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5)
제95화.
고오오오오-
쏴아아아아-
열린 현관문을 통해서 비바람과 빗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몸을 움츠리고 있던 승현과 필립, 화영이 천천히 상체를 세우고 주변을 보았다.
태정도 몸을 일으키며 메인 홀 쪽을 비춰 보았다.
방금 보였던 여자 귀신도, 현지인 가이드 히에우 뚜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문. 문부터 닫죠.”
태정의 말에 필립이 성큼 현관으로 가 문을 닫았다.
“방금 대체 뭐였던 거지?”
승현이 물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따라서 이 건물에 온 영케치의 영혼이 현관문이 열리면서 다시 나간 것 같아요.”
화영이 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보통 현관문은 귀신이 드나드는 하나의 통로로 해석하기도 하거든요. 자기 정체가 탄로난 영케치의 영혼이 다시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게 유인했을 수도 있다는 거죠.”
화영이 심호흡을 하며 대답했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승현이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녀의 해석이 제일 정확해 보였다.
“구조대는 대체 언제 오는 거예요.”
태정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한탄했다.
승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
밤 2시.
일행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방금까지 잡혀 있던 현지인 가이드 히에우 뚜언이 정말 여자 귀신이었다면, 일행 중 그 누구도 귀신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팟꾸이 씨 호흡은 그래도 정상화됐네요.”
필립이 그의 흉부를 보며 말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아요. 하아-”
화영은 쪼그려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미스터리 마니아로 늘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도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오장혁 PD님한테 문자 왔는데요. 구조대에서 출동하겠다는 회신을 하긴 했대요.”
화영이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장혁이도 지금 퇴근 못 하고 있나 보네.”
승현이 볼을 긁적였다.
“오PD님 성격상 지금 상황에서 퇴근이 되겠어요? 사람 다쳤다는데- 자칫하면 프로그램이 빠그라질 수도 있는 상황인데.”
태정이 모닥불을 가만히 보며 말했다.
“그래. 그것도 그렇다.”
승현도 모닥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잠시간의 침묵.
승현이 태정을 보며 물었다.
“이곳이 무속신앙으로 인해서 뭐 저주받았고 뭐하고- 하는 걸 다 떠나서 말이야. 우리가 ‘영케치’라면 가장 바라는 게 뭘까?”
승현의 질문에 태정이 주변을 보았다.
곰팡이가 잔뜩 낀 습한 건물 내부.
퀴퀴한 냄새와 넝쿨.
천장과 벽 곳곳에서 새는 빗물.
“다른 사람이 절 찾아주길 바랄 것 같아요.”
태정은 영케치의 시신이 이런 지저분한 곳에 있다고 가정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그녀를 따라가면 시신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생각해 보면 올케치 시신도 그렇게 찾았단 말이지.”
승현이 말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물귀신처럼 죽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실제로 실종되는 사람들도 그렇게 많다잖아요.”
화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승현이 뭔가를 듣고는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는 아까보다 잦아든 상태였다.
“왜요?”
태정이 승현에게 물었다.
“잘 들어봐. 무슨 소리 안 들려?”
승현이 되물었다.
일행 모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이었다.
밖에서 요란하게 웅성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다.”
승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구조대인가?”
필립도 반가운 마음에 성큼 일어났다.
그리고는 현관으로 가, 문을 열려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순간 이번에도 귀신이 들어오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은 분명 손전등 불빛이었다.
잠시 고민하든 승현은 입을 꾹 다물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베트남 응급구조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현지인 가이드 히에우 뚜언과 팟꾸이가 서 있었다.
순간 현관에 서 있는 일행 모두 얼어붙고 말았다.
“파, 팟꾸이 씨?”
승현이 불렀다.
분명 팟꾸이는 칼에 맞은 후 메인 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갑자기 또 한 번 큰 혼란이 찾아왔다.
“이 건물 앞에서 우리는 더 안내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알아서 성큼성큼 들어가시기에 그냥 두고 저희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조금 전에 구조팀에서 저희를 찾아왔어요. 어떤 사람들을 어디로 안내한 거냐고.”
현지인 가이드가 짜증이 난 얼굴로 말했다.
“네?”
승현이 되물었다.
“구조대에 영상을 보내셨더라고요. 거기에 저랑 팟꾸이 아저씨가 나와서 구조대가 저희를 찾아왔다고요. 여러분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고요.”
그가 덧붙여 말했다.
순간 승현은 엄청난 혼란이 찾아왔다.
“말도 안 돼.”
필립은 대뜸 메인 홀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팟꾸이가 누워있는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두, 두 분이 언제 돌아가셨다고요?”
“이 건물 앞에서요. 기억 안 나세요?”
승현이 묻자 현지인 가이드가 되물었다.
승현은 그가 돌아갔던 그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낮. 핏빛 건물 앞의 상황이었다.
“나는 들어가기 싫어요! 들어가면 안 돼요.”
현지인 가이드는 건물 입구를 가리키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오셨는데.”
승현이 다가가 말하려 하자 현지인 가이드는 거세게 손사래를 쳤다.
“들어가려면 당신들만 들어가요. 여기까지 안내하는 게 제 일이었으니 저는 할 일 다 한 겁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승현은 난처한 얼굴로 팟꾸이를 보았다.
