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3)
제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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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 – 베트남 뜨라띰베]베트남어로 ‘아기의 심장’을 의미하는 trái tim em bé에서 유래된 뜨라띰베.
다낭 호아방 인근 원시부족들에게서 내려왔다는 이 전설은 강한 부족 전사를 키우기 위해 갓 태어난 아이들 중 일부를 신에게 바친다.
그 신은 곰의 몸에 호랑이의 머리를 가지고 있으며 ‘거우껀호’라고 불린다.
거우껀호가 바친 아이를 먹지 않으면, 그 아이는 전사로서 키워지고, 아이를 잡아먹으면 그 아이의 넋을 기리기 위해 그 거우껀호의 석상을 하나씩 세운다.
하지만 죽은 아이의 원혼이 석상에 남아 그 주변을 피로 물들인다.
저주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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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은 내용을 읽어보다 문득 아까 발견했던 그 석상을 떠올렸다.
‘이 지역 일대에 강한 저주가 내려져 있다고?’
괜히 찝찝해지는 문장이었다.
쿠궁- 쿠구구궁-
밖에서 우렁찬 천둥이 들려왔다.
승현이 화들짝 놀라며 창밖을 보았다.
투둑- 투둑-
굵직한 빗방울이 깨진 창문 안으로 들이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
이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쿠구구구궁-
천둥번개가 또 한 번 내리치며 일행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거 바깥에 나가진 못하겠는데요?”
태정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붉은 노을이 진 상태에서 먹구름에 폭우까지 쏟아지니 금세 어두워지고 말았다.
“이런 정글에서 어두울 때 나가는 건 굉장히 위험해요.”
필립은 상념에 빠진 듯 창밖을 보고 중얼거렸다.
“우리가 나가는 것도 나가는 건데, 여차하면 구조대를 불러야 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면 구조대가 오기도 힘든 거 아니에요?”
화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그러자 승현이 팟꾸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구조대를 부르면 올 수 있나요? 날씨가 안 좋아지는데.”
통역 앱을 묻자 팟꾸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승현은 팟꾸이의 분위기가 아까와 사뭇 달라져 있는 걸 느꼈다.
“혹시 ‘거우껀호’와 ‘뜨라띰베’에 대해 아시나요?”
승현이 통역 앱을 통해 다시 물었다.
그러자 팟꾸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몸을 움츠린 채 부르르 떨었다.
‘왜 이래?’
확실히 그는 점점 이상해지고 있었다.
쿠구구궁-
번쩍-
순간 천둥번개가 쳤다.
일행 모두 흠칫 놀라며 창밖을 보았다.
그때 카메라를 들고 일행을 촬영하던 태정이 무심결에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어?”
그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노트북에 있는 CCTV 화면들 중 건물 서쪽 정글을 비추고 있는 4-2번 CCTV에 한 사람이 포착되었다.
“저거 뭐죠?”
그의 말에 승현이 노트북을 보았다.
쏟아지는 폭우와 어두운 정글 사이로 무언가 어른거렸다.
쿠구구궁-
천둥번개로 번쩍이는 순간 한 여인의 실루엣이 보였다.
선이 가녀린 게 여성의 모습이었다.
“누구지?”
“조미희 씨?”
“영케치라고?”
일행 모두 노트북을 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쿠구구궁-
또 한 번의 천둥번개와 함께 주변이 번쩍였다.
동시에 CCTV 화면도 아주 찰나, 어두워졌다 켜졌다.
그 순간이었다.
CCTV 앞으로 여성의 얼굴이 확 나타났다.
피범벅이 된 얼굴.
붉게 충혈된 흰자위.
시커먼 입술.
비가 오고 있는 데다가 어두워서 제대로 색감이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흡사 ‘시체’ 같은 얼굴인 것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우왓!”
일행 모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시체 같은 여자의 얼굴이 나타난 것도 놀랄 일이지만 더욱 소름끼치는 건 4-2번 CCTV에 담겼다는 것이다.
그 카메라는 3층 창문에서 건물 서쪽 외부 정글을 비추고 있는 앵글로, 그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건 3층 높이 이상까지 벽을 타고 기어 올라왔다는 의미였다.
사실상 현실적으로 저 정도 근접 촬영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말이었다.
쿠구구구궁-
또 한 번 천둥번개가 치자 여자의 얼굴이 사라졌다.
일행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대로 얼어버렸다.
“찌, 찍었지?”
승현이 태정을 보며 물었다.
태정은 카메라를 든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그때 굉장히 날카로운 소리가 계단 쪽에서 들려왔다.
위층에서 나는 소리인 듯했다.
치직 치직 치직-
노트북의 CCTV 화면에 노이즈가 심하게 끼더니 3-1번 CCTV 화면에 여자의 그림자가 잡혔다.
3층 복도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였다.
[시스사스사세샤소수시서스사서시서소샤샤시시서사시사수사시샤사서시서서서샤시]노트북 스피커에서 괴상한 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3층으로 가보죠.”
필립이 제 카메라를 챙겨들고 말했다.
꽤 흥분한 모습이었다.
승현이 대답하기에 앞서 팟꾸이를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구석에 앉아서 혼자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콰과과광-
뭔가 폭발하는 듯한 천둥소리가 온 건물을 휘감았다.
“제가 갔다 올게요.”
화영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자 승현이 그녀를 다시 앉혔다.
“내가 필립 씨랑 3층으로 가볼게. 너희 둘은 여기서 화면 지켜봐. 무전으로 위치 확실하게 알려주고.”
“아, 알겠어요!”
화영이 대답했다.
