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삽화)
(본 회차에는 개인에 따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이미지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늦은 오후.
아직 해는 떠 있었지만 서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는 시간이었다.
승현과 화영, 태정이 탄 차량이 저택의 대문 앞에 멈췄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의 셋이 차에서 내렸다.
“인트로로 쓸 만한 주변 풍경 좀 찍을게요.”
태정이 카메라로 저택의 전경과 대문.
그리고 대문에서 보이는 마을과 길목을 카메라에 담았다.
“수연 씨랑 같이 올 걸 그랬나 봐요.”
화영이 나지막이 말했다.
저택에서부터 느껴지는 날카로운 한기를 느낀 것이었다.
“어쨌든 이 저택에서 일어난 일들이 악령과 관련한 것 같다는 증거들은 나왔으니까 이번 촬영의 핵심 요소들은 모두 알아낸 거야. 이 저택은 무서운 거 좋아하는 시청자들 때문에 서비스로 찍는다고 생각하고 한번 둘러나 보고 나오자고.”
승현이 마른 입술을 엄지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 역시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럼 촬영 시작할게요.”
태정이 카메라 설정을 바꾸며 말했다.
태정의 카메라 화면에 승현과 화영의 뒷모습이 담겼다.
둘의 앞에는 녹슨 대문이 있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가 된 듯했지만 대문의 디자인은 1990년대 부잣집에서 볼 수 있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었다.
“문을 열겠습니다.”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한 뒤 문을 열었다.
끼구우우웅-
쇳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잡초와 넝쿨이 마당과 집을 온통 뒤덮고 있는 모습이었다.
금속 부분은 모두 녹이 슬어 굉장히 흉물스러웠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집보다도 허름하고, 음산했으며, 기괴했다.
“오늘은 무속인 수연 씨와 사진작가 장필립 씨가 없이 온 만큼, 저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한마디 했다.
“후우- 후우-”
조금씩 몰아쉬는 일행의 숨소리가 오디오에 은은하게 잡혔다.
그 소리가 음산함을 더해주었다.
저벅 저벅 저벅
거기에 마당을 가로지르는 발소리까지 더해지니 음산함은 한 층 더 심해졌다.
마당에는 오래된 대야와 녹슨 자전거, 공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 쪽에는 사람 키보다 큰 나무가 한 그루 서있었다.
“이곳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모두 가장이 가족들을 죽이고, 본인은 나무에서 목을 맨 것인데요. 이 나무가 가해자들이 자살을 한 나무인 것 같습니다.”
승현이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 * *
* * *
깜빡- 깜빡- 깜빡-
* * *
* * *
갑자기 카메라 화면이 요란스럽게 깜빡였다.
그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 나무 위에 목을 맨 남자가 나타났다 깜빡임과 함께 사라졌다.
“저기- 저기 위를 보시면 나무에 매듭을 묶었던 자국이 선명합니다.”
승현은 나뭇가지 위에 있는 밧줄 자국을 가리켰다.
깜빡-
다시 한번 카메라 화면이 깜빡였다.
순간 화면에는 사백안에 검은색 얼굴을 한 남자의 얼굴이 크게 잡혔다가 사라졌다.
이를 본 태정이 화들짝 놀랐다.
승현이 그를 보았지만 태정은 익숙한 듯 진정하며 OK사인을 보냈다.
“계속 가겠습니다.”
승현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면서 집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문은 열려 있나요?”
“열어봐야죠.”
그는 화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현관문 앞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올린 뒤 천천히 당겨보았다.
끼익-
문이 열렸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집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승현은 손전등을 꺼내 켰고 화영은 스마트폰 손전등을 켰다.
“잠시만요. 카메라에도 조명 좀 올릴게요.”
태정도 카메라를 조작해 밝은 조명기기를 켰다.
이내 카메라가 비추는 방향으로도 조명이 들어왔다.
어지럽게 놓인 가구와 각종 쓰레기들도 카메라에 담겼다.
“들어가겠습니다.”
승현을 필두로 화영과 태정이 조심스럽게 발을 올렸다.
“지금까지 얘기를 종합해보면 1975년에 발생했던 사건의 가해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가해자는 가족들과 굉장히 화목하게 지냈다는 거죠?”
화영이 물었다.
“네. 그렇죠.”
승현이 존댓말로 대답했다.
“그럼 여기 깃든 악귀는 ‘임택수’일 가능성이 크네요.”
“네. 승범 보살님 이야기도 그랬고요.”
승현이 거실을 가로질러 걸어가며 대답했다.
천장의 몰딩과 형광등은 1990년대 유행하던 느낌이었다.
여기에 옛날 브라운관 TV, 오래된 전축.
곰팡이 뒤덮인 소파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거실 한쪽에는 부엌 모퉁이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모든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방이 곰팡이네요.”
화영이 구석구석을 보며 말했다.
당연히 곰팡이의 퀴퀴한 냄새도 코끝을 자극했다.
다만 승현은 곰팡이 냄새 사이로 음식물 쓰레기 냄새 같은 지독한 악취를 느끼고 있었다.
“먼저 부엌과 방을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한 뒤 부엌 쪽으로 이동했다.
굉장히 오래된 냉장고와 싱크대가 보였다.
온통 시커멓게 변한 것이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승현은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태정은 냉장고 안을 클로즈업 했다.
