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8)
제98화
다시 회의실.
[핸드사이드]에 올라온 게시물을 쭉 읽어본 승현은 좀 전까지 나지 않던 묘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상수 윤 씨 사당을 취재할 때 느꼈던 퀴퀴한 냄새와 함께 은은한 향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귀신의 흔적’이었다.
“이거 한 번 파보면 그림 괜찮겠는데?”
승현의 말에 이열상 CP가 손을 내밀었다.
승현은 그 앞에 태블릿 PC를 밀어 넣고 말을 이었다.
“외국 그림 하나 땄으니까 이번엔 좀 전통적인 그림으로 하나 따도 좋을 것 같고.”
“흐음.”
승현이 말하는 사이 이열상 CP가 게시물의 사진들을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이번엔 ‘사건 해결’이라고 보긴 좀 어려운 그림 같네? 그냥 귀신 나오는 곳을 탐색하는?”
“별로일 것 같아요?”
“음. 그런 것까진 아니고. 지금 여기 괴담 올린 걸로만 해도 재연 시퀀스 하나는 나오겠네.”
이열상 CP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화영아. 이거 게시 글 올린 사람한테 쪽지 보내서 인터뷰 요청하고 기획안 준비하자.”
“네, 알겠습니다.”
승현의 지시에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음 촬영은 밀양 수속면에 위치한 ‘김도일의 집’으로 결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일행 모두, 생각보다 무서운 ‘저주’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 * *
며칠 후.
밀양 시내.
번화가에 숙소를 잡은 승현 일행은 바로 [핸드사이드]에 게시물을 올렸던 유저를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이번 촬영에는 승현과 화영, 태정, 그리고 수연이 함께 하였다.
필립은 다른 클라이언트와의 작업으로 인해 이번 촬영에서는 빠지기로 한 것이었다.
넷은 약속이 된 카페로 바로 이동했다.
카페에서는 발라드가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승현이 들어가자 고급스럽게 인테리어 된 홀 한쪽에 자리한 삐쩍 마른 한 여성이 보였다.
승현은 그녀를 보자 사연을 들을 때 느꼈던 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녀가 바로 사연자였다.
승현이 다가가자 그녀도 승현을 알아보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저희 연락받으신 김애진 씨 맞으시죠?”
“아, 네, 맞습니다. 제가 김애진이에요.”
그녀가 자리에 앉으며 답했다.
승현은 다시 한번 그녀에게 인사하고는 맞은편에 앉았다.
“저희는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혹시 저희 프로 보시나요?”
“네. 근무 없을 때는 봐요.”
김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거기 근무하시나요?”
“네, 네.”
“많이 힘드실 것 같은데. 귀신을 보고 하셨으면.”
“헛것을 본 걸 수도 있고요. 그 규칙만 잘 지키면 이상한 일은 없으니까요.”
김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수연은 생각이 달라 보였다.
그녀는 승현에 옆에 앉아 아무도 앉지 않은 김애진의 옆자리를 빤히 보고 있었다.
한복 입은 여성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오로지 수연에게만 보이는 것이었다.
양반의 옷인 것처럼 아름다운 색깔이었지만 피가 묻어 있는 듯한 모습에 창백한 피부, 검은 흰자위, 시커먼 입술이 도드라지는 기괴한 얼굴이었다.
거기에 회색과 검은색 사이쯤 되는 오묘한 색깔의 손톱을 가지고 있었다.
그 귀신은 가만히 앉아 김애진만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수연이 귀신을 보는 동안, 승현 역시도 ‘귀신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치직-
순간 카메라에 이상한 소리가 잡혔다.
동시에 귀신을 보고 있는 수연도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김애진을 바라보고 있던 귀신이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었다.
주륵-
그러더니 눈에서 회색 액체를 흘렸다.
뿌득-
이어 그녀의 손톱이 뒤로 확 벗겨졌다.
수연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여러 질의응답을 하고 있던 승현과 김애진이 놀라 수연을 보았다.
“수, 수연 씨?”
승현이 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불렀다.
그녀는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그러면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천천히 그 귀신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귀신은 이빨을 내보이고 웃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냈다.
여기에 한여름의 하수구 같은 지독한 악취가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아.”
승현은 은은히 느껴지던 ‘귀신의 흔적’이 굉장히 강해졌다는 걸 눈치챘다.
확실히 귀신을 찍을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였다.
“혹시 그곳 좀 안내해 주실 수 있나요?”
승현이 물었다.
김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사장님께 한 번 여쭤볼게요.”
그녀가 바로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촬영에 앞서 해당 숙박업소의 사장과 먼저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
헤어스타일을 단정하게 넘긴 노년의 남자와의 거리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김애진이 일하고 있는 밀양시 수속면의 ‘도영가’ 호텔 대표였다.
“제가 그곳을 산 건 한 10년 전쯤입니다. 과거에는 양반이었던 ‘김도일’의 생가였고요. 그가 죽은 후 폐허처럼 방치되어 있던 집을 매입했습니다. 제가 각 객실에 적어 둔 4가지 금기사항은요. 손님들이나 직원들 사이에서 귀신을 봤다는 말이 하도 많아서 주의 차원에서 적어둔 겁니다. 주로 귀신을 봤다는 곳이 뒷마당 나무와 신당, 부엌, 우물이더라고요. 저는 실제로 본 적은 없습니다.”
