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99)
제99화
“가장 정면에 보이는 독채가 가장 큰 방이에요. 다 4인실인데 저 방은 최대 8인까지도 받아주죠.”
김애진이 안내를 해주었다.
“음. 딱 봐도 크네요.”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큰 독채를 중심으로 양옆, 그리고 앞에 두 채, 해서 총 다섯 채가 있어요.”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정은 그녀가 가리킬 때마다 카메라를 돌려 그곳을 촬영했다.
“그리고 왼쪽에 공동 부엌하고 공동 화장실로 쓰는 건물이 있어요. 공동 부엌은 옛날 조선시대 구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상하수도만 끌어왔어요. 공동 화장실은 콘크리트로 추가 건축을 한 거고요.”
승현 일행은 김애진의 안내에 따라 쭉 시설을 둘러보았다.
“굉장히 깨끗하네요. 주변 풍경도 좋고.”
승현은 쏟아질 듯 높게 솟아오른 주변 산들을 보았다.
확실히 공기는 무척 쾌청하고 상쾌했다.
“네. 새 소리도 많이 들리고, 아침엔 이슬도 많이 맺히고요. 평화로운 분위기죠.”
“양반집이었으면 풍수지리적으로도 문제는 없었겠는데. 그렇죠?”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네. 수맥 여부는 조금 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배산임수부터 해서 음양조화도 잘 어우러지는 곳인 것 같네요.”
수연이 산을 슥 둘러보며 대답했다.
“그럼 그 금기사항이 있는 그 구역 좀 살펴볼까요?”
승현이 김애진을 보며 말했다.
“아. 그러면 1번부터 보시죠.”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앞마당으로 이동했다.
저벅 저벅 저벅
태정은 승현과 화영, 수연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그러다 독채 쪽으로 카메라 앵글을 돌렸다.
“낮이라서 지금은 크게 이상한 게 잡히진 않을 거예요.”
김애진이 승현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는 건 밤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의미였다.
“밤이 되면 100% 귀신이 나타나나요?”
화영이 물었다.
“뭐- 물론 그건 아니지만 귀신이 보였던 때는 다 밤이었던 것 같아요.”
김애진은 대답을 하며 앞마당에 있는 우물로 향했다.
우물은 뚜껑처럼 철판으로 막아놓은 상태였다.
심지어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쇠사슬로 칭칭 감아 자물쇠를 걸어두기까지 했다.
나름대로 사고가 나지 않게끔 단단히 조치를 해둔 모양이었다.
김애진은 우물로 다가가더니 열쇠를 꺼내 자물쇠를 풀었다.
가라라랑- 퉁-
그러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풀렸다.
승현과 김애진이 양쪽에서 철판을 잡고 우물 뚜껑을 젖혀 보았다.
“여기예요.”
그녀가 우물 안을 가리켰다.
승현은 손을 툭툭 털며 우물 안쪽을 보았다.
그러고는 다가와서 촬영하라는 듯 카메라에 손짓을 해 보였다.
태정은 천천히 다가가 우물 안을 촬영했다.
딸깍-
스위치 소리와 함께 조명이 켜졌다.
그러자 우물 안이 훤히 보였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말라 있었지만 바닥과 벽에 이끼 자국이 남아 있었다.
“물이 없네요.”
승현이 말했다.
“네. 그런데 가끔 물이 찬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그때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물이 찬 것처럼 보일 때라…….”
승현이 뒤로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묘한 악취가 나는데.”
역시 ‘귀신의 흔적’이었다.
“그럼 뒷마당에 있는 신당 한 번 보실까요?”
김애진은 독채 뒤쪽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독채들을 모두 지나 뒷마당으로 가자 담장 쪽에 나무로 된 신당이 설치되어 있었다.
신당 크기는 고작 1m가 조금 넘는 높이에 부엌 찬장처럼 선반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위패만 진열해 놓는 정도의 크기였다.
그런데 그 신당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노란색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여기는 조상님을 위패를 모셔두는 곳인가요?”
승현이 물었다.
“그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때 꼬마애가 이거 열었을 때 위패가 하나 있더라고요. 여기가 양반집이었다고 하니까 그 집안 조상 위패가 아닐까요?”
김애진이 대답했다.
“만약 양지 김 씨 조상 위패면 이 집을 팔 때 챙겨가지 않았을까요?”
화영이 승현에게 물었다.
확실히 종친회까지 운영되고 있을 정도면 분명 위패를 챙겼을 법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종친회에서도 ‘버린 영혼’일 수도 있었다.
그때, 수연이 신당을 가만히 보며 말했다.
“이 부적. 영혼을 봉인하는 부적이에요.”
“영혼을 봉인하는 부적이요?”
“네. 이 신당.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 둔 게 아니라 가두기 위해 만들어 둔 거예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카메라를 보았다.
휘이이이잉-
그때 바람이 세게 한 번 휘몰아쳤다.
수연은 신당 앞에 서서 하늘을 슥 올려보았다.
“누구를 봉인한 건지는 알 수 있나요?”
“그건 저 안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거예요.”
수연이 신당을 보며 대답했다.
“한 번 열어볼까요?”
화영이 당당하게 물었다.
