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son to sell the Korean Peninsula RAW novel - Chapter 170
168화. 철로(1)
중원이 혼란에 휩싸여 있을 때, 우리 대조선은 시대를 앞서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준비되었나?”
“네. 군기감사.”
이젠 완연한 노인이 된 장 모는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있었다.
환갑을 훌쩍 넘은 그의 연치를 생각하였을 때, 지금까지 직접 철물을 두들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장 모는 이를 대비해 장자 장성휘를 비롯해 성호와 성주라는 다른 아들을 낳아 그들도 모두 장인으로서 살아가게끔 조기교육을 해 왔다.
“드디어··· 이 거대한 철마를 만들어보는구나.”
김승후가 여말선초로 온 지도 벌써 삼십 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기나긴 시간 속에서 장 모와의 인연은 이자춘의 납치로 시작되었지만, 김승후는 그에게 화포를 비롯한 온갖 신식 기물들을 만들 수 있게 자신이 아는 기물들의 설계도를 공유하였던 인물이다.
그리고 제임스 와트가 고안했던 증기기관의 설계도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에 그의 남은 일생을 바쳤고, 사실상 미주로 이주한 초창기를 제외하면 화기에 관련된 기술들은 최무선이 이끄는 화통도감사에 이관한 후 오직 철마를 제작하는 것에 남은 인생을 전부 바쳤다.
“석탄은 충분한가?”
“네!”
“활색(피스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물은 충분한지 확인하라!”
“수통에 물은 충분합니다!”
“누수는 없는가?”
“현재까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사옵니다!”
“후우···.”
증기기관 자체는 이미 개발한 지 꽤 되었다.
죄를 지으면 사형 다음의 형벌이 광산행이었던 대조선의 초창기 법률은 점차 사문화되어가고 있었고, 국가 주도의 골드러시가 일어나자 대조선의 백성 중에서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광산업에 뛰어드는 이들 또한 상당히 많았다.
[죄를 지은 자들이 가는 광산은 험준하고 개발하기 힘든 태백산맥(로키산맥)의 중심부로, 광산업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은 비교적 안전하고 확실한 자원 지도가 있는 산맥 하부의 지역으로.]거기다 광업에 종사하는 자들에겐 훗날 미시시피강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대평원을 장악하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토지를 가질 기회를 주다 보니 대조선의 광업 종사자들은 그야말로 상당한 수준이었다.
[어차피, 미주 서부에서 시작하는 대조선은 결국 광산을 채굴하며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 채광할 수 있는 지역들의 상당수를 개발하게 될 것이다.물론 넓디넓은 미주 천하에 비하면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조선인들이 광산을 캐면 얼마나 캐겠냐만, 결국 기술 발전 이전에 캘 수 있는 지역까지만 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그리고, 증기기관의 개발 이후, 갱도에서 물을 빼는 일은 온전히 증기기관을 통해 시행하게 되면서 미주 서부의 광산 지역들에는 시커먼 연기가 뿜어대는 곳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던 실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증기기관은 무수히 많은 고장과 파손 등을 겪으며 수정과 보완을 거쳐왔고, 덩치를 조금씩 키워왔으며···.
이 모든 것은 노인이 된 군기감사 장 모가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그렇게 철마의 심장을 만들어 미시간도(미시간주)로 부르는 지역의 목 좋은 곳에서 이리호의 수자원과 근방에서 벌목한 목재를 이용해 강철을 제련하고 뼈대를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하였으며 마침내 첫 번째 철마가 시범운행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해낸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역사를 만든다!”
“네! 군기감사!”
“석탄을 연료통에 넣는다!”
이내 무수한 삽질로 미주 서부에서 공수한 석탄이 연료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불은··· 내가 지피도록 하겠다.”
군기감사 장 모의 오랜 바람 중 하나가 바로 저 철마를 완성해 달리게 하는 것이었으니, 늙은 장인을 따라 기술자의 삶을 살기로 하였던 이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횃불을 건네주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 철마는 군기감사께서 직접 만지고 두들기며 하나하나 키워온 녀석인 것을요.”
“얼마든지 하십시오. 감사께서는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으십니다.”
심지어, 장 모의 장남이자 차기 군기감사로 낙점된 젊은 장성휘가 아버지 장 모를 바라보며 씩 웃으며 말하자···.
수십 년간 대조선을 위해 헌신해 왔던 늙은 장인은 눈물을 훔치며 석탄에 횃불을 가져다 넣으려 했다.
그때였다.
“잠깐!”
“···?”
