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89)
제89화
“베트남? 다낭?”
장혁에게 기획안을 받아본 이열상 CP가 제작사무실로 찾아왔다.
“네. 아직 해결 안 된 한국인 사건이고 또 해외 그림 하나 나와 주면 좋을 것도 같아서요.”
“음. 새로운 그림 있으면 좋기야 하지.”
“국장님이 허락해 주시겠죠?”
“요새 [미스터리 탐사대]가 워낙 날개 달고 있잖아. 국장님이 드롭 시키진 않을 거야. 김승동 그 인간이 괜한 시비나 걸지 않을까 싶지.”
“아……. 그 [토요일 오전은 호러 시간]에 막내 작가랑 뭐 아프다던 스태프들은 다 복귀 했대요?”
“응. 다 복귀 했는데 그 인형 가져왔던 막내 작가 있잖아. 걔는 그만 뒀다더라.”
“진짜요?”
“응. 김승동 걔가 압박을 넣은 건지, 아니면 본인이 힘들다고 나간 건지는 모르겠어.”
“에휴. 뭐가 됐든 그 팀 사기에는 좋지 않겠네요.”
“괜히 인형 가져왔다가 사람 죽고 사고 나고 했으니 그때부터 사기는 바닥이었지, 뭐. 아무튼 허가는 날 거 같아. 안 그래도 광고 하나 들어왔거든.”
“광고요? 어떤 광고인데요?”
“마이크인데 돈이 좀 괜찮아. 장비도 다 준다고 하고.”
“오호. 마이크.”
“그림 잘 뽑아 봐. 노이즈 없애면서 소리 선명하게 잘 잡고, 그런 거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네. 자세한 건 내가 메일 포워딩 해줄게.”
“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광고를 해야 할 물건은 마이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고 있는 ‘조니’였다.
조니 코리아에서 카메라에 부착하는 마이크를 제공해줄 테니 이번 촬영에 써달라는 것이었다.
승현은 포워딩 된 메일을 보고 그들이 [미스터리 탐사대]에 마이크 광고를 맡긴 이유를 알았다.
[미스터리 탐사대]는 방송 특성상 험한 야지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뿐만 아니라 소리가 울리는 곳에서 녹화를 진행해야 할 때도 있었다.
단순 스튜디오 녹화가 아닌, 소위 ‘야전’에서의 마이크 성능을 홍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승현을 비롯한 촬영팀 쪽에서는 조니 마이크를 쓸 수 있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승현이 광고 건에 대해 확인하고 물건을 받는 사이, 화영은 영케치와 합방한 적이 있는 스트리머들과 계속해서 소통을 해나갔다.
그리고 몇몇 스트리머들의 인터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마이크를 장착하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
베트남으로 출국하기 전.
승현 일행은 영케치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스트리머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알리고 싶어하는 이들은 인터뷰에 거절하지 않고 모두 응했다.
– 스트리머 이모 양: 케치 언니하고 연락 끊긴 지 한 3년 된 거 같아요. 베트남으로 간다고 한 게 그 쯤 됐거든요. 촬영 간다고 까똑 온 이후로 연락이 끊겼어요. 올케치 오빠랑 같이 잠적한 건 아닐 거 같아요. 둘이 그렇게 해서 얻을 게 없는데.
– 스트리머 성모 양: 올케치 오빠랑 사귄 거는 맞아요. 그런데 메링 언니가 매월 당기던 캐시만 오천이 넘는데. 올케치 오빠랑 헤어지면 헤어졌지 그 돈을 버리고 잠수 탈 사람은 아닌 거 같아요.
– 스트리머 신모 군: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 친구가 지금까지 방송 안 하고 있으면 둘 중 하나죠. 그 만큼 더 잘 버는 다른 일을 하든가, 아니면 정말 뭔 일이 났거나. 사실 우리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영케치가 그렇게 평판이 좋은 편은 아니었긴 한데- 그래도 후자는 아니었음 좋겠네요.”
지금까지 나온 인터뷰 내용들만 보면, 전체적으로 영케치를 싫어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승현은 약간의 위화감을 느끼긴 했지만 방송 제작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 되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이동하는 차 안에서 화영이 트리위키로 ‘영케치’를 검색한 내용을 읊어주었다.
“PD님. 이 사람 조사할 때 이 말이 뭔지 몰랐는데 인터뷰 다니니까 알겠네. 영케치가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별명이 ‘박쥐’였대요. 플랫폼도 막 멋대로 갈아타고 남자도 툭하면 환승하고 그래서.”
“평판이 좋진 않았던 것 같아. 인터뷰 때도 약간 위화감이 들더라고.”
“네. 영케치 평판 안 좋은 걸 네티즌들이 안다고 해도 동료들이 그렇게 인터뷰 하는 내용까지 그대로 내보내도 될까요?”
“너무 심한 비난을 한 인터뷰는 빼고 내보내자.”
“알겠습니다.”
화영이 메모를 했다.