승현은 필립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앞장서 계단으로 향했다.
필립은 태정에게 촬영용 카메라를 전달 받고 승현의 뒷모습을 찍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린 승현이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CCTV로 이상한 거 잡히는 CCTV 번호 말해줘.”
[네, 알겠습니다.]무전기를 통해 태정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렇게 승현과 필립은 이상한 여성이 잡힌 3층을 향해 뛰어 올라갔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승현이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올라갔다.
그렇게 2층으로 올라온 그는 복도를 슥 둘러보았다.
필립은 승현의 시선에 따라 카메라도 그가 바라보는 곳으로 구도를 잡았다.
[지금 2층 CCTV에 선배 보여요. 3층에 그림자는 사라졌고요.]무전기 너머로 태정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현은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0-3번 카메라에 귀신 잡혔어요!]태정이 다급하게 말했다.
0-3번 카메라는 3층 계단 입구를 비추고 있는 CCTV였다.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어떤 여자가 서있어요!]태정이 실시간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래시가드 같은 옷을 입은 것 같은데. 어두워서 잘 안 보입니다.]승현은 무전기로 태정의 말을 들으며 곧장 이동했다.
‘래시가드면 영케치 마지막 방송 때 입었던 옷 아닌가.’
승현이 생각했다.
그렇게 3층에 올라온 승현과 필립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선배 위치 보여요.]태정이 무전기로 말해주었다.
“여자는?”
[어어- 어어-]태정이 다급하게 찾는 듯한 소리가 났다.
[0-2번 카메라에 귀신이요!]이어 여자를 포착한 태정이 소리쳤다.
승현과 필립은 무전을 듣자마자 2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 순간이었다.
2층 복도 끝에 한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카메라는 그 여자를 담으며 클로즈업 했다.
콰과과광-
천둥번개와 함께 화면이 번쩍이더니 여자가 사라졌다.
쿠구구구궁-
또 한 번 천둥번개가 치며 화면이 번쩍이자 승현과 카메라 앞에 여자가 성큼 다가왔다.
입을 맞출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으악!”
승현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동시에 어딘가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여자의 모습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승현은 정신이 없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래. 아래에서 비명이 들렸어요.”
필립이 계단으로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둘은 바로 1층을 향해 달려갔다.
카메라는 계속 녹화 중인 상태였다.
그렇게 승현은 다시 1층 메인 홀에 도착했다.
그리고 보인 현장은 굉장히 끔찍했다.
비에 홀딱 젖은 한 남자가 태정과 몸싸움을 하고 있었고, 화영은 구석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팟꾸이는 피범벅이 된 채로 바닥에 누워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팟꾸이 씨!”
승현이 소리쳤다.
동시에 필립은 카메라를 내던지고 태정을 향해 달려갔다.
달각-
카메라가 바닥에 떨어진 앵글로 이 현장을 그대로 녹화했다.
필립은 달려가며 팍 뛰어오르더니 태정과 맞붙어 있는 남자의 등을 그대로 날라 찼다.
우당탕-
남자가 바닥에 확 나뒹굴며 쓰러졌다.
그는 낮에 혼자 돌아갔던 현지인 가이드였다.
“죽어, 죽어, 죽어!”
히에우 뚜언은 벌떡 일어나더니 필립에게도 덤벼들었다.
필립은 바로 자세를 낮추더니 그를 한 번에 엎어 쳤다.
꽈아아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히에우 뚜언이 축 늘어졌다.
그 사이 승현과 화영은 쓰러진 팟꾸이의 상태를 살폈다.
그의 어깨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칼에 찍힌 자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승현이 지혈을 하며 그의 옆에 놓인 마체테를 확인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승현이 화영을 보며 물었다.
“모, 모르겠어요. 언제 여기 들어왔는지도 모르겠고.”
화영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 * *
1분 전.
태정과 화영은 노트북에 뜬 CCTV 화면을 보며 승현과 무전을 주고받았다.
3층에 있던 여자 귀신이 사라지고 승현과 필립이 3층 CCTV에 찍히는 순간이었다.
2층 계단을 비추고 있는 0-2번 카메라에 여자 귀신의 모습이 보인 것이었다.
“선배! 0-2번 카메라에 귀신이요!”
흥분한 태정이 무전기를 들고 소리쳤다.
그 순간이었다.
“어?”
화영이 뭔가 기척을 느끼고 옆을 보았다.
현관에서 메인 홀로 들어오는 복도 가운데에 비에 홀딱 젖은 현지인 가이드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분명 외부를 촬영하고 있는 CCTV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가이드분?”
화영이 중얼거리자 태정도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쿠구구구궁
천둥 번개와 함께 서 있는 현지인 가이드 히에우 뚜언.
그의 손에는 마체테가 들려 있었다.
“아!”
순간 위험을 느낀 태정이 탄식을 하자마자 그는 팟꾸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직
“커억!”
팟꾸이가 신음을 흘렸다.
“꺄아아아악!”
이어 화영이 비명을 질렀다.
현지인 가이드는 화영의 비명을 듣자마자 그녀를 향해 덤벼들었다.
태정은 그녀에게 달려드는 현지인 가이드를 태클로 쓰러트린 후 그의 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현지인 가이드는 태정을 옆으로 돌려 눕혔다.
그리고는 칼을 번쩍 들어 태정을 찍으려 했다.
태정은 옆에 있던 배낭을 집고 위에 올라탄 현지인 가이드를 후려쳤다.
뻐억-
묵직한 타격에 현지인 가이드가 옆으로 나뒹굴었다.
그렇게 둘이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벌인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