순간 멈칫한 장 모가 증기기관의 연료실에서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김승후와 그의 아들 김재호, 그리고 황태손 이원생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내 늘그막에 이 좋은 구경거리를 놓칠 뻔했네.”
사실상 미주로 넘어온 이후 행정만을 전담하던 김승후는 기마술을 계속 단련하지는 못하였지만, 이 시대 최고의 이동 수단인 말을 타지 않는다는 것은 신속 정확함이 우선인 대조선의 관리로서 결격 사유였다.
차기 조선의 머리와 그를 보좌하는 오른팔이 될 두 아해들을 데려온 김승후를 바라보며 장 모가 순간 불안함을 느꼈지만···.
“왜 그리 움츠러드는 것입니까. 좋은 구경을 우리도 하겠다는데.”
“···설마 횃불을 빼앗아 갈 생각은 아니겠지요?”
“물론입니다. 아무리 제가 드린 설계도에서 시작된 기물이라지만, 구현한 것은 온전히 군기감사의 망치질이 아닙니까.
그저 우리는 좋은 구경을 하고 싶어 왔을 뿐이니···.”
장 모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쉰 다음 김승후의 말을 마저 들을 수 있었다.
“시대를 달릴 기물, 철마의 심장을 데워주시지요.”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장 모··· 아니, 군기감사 장국영은 마침내 횃불을 연료가 가득한 석탄 위에 가져다 댔다.
아직 텍사스 일대를 장악하지 못한 상황이라 석유를 부어 화력을 돋우진 못하였기에 여기저기서 얻은 동물성 및 식물성 기름을 부어 불이 좀 더 잘 붙게끔 준비해 둔 석탄은···.
[화르르!]이내 화려하게 그 불꽃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으며 시간이 좀 더 지나 물을 담아둔 실린더에 열이 가해지며 조금씩 물이 끓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빼액!]마침내 강철의 몸체를 가진 거대한 말은 일시적인 생명을 얻은 것을 선포하기라도 하듯 거대한 기적 소리와 함께 그 거대한 몸체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칙칙··· 칙칙··· 칙칙···.]“우, 움직인다!”
“우와아! 성공했어!”
모든 장인이 서로를 얼싸안고 시험 철로 옆에서 기뻐하고 있을 때, 마침내 철마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던 김승후는 깊은 환희에 잠겼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된다. 기술이란 본디 첫 구상과 실현이 어려울 뿐, 마침내 완성된 기술은 그 효용이 증명된다면 언제든 알아서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법.”
이제 저 철마가 미주의 주요 핵심 도시들을 이어주고 전 지역에 막대한 물자를 육로로 이어주는 혈관이 되어주리라.
그야말로 무수히 많은 강과 산들을 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난관이 있으나, 강을 아예 파야 했던 중원의 대운하와는 달리, 토법 고로에서 철을 생산해내고 있는 작금의 대조선은 대운하를 파는 것보다 훨씬 단기간에, 훨씬 더 효과적인 육상운송 수단을 손에 넣게 될 것이었다.
“대해도 넘었는데 미주를 연결하지 못할까.”
그리 중얼거리며 김승후는 증기기관의 첫 시험 운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모래시계를 통해 지금부터 시간당 이동할 수 있는 속도와 사용되는 연료와 물통의 소모량을 측정하라!”
[퍼엉!]“활색이 하나 터졌습니다!”
“괜찮다! 충분히 예상한 상황이다! 출력이 어느 정도로 떨어지는지도 세세히 파악하라!”
“네!”
역사상 최초의 증기기관은 그렇게 수십 년의 준비를 거쳐 미주에서 마침내 시험 운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우와··· 저 거대한 쇳덩어리가 진짜 움직일 수 있었던 거구나···.”
“아바마마께서도 지금 새경에서 미주 동부로 가는 철마를 놓을 준비를 하고 계신다던데.
대단한 기물이야.”
“난 처음엔 아버지께서 예산 낭비를 너무 과하게 하시는 게 아닌가 했는데···.
역시 천주를 증명하는 신인이라는 것은 다른가 보다.”
“너는 가만 보면 정말 낭만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녀석이로구나.”
“낭만은 나보단 원생이 네가 찾아야지. 나는 보좌하는 자일 뿐이라고.”
차기 대조선의 지배자와 그를 보필할 재상감이 나누는 이야기는 딱 그 나이대의 소년들처럼 활기찼기에 김승후는 그저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보다, 그의 눈에는 그저 철마만이 가득 담겨있었다.
[빼액~!]1389년 11월 19일.
