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7)
제97화
#[성월 전설> 특집
그리고 신기한 것 또 하나는 바로 ‘조니 코리아’의 매출 급상승이었다.
베트남 촬영 때 광고를 밀어 넣은 조니 마이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귀신의 소리나 비명 소리를 찢어지지 않게 잘 담아낸 것은 물론, 현장 사운드를 실감나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물론 승현은 ‘귀신의 흔적’ 때문에 온갖 소리를 다 듣고 있다 보니 정작 편집을 하면서 그 사실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했다.
다만 조니 코리아의 광고가 붙어 있는 만큼 음향 편집을 할 때 조금 더 효과를 넣은 부분은 있었다.
그게 이번 특집의 떡상과 함께 하면서 성공적인 광고 사례로 남게 된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조니 코리아에서는 매우 만족해하며 모든 음향기기에 대한 협찬을 약속했고, 앞으로의 방송에 조니 코리아의 배너를 포함시켜주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렇게 [미스터리 탐사대]의 음향 장비도 한 층 업그레이드 한 셈이었다.
* * *
베트남 ‘핏빛 건물’ 편집을 마친 이후.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사무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승현과 장혁, 화영, 태정이 모여 다음 촬영지에 대한 회의를 했다.
이번 회의 때에는 특별히 이열상 CP도 참석했다.
베트남 특집 이후로 촬영지 선정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몇 개를 찾아봤는데요. 그림이 좀 다 뻔한 것 같아서 애매하네요.”
장혁이 자신의 수첩을 휙휙 넘기며 말했다.
“뻔한 걸 뻔하지 않게 편집하는 게 우리 일인 거지, 뭐.”
승현은 턱을 괴고 앉아 대답했다.
한 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 중에도 그렇다 할 소스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태블릿으로 [핸드사이드]를 뒤져보던 화영이 사진 한 장을 켜 태정에게 밀어 넣었다.
“AD님. 이거 어떨까요?”
속삭이듯 묻는 그녀의 모습에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태정은 그녀가 태블릿으로 켠 사진을 빤히 보았다.
“이거 우리 그, [풍경이 좋다]에서 한옥 귀신 찍었던 거. ‘상수 윤 씨 사당’하고 비슷한 그림일 것 같은데요. 장소 사진으로 봤을 땐 뭐 좀 나올 것 같고요.”
태정은 그 태블릿을 승현에게 슥 건넸다.
엄청나게 커다란 한옥 건물이었다.
“경남 밀양 수속면에 있는 한옥 호텔 중 하나인데요. 거기서 밤마다 귀신이 나온다고 하나 봐요. 거기 알바생이 [핸드사이드]에 글 올렸더라고요.”
화영이 말했다.
“그래?”
승현은 흥미롭다는 듯 사진 밑에 쭉 적혀 있는 괴담을 읽어보았다.
*
[내가 알바하는 데서 본 귀신 ssul. 사진 유]내가 알바하는 곳은 밀양에 있는 한옥 호텔임.
원래 거기가 조선 시대 때 지어진 양반집이었는데 아무도 안 살게 되니까 거길 개조해서 한옥 체험하는 숙박업소로 개조한 거.
그런데 얼마 전에 이상한 일이 생겨서 망하게 생김.
지금부터 그 썰 풀어보겠음.
[[한옥 안내도 이미지.jpg>>구조는 옛날 방식 그대로임.
각 별채에 4인씩 들어갈 수 있고 총 다섯 개가 있음.
중앙에 제일 큰 방이 있고 그 주변으로 하나씩.
공동 부엌으로 사용하는 독채하고 공동 화장실, 그리고 사무실로 쓰는 독채 따로 있음.
제일 큰 마당에 커다란 우물이 있고 마당 제일 구석에 작은 신당이 있음.
진짜 찐 한옥을 경험한다고 해서 값은 비싼 편인데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님.
암튼 여기 오는 손님들한테 룰이 있음.
입실 15시. 퇴실 11시는 당연.
분리수거는 분리수거장에서 해야 하는 거 그런 거 말고.
알바생들도 손님들이 그 룰 지키게 하는 게 거의 주 업무인 수준.
1. 자정에 우물가에 있지 말 것. 특히 우물에 물이 차있는 것처럼 보일 때 고개를 들이밀지 말 것.
2. 해가 진 이후 신당 근처에 가지 말 것.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닫혀 있는 신당 문을 열지 말 것.
3. 아무도 없는 공동 부엌에서 칼 소리가 나면 방에 들어가 있을 것.
4. 뒷마당에 커다란 소나무를 손상시키지 말 것.
이건데, 전설에 의하면 1번은 이 집의 주인이었던 ‘김독일’이라는 사람이 우물에 빠져 죽어서 거기 귀신이 있다는 거고, 2번은 김독일의 조상들까지 모두 저주 받아서 거기에 원혼들이 갇혀 있다는 이야기임.
이 규칙은 각 방 안에 안내문에도 다 붙어 있는 거.
[[노란색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작은 신당 이미지.jpg>>3번은 김독일의 아내인 ‘장씨 부인’의 복수심이 어려 있어서 칼 소리가 날 때 부엌에 가면 바로 죽는다 함.