*
승현과 화영, 태정이 인터뷰를 다니는 사이 장혁을 중심으로 한 내부 직원들은 베트남에 있는 ‘핏빛 건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건물이 있다고 알려진 곳은 다낭의 호아방 현.
1884년,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가 되면서 군인들이 머물 목적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건물은 반 프랑스 운동을 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수사하고 처형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던 중 1900년대 초반.
이곳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한다는 뻔한 이야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내부적으로도 여러 일이 생기며 그 건물은 버려지게 되었고,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며 다시 군사 요충지로 이용을 했다.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민간인 학살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 건물 주변에서 집단 매장된 시신들이 수시로 발견이 되기 때문.
그래서인가 그 건물은 햇빛을 받으면 피처럼 붉게 변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승현은 장혁이 정리한 자료들을 보고 콘티를 구성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도 재연 장면과 역사학자의 인터뷰 장면을 넣어 신빙성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러 역사적인 정보들을 얻은 뒤, 승현 일행은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이번에는 승현과 화영, 태정, 그리고 사진가 필립만 함께 했다.
* * *
베트남 공항 입국장에 들어서자 태정은 바로 카메라를 들어 촬영에 들어갔다.
브이로그처럼 현장감 넘치는 화면을 담기 위해서였다.
이어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다.
부우우우웅-
오래된 차량의 엔진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여기는 베트남 다낭 호아방 현입니다. 이곳에는 과거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을 때 지어진 ‘핏빛 건물’이 존재한다고 전해지는데요. 그곳에서 여러 군사적인 작전과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핏빛 건물’에서 인기 스트리머 ‘영케치’가 실종되었습니다.”
승현은 차창 밖을 한 번 본 뒤 다시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린 후 멘트를 이어갔다.
“인터넷에서 방송을 하는 인기 스트리머 ‘영케치’ 씨는 매니저와 함께 베트남 ‘핏빛 건물’로 촬영을 나가 생방송을 내보내던 중 갑작스럽게 방송이 종료되었고, 그대로 실종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영상은 그 당시 장면입니다.”
승현은 태블릿 PC를 꺼내 영케치의 마지막 방송 영상을 재생했다.
실제 편집본에서는 해당 영상이 전체 화면으로 삽입이 될 부분이었다.
이어 승현은 영케치의 마지막 방송 중 발견한 귀신 장면들을 클로즈업 해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굉장히 흐릿하지만 귀신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보입니다. 귀신의 피부 형태와 눈빛을 봤을 땐 악귀, 악령과 관련된 실종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케치’ 씨의 실종사건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취재해 진실을 밝혀보겠습니다.”
승현을 촬영하던 태정은 혼잡스러운 베트남 도심지 쪽으로 앵글을 돌린 후 카메라 녹화를 중단했다.
“여깁니다.”
화영이 짤막하게 말한 후 택시기사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자 허름한 베트남 도심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승현이 앞장서서 걸으며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이곳은 3년 전. 올케치 조미희 씨가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들렀다는 도시입니다. 이곳에 있는 모 여행사를 통해 ‘핏빛 건물’로 향했다고 하는데요. 직접 한 번 가보겠습니다.”
승현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근처에 있던 허름한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시 영케치를 응대했던 베트남 현지인 가이드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굉장히 어눌한 한국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조미희 씨 기억합니다. 핏빛 건물로 간다고 해서 엄청 만류를 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더 주면서 안내해 달라 했습니다. 그래서 그 근처까지만 데려다주고 다음 날 아침 데리러 가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기는 산 사람이 가면 안 되는 곳입니다.”
인터뷰를 들은 승현이 물었다.
“가이드시면 그쪽 안까지 들어가 주실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까진 안 하신 건가요?”
“네. 돈을 안 받더라도 거기는 안 갑니다. 그래서 타협한 게 거기 들어가는 길목까지만 안내하고 저는 돌아오는 거였습니다.”
“현지인이나 가이드분들이 거기 가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거긴 화난 귀신들이 무척 많은 곳입니다. 거기 들어가면 다 죽어요.”
“왜 그런 소문이 돌죠?”
“소문이 도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사라졌어요.”
“경찰에 신고는 하셨나요?”
“들어갔는데 기다려도 안 나와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만, 수사가 쉽지 않습니다. 핏빛 건물 주변은 울창한 정글이라.”
“그곳에 대한 여러 정보를 조금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승현이 정중하게 물었다.
“으음. 잠시만요.”
현지인 가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가더니 잠시 뒤 종이 한 장을 들고 왔다.
종이에는 베트남어로 쓰인 홍보 문구와 관광 관련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 사장님이 그곳에 대해 여러 조사를 하고 계십니다. 이곳으로 가보세요.”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받아들었다.
태정은 승현의 손에 들린 종이를 클로즈업 해 촬영한 후 녹화를 멈췄다.
“감사합니다. 혹시 여기로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묻자 현지인 가이드는 가만히 서서 빤히 응시했다.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눈치였다.
그때 필립이 재빨리 베트남 화폐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따라오세요.”
그는 돈을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서 움직였다.
승현이 필립을 보자 그가 윙크를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