겨울이 성큼 다가와, 미래 대한민국의 서울만큼이나 그 연교차가 혹독한 한양(시카고)에는 한파가 예비되어 있었지만.
[빼애액~!]김승후의 눈에는 그저 철마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그 장면이 깊게 새겨지고 있었다.
***
“재호야.”
“네. 아버지.”
“오늘 견학하고 온 철마가 어떤 형식으로 대조선의 미래를 견인할 것인지 논하도록 해보거라.”
철마를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
‘미주 동부 해안가의 장악이 끝나고 최초의 철마가 대조선의 동서를 질주하기 시작할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더 없겠구나.’
세세한 부분에서 내가 깊게 관여된 업무는 당연히 관할하게 될 터이나, 지금부터 저 철마가 달리게 된 이후의 시대를 나는 감히 단언할 수 없었다.
‘예언서를 만들어 둔다고 한들, 맞아들어 갈 리도 없을 테고···. 참고 서적으로 남겠구나.’
그나마 지구의 기후변화나 역사상 일어났던 거대한 대지진 내지는 화산 폭발 등 자연현상에 대한 기록들은 얼추 맞힐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대를 이어 나가며 역사를 실시간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는 모든 인간의 미래사를 어찌 개인이 인지하고 모두 다 통제할 수 있겠나.
그런 게 가능하면 정말로 인간은 몇몇 지배자들에 의해 사육당하는 가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동물에 불과하겠지.
“아버지께서 직접 하시는 게 아니구요?”
“이 아비는 이제 어느 정도 나이도 먹었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단다.
앞으로 대조선의 머리가 낭만을 꿈꾼다면, 우리 신인의 핏줄은 차가운 이성으로 그를 보좌해야 하지만, 이제 이 아비는 늙어서 기력이 예전만 못하느니라.”
현대 대한민국과는 달리, 이 시기의 대조선은 아직 의학 기술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다.
몇몇 의관을 부려 버드나무 껍질에서 아스피린을 얻는 연구를 독려하고, 페니실린을 만들기 위한 푸른곰팡이를 찾는 등 다양한 의학적 발전을 모색하고는 있었지만 보통 현대인이 내 연령대에 얻게 되는 일반적인 질병들을 나 역시도 당연히 조금씩 달고 사는 중이었다.
아마 현대 대한민국이었다면 70세 언저리까지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대에서 날 낳고 키워주신 아버지께서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즉, 가족력이 있는 만큼 나 역시도 언제나 의심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내 나이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던 당시의 나이가 되기도 했고.
“으음··· 소자는 아직 연치가 어려서···.”
“너의 연치도 벌써 15세를 넘지 않았더냐. 이 아비가 성년을 맞이하였을 땐···.”
···내가 재호의 나이였을 때는 소환사의 협곡에서 적 정글러 부모님의 안부를 참 자주 묻기도 했고, 어머니를 살리려고 가산을 소진하였던 아버지 때문에 여기저기 이사 다니던 기억들이 상당수였지.
그러나 내가 살던 곳의 성년은 법정 나이 만 19세부터였다.
즉, 성년의 기준이 다르니 할 수 있었던 꼰대의 잔소리이다.
“이제 슬슬 물려받아야지. 언제까지 아비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꼴불견이지 않더냐.”
“···정녕 은퇴를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이 아비가 살던 세상에서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었다.
조만간 나도 환갑을 맞이할 터이니, 슬슬 물러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더 이상 내가 털어낼 수 있는 지식도 없는 것 같고, 여태껏 지르고 봤던 일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남은 세월이 빠듯할 것 같다.
성계 형님께서 한성으로 돌아오시면 이제 아비는 한양의 구획을 짓고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고···.”
“제 시작은··· 그럼 철로를 대조선 전역에 설치하는 것이 되겠군요.”
“평생을 매진해야 할 것이야. 그 와중에 아직 점령하지 못한 지역들 또한 신경 써야 하니, 아마 나보다는 네가 훨씬 더 고생이 많을 것이지만···.”
재호는 원생이와 함께 내가 알려줄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습득시켰고, 현시대 최고 지성 중 한 명인 정몽주의 교육 또한 받은 아들이었다.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조언 정도는 부탁해도 되는 것이겠지요?”
“그 정도는 뭐 어려운 일은 아니지. 제대로 된 어른이란 미래 세대를 위해 제대로 된 조언을 하는 자들이고, 이 아비는 그런 면에서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생각한단다.”
“철마가 달리는 길··· 소자가 한번 맡아보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대륙 간 철로 설치 건을 재호에게 넘겼다.
1389년 11월 20일.
한양에 첫눈이 내리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