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8)
제8화
“으악!”
승현이 깜짝 놀라며 옆으로 쓰러졌다.
“선배! 무슨 일이에요!”
태정이 바로 부축을 해주었다.
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 이, 이, 이 할아버지가 내 앞에-”
승현이 다급하게 주위를 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있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태정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승현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걸 느꼈다.
마치 무언가 옆에 있는 것 같은 인기척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승현은 다시 카메라를 켜 그곳을 촬영해 보았다.
그러자 카메라가 켜져 있는 지금 이 순간, 논밭 한 가운데 할아버지가 천천히 손짓을 했다.
가까이 오라는 것이었다.
“잠깐만.”
승현이 바로 논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선배. 뭐해요?”
태정이 일어나 말렸지만 승현이 팔을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첨벙 첨벙.
질퍽 질퍽.
승현은 발이 푹푹 빠지는 논밭을 막무가내로 걸어 들어갔다.
논 주인이 보면 기겁을 하며 화를 낼 모습이었다.
“아이, 진짜.”
태정은 난처한 듯 주변을 보았다.
“선배! 진짜 미쳤어요?! 아니면 귀신 들렸어요?! 왜 이래요!! 이거 주인이 보면 우리 다 잡혀가요!!”
태정이 기겁을 했지만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
승현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계속해서 그곳으로 다가갔다.
승현이 지금까지 느낀 ‘감각’으로 봤을 때 이 할아버지는 악귀보단 원한귀에 가까웠다.
불특정 다수의 인물에게 악의를 가진 귀신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게 해를 당해 복수심을 품고 있는 귀신.
저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하면 자신이 누구에게 해를 당했는지 잊어버리고 악귀로 진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뭔가 꺼내달라는 말을 계속 하는 걸로 봐선 여기에 비밀이 있으리라 확신이 들었다.
이내 할아버지가 서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벼가 자라고 있지 않았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닥을 조금 파보았다.
그러자 얼마 파지 않아 바로 뉘어 있는 묘비가 하나 발견되었다.
굉장히 오래되어 글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가장자리가 반듯하게 잘린 커다란 돌.
확실한 ‘묘비’였다.
“야! 박태정! 경찰한테 신고해!”
승현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태정은 일단 다급히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곧장 도착한 경찰.
시커멓게 어두운 논밭 주변으로 붉고 파란 경광등이 요란하게 번쩍였다.
차에 보관하고 있던 옷으로 갈아입은 승현과 태정은 경찰들에게 촬영된 영상들을 보여주고 묘비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이내 경찰들이 논밭 안으로 들어가 묘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때 뒤늦게 연락을 받은 논 주인이 부랴부랴 현장으로 왔다.
그는 굉장히 초조한 표정으로 담배를 뻑뻑 피며 사유지 침해라고 버럭버럭 소리쳤다.
승현과 태정은 그런 그와 경찰들을 번갈아 촬영했다.
그리고 묘비를 끌어낸 후 새겨져 있는 글자를 확인하자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그 묘비의 주인은 논 주인의 부친이었던 것.
어떤 이유에서인지 아들이 부친의 묘비를 뽑아 논 한 가운데 버려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무려 30년 전의 일인 것도 밝혀졌다.
논 주인은 가정사 때문에 부친과 사이가 안 좋았고, 죽은 뒤에도 형제끼리 재산 싸움이 심하게 나 유산을 제대로 증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묘지를 훼손한 것은 심각한 범죄에 해당했다.
또 한 가지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
그의 가정사가 밝혀지며 승현은 그 가족의 단체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승현은 놀라 다리가 풀리는 듯했다.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흑백사진 속, 묘비의 주인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 찍은 듯한 가족사진에 한복을 입은 노파가 서있었다.
자세와 분위기로 봐선 묘비 주인의 모친인 듯했다.
소름끼치는 것은 그 사진 속 노파의 한복과 외모가 승현에게 사진을 건넨 바로 그 할머니라는 점이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망했다는 노파.
자기 부친의 묘비를 논바닥에 버린 그 ‘논 주인’의 친할머니인 셈이었다.
어쩌면 그 할머니는 자기 아들의 안식을 위해 귀신이 되어 승현을 찾아온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원한이 이어져 할머니의 제보를 무시한 이후 일이 안 풀렸던 걸까.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릴까.
승현은 사진 속 노파의 눈을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 * *
방송국 복귀 후.
승현과 태정은 바로 편집 작업에 착수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미호군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 [풍경이 좋다]의 최종 방영분을 제작함과 동시에 할아버지 귀신을 만나고 묘비를 발견했던 장면을 보도국에 전달했다.
논 주인이 와 항의를 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들어간, 말 그대로 현장감 넘치는 제보 영상이었다.
여기에 승현이 주민들을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그 논주인 아들에 대한 행적도 함께 전달이 되며, 보도국에서도 단신이 아닌 집중 보도 형태로 즉시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교양국 [풍경이 좋다] 제작팀이 동사 보도국까지 도움을 준 셈이었다.
이렇게 되니 사건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었다.
상황을 듣고 관련 영상을 확인한 김백춘 교양국장이 바로 승현을 호출했다.
“이거. 정말 귀신이 찾아낸 거야?”
김백춘 국장이 물었다.
“네. 영상 보셨잖아요. 저는 저쪽에 정말 연고 없어요.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승현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일단 보도국에 내가 말해놓을게. 먼저 보도국에서 조금 세게 보도 하고. 그러고 나서 [풍경이 좋다]가 나가는 거야. 보도할 때 [풍경이 좋다] 제작진이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꼭 넣으라고 할게.”
