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먼저 제작사무실에서 찍었던 인형 사진이요.”
그는 승현과 화영 앞으로 사진을 슥 밀었다.
“어?”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거티브 필름 속 인형은 거칠게 지워져 있었다.
흡사 지우개로 거칠게 지워 약간의 흔적만 남은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필름으로 인화된 사진 결과물은 굉장히 정상적이었다.
“이거 왜 이래요?”
승현이 물었지만 필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그때 태영 어린이집 촬영할 때, 네거티브 필름에서만 귀신이 찍히긴 했었지만 이렇게 뭔가 사물이 지워지는 건 처음 봐요.”
승현은 필립의 설명을 들으며 인화가 끝난 사진 결과물을 보았다.
확실히 이 사진에서는 인형이 제대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소름이 끼치는 건 공허한 곳을 바라보고 있던 인형의 눈이 카메라를 정확히 응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들도.”
이어 다른 각도에서 찍은 인형 사진들도 건넸다.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지만 눈동자는 모두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모델이 카메라를 의식해 시선 처리를 하는 것처럼.
“쓰읍-!”
승현은 턱을 괴며 사진을 뚫어져라보았다.
은은하게 풍기고 있는 악취도 사진을 보고 있자니 더욱 짙어졌다.
확실히 이 인형은 보통 인형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소대학교 병원에서 한혜정 작가님 인터뷰할 때 찍은 사진인데요. 이건 그냥 DSLR로 찍은 거에도 이상한 게 찍혔어요.”
그는 노트북을 꺼내 컴퓨터로 옮긴 사진 결과물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일부 사진들을 극도로 확대했다.
“병원 외관을 찍은 장면에서 여기, 주차장 입구 쪽 보이면 이상한 여자애가 찍혀 있는데요. 이것만 보면 이상할 게 없는데 다른 사진에도 똑같이 나와요.”
병원 주차장 앞에 우두커니 서서 정면으로 카메라를 보고 있는 검붉은 원피스의 어린 여자아이였다.
그리고 병원 로비에서도 같은 차림에 여자아이가 카메라를 주시하고 있었다.
한혜정의 병실 앞 복도 끝에서도 같은 아이가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필립이 병원에서 찍은 모든 사진에 그 아이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신기한 것이 다른 곳에서 촬영한 사진에는 그 아이가 담겨 있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한혜정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만 그 여자아이가 찍힌 것이었다.
“이거 혜정이도 위험한 거 아니에요?”
화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수연을 보았다.
“그런데 병원에 갔을 때 그렇게 심각한 악의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병원이 워낙 여러 기운들이 뒤섞인 곳이라 제가 느끼지 못한 걸 수도 있긴 하지만-”
그녀 역시도 확답을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한혜정 작가 근처에도 뭔가 액막이를 할 수 있는 걸 해줘야 할 거 같은데.”
태정이 수연을 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 전에 그 아이가 누군지. 왜 가족들을 죽였는지. 또 그 아이는 어떻게 죽은 건지. 그거부터 정확히 알아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녀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그 인형에 깃든 영혼의 사연부터 알아보자는 이야기였다.
“괜찮을까요?”
화영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인형 사진과 병원에서 찍힌 아이 사진이 모두 우리를 보고 있으니 지금은 우리한테 집중하겠죠?”
수연은 인형이 찍힌 사진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답했다.
* * *
같은 날 오후.
서울 청상동 일대.
승현과 태정, 화영, 필립, 수연은 폐가 앞에 섰다.
“기운이 굉장히 안 좋네요.”
수연은 굳게 닫힌 대문 주변을 서성이며 말했다.
그 사이 태정은 여러 앵글로 대문 주변을 슥 촬영했다.
이 집의 전경은 여러 시퀀스에서 사용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사유지라 우리가 무단으로 들어가기가 좀 어려우니까- 주변 부동산부터 한 번 들르자. 주민들 인터뷰도 좀 따고.”
승현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골목 너머로 작은 공인중개사 사무실과 상가가 보였다.
그곳으로 이동하며, 승현은 멘트를 했다.
“이곳이 인형을 구했던 그 ‘청상동 폐가’의 입구입니다. 굉장히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 불길한 느낌을 주는데요. 이곳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 주민 인터뷰부터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작은 상가 건물에 도착한 승현은 바로 주변 주민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여기서도 이해할 수 없는 여러 현상들이 포착되고 말았다.
– 박모 씨: 저 집이요? 글쎄요. 이사 오고 나서 뭐 동네사람들하고 인사하고 다닌 것도 아니고. 뭐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어요. 아, 근데 그 집 딸내미가 만날 대문 앞에 앉아 있었어요. 가서 말 걸어도 대꾸도 안 하고. 아무튼 이상한 애였어요.
– 하 모씨: 가끔 밤에 우는 소리 들리고 그랬어요. 저 집. 그래서 주민 신고도 들어갔었죠. 그런데 그냥 애가 떼쓰다 운 거라고 해서 경찰이 돌아갔다고 하더라고요.
