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1)
제91화
잠시 뒤, 드디어 ‘핏빛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장 페인트도 칠해지지 않은 3층짜리 투박한 콘크리트 건물이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보수공사를 했는지 곳곳에 시멘트를 덧댄 흔적이 있었다.
거기에 넝쿨과 곰팡이, 이끼가 뒤덮인 것이 굉장히 흉물스러웠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폐건물보다도 지저분하네요.”
승현이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히 [미스터리 탐사대]에서 다뤘던 많은 현장들 중 가장 처참한 모습이었다.
카메라는 넝쿨과 곰팡이를 클로즈업 해 조금 더 자세히 보여주었다.
그 사이 현지인 가이드는 찝찝하다는 표정으로 팟꾸이를 보았다.
그리고는 둘이 베트남어로 무어라 대화를 나누었다.
말다툼을 하듯 점점 언성을 높이던 현지인 가이드가 한국어로 소리쳤다.
“나는 들어가기 싫어요! 들어가면 안 돼요.”
그는 건물 입구를 가리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승현이 다가가 말하려 하자 현지인 가이드는 거세게 손사래를 쳤다.
“들어가려면 당신들만 들어가요. 여기까지 안내하는 게 제 일이었으니 저는 할 일 다 한 겁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승현은 난처한 얼굴로 팟꾸이를 보았다.
팟꾸이 역시 짜증이 난 얼굴로 현지인 가이드에게 베트남어로 소리쳤다.
화영은 바로 스마트폰 번역기 앱을 틀어 바로 통역을 했다.
[갈 테면 가. 여기 법칙이 뭔지 내가 말했지!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가! 책임은 네가 지라고!]화영의 스마트폰에서 AI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거 계속 켜고 있어.”
승현이 화영에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현지인 가이드는 여기서 돌아갈 것 같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지인 가이드는 베트남어로 무어라 고래고래 소리치며 휙 돌아섰다.
“어어- 저기-!”
승현이 말리려 했지만 그는 왔던 곳으로 성큼성큼 돌아갔다.
일행은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저렇게 가도 되는 건가요?”
승현이 팟꾸이를 보며 물었다.
그 말도 화영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베트남어로 통역이 되었다.
[……내일 아침에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합니다.]팟꾸이가 대답하자 스마트폰 번역 앱에서 AI음성이 흘러나왔다.
“어째 불길한데.”
태정은 입을 씰룩이며 현지인 가이드가 사라진 정글을 보았다.
“우리는 우리 일이나 하죠.”
필립은 어깨를 으쓱이고 건물 입구를 보았다.
그림자가 진 내부는 마치 게임 속 던전의 입구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들어갑시다.]팟꾸이가 천천히 건물 입구로 걸음을 옮겼다.
승현 일행도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오래된 가구와 잡동사니들이 몇 개 보였지만 크게 특별할 것은 없었다.
굉장히 눅눅하고, 곰팡이 때문에 퀴퀴한 냄새가 강하게 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귀신의 흔적’은 굉장히 명확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간단히 건물을 둘러본 승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1층 메인 홀 중앙에 섰다.
“여기에 베이스캠프 깔고 이 건물이랑 주변 수색을 좀 해보죠. 태정아. 화영아. 둘이 여기 홀에 파워뱅크 설치하고 CCTV 세팅해 놔. 바로 깔 수 있게.”
“네, 알겠습니다.”
태정과 화영이 바로 배낭을 풀러 여러 장비들을 꺼냈다.
퉁-
잠시 뒤, 조명이 켜지며 실내가 밝아졌다.
그 아래로 커다란 캠핑용 파워뱅크가 놓였고, 주변에 노트북이 깔렸다.
이어 태정은 바로 설치할 수 있는 CCTV들을 꺼내 노트북과 연결했다.
그 사이 화영은 지금까지 촬영한 영상들을 한국에 있는 장혁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 곧장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태정은 1층 메인 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이동을 하며,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이 건물은 총 3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이 메인 홀과 방 두 개가 있고요. 계단은 한 곳에만 있네요. 저희는 이곳을 수색하면서 건물 곳곳에 CCTV를 설치한 후 실시간으로 기현상을 포착할 예정입니다.”
승현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태정은 바싹 붙어 승현과 화영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일단 저희 장비를 풀어 놓은 메인 홀에 1번 카메라를 설치하겠습니다.”
승현의 지시가 끝나자 화영과 필립이 CCTV를 설치했다.
그렇게 1층부터 3층까지, 계단과 창문 바깥쪽, 복도 등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간이 CCTV를 모두 설치해 두었다.
설치 과정을 모두 촬영한 승현은 노트북으로 각 CCTV와 넘버링을 체크했다.
0-1번 CCTV : 1층 계단 입구.
0-2번 CCTV : 2층 계단 입구.
0-3번 CCTV : 3층 계단 입구.
1-1번 CCTV : 1층 메인 홀.
1-2번 CCTV : 1층 현관문과 복도 방향.
2-1번 CCTV : 2층 복도 및 각 방 입구.
3-1번 CCTV : 3층 복도 및 각 방 입구.
4-1번 CCTV : 건물 동쪽 외부.
