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2)
제92화
토할 것 같을 정도로 지독한 악취.
악귀를 겪을 때 맡았던 ‘생선 썩는 냄새’가 더욱 묵직해진 느낌이었다.
승현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며 손전등을 켜 비췄다.
동굴의 풍경은 일반적인 동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똑 똑- 똑-
어디선가 물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괜스레 분위기를 더 음산하게 만들었다.
“최임환 씨! 최임환 씨!”
승현이 살짝 큰 목소리로 불렀다.
“쉬잇-!”
그러자 팟꾸이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그때 승현이 뭔가 발견한 듯 앞을 가리켰다.
“저건 뭐지?”
필립은 승현이 가리킨 것을 클로즈업 해 보았다.
“삼각대랑 카메라 같은데요? 브이로그용 카메라. 그 옆에 폰도 있네.”
그는 클로즈업 된 카메라 화면을 보고 덧붙였다.
승현이 다가가 핸드폰을 들어 보았다.
액정이 깨져 있었지만 아주 오래된 기종은 아니었다.
당연히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올케치나 영케치 물건인 것 같은데.”
승현은 물건 여기저기를 확인해 보았다.
그때, 옆에 구석에 피 묻은 외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영케치 조미희가 생방송 초반에 입고 있던 바람막이 외투였다.
“이거. 영케치 조미희 씨 외투입니다.”
승현이 외투를 들어 카메라에 비췄다.
“여기 어떻게 저 옷이 있는 거죠?”
영상을 찍고 있는 필립이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물건들을 챙기겠습니다.”
승현은 가방을 꺼내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챙겼다.
그리고 조금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갔다.
첨벙-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다.
승현이 물을 밟고 걷는 소리가 오디오에 생생하게 담겼다.
잠시 뒤, 그는 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카메라를 돌아보았다.
앞쪽에는 작고 오래된 탁자와 함께 수백 개의 초가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듯 흉물스럽게 녹아 있었고,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했다.
그 순간이었다.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스사스사세샤소수시서스사서시서소샤샤시시서사시사수사시샤사서시서서서샤시
그리고 더욱 지독해지는 악취에 코를 틀어막았다.
필립은 승현이 왜 코를 막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순간, 승현은 인상을 쓰며 동굴 구석을 가리켰다.
흉물스럽게 굳어 있는 촛농 사이로 사람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었다.
“저기를 촬영해 주세요. 저기. 올케치를 찾은 것 같습니다.”
승현이 필립과 카메라를 보며 시신을 가리켰다.
필립은 초와 촛농 사이에 묻혀 있는 시신을 클로즈업 했다.
부패가 되지 않은, 미이라의 형태였다.
“복장으로 봐서는 올케치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일단 여기는 막다른 길인 것 같고요.”
승현이 주변을 보며 말했다.
“저건 뭐죠?”
필립이 시신 구석구석을 클로즈업하다 물었다.
“네?”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고 시신을 확인해 보았다.
올케치의 손에 마체테가 들려 있었다.
피와 녹이 뒤엉켜 있는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필립 씨. 이곳 현장 사진 좀 찍어주세요. 지금 들고 계신 카메라는 저한테 맡기시고.”
승현은 이곳 현장을 제대로 남겨둬야겠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필립은 고개를 끄덕인 후 촬영 중이던 카메라를 승현에게 건넸다.
그리고 자신의 개인 카메라를 꺼내 현장 곳곳을 촬영해 두었다.
*
승현과 필립, 팟꾸이는 다시 ‘핏빛 건물’로 복귀했다.
둘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태정에게 발견한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태정이 물었다.
“동굴에서 올케치 최임환 시신 찾았어.”
승현이 대답했다.
“진짜요? 영케치는요?”
“아직. 근데 영케치가 입었던 외투는 발견했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사이 필립은 자신이 찍은 현장 사진을 태정과 화영에게 보여주었다.
“최임환이 영케치 조미희를 살해한 건가요? 이 마체테로?”
화영이 물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승현이 대답했다.
그때, 팟꾸이가 구석에 앉아 아주 낮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그 동굴에 들어갔다 왔으니 귀신이 붙어 왔을 거야. 그 동굴에 들어갔다 왔으니 귀신이 붙어 왔을 거야. 그 동굴에 들어갔다 왔으니 귀신이 붙어 왔을 거야.”
그는 베트남어로 중얼거렸다.
통역 앱으로 그 말의 의미를 들은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일단 이 카메라랑 스마트폰을 좀 살려볼게요.”
태정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팟꾸이를 힐끔 본 뒤 충전기를 꺼내들며 말했다.
잠시 뒤.
카메라에 연결된 노트북에서 USB 인식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이 충전된 것이었다.
이어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의 전원도 들어왔다.
태정은 카메라를 들어 두 화면을 비췄다.
스마트폰은 켜지자마자 잠금화면이 떴다.
배경 화면은 조미희의 셀카 사진이었다.
영케치와 올케치 둘 중 누구의 핸드폰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자기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여자친구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둘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패턴과 지문, 얼굴인식, 그 어떤 걸로도 잠금을 풀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일단 스마트폰은 지금 확인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승현은 태정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말한 뒤 노트북을 보았다.
USB로 연결된 카메라에는 제법 많은 영상이 담겨 있었다.
“목록으로 봐선- 3년 전 생방송 날짜. 그때 촬영된 게 마지막인 것 같은데.”
