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son to sell the Korean Peninsula RAW novel - Chapter 300
298화. 변화하는 세상
김철진이 대한의 3대 신인의 자리에 오른 지 5년.
1433년의 스트라스부르 지역에서는 타탕카 이요탕카가 직접 이끄는 수비대와 함께 대조선 의무병단이 대규모로 발을 들였다.
이 지역에 흑사병과 천연두가 창궐했다는 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철진이 대조선의 새로운 신인이 되었다고 지난 십수 년간 행해져 온 인종차별이 단숨에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면죄부의 판매와 함께 대조선이 유럽에 진행하던 의무병 파견은 정말로 유럽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생명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저, 저 마을엔 전염병이 퍼져 사람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건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에게나 통하는 말이고.
우린 천연두에는 면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거든.
그러니 너희는 저~쪽에 가서 프레다도르 기사단이 말하는 대로 깨끗이 씻고 식사를 마친 후 예방접종을 준비하도록 해.”
“씨, 씻으라니요. 그런 불경한….”
“안 씻는 게 더 불경하다. 이 불쾌한 코쟁이 놈들아.
내 살다 살다 너희같이 안 씻는 놈들은 본 적이 없어.
돼지우리도 너희가 살고 있는 이곳 유럽보다는 청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체 교황청의 머저리들과 귀족들은 왜 이따위로 백성들을 선도한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네.”
대조선 또한 천불교를 믿는 종교국가였지만 이 나라는 조선과는 달리 고려시대의 목욕 문화를 온전히 승계한 나라다.
문란한 성 문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 목욕 문화는 제국이 점차 정비되고 백성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며 자체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대조선인들은 집에 목욕 시설을 갖춰놓은 경우가 태반이었고 여유가 없는 백성들은 남녀 구분이 확실하게 되어있는 공중목욕탕으로 향해 세신을 진행하고 있다.
애당초 알몸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은 최소한의 방어기제를 모조리 다 해산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어린 시절부터 익숙해지지 않으면 저절로 타인에게 알몸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게 되는 법이다.
“하, 하지만 몸을 씻으면 병에 더 쉽게 걸리게 될 텐데요.”
“그 반대야. 이 멍청한 자들아.
이봐! 타탕카 백작!”
“부르셨소?”
“부하들 시켜서 휴대용 현미경 좀 가져와. 내 이 우매한 자들에게 오늘 본때를 보여줄 테니까.”
“알겠소.”
유럽의 도살자로 불리던 타탕카 이요탕카도 나이를 먹어 전장에서 전사로 활약하기보다는 중년 이후부터는 대조선 의무대를 보호하는 일들을 주로 수행하고 있었다.
이 당시 타탕카 이요탕카는 유럽에서 최초로 백작위를 얻은 한(限)족이라 그 명망이 제법 높았고 대조선은 유럽에 그들만의 국가를 건설해도 좋다는 말로 무수히 많은 인력을 수송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정착할만한 대지를 찾기 위함이기도 했다.
중미에 존재하고 있는 한(限)국 조정에서는 대규모 국가 이동을 시행할 곳으로 거문도(그레이트브리튼)와 프랑스 일대가 괜찮다고 판단하고 있었고 이 지역들 중 생존권이 보장되는 지역을 직접 확인하라는 명령도 나온 상황이었으니까.
어차피, 유럽 전역을 대조선 혼자서 통제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그 일을 한국이 대신함으로 자신들만의 토지를 유럽에 얻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히익… 도살자!”
그러나, 젊은 시절 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탓에 타탕카 이요탕카의 악명은 유럽 내에서 어마어마했다.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 물거나 해치지 않는다. 너희같이 더러운 놈들을 물었다간 오히려 병에 걸릴 판인데 왜 물어뜯겠어.
지금은 대조선 의무병들을 보호하는 임무만 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통제만 따른다면 말이지.”
거기에 타탕카 이요탕카도 대조선의 선진 의료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질병의 공포가 만연하던 유럽에서 아직도 종족 전체적인 면역력이 크게 상승하지 못했던 홍인들에겐 대조선의 선진적인 의학 기술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내 어느 한(限)족이 가져온 원통형의 현미경을 손에 든 의무병은 씻으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인 자의 손에 그것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와서 봐라. 네 몸에 지금 뭐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휴대용 현미경을 사용해 제 손을 바라본 자는 기겁했다.
