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4)
제94화.
“끄윽- 끄윽-”
팟꾸이는 어깨를 움켜쥔 채 계속 신음을 내고 있었다.
필립이 군대에서 배운 응급처치법으로 지혈과 붕대를 감아 두었지만 빨리 병원으로 후송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사이 태정은 한쪽에 카메라를 설치해둔 채로 현지인 가이드를 의자에 묶었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콰아아아앙-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치는 가운데, 일단 현장은 정리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승현은 머리를 긁적이다 장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혁아. 지금 여기 사람 다쳤어. 베트남에서 긴급구조 번호 뭔지 알아내서 전화 좀 해줘.”
[네, 잠시만요.]전화가 연결된 채로 장혁이 컴퓨터를 빠르게 두드렸다.
그리고 잠시 뒤, 믿지 못할 회신이 들려왔다.
[선배. 호아방 핏빛 건물에 환자 발생했다고 하니까 장난 전화하지 말라면서 끊었다는데요?]“뭐? 진짜라고 해! 사람이 다쳤다고!”
[거기 들어가는 사람 없다고 거짓말하지 말랬나 봐요. 영어 할 줄 아는 우리 작가가 전화했는데.]“아이 씨! 이거 현장 영상하고 사진 보내줄 테니까 보고 빨리 출동해 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주세요!]승현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영상을 전달해 주었다.
하지만 저들의 태도로 봤을 때 언제 그들이 출동해줄지 미지수였다.
“여기서 탈출을 해야 할까요?”
태정이 물었다.
“아뇨. 지금 나가는 건 자살행위에요. 비가 오더라도 낮이면 그나마 움직여볼 만하겠지만…….”
필립이 창밖을 보며 말했다.
이젠 시커먼 밤하늘과 두꺼운 빗방울만 보이고 있었다.
“PD님. 어떡하죠?”
화영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승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머리를 긁적였다.
촬영을 하면서 언제나 위험이 다가오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
“일단 이 가이드가 깨어나길 기다려 보자고.”
승현은 의자에 묶인 채 기절해 있는 현지인 가이드를 보며 말했다.
*
밤 11시.
현지인 가이드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석에는 팟꾸이가 얕은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었고, 그 옆에 화영이 간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현과 태정은 노트북 앞에서 CCTV 화면들을 보며 또 다른 노트북을 펼쳐 영상을 분류하고 있었다.
“정신이 드나?”
그때 가이드 앞으로 필립이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그러자 일행 모두가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죠?”
현지인 가이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는 말인가?”
“뭘- 말인가요?”
그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이었다.
“팟꾸이 씨를 찌른 것도 기억이 안 나요?”
승현이 다가가며 쓰러져 있는 팟꾸이를 가리켰다.
“아뇨? 제가 왜 아저씨를 찌르겠어요. 아니에요.”
그는 결백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필립이 말없이 그의 옷을 가리켰다.
현지인 가이드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자신의 상의와 하의를 내려 보았다.
온통 피칠갑이 되어 있는 자신의 옷.
그리고 구석에 쓰러져 있는 팟꾸이와 마체테.
그 칼은 비상시에 사용하려고 차량에 두었던 것이었다.
“제가 찔렀다고요? 그럴 리가요.”
현지인 가이드는 억울하다는 듯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저희가 이 건물 주변을 CCTV로 돌려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들어온 겁니까? 분명 들어오는 게 찍히질 않았는데.”
승현이 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건물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최소한 외부를 비추고 있는 4-1, 4-2, 4-3, 4-4번 카메라 중 하나에는 잡혀야 했다.
하지만 여자 귀신을 제외하고 현지인 가이드의 모습이 잡힌 카메라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자기가 팟꾸이를 찔렀는지 아닌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데 CCTV에 찍히지 않은 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하나 분명한 건 메인 홀에 설치해 둔 카메라에 그가 팟꾸이를 찌르는 장면이 명확히 남아 있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되든 이곳에서 탈출하게 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었다.
“그나저나 이것 좀 풀어줘요. 나는 죄지은 게 없다니까요.”
현지인 가이드가 억울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필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섰다.
“팟꾸이 씨 상태는 어때.”
그 사이 승현은 화영에게 물었다.
“잘은 모르겠는데 그렇게 좋진 않은 것 같아요. 아프신 것 같고.”
화영은 팟꾸이의 땀을 닦아주며 대답했다.
“역시 탈출해야 할까요?”
승현이 필립에게 이어 물었다.
“자살행위에요. 더구나 환자까지 있다면.”
그는 창밖에 쏟아지는 비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때 이 상황을 가만히 보던 태정이 승현을 불렀다.
“선배. 잠깐만.”
그는 승현을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가서 속삭여 말했다.
“선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저 가이드요. 이름이 ‘히에우 뚜언’이었나. 저 사람. CCTV에 들어오는 게 전혀 안 잡혔잖아요.”
“우리가 놓친 사각지대가 있나?”