마우스 휠을 쭉 내리며 파일리스트를 보던 승현은 깜짝 놀랐다.
분명 영상파일의 마지막은 3년 전, 그 생방송 날짜 6월 23일이었다.
.
.
.
생성된 날짜 20XX-06-21
생성된 날짜 20XX-06-22
생성된 날짜 20XX-06-22
생성된 날짜 20XX-06-23
생성된 날짜 20XX-06-23
생성된 날짜 20XX-04-09
그런데 그 밑으로 바로 오늘 날짜로 파일이 또 생성되어 있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 오늘에라도 그 동굴에 사람이 드나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완전히 방전되어 있던 것으로 보아 분명 오랫동안 충전이 안 되어 있던 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유에서인지 오늘 무언가 촬영이 된 것이었다.
“이 파일 뭐야. 왜 오늘 날짜야.”
승현이 노트북에 코를 박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은 마우스를 움직였다.
달각
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영상이 재생되었다.
시커먼 화면이 나왔다.
아무것도 찍히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영상의 재생바는 무려 44시간 44분 44초로 표시되고 있었다.
용량과 재생시간 역시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아무리 검은 화면만 나온다 해도 이렇게 저용량으로 저장이 되었을 리 없었다.
“이게 뭐죠?”
필립이 미간을 찌푸렸다.
승현은 가만히 화면을 보다가 볼륨을 최대로 올려보았다.
[시스사스사세샤소수시서스사서시서소샤샤시시서사시사수사시샤사서시서서서샤시]스피커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검은 화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 기괴한 소리도 같이 나왔다.
그 소리가 건물 전체에 구석구석 메아리쳐 퍼졌다.
[끼긱- 끼긱-]이어 녹슨 기계가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사이사이 들려왔다.
승현은 가만히 소리를 듣고 있다가 영상 재생 속도를 32배속으로 올려 보았다.
그러자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기괴한 소리는 굉장히 얇고 가늘어지면서 더욱 기괴하게 들려왔다.
“이게 오늘 날짜에 생성된 파일인 거죠? 배터리 방전으로 꺼져 있는 카메라에서.”
화영이 말했다.
승현은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뭐지.”
그는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하지만 당장 해답을 찾아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CCTV에 찍힌 것들하고 우리가 나가서 찍어 온 거 분석 좀 해보자.”
일행은 모두 각자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을 면밀하게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 * *
늦은 오후.
저녁을 먹기 전, 승현 일행은 건물 내부 수색을 한 차례 더 진행했다.
하지만 비밀공간은커녕 책이나 서류도 남아 있지 않은 빈 건물에서 더 뭔가 찾아낼 수 있는 건 없었다.
하지만 그 수색 장면도 촬영을 해 두면서 나름대로 소스를 많이 담아 두었다.
그렇게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며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동시에 승현은 한국에 있는 장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혁아. 지금까지 촬영된 영상 보낸 거 확인했지?”
[네, 네. 확인했습니다.]“우리가 촬영한 최임환 시신 사진 경찰에 전달하고 수사 요청해 줘. 시신은 수습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그 조미희 씨 시신은 못 찾은 거죠?]“응. 그 사진에 나온 것처럼 옷만 찾았어.”
[어째 조미희 씨 상태도 곱진 않을 것 같은데.]“아무리 그런 생각 들어도 입에 담지는 마. 귀신 붙는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44시간짜리 영상이요. 그거 뭐예요? 개소름 돋던데.]“모르겠어. 방전돼서 꺼져 있는 카메라가 오늘 날짜로 뭔가 파일을 생성한 거야.”
[진짜 귀신들렸나. 와. 이번 촬영 빡세겠어요. 무서우실 거 같아.]“미치겠다. X발. 아무튼 보낸 영상들 가지고 대충 콘티 잡아보고 있어 봐. 지금 이 건물 구역별로 CCTV 찍어서 저장하고 있으니까 참고하고.”
[네, 네. 아, 그런데 여기서도 그 핏빛 건물 관련해서 조사를 하다 보니까 몇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어요.]“특이한 점?”
[그 근처에 이상한 종교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주변을 ‘저주받은 땅’이라고 불렀던 모양이에요.]“이상한 종교?”
[네. ‘뜨라띰베’라고 불리는 무속 신앙인데요. 이게 ‘핸드사이드’에 있는 미스터리 게시판에 한 번 등록이 된 적이 있더라고요.]“그래? URL 보내줘 봐.”
[네. 지금 까똑으로 보내드릴게요. 이것만 다룬 건 아니고 세계 끔찍한 미신 TOP 10위, 이런 콘텐츠로 만들어진 게시물이었는데요.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알겠어. 고맙다.”
승현이 대답한 후 바로 까똑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전 세계 끔찍한 미신 TOP10. 믿거말거]장혁의 말대로였다.
그 내용 역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기이한 무속신앙에 대한 것들이었다.
실제 그런 신앙이 전승되고 있는지, 그 출처는 명확하지 않았다.
인신공양을 하는 고대 문명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남미의 어떤 부족의 이야기.
사이톨로지처럼 과학을 종교로 맹신해 자신의 아이 중 한 명을 인조인간으로 만드는 연구에 보내야 하는 어떤 마을의 이야기.
언뜻 보기엔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중 6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이 ‘뜨라띰베’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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