹시 저희가 집에 들어가 봐도 괜찮을까요?”
[네. 들어가셔도 되는데 부모님 성함이나 얼굴은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네. 그 부분은 잘 모자이크 하겠습니다.”
승현이 대답했다.
그렇게 통화를 종료하자마자 태정이 물었다.
“이거 촬영 시작하기 전에 저 유족한테 먼저 허락 맡았어야 했던 거 아니에요? 만약 이 타이밍에서 저 아들이라는 사람이 촬영 거절을 했으면 날리는 건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승현은 이 사건의 특성상 남편이 아내를 죽인 잔혹한 사건인 만큼 그냥 모두 익명처리를 하면 될 것이라고 계산했었다.
“그런 부분도 있긴 한데 저 집 명의가 또 저 아들한테 되어 있다고 하니까 일단 확인은 더 했어야지.”
하지만 그 계산과 다르게 아직까지도 저 집의 소유권이 그 가족에게 있다면,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허락을 거쳐야 했다.
이는 승현이 처음 계획했던 것과 틀어져서 생긴 착오였다.
“아무튼 가서 촬영을 하자. 마무리 해야지.”
승현이 일행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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