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87)
제87화
굉장히 놀라운 소식이었다.
아침 일찍 필름 인화를 맡기러 간 손님이 있었는데, 열려 있는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니 입구에 필립이 쓰러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는 쓰러지다 옆에 있던 작은 테이블에 머리를 찧으면서 뇌진탕 증세로 혼절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밤새 스튜디오에서 혼자 실신해 있었던 것이다.
수연을 제외한 승현 일행이 혼수상태인 필립의 병문안을 한 뒤 그의 스튜디오로 갔을 땐, 소녀 귀신이 켜져 있는 모니터 화면만 반길 뿐이었다.
“이거, 계속 진행해요?”
태정이 모니터에 떠 있는 소녀 귀신을 보며 물었다.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잖냐.”
승현이 나지막이 대답하고는 돌아섰다.
그리고 일행은 5년 전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경찰서에 들렀다가 바로 청상동으로 향했다.
굿을 하기 위해서였다.
어디서 새어나간 건지 청상동 폐가 주변에는 정오부터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그 사이로 승범보살의 제자들이 여러 무구들을 마당으로 옮겼다.
잠시 뒤, 승현 일행이 탄 차량이 앞에 다가가 멈췄다.
“우와.”
구경꾼들이 모여 있는 모습에 태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람이 진짜 많네요.”
화영도 따라 내리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 일만 잘하면 돼.”
승현은 트렁크를 가리키고 말했다.
장비를 내리라는 손짓이었다.
태정은 촬영 장비들을 바리바리 챙겨 들고 마당으로 들어갔다.
“RBS에 그 있잖아. [미스터리 탐사대]인가. 거기 촬영팀이래요.”
“진짜? 그 프로 요새 엄청 재밌잖아.”
“조작이냐 아니냐 말이 많던데 여기서 확인이 되겠네.”
대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 주민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현은 대꾸하지 않고 삼각대와 카메라 설치를 도왔다.
“필립 씨가 없으니 서브 촬영 도와줄 사람이 없을 거야. 나도 같이 카메라 잡을게.”
승현이 말했다.
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 소프트웨어 설정을 잡았다.
잠시 뒤, 승범보살과 수연이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야. 날카롭다, 날카로워.”
승범보살은 대문을 지나자마자 집을 슥 올려보고는 말했다.
태정은 벌써부터 핸드헬드로 ‘무당’들의 입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나이가 지긋한 승범보살과 젊은 무속인 수연이 대문을 들어오는 모습이 카메라 LCD 화면에 나왔다.
이어 카메라는 돗자리와 무구들을 펼쳐놓은 마당을 비췄다.
그 사이, 승범보살이 돗자리 가운데에 섰다.
그리고는 집을 가만히 올려보았다.
“썩 꺼지거라! 썩 꺼져! 감히 어디서 이런 짓을 벌이는 게냐!”
승범보살이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펄럭-
승범보살이 부채를 쫙 펼치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
“썩 꺼지라 하지 않았냐!”
종전보다 더 크게 고함을 쳤다.
그 순간이었다.
덜컹-
누가 두드린 것처럼 창문이 흔들렸다.
그때, 수연이 돗자리 앞에다 귀신 들린 인형을 놓았다.
카메라는 그 인형을 클로즈업했다.
그때, 꽹과리 소리가 점점 더 격렬하게 울려 퍼졌다.
챙 챙 챙 챙 챙 채쟁 챙 챙-
승범보살은 제 자리에서 요란하게 뛰며 신들린 듯 부채와 방울을 흔들었다.
이내 그녀는 칼을 꺼내고는 인형을 베는 시늉을 했다.
흐느적거리는 느낌이면서도 절도 있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카메라는 그녀를 잡기 위해 클로즈아웃을 했다.
그때, 화면 한 쪽 구석에 한 여자아이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잡혔다.
검붉은 원피스가 아닌,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었다.
카메라는 그 여자아이를 클로즈업했다.
챙 챙 챙-
“하아아아아아-!”
승범보살이 기합과 함께 인형에 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아이의 옷이 붉게 변했다.
또 한 번 칼을 휘두르자 아이의 눈에서 피가 흘렀다.
또 한 번 칼을 휘두르자 목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또 한 번 칼을 휘두르자 다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치직 치직 치직
그 순간 승현과 태정이 들고 있는 카메라 화면이 동시에 깜박였다.
“물럿거라-!”
승범보살이 소리치며 인형을 확 베었다.
그러자 우두커니 서있던 소녀 귀신의 머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승범보살은 귀신의 머리가 떨어진 걸 알았는지 다른 춤사위를 벌이며 굿을 이어갔다.
그렇게 퇴마굿은 조금씩 마무리 되어갔다.
* * *
그날 밤.
RBS 방송국 편집실.
퇴마굿까지 완료한 후, 승현과 태정은 바로 방송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장혁과 다른 스태프들을 총동원해 예고편과 본편을 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꽤나 자극적인 영상이 나올 것 같았다.
특히 귀신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긴 만큼 강조해야 할 부분도 상당히 많았다.
그렇게 승현과 스태프가 편집을 하는 도중, 이열상 CP가 들어왔다.
“이번 결과물 대박이라며? 아까 복도에서 태정이 만났는데- 귀신 선명하게 찍혔다며.”
