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88)
제88화
#[베트남 핏빛 건물> 특집
3년 전. 6월 23일.
베트남 다낭 호아방 현 인근.
스위치에서 공포 콘텐츠로 폐가 체험을 하는 여성 스트리머 ‘영케치’가 정글을 헤치고 나갔다.
그녀는 카메라와 조명을 들고 앞서 걸어 나갔고, 그녀의 뒤에는 매니저가 쫓아갔다.
시청자들은 영케치의 매니저를 ‘올케치’라고 불렀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매니저였지만 시청자들 몰래 영케치와 연애를 하고 있기도 했다.
실제로 눈치 빠른 일부 시청자들은 영케치와 올케치의 사이를 의심하기도 했다.
늘 섹시한 복장에 예쁜 외모를 가진 영케치 옆에,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스타일 좋은 남자 매니저가 있으니 둘이 사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했다.
더구나 폐가 체험을 한다고 전국 각지와 세계를 돌아다니니 둘에 대한 음란한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케치는 항상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아무튼 오늘도 이 둘은 생방송을 진행해 나갔다.
“여기 모기 X나 많아, 오빠.”
그녀는 몸매가 드러나는 딱 붙는 래시가드에 배낭을 멘 상태였다.
“올케치 오빠? 뒤에 있지. 안 사귄다니까? 한 번만 더 올케치랑 사귀니 안 사귀니 물어보면 강퇴 먹일 거야. 지금 채팅창 관리 매니저 오빠 있죠? 그거 물어보는 스수 있으면 싹 차단 박아.”
영케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올케치는 뒤에서 피식 웃으며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그렇게 몇 십 분을 걷던 중, 영케치가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다. 저기. 저기가 ‘핏빛 건물’이라고 불리는 데에요.”
그녀는 카메라를 돌려 건물을 가리켰다.
정글을 벗어나자 보이는 넓은 늪지대.
그리고 그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폐건물.
회색 시멘트로 투박하게 지어진 건물에는 창문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곳곳에 탄환과 포탄에 의한 손상 흔적이 가득했다.
정말 오묘한 것은 햇빛이 쏟아져 내려오자 건물이 붉게 보인다는 점이었다.
“저기가 옛날에 그 베트남 전쟁 때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곳이래요. 그래서 건물이 저렇게 붉은 거래요.”
영케치는 다시 자기 얼굴 쪽으로 카메라를 돌리며 말했다.
그녀는 그 설명을 하면서도 예쁜 척 머리를 정리했다.
“네, 네. 지금 저쪽으로 가보고 있어요. 지금 화질 괜찮죠? 여기가 정글이라서요. 화질저하가 좀 있을 수 있어요~”
영케치는 특유의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건물에 들어온 영케치는 조명을 켰다.
뒤에 있던 올케치도 조명을 켜 주변을 비췄다.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목재가구와 철제 선반들이 몇 보일 뿐, 사람이 살던 흔적은 없었다.
끼우우우웅-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영케치는 천장을 올려보았다.
그 모습은 클로즈업 되어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위에 뭐가 있나. 한 번 올라가 볼게. 너는 여기 둘러봐봐.”
올케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았어.”
영케치가 고개를 끄덕인 후 주변을 보았다.
잠시 뒤, 위층에서 강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끄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에 화들짝 놀란 영케치가 움찔했다.
“오빠?”
비명소리가 그쳤다.
침묵이 찾아왔다.
영케치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서 나지막이 불렀다.
“오빠?”
하지만 역시 침묵이 이어졌다.
“오빠. 장난치지 말고.”
영케치는 선뜻 올라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순간이었다.
뚜벅-
뒤에서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영케치가 뒤로 휙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시청자들은 그녀가 뭘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카메라는 계속 그녀의 ‘예쁜 얼굴’만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 어, 어.”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그때 화면에 노이즈가 심하게 끼더니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털컥-
그러고는 바닥에 눕혀진 카메라 시선으로 영케치의 손이 보였다.
그녀가 쓰러진 모양이었다.
몇 초 뒤, 무언가 그녀를 끌고 가는 듯 그녀의 손이 카메라 밖으로 사라졌다.
영케치의 방송은 그렇게 종료가 되었다.
* * *
“다음 소재로 이걸 해보자고?”
승현이 태블릿 PC를 내려놓으며 화영을 보았다.
그녀가 영케치의 마지막 방송 영상을 보여준 것이었다.
“네. 한 번 해외 그림 나와 주면 좋을 것도 같고요. 그리고 저 호아방 현의 ‘핏빛 건물’은 인터넷에서도 좀 언급이 됐더라고요.”
“그래? 나는 처음 듣는데.”
“저 건물이 베트남 전 때 남베트남군 거점으로 쓰였는데 거기서 민간인 학살 사건이 있었나 봐요. 그 뒤로 계속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거고요.”
“흥미롭긴 하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영케치는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태정이 물었다.
“스위치에서는 팔로워 5만 명 정도 있었고 너튜브에서는 구독자 6만 정도? 처음에는 아메리카TV에서 섹시여캠으로 활동하다가 논란 몇 개 터지고 스위치에서 활동을 했었나 봐요.”
화영이 대답했다.
“논란? 무슨 논란?”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괜히 논란이 있는 스트리머를 건드렸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로 남자 문제였죠. 그렇게 ‘건전한 삶’을 산 것 같진 않더라고요.”
화영이 대답했다.
상당히 두루뭉술했지만 대충 어떤 맥락인지 대번에 이해가 되었다.
“지금 실종 상태고?”
“네. 근데 아직도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매니저인 올케치랑 살림 차린 거라고 생각들 하더라고요.”
“매니저 올케치?”