“…히익! 이게 대체 뭡니까?”
“뭐긴 뭐야. 네놈의 몸에 있는 온갖 더러운 때를 먹기 위해 몰려든 미생물들이지.
뭔가 여러 가지가 꿈틀거리고 있지? 그중엔 벌레도 있을 거고 역병을 옮기는 매개체도 있을 거다.
너희가 유독 역병에 취약했던 것은 더러워서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활환경의 개선 및 청결이 우선이고 열심히 씻는 것만으로도 질병의 절반 이상은 막을 수 있었다고.”
“이, 이런 게 내 몸에 있을 리가… 사제들은 씻으면 병이 온다고 했는데 이런 게 내 몸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너희 사제들이 사이비라는 말이야.
제멋대로 천주의 뜻을 곡해하고 자연환경을 무시한 채 성경에 매몰되어 제 스스로마저 죽음으로 이끌어간 머저리들이지.
그건 프랑스 왕족도 매한가지였고, 유럽의 다른 왕조들도 똑같을 거야.”
이내 그 홍인은 상식이 무너져 내리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빌어먹을. 그럼 그동안 십일조로 낸 재물만 아깝잖아요.”
“그러니 면죄부를 사서 천불교로 전향하라는 말이야.
적어도 우리는 너희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작은 세상 속의 병균과 벌레를 상당 부분 예방해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제대로 된 가르침도 내릴 수 있지.”
의무병의 말을 들은 이름 모를 홍인은 그 말을 듣고 물었다.
“그, 그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당장 씻어. 코를 씻는 그 암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넵!”
의무대의 막사를 뛰쳐나가듯 말하는 홍인을 바라보며 타탕카 이요탕카가 중얼거렸다.
“개같은. 우리들도 저 정도로만 대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 타탕카 이요탕카의 중얼거림을 들은 의무대원은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저놈은 무섭지. 괜히 도살자라고 이름 붙은 게 아니니까.’
인종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강한 자는 강한 법이고, 한(限)족의 신체 능력은 대다수 [배달]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리고 그 의무대원도 유럽의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자신이 [배달]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짐과 동시에 홍인을 비롯한 타 종족들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타탕카 이요탕카가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가장하여 중얼거렸다.
“피부색은 달라도 사람은 사람이라는 걸 언젠가 대조선도 깨닫겠지.
새로운 신인께서는 아마 그 점을 잘 알고 계시는 것 같기도 하고.”
대조선의 3대 신인 김철진은 그런 면에서 확실히 선대보다는 온화했다.
물론 그 온화함이라는 것도 상대적이라 노예는 계속해서 수출되고 있긴 했지만, 어느 세상이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대조선의 다양한 어둠 중 하나는 당연히 유럽에서 잡아들이고 있는 홍인 노예들이었다.
그런 어둠도 [살리는 성전]이라는 기괴한 대조선의 행태로 인해 아주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러나 대조선의 절대적 우위를 앞세운 인식 전환이라는 것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그것은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으리라.
***
“김정호! 너 오늘 공부 안 했지!”
“에헤헤… 어머니.”
“아무리 어리다지만, 집안의 장남이 되어서 동생들을 잘 다독여야지!”
“하지만, 정수나 정민이는 저랑 쌍둥이잖아요.”
잔 다르크는 과연 특별(?)했다.
제 아버지를 걷어치워 버린(?) 김철진은 신인의 자리에 오른 이후 속전속결로 잔 다르크와 혼례를 대충 치른 후 첫날밤을 보냈고 그녀는 김씨 가문 역사상 최초로 삼둥이를 낳는 기염을 토했던 것이다.
심지어 셋 다 아들이었던지라 대조선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고 대조선의 4대 황제 이효손 또한 굉장히 많은 재물을 잔 다르크에게 하사하며 칭찬할 정도였다.
“남의 부인에게 이런 말 하는 게 좀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홍인의 골격은 확실히 [배달]보다는 튼튼한 듯 보이는군.”
“잔이 좀 특별한 건가 생각했지만 평균적으로 홍인의 골격이 [배달]보다 튼튼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물론, 이건 영양 상태가 꾸준히 개선되고 수백 년이 지나면 달라질 테지만, 아무래도 종족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나 봐요.”
“그렇다고 세쌍둥이를 한 번에 낳다니. 너도 후계 문제 때문에 고민을 좀 하겠구나.”