승현과 수연은 그와 나란히 걸었고, 태정과 화영이 그 뒤를 쫓아가며 촬영을 했다.
“이 집을 사시기 전에는 어떤 분 소유로 되어 있었나요?”
“양지 김 씨 증손들이 이 집을 대대로 물려받고 있었더라고요.”
“양지 김 씨요.”
“네. 그런데 그 증손들이 이 집을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했는데 여의치가 않았던 모양입니다.”
“왜죠?”
“그 집에 저주가 서려 있다고 했거든요.”
“그 집에 저주요?”
“네. 그래서 양지 김 씨의 후손들이 이런저런 화도 많이 당하고 그래서 그 집을 처분하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집을 구매를 하셨네요. 뭔가 불길하셨을 텐데.”
“전 그런 ‘저주’ 같은 건 안 믿습니다.”
유재상 대표가 뒷짐을 지고 걸으며 느긋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어떤 저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수연이 살짝 상체를 숙이고 물었다.
“음. 그것까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 ‘양지 김 씨’ 종친회 연락처를 가지고 있으니 드려보겠습니다. 직접 들어 보세요.”
“네, 감사합니다.”
승현이 꾸벅 인사를 하며 이어 물었다.
“혹시 도영가 호텔에서 촬영을 해도 될까요?”
승현의 정중한 질문에 유재상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호텔 이름이 나와도 괜찮습니다. 마케팅 되고 좋죠, 뭐. 다만- 아무래도 양지 김 씨 종가와 관련된 일이니 그쪽 허락을 맡는 게 먼저일 것 같네요.”
유재상 대표의 말에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
화영이 유재상 대표에게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고, 양지 김 씨 종친회와 연결을 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종친회 회장인 양지 김 씨 ‘김호춘’이 상주하고 있었다.
승현은 그곳으로 직접 찾아가 김호춘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한복을 입고 수염을 지긋하게 기른 것이 조선시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현대로 온 사람 같았다.
“우리 조상님이신 김 도자, 일자. 잘 알지. 벼슬도 지내시고 어진 분이셨다고 하네. 그 부인이신 장씨 부인도 그렇게 현모양처가 없었다고 할 정도니. 그런데 그 끝은 좋지 않았다고 전해져. 장씨 부인은 뒷마당 나무에 스스로 목을 맸고 조상님도 우물에 몸을 던졌지.”
종친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김애진이 이야기했던 것과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설화나 전설이라는 것이 구전되는 것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현재까지는 크게 의미 둘 것은 아니었다.
“두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응. 말년에 온갖 악운이 겹쳤던 것 같아.”
“기록이 있나요?”
“손자가 열병으로 죽고, 아들하고 며느리도 갑자기 죽은 모양이야. 결국 그 슬픔을 못 이긴 게지.”
“그런데 대가 끊기지는 않았네요.”
“당시 사촌들이 다 근처에 살았다고는 하더라고.”
“밀양 수속면에 도영가 호텔 아시죠?”
승현이 물었다.
“아, 알지.”
“종친회가 보유하고 있던 그 집을 유재상 사장님께 파셨더라고요.”
“우리 내부적으로 팔자는 이야기가 나왔거든. 우리 집안사람들이 요새 자꾸 다쳐서.”
“그래요?”
“아무래도 그 집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더라고.”
“음. 저희가 그 도영가 호텔 귀신에 대해서 취재를 하려고 하는데요. 혹시 허락해 주실 수 있을까요?”
“프로그램 이름이 [미스터리 탐사대]라고 했지?”
“네. 꼭 촬영하고 싶습니다.”
승현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 취재하도록 해요.”
종친회장은 의외로 깔끔하게 허락을 해 주었다.
승현은 고맙다는 의미로 한과 세트를 선물한 뒤 밖으로 나왔다.
“너무 쿨하게 허락을 해주는 게 어째 이상한데요?”
태정이 담배를 빼 물며 말했다.
“당당하다는 의미겠지.”
승현이 수연을 보며 이어 물었다.
“수연 씨가 보시기엔 어때요?”
“애초에 촬영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촬영에 관여를 할 거라면 그 집을 팔지도 않았겠죠.”
수연이 대답했다.
“그러면 그 호텔로 가서 방 하나 잡고 본격적으로 촬영을 해 보자고.”
승현의 말에 화영은 김애진에게 다시 연락을 해 숙박 예약을 잡았다.
* * *
본격적으로 시작된 촬영.
태정은 수속면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한 컷씩 담아내는 한편, 고풍스러운 도영가 호텔의 대문도 타입랩스 컷으로 잡았다.
그리고 여러 독채의 기와지붕이 보이는 담장도 여러 앵글에서 천천히 촬영했다.
승현은 카메라 앵글에 자신이 잡힐 때마다 멘트를 했다.
“이곳은 경남 밀양시 수속면에 위치한 ‘도영가 호텔’.입니다. 이곳에서 귀신이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희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이 방문 했는데요. 가장 최근에 이 호텔에서 묵은 일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문부터 저주가 서린 곳이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괴담이 떠돌고 있는 이곳. 과연 이곳에서 어떤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직접,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보겠습니다.”
승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쪽으로.”
그때 안내를 담당한 김애진은 일행이 대문을 지나자마자 바로 앞마당으로 안내했다.
커다란 앞마당 가운데에 우물이 있고 그 너머로 독채가 있었다.
대청마루로 연결된 여러 창호문들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