4-2번 CCTV : 건물 서쪽 외부.
4-3번 CCTV : 건물 남쪽 외부.
4-4번 CCTV : 건물 북쪽 외부.
이어 승현은 각 멤버에게 워키토키를 나눠주었다.
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방송가나 쇼핑몰 같은 곳에서 직원들이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손바닥 크기의 워키토키였다.
“항상 이걸 소지하고 있도록 하고 절대 혼자 움직이지는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승현의 말에 필립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워지기 전에 주변 야외 수색부터 해봅시다.”
승현이 팟꾸이에게 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저랑 필립 씨가 팟꾸이 씨 안내를 받아 주변 야외 수색을 실시하고 태정이랑 화영이가 이곳에서 CCTV를 감시해줘.”
팟꾸이는 통역된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화영과 태정도 비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
승현의 지시대로 화영과 태정은 1층 메인 홀에 남아 CCTV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리고 승현과 필립, 팟꾸이는 건물 주변을 수색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필립은 RBS로고가 그려진 카메라를 들고 승현과 팟꾸이를 촬영하며 뒤를 쫓았다.
“이곳 주변을 수색해보신 적이 있나요?”
승현이 스마트폰 통역 앱을 켜고 물었다.
“과거에 군인들을 안내해 줄 때 몇 번 수색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알아야 할 특징이 있을까요?”
“이곳에는 절벽이나 동굴이 많습니다. 그래서 전쟁 때 게릴라들이 많이 활동하기도 했었죠. 민간인들이 숨기도 했고요.”
팟꾸이가 대답했다.
“뭔가 이상한 게 나타났던 곳은 있나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늘 이상하기는 했습니다만 특별히 뭐가 보인 적은 없었어요.”
그들은 대화를 하며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승현은 걸어가면서 수시로 뒤를 돌아 핏빛 건물을 보았다.
태양빛이 구름에서 벗어나 비추자 건물이 붉게 물들었다.
승현이 걸음을 멈추고 건물을 가리키자 필립이 돌아서 그 모습을 담았다.
괜히 소름이 끼친 승현이 돌아서서 팟꾸이를 따라 걸으며 물었다.
“가이드 분은 잘 돌아가셨을까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팟꾸이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고는 정글을 헤쳐 나갔다.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능숙한 모습이었다.
치직 치직-
승현의 손에 들린 무전기에 노이즈가 잡혔다.
[치직- PD님. 박태정입니다.]무전기에서 태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래.”
[현재 시간 2시 10분. 특이사항 없습니다.]“그래. 알았어. 10분에 한 번씩 특이사항 여부 이렇게 무전 보내.”
[알겠습니다.]태정이 대답했다.
파스스 파스스-
저벅 저벅 저벅-
승현과 필립은 팟꾸이의 안내에 따라 울창한 수풀을 헤쳐 나갔다.
그때, 승현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절벽이 있고, 그 앞에 동굴이 보였다.
특이한 것은 동굴 앞에 붉은색 천이 나부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 천은 뭔가요?”
승현이 물었다.
“저건 이 인근 원주민들이 주술적인 의미로 꽂아두는 것들입니다. 보통 접근하지 말라는 의미죠.”
팟꾸이가 대답했다.
사삭 사삭-
바람에 풀잎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고요가 찾아온 것이었다.
필립은 동굴 안 쪽을 클로즈업 해보았다.
“어?”
필립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승현이 묻자 필립이 카메라를 내리고 육안으로 동굴 안 쪽을 보았다.
“저 안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요? 뭔가 기척이 느껴졌는데.”
필립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섣불리 쫓아가지는 맙시다.”
승현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팟꾸이를 슬쩍 보았다.
그는 동굴 쪽을 가만히 보며 주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으음.”
필립이 다시 카메라를 들어 동굴을 촬영하려 했다.
하지만 전원이 꺼져 있었다.
다시 켜보아도 켜지지 않았다.
“카메라가 이상한데요?”
필립이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동굴 안으로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어.”
승현도 놀라 그곳을 주시했다.
팟꾸이도 그 남자를 본 듯 시선을 고정했다.
팟-
그때 카메라가 다시 켜졌다.
필립은 카메라를 켜 동굴 안에 서있는 남자를 클로즈업 해보았다.
“저 사람, 저거, 최임환 씨인 것 같은데요?”
“올케치?”
실종된 영케치의 매니저, 올케치와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그는 승현과 카메라를 가만히 보고 있다가 갑자기 도망치듯 돌아서 들어갔다.
“올케치. 올케치.”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들어가 보죠.”
필립이 말했다.
팟꾸이는 위험하다는 듯 만류를 했지만 아직 생사가 불분명한, 실종된 사람을 발견하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승현은 문득, 팟꾸이가 말한 한 가지 법칙을 떠올렸다.
“……갑시다.”
그렇다 해도 육안으로, 카메라 렌즈로 정확히 보인 사람을 보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승현이 앞장서서 동굴로 이동했다.
팟꾸이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다 승현의 옆에 나란히 섰다.
필립은 뒤에서 그런 둘의 뒷모습을 촬영하며 쫓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