“네, 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손발이 맞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전북 익산서 부친의 묘비를 버린 비정한 아들 체포] [집안 재산 싸움 때문에 부친의 묘비를 버린 사건 발생] [RBS ‘풍경이 좋다’ 제작진의 신고로 30년 전 범행 발각].
.
.
역시나 여러 뉴스 기사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등록 되었다.
승현은 동시에 [풍경이 좋다] 예고편을 너튜브에 등록했다.
RBS 채널에서 공식 예고편이 수시로 나가는 것은 물론, 인터넷상으로도 홍보를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건 제법 효과적이었다.
뉴스를 보면서 댓글을 다는 등의 행동을 했던 사람들부터 너튜브 알고리즘에 [풍경이 좋다]가 잡혔다.
아울러 자연스럽게 묘비를 발견한 뉴스와 연결을 지으며 네티즌들의 이목을 확실하게 끌어냈다.
– 이쯤 되면 [풍경의 좋다] PD 신기 있는 거 아님????
– 어떻게 찾아냈대?
–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음. 다른 거 촬영하다 범죄 현장 발견하는.
– 흔하진 않지만 없던 일도 아님.
– 본편 궁금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RBS 채널 처음 들어봄ㅋㅋㅋㅋ
너튜브에 댓글이 수백, 수천 개가 달렸다.
조회 수 역시도 빠르게 만 명을 넘더니 이내 10만 명을 달성했다.
물론 영상에 ‘좋아요’가 많이 달린 것은 아니었다.
뉴스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은 묘비를 발견했던 순간 영상이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풍경이 좋다]는 풍경을 주로 담는 방송인만큼 예고편에서는 그 내용을 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네티즌들의 불만을 야기한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승현의 전략이었다.
본방에 더 집중시키기 위한 하나의 떡밥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본방 날.
승현과 태정은 삼겹살집에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가게 TV로 [풍경이 좋다]를 지켜보았다.
둘이 편집한 대로 잘 뽑혀 나왔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기대하고 있는 그 장면은 대놓고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승현이 노린 것이었다.
* * *
할아버지 귀신과 묘비를 발견한 운.
그리고 승현의 전략이 더해진 덕분에 이번 상황은 달라졌다.
각 커뮤니티의 헤비 유저들이 각 잡고 [풍경이 좋다] 9회를 샅샅이 파고 분석한 것이었다.
[풍경이 좋다 9회에 나온 할아버지 귀신 추정 포착 화면.jpg] [망태 할아버지 얼굴 공개] [뉴스에 등장한 그 할아버지 귀신 얼굴]이번에는 승현이 직접 업로드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직접 귀신의 모습을 포착해 알아서 퍼다 날랐다.
뉴스에서 먼저 사건에 대해 보도를 하니 네티즌들 사이에서 9화에도 귀신이 등장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다들 눈에 불을 켜고 한 프레임씩 분석을 한 것이었다.
– 와 이걸 어떻게 찾았냨ㅋㅋㅋㅋㅋㅋ 정성이 대단하다
– 평범한 모습인데ㅠㅠㅠㅠㅠ
– 평범한 게 더 무서움
– 아들놈 ㅎㄹ새끼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아빠 묘비를
– 똑같이 논밭에 묻어버려야지.
– [풍경이 좋다] 팀은 무슨 무당이라도 있나. 귀신 냄새 겁나 잘 맡네.ㅋㅋㅋㅋ
– 이쯤 되면 진짜 [귀신이 좋다]로 프로그램명 바꿔랔ㅋㅋㅋㅋㅋ
– 공포 프로그램 내면 무조건 본방사수다.
– [괴담이즘] 최승현 PD 작품임. 이 사람은 귀신 쫓아다녀야 햌ㅋㅋㅋㅋㅋㅋ
세 번째 만에 드디어 네티즌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은 물론, 승현을 주축으로 한 새로운 공포 프로그램 론칭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승현은 이런 커뮤니티 반응을 지켜보다 RBS 공식 채널에 보도국 제보 영상을 따로 업로드 했다.
처음 할아버지 귀신이 포착되는 순간부터 승현이 놀라는 모습, 그리고 논으로 들어가는 승현의 뒷모습. 이어서 찾아오는 경찰과 논 주인.
논 주인과 경찰들의 얼굴만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다.
이렇게 편집한 15분짜리 영상은 업로드가 된 후 몇 시간이 지나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잠깐 등록이 되었다 내려왔다.
단순 [풍경이 좋다]를 검색하는 네티즌이 아닌, 공포나 괴담 영상을 찾아보는 네티즌들에게도 알고리즘이 잡히면서 순식간에 떡상을 한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처음 귀신이 나타났던 7회, 태영읍 편과 8회 물알읍 편.
9회 미호군 편의 다시 보기 서비스 매출이 순식간에 역대 최고를 찍어 버렸다.
직접 귀신을 찾아보겠다며 수많은 마니아들이 덤벼든 것이었다.
심지어 이 중에는 북미나 일본 네티즌도 포함이 되어 있는 걸로 인사이트에서 확인이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중.
이열상 CP와 김백춘 국장은 한 가지를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귀신을 이용해 미제 사건을 다룰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는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식이 팽배했지만, 이번 동영상과 [풍경이 좋다]의 떡상을 본 김백춘 국장은 바로 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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