“3층에서 정글 쪽으로 앵글을 광각으로 잡고 있는데 한 군데에도 잡히지 않고 들어오긴 힘들어요. 건물 주변은 마당처럼 숨을 데도 없는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지금 CCTV를 설치한 이후에 외부에서 이 건물로 들어온 건 우리가 발견한 그 여자 귀신밖에 없어요.”
태정이 말했다.
승현의 표정이 점점 차갑게 굳었다.
태정은 말을 이었다.
“저 사람이 그 귀신일 수도 있다는 거죠. 진짜 ‘히에우 뚜언’은 정글에 있든, 자기 집에 잘 돌아갔든 거기 있는 거고.”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물리적인 힘도 가했던 것이니 선뜻 그렇게만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승현은 구석에서 턱을 매만지며 히에우 뚜언의 뒷모습을 빤히 보았다.
“X발.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 *
밤 12시.
필립은 메인 홀 가운데에 고체 연료로 불을 피웠다.
승현 일행은 팟꾸이의 상태가 조금 나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간호했다.
그 정성이 통했는지 고통스러워하던 그의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다.
필립이 군대에서 배웠던 응급처치가 이곳에서 빛을 발했다.
“휴.”
승현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히에우 뚜언을 보았다.
그는 고개를 푹 떨어트린 채 자고 있었다.
순간 그는 태정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저 사람이 그 귀신일 수도 있다는 거죠. 진짜 ‘히에우 뚜언’은 정글에 있든, 자기 집에 잘 돌아갔든 거기 있는 거고.”
문제는 그걸 증명할 방법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히에우 뚜언이 혼자 알고 있을 만한 것을 물어보려 해도 사실상 그 역시 베트남에 와서 영케치에 대해 조사를 하다 연결이 된 여행 가이드일 뿐,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신이 다 홀려 있는 건가.’
승현은 마른세수를 했다.
그 사이 태정은 카메라를 들고 이 모습들을 잔잔히 담아냈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영상에서 이상한 것을 포착했다.
“선배. 선배. 이 화면 좀 같이 봐요. 라이브 뷰 화면.”
태정이 승현의 등을 다급하게 두드리며 작게 속삭였다.
승현이 일어나 태정 옆에서 카메라 라이브 뷰 화면을 보았다.
팟꾸이와 히에우 뚜언, 화영, 필립이 각자 자기 자리에 있는 메인 홀 풍경이 나오고 있었다.
“잘 봐요.”
태정이 작게 속삭였다.
그러면서 카메라 앵글을 조작해 현지인 가이드 히에우 뚜언을 클로즈업 했다.
“왜. 뭐가?”
“지금 고체연료가 타면서 가운데 모닥불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림자를 잘 봐요.”
태정은 카메라 앵글을 다른 사물 쪽으로 비춰 보았다.
어른거리는 모닥불 불빛에 따라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리고 카메라가 살짝 이동할 때마다 그림자의 위치도 조금씩 바뀌어 보였다.
하지만 현지인 가이드 히에우 뚜언은 달랐다.
그가 앉아 있는 의자의 그림자만 뒤로 길게 늘어져 보일 뿐, 히에우 뚜언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 구도를 바꾸든, 모닥불의 불길이 살짝 바뀌든 히에우 뚜언의 그림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승현도 놀란 목소리로 속삭여 말했다.
“의자 그림자는 있고 또 저희가 조명을 계속 이리저리 돌려가며 켜다 보니 바로 눈치 채지 못했던 것 같아요.”
태정이 말했다.
“제 말이 맞죠. 저놈, 귀신인 것 같아요.”
그 순간이었다.
쿵 쿵 쿵-
누군가 건물 현관을 두드렸다.
필립과 화영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어엇!”
승현도 무척 놀란 표정으로 현지인 가이드가 묶여 있던 의자를 보았다.
아주 찰나의 순간, 묶여 있던 그가 사라져버렸다.
쿵 쿵 쿵-
또 누군가 현관을 두드렸다.
일행 모두 현관 복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쿵 쿵 쿵-
또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필립은 주위를 둘러보다 접어놓았던 두꺼운 삼각대를 무기처럼 들고는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
그 뒤로 승현이 천천히 쫓아갔다.
쿵 쿵 쿵-
또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은 최고조로 올라갔다.
필립은 바로 뒤에 쫓아오는 승현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현관문을 발로 쾅 찼다.
쏴아아아아아아-
문이 열리자 비바람이 확 몰아쳤다.
하지만 정작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가 두드린 거지?”
화영이 물었다.
“설마-!”
승현과 태정이 동시에 메인 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메라도 다시 뒤쪽 메인 홀 쪽을 비췄다.
그곳에 CCTV에서 보았던 여자 귀신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복장으로 봐선 영케치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카메라에 정확히 담겼다.
“선배!”
태정의 고함과 함께 여자 귀신이 대뜸 카메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꺄가가가각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가가가가가가가가각-
동시에 기괴한 비명소리가 마이크를 고장 낼 것처럼 강하게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꺄아아악!”
“으헉?!”
일행의 비명이 저마다 담긴 후, 카메라가 옆으로 휙 돌아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