– 서 모씨: 그 여자애 이상했어요. 항상 대문 앞에 앉아 있었는데 어딘가를 보고 혼자 말을 하거나 갑자기 소리지르거나 그랬어요. 동네 사람들은 조금 정신에 문제가 있는 애 아닌가 의심을 했죠.
모든 주민의 인터뷰 내용에 교집합이 있었다.
체포되었던 그 여자아이가 굉장히 기이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더욱 신경 쓰이는 점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지독하게 풍겨온 악취였다.
다른 일행은 전혀 못 맡는 ‘귀신의 흔적’이었다.
승현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귀신이 따라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주민과의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승현이 촬영을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네? 왜요?”
태정이 놀라며 카메라를 내렸다.
“지금까지 찍은 거 한 번 돌려 보자.”
승현의 말에 태정이 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틀었다.
오싹-
모두 머리를 맞대고 영상을 보는 일제히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인터뷰하는 모든 장면 구석에 검붉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가 포함되어 있었다.
“찍을 땐 못 봤는데.”
태정이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때 지나가던 남자가 승현을 보더니 기웃거렸다.
“저- 혹시 그 [미스터리 탐사대] PD님이신가?”
남자의 말에 승현이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꾸벅 인사를 했다.
“아, 네.”
“우리 동네 저 집 때문에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이 왔다더니. 진짜였네.”
남자가 승현에게 악수를 건넸다.
주민들 인터뷰를 하는 사이 벌써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네, 네. 주민분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혹시 저 집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좀 이상한 아이가 있었다고도 하는 것 같던데.”
“아아.”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사이 태정은 재빨리 카메라를 다시 켜 녹화를 시작했다.
– 지 모씨: 교회에 굉장히 열심히 다녔어요. 다른 주민들하고 이야기는 안 해도 교회 사람들하고는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제가 건너 듣기로는 그 집 딸이 악마에 쓰였다고 했나? 굿이니 뭐니 온갖 걸 다 해봐도 낫지를 않았다나 봐요. 그래서 결국 하나님 품을 찾아 온 거죠. 그나마도 며칠 안 돼서 그 사달이 났지만요.
남자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교회에 저 집과 아이에 대한 기록을 좀 찾을 수 있나요?”
“아마 그럴 겁니다. 제가 사무장님한테 연락을 해볼게요.”
남자는 꽤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었다.
승현은 일행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잠시 뒤.
승현 일행은 인터뷰를 한 남자와 함께 청상동 교회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 사무장과 곧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 모씨(청상동 교회 사무장): 아- 그 아이. 기억합니다. 이름이 김소희였나? 그 부모님이 애가 사탄에 들렸다고 하면서 도와달라고 했거든요. 정말 열심히 다녔죠. 성경학교도 다니고 캠프도 가고. 그런데 거기서 연필로 교리교사 손을 찍었어요. 난리가 났었죠. 실수였다고 하고 또 동네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니 뭐 언론 타고 그러진 않았는데 어쨌든 큰 일이었고- 그 애는 더 교회에 나오지 않았어요.
정갈하게 머리를 정리한 중년 사무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가운데, 카메라는 책상 위에 놓인 여자아이의 사진과 캠프 단체사진들을 클로즈업 했다.
“교리교사의 손을 찍었다고요? 연필로요?”
승현이 놀라 되물었다.
“네, 난리가 났었죠.”
사무장이 대답했다.
승현은 오싹함을 느끼면서 카메라를 보았다.
“그 외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단체사진 있는 게 다라서.”
사무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상 이걸로도 꽤 유의미한 정보를 듣긴 한 것이었다.
악귀에 쓰인 것이든 뭐든 굉장히 기이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승현이 손을 들자 태정이 카메라 녹화 중지 버튼을 눌렀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승현이 사무장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소희가 좀 이상하긴 했어도 그렇게 온 가족을 죽일 줄은 몰랐죠.”
사무장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저희가 조금 더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승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온 승현 일행은 지금까지 확인한 내용들을 대충 정리해 보며 공인중개사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 폐가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 집이요? 그 삼촌 되시는 분이 그 집 팔려고 내놨는데 뭐, 그런 일이 있었는데 팔릴 리가 있나. 그냥 방치 상태에요.”
사유지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들어가서 촬영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잠시만요.”
공인중개사는 두꺼운 수첩을 뒤적여 전화번호를 하나 찾더니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기 청상부동산인데요. 누이 분 집 있잖아요. 그 RBS인가. 방송국에서 촬영 좀 한다는데 해도 되나 해서. 네. 네. 네~ 알겠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짧고 명료하게 통화를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촬영해도 된대요. 대신에 이름이나 사진은 가려주고 자기랑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건 방송에 내지 말라네요.”
그 집과는 아예 손절했다는 의미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청상동 폐가의 촬영 허가까지 받은 셈.
승현 일행은 본격적인 폐가 촬영을 위해 이동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