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81)
제81화
다음 날.
승현과 미진은 RBS 방송국 복도에 있는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작가님 상태는 어떻대요?”
승현이 밤에 병원에 다녀온 미진에게 물었다.
“엄청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며칠 입원이 필요하긴 한 가봐.”
미진이 커피를 마시고 대답했다.
“그 스태프가 인형 가져온 그 스태프 맞죠?”
“너 또 그 무슨 부정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하려는 거지?”
“너무 공교로운 타이밍에 사고가 났잖아요.”
“그렇게 따지면 신수일 씨는 멀쩡한데? 냄새까지 맡았는데.”
“흠.”
승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미진은 미신을 믿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전과 달리 심각한 표정이었다.
“일단 방송은 내시게요?”
“내야지. 안 낼 이유가 없잖냐.”
미진이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그녀는 막내 작가 한혜정의 교통사고가 귀신 때문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승현 말마따나 너무 공교로운 타이밍에 난 사고다 보니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
* * *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은 토요일 오전에 편성되어 있었다.승현이 나온 ‘귀신 들린 인형’ 편은 예정대로 방영되었다.
시청률은 약 2% 내외.
아직 하꼬 방송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RBS에 편성 시간대를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다만 추후 너튜브에 업로드 된 클립 영상들의 조회 수는 적게는 5만, 많게는 50만 명 이상 기록하며 나름 선전했다.
특히나 승현이 출연을 하면서 사람들의 흥미를 더욱 돋운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이 방영 된 당일 밤, 방송인 신수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었다.이 보도가 나온 건 다음날인 일요일 오전이었다.
방송인 신수일이 밤에 갑자기 쓰러진 후 병원에 실려 갔다는 것.
그리고 일요일 오후, [미스터리 탐사대]가 막 방영하고 있던 시간에 쇼크를 일으켜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
사건이 이렇게 되자 너튜브에 올라온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 클립 영상에 댓글들이 달렸다.
– 귀신 들린 인형을 저렇게 만지작거리니까 부정 옮은 거임.
– 인형 때문이네.
– 정말 저 인형 만지고 급사한 거??????
– 인형 만지고 나서 죽은 거임?
– 와 진짜 역대급으로 무섭다 이건.
– 진짜임??? ㄹㅇ???
– 와 진짜???
– 진짜??????
– 인형 때문에 죽었다고??
– 나도 그 인형 보고 괜스레 머리 아프던데.
└ 나도 나도
– 보고 있으면 뭔가 기분이 나빠짐 그 인형
승현이 나온 만큼 괴담이나 미스터리, 특히 [미스터리 탐사대]의 팬들이 많았고, 인형을 만져서 죽었다는 여론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심지어 기저질환이 없었다는 주변인의 증언이 이어지며 ‘귀신 들린 인형’에 대한 소문은 더욱 빠르게 퍼져 갔다.
추가적으로 방송에 나온 그 인형 모습이 인터넷에 타고 퍼지면서 온갖 루머들이 재생산 되었다.
인형을 보고 난 후 그 날 시험을 못 봤다든지, 두통이 왔다든지 하는 댓글들이 달리는 것이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 접했던 그 어떤 괴담보다 더욱 무섭게 받아들였다.
그 결과, 너튜브 클립 영상 뿐 아니라 RBS의 다시보기 페이지 속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의 트래픽 역시 올라가면서 매출이 상승하였다.
하지만 여기서 네티즌들이 모르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신수일이 죽기 전, 인형을 가져왔던 막내 작가가 교통사고로 다쳤다는 것.
단순히 스태프다 보니 이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RBS 내부에서는 그 귀신에 대한 소문이 더욱 안 좋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일요일에 방영된 [미스터리 탐사대]의 시청률이 또 올라가며 히트를 쳤지만 이번에는 ‘귀신 들린 인형’이 더 중요한 화두였다.
직원들 모두 수군거리며 누가 인형을 만지고 촬영했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김백춘 교양국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는 바로 승현과 미진, 그리고 김승동 CP를 호출했다.
“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지금?”
김백춘 교양국장이 물었다.
“신수일 씨는 그냥- 뇌졸중이 온 거고- 우리 막내 작가는 교통사고고요.”
김승동 CP가 대답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 지난 토요일에 방송된 귀신 인형, 그거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이야?”
“에이. 아닙니다. 그냥 요새 ‘미스터리’ 키워드가 핫하니까 그렇게 보는 거죠.”
김승동 CP가 대답했다.
“흐음.”
김백춘 교양국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만약 실제로 귀신 들린 물건을 가져왔다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든, 끌지 않든 프로그램 존속 자체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김승동 CP 역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부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최PD. 넌 이 쪽 잘 아니까 알 거 아냐. 어떤 거 같아?”
김백춘 교양국장이 승현을 보며 물었다.
“네?”
승현이 김승동 CP의 눈치를 보았다.
그는 승현에게 무언의 눈짓을 마구 쏘아 보냈다.
“이런 말씀드리기는 뭐한데요-”
그때 승현 대신 미진이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음?”