그리고 4번이 소름끼치는데, 그 소나무에 귀신이 들려 있어서 나무에 흠집이 나면 그 자리에서 피가 난다고 함.
김독일의 애첩이 죽어서 그 한이 나무에 서렸다는데 아무튼 실제로 그 나무 보면 곳곳에 검붉은 흔적들이 남아 있음.
[[곳곳에 검붉은 반점이 나 있는 소나무 이미지.jpg>>근데 솔찌 알바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그냥 괜히 겁주는?
여기 시설 함부로 못 돌아다니게 하려고 일부러 만든 그런 괴담이라고 생각했음.
근데 며칠 전에 여기서 사달이 남.
여기서 묵던 손님 가족에 6살짜리 남자애 하나가 신당 문을 열어버린 거.
그러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던 그 사람들 교통사고 났다고 함.
그러고 어케 됐는지까진 모르겠고.
근데 그때부터 실제로 밤에 칼 소리 들리고 함.
나도 밤에 사무실에서 칼 소리 들음.
그리고 다른 근무자한테 들었는데, 분명 말라있어야 할 우물에서 물소리가 나기도 한다 함.
개무서움.
담에 또 뭐 발견되면 추가로 글 남기겠음.
*
그 아르바이트생의 다음 게시물도 시리즈처럼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승현은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을 슥 둘러본 뒤 그 다음 게시 글을 읽어 보았다.
* * *
반년 전.
경상남도 밀양시 수속면.
A는 수속면 한 쪽에 위치한 한옥 호텔의 관리 직원이었다.
그녀는 일반적인 호텔의 메이드처럼 투숙객들이 나간 후 방을 정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했지만 추가적으로 접수 및 숙박 상담, 시설 관리 등의 전반적인 일도 함께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이유로 10명의 직원이 로테이션으로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날은 A를 포함한 세 명이 야간 근무를 서는 날.
모든 방에 불이 꺼지면 한 시간에 한 번씩 현재 시설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기록해야 했다.
늘 하던 일이기에 A는 별 긴장하지 않고 업무를 보았다.
물론 며칠 전, 신당을 손상시켰던 소년의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 때문에 뒤숭숭한 분위기기는 했다.
“A야. 그 사고 났다는 가족들. 어떻게 됐는지 들었어?”
A의 동료가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클릭하며 물었다.
“아니. 큰 사고였으면 뉴스에 나지 않았을까?”
“하루에 교통사고가 몇 번이 나는데 그게 뉴스에 일일이 다 났겠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냥 모른다는 거지. 아니, 하지 말란 건 하지 말아야지. 방에 있는 안내문에 다 쓰여 있는데 왜 그걸 열어서.”
“애들은 원래 그런 거지, 뭐.”
A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CCTV 모니터를 보았다.
그때 마당을 가리키고 있는 CCTV 화면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치마를 입은 것 같은 한 여성의 그림자가 우물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는 것이었다.
“어어?”
A가 벌떡 일어나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댔다.
“왜?”
그의 동료가 놀라 그녀를 보았다.
화면 속 여성은 우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그대로 우물에 몸을 던졌다.
“어머나.”
A가 바로 사무실을 박차고 나갔다.
그녀의 동료도 뒤를 쫓았다.
허겁지겁 마당으로 가 우물을 보았다.
누군가 빠진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 말라 있어야 할 우물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순간 A는 이곳에서의 몇 가지 규칙 중 하나를 떠올렸다.
1. 자정에 우물가에 있지 말 것. 특히 우물에 물이 차 있는 것처럼 보일 때 고개를 들이밀지 말 것.
깜짝 놀란 A가 뒤로 확 물러섰다.
뒤에 쫓아온 그녀의 동료가 우물로 가려 하자 A가 붙잡았다.
“아냐. 보지 마. 사람 없어. 뭔가 잘못 봤나 봐.”
그녀가 말했다.
그때, 또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공동 부엌 쪽에서 칼을 가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이 시간에 소리가 날 일이 없었다.
A는 혹시 투숙객 중에 누군가 부엌에 갔나 싶어 방들을 보았다.
하지만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또 한 번, 규칙이 떠올랐다.
3. 아무도 없는 공동 부엌에서 칼 소리가 나면 방에 들어가 있을 것.
만약 투숙객이 부엌에 있다 해도 문제였다.
각 방마다 안내사항에 적어둔 것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A는 조심스럽게 부엌 쪽으로 다가갔다.
공동 부엌은 한옥 전통 부엌처럼 문이 없고 아궁이와 부뚜막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 앞에 서는 순간 눈에 보인 것은 한복을 입은 여성이 부엌 구석에서 칼을 갈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기요. 지금 부엌에 계시면 안 됩니다.”
A가 말했다.
동시에 따라 나온 A의 동료가 부엌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그 순간이었다.
칼을 갈던 여성의 목이 뒤로 휙 꺾여 돌아갔다.
시퍼런 입술과 새하얀 피부.
흰자위가 없는 시커먼 눈.
피가 묻은 것 같이 얼룩진 한복.
“꺄악!”
A가 짧게 비명을 지르며 돌아서 도망쳤다.
그녀의 동료도 돌아서 내달렸다.
그때 우물 옆에서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A는 넘어진 채로 위를 보았다.
우물 안에서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무언가가 기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A는 거기서 더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