그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장난 아니에요. 이번에.”
“진짜? 한번 보자.”
그의 말에 승현이 편집 작업 중이던 스태프의 등을 두드렸다.
영상을 틀라는 것이었다.
스태프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영상을 틀었다.
귀신이 등장했던 장면들이었다.
그걸 보던 이열상 CP는 미간을 찌푸렸다.
“와. X발. 이거 연기자 쓴 거 아니지?”
“그럴 예산도 안 주시잖아요.”
“재연 배우들 쓰잖아.”
“그분들을 저런 역할로 어떻게 씁니까.”
승현이 입을 씰룩이며 답했다.
“진짜 대박이네.”
이열상 CP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때 김승동 CP도 편집실로 들어왔다.
“이게 이번에 찍은 귀신이야?”
그는 거들먹거리듯 다가와 모니터를 보았다.
순간 귀신의 형체를 본 그는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있다 빈정대며 말했다.
“우리 덕분에 그래도 뭐하나 건졌네.”
그의 말에 승현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우리 덕분에 이 정도에서 멈춘 거죠.”
대신 이열상 CP가 한 마디 했다.
“그걸 말이라고.”
김승동 CP가 공격적으로 받아쳤다.
[나가! 나가! 나가! 나가!]스피커에서는 다급하게 도망치는 승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긴박감 좋네.”
이열상 CP가 말했다.
“좋긴, 개뿔.”
김승동 CP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휙 돌아서 나갔다.
“됐어. 이대로 쏘자고. 방통위에 걸리지 않게 잘 편집해.”
“네. 알겠습니다.”
이열상 CP가 승현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 * *
청상동 폐가 귀신 인형 특집 본 방송.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악귀’ 이야기인 만큼 꽤나 큰 이슈가 되었다.
본 방송의 시청률은 약 10%.
너튜브에 올라간 클립의 평균 조회 수는 20만 회.
본 방송과 영상 업로드 이후 단 하루 만에 기록한 수치였다.
그리고 너튜브 영상의 조회 수는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올라갔다.
– 4:12 저기 저 여자 애.
– 7:09에도 있네요.
– 지금 제작진 쫓아다니고 있는 건가.
– 포스그래퍼 죽었다는 소문 도는데.
└ 포스그래퍼 뉘임?
└ 핸드사이드 헤비유저. 사진작가고 미탐팀 고정 게스트
└ ㄴㄴㄴㄴㄴ 안죽음.
– 마지막에 목 떨어지는 거 봤음??????? ㅈㄴ징그러
이번 영상에서는 여자아이의 귀신 형체가 어디어디 나왔다 서로 찾아가는 재미까지 있어보였다.
승현은 순간포착 능력으로 어디어디에 귀신이 있는지 모두 아는 상황.
[핸드사이드]와 너튜브 댓글에서는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귀신을 찾아 댓글을 올렸다.이번 영상이 업로드 되면서 몇 가지 반향이 일어났다.
먼저 청상동 폐가의 처리였다.
방송이 나간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민신고가 심하게 접수 되었고, 결국 구청 차원에서 투입 되어 폐가를 완전 폐쇄하고 처리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김소희가 들고 다니던 인형에 대한 건이었다.
그 인형은 지금도 생산, 판매 되고 있는 제품이었다.
덕분에 방송이 나간 이후, 그 인형의 판매량이 엄청나게 급증하는 호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반대로, 이미 인형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는 버리는 일이 많아졌다.
즉, 방송을 통해 인형을 알게 된 사람은 사려고 들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버리려 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가 장필립.
그는 퇴마굿을 마치자마자 정신을 차렸고, 3일 후 퇴원을 하였다.
그리고 그가 촬영한 사진들 중 일부를 [핸드사이드]에 공개하였다.
실제 귀신이 촬영된 사진들이었다.
이 역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실제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하나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는 와중에도 조작 논란은 계속 되었다.
– 포스그래퍼님. 미탐하고 다니더니 조작이 능숙해지셨네요.
– 진짜 팬이었는데 방송물 드시고 변하신 거 같습니다. 실망입니다.
– 조작은 하지 마세요.
– 세상에 어떤 귀신이 카메라 보고 저럽니까.
– 합성하려면 좀 그럴 듯 하게 하세요.
이런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필립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 사진을 [핸드사이드]에 올린다고 수익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그 스스로 굉장히 떳떳하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승현도, [미스터리 탐사대] 프로그램도, 필립도 한 층 더 인지도를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대신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 왜 괜히 멀쩡히 있는 인형을 가지고 와서 사람을 죽여
– 고 신수일 씨의 명복을 빕니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쓸데없는 물건은 가져오는 게 아님.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폐가에서 물건을 무단으로 가져왔다가 스태프들이 아프고 방송인이 사망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다만, 그것이 정말 그 인형 때문이라는 법적인 증거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승동 CP를 비롯한 김미진 PD가 법적 처벌을 받을 일은 없었다.
그저 그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게 자리 잡힌 것뿐이었다.
하지만 김백춘 교양국장은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는 검토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이슈가 된 만큼 조금 프로그램 인지도는 올라갔고, 조금 더 동향을 살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청상동 폐가와 귀신 인형에 대한 에피소드는 마무리가 되어갔고, 승현은 새로운 촬영장소 물색을 위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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