“그, 그건 아니죠. 저렇게 부적 붙어 있는 신당은 함부로 여는 게 아니에요.”
태정은 극구 만류하는 말투였다.
그러자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부적 붙은 신당은 함부로 열어선 안 돼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뒷마당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저 나무에서도 뭔가 느껴지는데요.”
수연의 말에 일행과 김애진, 카메라 모두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크기의 소나무.
마치 뒤틀린 것처럼 자란 것이 마을 입구에 있다면 신목으로 불릴 만한 크기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있었다.
나무 기둥과 가지가 온통 시커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처가 난 부위에 드러난 나무의 속살은 무척 붉었다.
꼭 누가 페인트로 칠한 것만 같았다.
“와. 크다.”
화영이 나무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게 네 번째 금기에요. 나무에 상처 내지 말라는 거.”
김애진이 말했다.
“그 종친회에서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나무에서 그 ‘김도일’ 씨의 아내인 장씨 부인이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승현이 나무 앞에서 리포터처럼 말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어떤 나무에서 목숨을 끊으면 그 영가가 나무에 깃드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수연도 나무를 보며 부연설명을 했다.
“나무에 영혼이 깃드는 게 무슨 뜻일까요?”
승현이 물었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나무 위에 앉아 있는 귀신- 같은 거 보신 적 있죠? 그런 것처럼 한 맺힌 영혼이 죽은 뒤 자신이 죽은 그 나무에 머무는 거죠.”
“으음. 그렇군요.”
“나무 역시도 하나의 ‘생명’이니까요. 빙의가 되는 거라고도 볼 수 있겠죠. 물론 그렇다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수연은 나무에 살짝 손을 대며 말끝을 흐렸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가 나무에 손을 대자마자 갑자기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촬영 중인 태정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년을 잡아야 해! 그년을 죽여야 해! 죽여야 해! 잡아 죽여!”
수연이 신당을 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김애진은 처음 보는 빙의 현상에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년 때문에 온 가문이 풍비박산 나게 생겼어! 그년을 죽여! 죽여! 죽여!”
수연은 손톱으로 나무를 긁기 시작했다.
그러자 손에 상처가 나며 피가 흘러나왔다.
“수연 씨! 수연 씨!”
승현이 수연을 끌어안고 말렸다.
그녀는 승현에게 안기고도 요란하게 발버둥을 쳤다.
카메라는 그런 둘을 찍다가 나무쪽을 클로즈업 했다.
수연이 손톱으로 긁은 부위였다.
그곳에 역시 시뻘건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수연 씨. 수연 씨. 진정해요.”
승현이 달래듯 수연에게 말했다.
수연은 한참 동안 발버둥을 치다가 눈빛이 천천히 돌아왔다.
그러고는 상황을 살피더니 태연하게 몸을 추스르고는 손수건을 꺼내 손톱에서 나는 피를 닦았다.
굉장히 익숙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괜찮아요? 병원 안 가보셔도 돼요?”
“네? 아, 네.”
승현의 질문에 수연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다만 김애진 만이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자 화영이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럼 지금 1번, 2번, 4번 금기를 본 거고. 3번이 뭐였죠?”
“아. 부엌이요. 밤에 부엌에서 칼 소리가 나면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거였어요.”
김애진이 부엌을 가리키며 말했다.
승현과 일행은 별채로 마련된 부엌으로 다가갔다.
“부엌은 정말 옛날 느낌이 나네요. 부뚜막까지 있고.”
승현이 부엌 내부를 보며 말했다.
물론 전기밥솥과 콘센트, 찬장 같은 현대식 가구와 시설들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옛날 조선시대 부엌을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었다.
“여기도 뭐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데요?”
화영이 부엌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반면 수연은 부엌 입구에 서서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여기에서도 뭔가 느껴지나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수연은 부엌 안을 슥 둘러보았다.
“굉장히 화난 영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아궁이 쪽으로 상체를 숙였다.
“어머?”
그러더니 그녀는 아궁이 구석을 뒤적거렸다.
카메라는 그런 그녀를 클로즈업 했다.
잠시 뒤, 그녀가 아궁이 안에서 무언가를 어렵사리 꺼냈다.
“이건 뭐죠?”
승현이 물었다.
수연은 손에 들고 있는 걸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지푸라기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밀짚 인형이었다.
하지만 소름 끼치게도 그 인형에 노란색 부적이 붙어 있었고, 가슴에 조선시대에 쓰이던 금속 쐐기가 박혀 있었다.
“저주요. 지금은 무속인들도 잘 사용하지 않아요.”
수연이 대답했다.
“이건 ‘저주’인가요?”
승현이 묻자 수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악취.’
인형에서는 뭔가 다른 냄새가 나고 있었다.
내내 퀴퀴한 냄새만 나던 ‘귀신의 흔적’에서 물비린내가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부엌에서도 귀신이 발견된 적이 있다 이거죠. 김애진 씨께서도 여기서 봤던 거고.”
“네, 맞습니다.”
김애진이 대답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보았다.
“그러면 저희는 이 숙소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어떤 기현상이 포착되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번에도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확인을 해보죠.”
승현이 말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