그때, 냉장고 안에서 무언가 포착 됐다.
반찬통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담긴 것이었다.
“냉장고 안에-”
태정이 말끝을 흐렸다.
“음?”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냉장고 안을 보기 위해 상체를 기울였다.
탁 탁 탁 탁 탁 탁탁탁탁탁탁탁-
순간 승현은 도마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냉장고 안에 시커먼 피부의 사람 머리가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승현은 등골이 바싹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냉장고 속 머리가 번쩍 눈을 떴다.
* * *
* * *
이 모습은 화영과 태정 모두 포착했다.
“으헉!”
승현이 냉장고 문을 쾅 닫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도마소리도 멈춘 상태였다.
승현은 카메라와 화영을 번갈아 본 후 다시 냉장고를 열어보았다.
분명 보였던 사람 머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짜장면 시키신 분~ 짜장- 띠딕- 미안한데 말이야! 내가 마라도로 옮겼어! 못 살아~ 전파의 힘이 강하다! 파워디지털! (삐이-)]그때 뒤에서 오래된 TV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저만 들은 거 아니죠?”
화영이 카메라와 승현을 보고 물었다.
이건 승현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옛날 광고 같은데. 90년대 후반에 나오던 TV 광고.”
승현이 대답하며 거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영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도 둘을 따라 거실 쪽으로 앵글을 돌렸다.
순간 모두 얼어붙고 말았다.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인 것이었다.
바로, 곰팡이에 뒤덮인 소파 위에 일가족으로 보이는 시커먼 형체 네 개가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는 장면이었다.
다만 TV에서는 아무것도 나오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광경은 카메라에도 정확히 담겼다.
승현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라는 손짓을 했다.
그때, 화영이 뒷걸음질을 치다 바닥에 있는 숟가락을 쳤다.
땡-
그 소리가 들리자 소파 위의 시커먼 형체 네 개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카메라 쪽을 보는 것 같았다.
번쩍-
이어 네 개의 형체 모두 시뻘건 눈을 동시에 크게 떴다.
사백안이었다.
끼긱 끼긱 끼긱 끼긱-
네 개의 형체가 고개를 기괴하게 꺾어대더니 소파 앞으로 인형처럼 고꾸라졌다.
끼긱 끼긱 끼긱-
그런데도 오래된 나무가 부대끼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X발!”
깜짝 놀란 태정이 카메라가 켜진 것도 잊고 욕을 내뱉었다.
구릉- 구릉- 궁- 궁-
그때, 2층 계단에서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일행 모두 계단으로 몸을 돌렸다.
계단 위에서 축구공 같은 무언가가 둔탁하게 굴러 내려왔다.
손전등이 그걸 비추는 순간, 시커먼 피부에 붉은 사백안을 가진 사람의 머리라는 걸 대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헉!”
승현이 놀라 탄식을 뱉었다.
끼긱 끼긱-
그 머리 역시도 1층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바닥에 철퍽 들러붙었다.
덜컹 덜컹-
바람에 창문이 요란하게 덜컹거렸다.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바닥에 떨어졌던 그 ‘머리’는 그림자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너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승현과 화영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았다.
“뭐에 홀린 것 같아요.”
화영이 말했다.
“녹화된 거 한 번 돌려볼까요?”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머리를 맞대고 카메라 LCD화면을 보았다.
그리고 화면은 조금 전, 소파와 계단 쪽을 촬영했던 장면으로 다시 돌아갔다.
시커먼 형체와 붉은 사백안이 명확하게 보였다.
“지금은 전혀 보이지 않네.”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태정도 다시 녹화 모드로 촬영에 돌입했다.
조금 전 나타났던 소파 위 검은색 형체도 사라져 있었다.
“헛것을 본 건 아닌 것 같네요.”
승현이 중얼거렸다.
“기분이 너무 안 좋은데요.”
태정도 한마디 거들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죠.”
화영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도 묘하게 떨고 있는 듯했다.
승현은 화영의 어깨를 토닥여 준 후 닫혀 있는 방문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열자 평범한 구조의 침실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는 바다가 그려진 액자가 걸려 있었다.
승현은 책상으로 다가가 집기들을 보았다.
그 사이 화영은 침대 쪽으로 다가가 이불을 살짝 걷었다.
침대는 혈액인지, 곰팡인지 모를 거뭇거뭇한 것이 잔뜩 묻어 있었다.
퀴퀴한 악취와 함께 곰팡이만 보일 뿐, 방 안에 다른 특별한 것은 없었다.
잔뜩 긴장을 했던 것 치고는 싱거운 결말이었다.
“후우.”
카메라를 들고 있는 태정이 나지막이 한숨을 흘렸다.
덜걱- 덜걱-
그때 방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카메라가 방 밖을 가리키자 성인 남성으로 보이는 실루엣이 어른거렸다.
“누구세요?”
승현이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하지만 누군지 정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저희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그쪽 누구세요?”
승현이 다시 물었다.
“아아- 아- 저는 너튜브에서 ‘길창창’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흉가 체험하러 왔습니다.”
그림자 속에 있는 누군가가 답했다.
“‘길창창’ 님이요?”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수년 전, 이곳에서 생방송을 하다 실종이 됐다는 바로 그 너튜버였다.
“잠깐 카메라 앞에 좀 나오시겠어요?”
승현이 방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