황실은 태자 경쟁전에서 승리한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거세한다는 방침은 바꿨지만, 장차 제국의 분열을 유도할 수 있는 인물들은 결코 대조선 내부에 두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태자 경쟁전은 치열하게 벌어졌지만 일단 황제가 된 이후에는 권력의 누수 및 흔들림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철진은 너스레를 떨며 답했다.
“고민할 게 뭐가 있습니까. 장자승계원칙을 들먹여 정호 녀석에게 신인의 지위를 넘겨주면 되는 건데요.
자진해서 이 업무 지옥에 발을 디디려 하는 녀석들은 없다구요.
거기다, 태자에게 신인이 있다면 경쟁전에서 패배한 황자에게도 신인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네 아이들을 다른 황자들에게도 붙여줄 셈이냐?”
“그게 맞겠죠. 태자 경쟁전의 승자는 모든 것을 독식한다는 원칙은 역사가 깊지 않은 대조선만의 특별한 제도지만, 탈락자들 중에서도 분명 재능이 있는 인물은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이들이 세계만방으로 퍼져나갈 때, 건국의 아버지들처럼, 신인이 곁에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허허. 헌데 내겐 이미 일곱 명의 황자가 있다만, 네 녀석은 겨우 세 명밖에 없지 않으냐.”
“뭐, 잔과 함께 더 힘을 내보죠.”
“…동의는 된 거고?”
“에이. 왜 이러십니까. 우리 부부는 금슬이 아주 좋다구요. 어떻게 혼례를 올렸는데.”
“하긴, 혼례를 올리려고 제 아비마저 밀어낸 녀석이니, 안 좋으면 그게 더 큰 불효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새로운 시대의 황제와 신인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업무를 처리해나갔다.
“조만간 카스티야의 국왕 엔리케와 포르투갈의 국왕 엔히크가 한양에 방문하고 싶다고 하는데… 어찌 처리했으면 좋겠느냐.”
“번왕들이 들어오는 것이니 황자에 준하는 예우를 취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세우타 교왕이신 효공 형님도 이번 기회에 한양에 와서 잠시 머물고 싶다고 하시니 유럽에서의 그분의 공을 같이 치하하는 것으로 하죠.”
고작 5년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전대 신인이었던 김재호와 달리 김철진은 유럽에 꽤나 우호적인 면모가 있었다.
물론 대조선의 절대 우위를 포기할 만큼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었고 대조선 전체에 팽배하고 있던 타 인종에 대한 끔찍한 수준의 인종차별을 단숨에 해치울 만큼 초월적인 존재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양을 거니는 다양한 홍인 여인들이 더 이상 이전처럼 무차별 인종차별로 인한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수준까진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비록 특별한 여인이었지만, 새로운 신인도 홍인의 여인을 반려로 맞이하셨습니다.] [일반 백성들도 홍인 여인들을 반려로 맞이할 수 있게 법률을 개정해주십시오.]이런 상소도 올라오게 되었다.
홍인도 결국은 사람이고, 노예로 팔려온 여인들 중 상당수가 유럽에서도 인기 있던 코르티잔이었던 경우가 있었기에 그녀들은 사내를 다루는 방법을 잘 알았고, 꼬여버린 팔자를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들인 주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정말로 사랑을 나누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대개의 경우 여인 쪽에서 노예를 벗어나기 위해 남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많았고, 한양의 몇몇 백성들은 측실이 아닌 정실로 홍인 여인을 두고자 하는 사내들이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대조선은 남녀가 모두 공평한 군역의 의무를 지고 있었지만, 여성은 서른 이전까지 네 명의 자녀를 출산하면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었고, 얄짤없이 군역을 짊어져야 하는 대조선 사내들의 이런 미묘한 기조 변화에 당연히 [배달]의 여인들은 날을 세우며….
[정실의 자리는 결코 법으로 허락해선 아니 됩니다!] [순수한 배달의 핏줄은 유지되어야 합니다!]…등의 순수론을 들먹였지만.
[배달] 여인들에겐 안타깝게도 대조선의 남성 우위의 기조는 성비의 불균형으로 인해 조금씩 그 기조가 확정되어가고 있었다.“이건 노린 게 아닌데… 뭐. 괜찮겠지.”
김철진은 상소문 해프닝을 보며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