팟꾸이 역시 짜증이 난 얼굴로 현지인 가이드에게 베트남어로 소리쳤다.
화영은 바로 스마트폰 번역기 앱을 틀어 바로 통역을 했다.
[갈 테면 가. 여기 법칙이 뭔지 내가 말했지!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가! 책임은 네가 지라고!]화영의 스마트폰에서 AI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승현은 허겁지겁 태정의 카메라를 들어 그때 당시 영상을 돌려보았다.
분명 현지인 가이드 히에우 뚜언과 팟꾸이가 말하는 워딩은 똑같았다.
자세와 손짓, 말투까지도 동일했다.
단, 팟꾸이가 ‘갈 테면 가라는 손짓’을 한 대상은 현지인 가이드인 히에우 뚜언이 아니라 바로 승현이었다.
즉, 건물 앞에서 현지인 가이드가 돌아갈 때 갈 테면 가라면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고 말한 대상은 승현 일행이었다.
그때부터 귀신에 단단히 홀려 있었던 것!
히에우 뚜언과 팟꾸이는 그때 현장에서 복귀했고, 승현 일행만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그리고 그때부터 함께한 팟꾸이는 귀신이었다.
어딜 가든 계속 악취가 나고 있어 ‘귀신의 흔적’을 따로 느끼지 못하기도 했었다.
순간 승현은 그가 보였던 기이한 행동을 떠올렸다.
“그 동굴에 들어갔다 왔으니 귀신이 붙어 왔을 거야. 그 동굴에 들어갔다 왔으니 귀신이 붙어 왔을 거야. 그 동굴에 들어갔다 왔으니 귀신이 붙어 왔을 거야.”
구석에 앉아 베트남어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던 그의 모습.
승현은 인상을 쓰며 재빨리 영상을 돌려보았다.
건물에 들어온 후부터 영상에 담긴 팟꾸이는 뭔가 달라져 있었다.
음성은 기괴한 노이즈가 껴 괴물의 목소리 같았고 얼굴은 안개가 낀 것처럼 시커멓게 녹화가 되어 있었다.
소름 끼치는 것은 그 전후로 등장하는 팟꾸이의 모습 중, 그의 얼굴이 담긴 컷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모두 뒷모습만 나올 뿐,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정면이나 측면 장면은 단 한 컷도 없었다.
“그, 그, 그, 그럼 저기 누워있는 사람은!”
승현이 뒤를 확 돌아보았다.
이어 다른 일행들도 허겁지겁 메인 홀로 뛰어 들어가 팟꾸이가 누워 있던 곳으로 돌아가 보았다.
“X발.”
필립이 눈을 크게 뜨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다른 일행들도 입을 막고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체테에 맞은 후 모닥불 옆에 누워있던 팟꾸이.
그가 누워있던 자리에는 동굴 속 올케치의 미이라처럼 바싹 마른 미이라가 된 영케치의 시신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에는 마체테로 찍혔던 듯, 옷 위로 핏자국이 깊게 나있었다.
“이, 이게 뭐야.”
승현은 눈을 크게 뜨고 태정을 보았다.
태정 역시도 카메라를 들고 이 광경을 촬영하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이게 뭡니까!”
“무슨 짓입니까!”
그때 베트남 구조대원들이 들어오며 베트남어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뒤로 물러섰다.
* * *
승현과 필립, 화영은 베트남 호텔 방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 여러 대로 영상들을 쭉 확인해 보았다.
태정이 뒤에서 그 모습을 쭉 촬영했다.
“우리가 건물에 들어온 이후, 팟꾸이 씨 얼굴이 제대로 나온 장면이 없네요. 목소리도 팟꾸이 씨 목소리가 아니에요. 무슨 늘어진 테이프처럼- 이상하게 들리네요.”
“거기다 베트남어인지 뭔지 모를 말로 들려.”
“뒷모습만 주구장창 나오고. 옆모습도 잘 안 나오고. 얼굴 정면이 나온 장면에선 노이즈가 심하게 끼고.”
필립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찍은 사진을 보았다.
“제 카메라에도 건물에 들어선 후 팟꾸이 씨가 찍힌 사진은 다 날아갔어요.”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승현은 심각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귀신에 홀린 기분 더럽네.”
그의 말에 태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화영이 전화가 왔는지 핸드폰을 들고 다른 자리로 이동했다.
잠시 통화를 한 그녀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말했다.
“영사관에서 연락 왔어요. 조미희랑 최임환 시신 다 수습했대요. 본국 송환조치 할 거고, 저희도 귀국해도 된대요.”
필요한 행정절차가 마무리된 모양이었다.
“돌아가서 이제 영상하고 자료 정리 좀 더 해 보자.”
승현이 노트북을 덮으며 대답했다.
이곳에 머물러 있다는 저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죽은 아이들의 원혼이 있는 것일까.
최임환과 조미희가 어떤 사건들을 겪었는지 밝혀내는 데에는 실패한 상태였다.
하지만 시신을 찾음으로써 최초 목적이었던 둘의 실종사건을 해결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했다.
무엇보다 베트남 당국에서도 더 이상 취재를 하는 걸 반기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