“네. 매니저 별명인데 둘이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많았대요. 어그로 끌려고 둘이 해외여행 가서 이런 실종 쇼 벌인 거다- 라는 게 대부분의 여론인 것 같고요.”
“골 때리네.”
“골 때리죠.”
승현이 말하자 화영이 받아쳤다.
“일단 소스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으니까 영케치랑 올케치에 대해서 확실히 조사를 좀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승현의 지시에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승현은 화영이 보내준 영케치의 영상을 몇 번이고 계속 리플레이 해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처음 건물의 외관을 촬영한 컷.
3층으로 보이는 건물의 2층 창문쯤 기괴한 그림자가 하나 보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도저히 찾아내지 못할 수준이었다.
처음 이 영상이 촬영될 때의 세팅값은 알 수 없었지만 스위치에 업로드가 되며 720p 화질에 24프레임으로 변환이 되어 있었다.
그 중 딱 두 프레임에서만 그 형체가 보였다.
이는 정말 기계적으로 한 프레임씩 슬로모션 해보지 않는 이상에는 찾아내기 힘든 부분이었다.
제아무리 미스터리 마니아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영케치 영상을 분석할 사람은 없을 듯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들이 처음 들어갈 때 보인 건물의 내부 모습에 이상한 것이 찍혔다.
스치듯 비춰지는 중앙 홀 구석에 여러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것도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영케치가 멘트를 하면서 카메라를 돌려 전방을 촬영할 때 스치듯 담겨 있었다.
때문에 영상이 굉장히 흐릿하고 뭉개져 있었지만 승현은 지금까지 봤던 심령사진들과 비슷한 형태라는 걸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올케치가 사라진 후, 계단 앞에서 그녀가 어딘가를 보고 있는 시선.
그곳에서는 뭔가 특별한 게 없었다.
대신 영케치가 갑자기 뒤를 돈 후 무언가를 보며 얼어붙는 장면.
승현은 여기서 영상을 정지한 후 눈동자를 확대시켜 보았다.
“음.”
물론 명확하게 사람의 얼굴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눈동자에 사람의 얼굴이 반사되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보면 사람의 얼굴 같았지만, 모르고 보면 전혀 알아보지 못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현장에서 여러 형태의 귀신을 촬영해본 승현은 ‘악귀’에 쓰인 사람의 얼굴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에이덴에서 촬영 되었던 그 검은 얼굴에 붉은 눈.
그런 느낌이었다.
어찌 되었든 이것만으로 악귀가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 *
이틀 후.
화영과 장혁, 태정과 함께한 회의에서 화영이 사진과 A4용지 몇 장을 건넸다.
“‘영케치’하고 ‘올케치’의 신상이에요. 영케치 이름은 ‘조미희’. 과거 섹시여캠으로 활동할 땐 ‘메링’이라는 닉으로 활동했고요.”
“조미희 씨.”
“네. 섹시여캠 수위가 상당해서 그쪽 방송 플랫폼에서 여러 번 정지를 먹었더라고요.”
“그랬군.”
“영케치로 활동하면서는 캠핑이나 먹방, 수다 방송 같은 걸 주로 했고 흉가 체험 같은 게 조회 수가 나오니까 그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던 것 같아요.”
“여자가 밤에 흉가 촬영하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뭐. 너튜브에서 흉가나 악귀 잡는 ‘캡틴 퇴마’ 채널이 인기를 끄니까 숟가락 하나 얹으려고 한 거죠. 거기다 매니저 올케치가 늘 따라다니니 엄밀히 따지면 ‘여자 혼자’도 아니었던 거고.”
화영이 대답했다.
“‘올케치’라는 그 매니저에 대한 신상은?”
“이름 ‘최임환’. 남캠했던 적이 있고- 원래 직업은 헤어디자이너였나 봐요. 근데 잘 생겨서 방송하다가 영케치 매니저를 하게 된 거죠.”
“방송하다가 굳이 매니저로 전향할 이유가 있나?”
“이게 이야기를 하면 좀 지저분한데요. 남캠으로 활동할 때 시청자랑 부적절한 관계까지 갔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전에 미투운동 터졌을 때 나락 갔고요.”
화영이 대답했다.
그러자 장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그런 머스마 좋다고 만나는 여자애들도 이해가 안 돼. 과거에 그런 문제가 있는 남자라는 걸 알고 사귀는 거잖아.”
“자긴 억울하다- 뭐 그런 이야기를 했겠죠. 그 나물에 그 밥인 걸 수도 있고.”
화영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 둘은 확실히 실종 상태인 거야? 어그로 끌려고 실종처럼 그려진 거 아니야?”
승현이 물었다.
“안 그래도 그게 제일 관건인 것 같아서 영케치랑 친한 몇몇 스트리머한테 쪽지를 보냈는데요. 이 사람들도 다 실종인 걸로 알고 있답니다. 경찰 쪽에 확인해 보니 실종신고 들어가 있는 거 맞고요.”
“흐음.”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을 두드렸다.
은은하게 악취가 느껴지는 것이 ‘귀신의 흔적’은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다만, 다른 사연 때와는 달리 아주 짙지 않다는 면에서 해외 촬영까지 감수해야 할 만큼의 소스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진행할까요?”
장혁이 침묵을 깨고 물었다.
승현은 태정을 보았다.
태정은 영케치의 사진을 빤히 들여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진에서 뭔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좋은 그림이 나올지, 어쩔지는 몰라도 촬영하면 심령현상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사진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해보자. 장혁이, 네가 열상이 형한테 올릴 기획안 작성하고, 나머지는 콘티 짜자. 화영이, 너는 작가 애들 데리고 영케치랑 친분 있는 스트리머들 인터뷰 싹 다 따.”
“알겠습니다.”
화영이 서류들을 정리하며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