김백춘 교양국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미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때 촬영했던 카메라맨하고 사운드 체크한 오디오 담당자하고- 스태프 몇 명이 촬영 이후로 몸이 아파서 고생을 좀 했어요. 너무 한 번에 그러니까 저도 참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미진이 말끝을 흐렸다.
“그럼 뭐 감기라도 돌았나 보지.”
김승동 CP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스태프들과 신수일의 신변에 모두 문제가 생겼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촬영 당일, 사회자와 다른 패널들은 인형에 다가가지 않았다.
오로지 신수일만 다가가 인형을 만졌다.
그리고 인형을 옮기고 세팅해야 하니, 사실상 막내 작가만 인형을 만졌다는 보장도 없었다.
스태프 중 누구라도 무의식중에 잡고 옮겼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다시 말해 신수일과 스태프들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건 인형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최PD 생각은 어떠냐니까?”
김백춘 교양국장이 다시 물었다.
승현은 고민하다 대답했다.
“아직 확언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만 그 인형에 대해 조사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인형에 대해 조사한다고?”
“네. 그 인형에 정말 귀신이 들린 건지. 무슨 저주라도 들린 건지. 조사를 해보면 알겠죠.”
“가능은 하고?”
김백춘 교양국장이 물었다.
잠시 뒤 승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 [미스터리 탐사대] 쪽에서 이 인형에 대해 조사를 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승현의 말에 김승동 CP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뭔 소리야? 이건 우리가 가져온 소스인데 너희가 왜 써?”
그 말을 들은 승현은 기가 찼다.
정작 김승동 CP 본인은 [미스터리 탐사대]의 소스를 마음대로 끌어다 썼으면서 이 건에 대해서는 넘기기 싫어하는 내로남불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하는 거죠. 저희 쪽에 심령사진가나 함께하는 무속인 분들도 계시니까.”
“우리도 게스트로 쓰는 무당 있는데 뭘. 해도 우리가 하는 게 맞지. 안 그래?”
김승동 CP가 미진을 보며 동의를 구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정작 미진은 살짝 눈치를 보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미스터리 탐사대] 쪽에서 가져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김승동 CP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무슨 소리야. 우리가 해야지.”
“솔직히 지금 저 인형 촬영하고 나서 스태프들 아프고, 막내 교통사고 나고, 신수일 씨도 죽으면서 분위기 엄청 뒤숭숭해요. 이 상태에서 저 인형 갖고 촬영한다고 하면 다들 거부감만 느낄 거예요.”
“스태프들 하는 일이 그런 거야!”
“스태프들 하는 일은 방송을 만드는 거지, 귀신한테 시달리는 게 아니에요. 그 두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게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들이고요.”
미진이 승현을 보며 말했다.
“애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먼.”
김승동 CP는 어차피 이 인형으로 방송을 만들려 한다면 자기 팀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팀원들의 안위나 안전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김PD 말이 맞긴 해.”
김백춘 교양국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상황이 좀 그렇긴 하지만 직원들 사기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지. 그럼 [미스터리 탐사대] 쪽에서 이거 한 번 촬영해 봐.”
그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
국장실을 나오자마자 김승동 CP가 승현을 붙잡았다.
“야. 내가 너 이러라고 패널로 부른 줄 알아?”
그는 마치 일진이 후배를 괴롭히는 모양새로 말했다.
“저는 CP님 팀 직원들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아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을 구상해본 것뿐입니다.”
“말이 좋아서 방법 구상이지. X발. 그냥 솔직히 아이템 뺏어가겠다는 거잖아.”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당 건으로 방송하면서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에 대해 언급해주고 해당 방송장면을 쓰면 홍보도 되고 좋은 것 아닙니까?”
승현이 되물었다.
김승동 CP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듯 승현을 노려보다 확 돌아섰다.
“이열상이나 저 새끼나 똑같은 놈들이야!”
그는 다 들리게 욕을 하며 복도를 걸어갔다.
승현은 미진과 함께 복도에 서서 그런 김승동 CP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았다.
“가만 보면 화가 참 많아.”
승현이 중얼거렸다.
“뭐든 다 자기 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래.”
미진이 받아쳤다.
“아무튼. 인형은 지금 어디 있어요?”
“우리 제작사무실 구석에 넣어 놨어. 갖다 줘?”
“아뇨, 아뇨.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 스태프 분들 아무도 그 인형 못 만지게 하세요. 제가 ‘전문가’ 불러다 가져갈게요.”
“고맙다.”
미진이 승현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나저나 그 인형. 어디서 주워온 거라고 했죠?”
“서울 청상동에 있는 무슨 폐가라던데?”
“청상동 폐가.”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여러모로 고맙다. 나중에 술 한 잔 살게.”
“네. 연락 주세요.”
승현과 미진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그리고 제작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승현이 화영에게 지시를 했다.
“화영야. 서울 청상동에 폐가 알아?”
“아뇨?”
“한 번 좀 알아봐봐.”
“네, 네.”
승현이 들어오자마자 지시를 하자 화영은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하고 바로 빠르게 검색을 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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