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362
사령관이 돌아왔다 362화
362 에필로그
전투의 현장.
이곳은 안토스 대륙에서 발발한 전투로 인하여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시체가 겹겹이 쌓이고 바닥은 질척거릴 정도로 피가 흥건하다.
나는 이곳에 아레나와 함께 나와 있었다.
“아빠. 저들은 왜 싸우나요?”
“욕심 때문이지.”
“겨우 욕심 때문에 서로의 목숨을 빼앗나요? 인간들은 유한한 삶을 살아간다고 하던데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인간사에 전쟁이 없었던 적은 없다.
지구만 봐도 그렇다.
단 한순간도 분쟁이 없을 수가 없었으며 전쟁으로 인하여 사람이 죽어 나갔다. 그럴진대, 인간들에게 전쟁을 빼 놓는다면 남는 것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
아레나는 나와 비비안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신들의 자식은 당연히 신이다.
태어날 때부터 신이었으며 이제 50년 정도가 된 새내기(?)였다.
성장을 하는 동안에는 천사들과 함께 놀았고 이제 인간사에 대해 배울 때가 되었다.
우선 아레나가 가장 충격을 받은 일은 유한한 삶에 대해서다.
천사들이나 신들은 무한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 역시도 자신에게 주어진 축복이 무엇인지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었고 말이다.
“우리 신들이 해야 할 일은 저들을 인도하는 건가요?”
“균형을 잡는 일이지.”
“왜요? 싸우지 않으면 좋잖아요.”
“전쟁으로 인하여 발전하는 것이 저들의 삶이기 때문이지.”
“지구의 일에는 몇 번 관여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거야 내 고향이기 때문이고.”
“특별 대우인가요?”
“이를테면 그렇지.”
지구는 태양계를 넘어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었다.
필연적으로 먼 우주에 존재하는 외계인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는데 대전쟁으로 번지자 내가 나서서 중재를 했다.
그건 그저 약속 때문이었다.
“다른 차원에는 특별 대우라는 것이 없어.”
“지구인들은 축복받았네요.”
“나도 지구인이었단다.”
“알아요. 수련을 통해서 절대신이 되셨죠.”
아레나의 얼굴에 존경심이 묻어난다.
맨땅에 헤딩을 해서 신위를 받고 절대신의 자리에 오른 것은 그야말로 신화적인 업적이다.
아직 수많은 신들이 신화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말이다.
어쨌거나 우리들은 전쟁터를 맴돌면서 사람들을 살폈다.
군상으로 위장을 하여 그 틈바구니에 끼어들었다.
“으으으!”
“살려 줘!”
“살려 주면 안 되나요?”
“그래도 되지만 단순한 변덕 때문이라면 안 된다.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지.”
“불쌍하네요.”
“원래 인간들의 삶이 그래.”
“신들은 인간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겠네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단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요?”
“악의 세력을 박멸하는 거지.”
“아…….”
아레나는 비비안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신들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들이 살아온 이야기까지.
왜 악의 세력을 멸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마신 때문이죠?”
“그래. 저 차원이 마신 한 놈 때문에 벌벌 떨었지.”
“악마와 싸우는 인간들이 있을까요?”
“있지.”
나는 라오스에게 연락을 취했다.
전쟁터를 나와 그와 마주했다.
“절대신을 뵙습니다.”
“오랜만이군요.”
“한 50년 정도 되었지요. 다음 정기회의까지 50년 정도 남았습니다만.”
“딸아이에게 악마를 보여 주고 싶군요.”
“괜찮겠습니까?”
“저는 아이가 아니에요.”
아레나가 발끈했다.
라오스는 허허, 웃었다.
“그렇구나. 알겠다. 그럼 어디로 갈까?”
“가장 치열한 현장으로 가요.”
“그럴까?”
단숨에 눈앞의 전경이 바뀌었다.
이곳 역시 전쟁의 현장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전쟁보다 더욱 참혹했다.
막상막하의 전투를 하고 있었지만 언제 밀릴지 알 수 없었다. 해당 차원의 신이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셨군요.”
얀투스 차원의 신은 부쩍 수척해져 있었다.
해당 차원에서 악의 씨앗이 박멸되지 않고 계속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보조적으로 몇몇 신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전황은 어떤가요?”
“은밀하게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 승리하지 못할 것 같으면 개입해서 끝내 버리도록 하세요.”
“그리하겠습니다.”
“저게 악마인가요?”
아레나가 날아다니는 악마들을 보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악마들이지.”
“기분 나쁘네요.”
“저걸 마기라고 해. 우리와는 완전히 상극이야.”
“그래도 천신이 승리한 거죠?”
“마신이 부활할 가능성은 없어.”
그렇게 수만 년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신이 부활할 기미가 보였다면 진즉에 우리들의 눈에 포착이 되었을 것이다.
비록 이런 식으로 악의 씨앗이 자라나 문제가 되고 있었지만, 대놓고 신위에 오른 악마는 없었다.
“지금의 느낌을 꼭 기억하거라.”
“언젠가는 저도 전쟁터에서 저들과 싸우고 싶어요.”
비비안의 자식 아니라고 할까 봐 피가 끓는 모양이었다.
아직 아레나는 꼬마 신이다.
“한 천 년 정도 후에.”
“약속이에요.”
“어느 정도 힘이 쌓이면 본격적으로 네 차원을 운영해 보도록 해라. 내가 만들어 주마.”
“통이 크시네요?”
“너는 내 딸이니까.”
딸이 있어 외롭지는 않았다.
물론 비비안 때문이라도 외로움은 타지 않겠지만.
아레나와 나는 한참 동안이나 전쟁터에 머물렀다. 그리고 결국 신들이 관여를 해서 이 사태를 끝내는 광경을 보아야 했다.
“차원의 운영이 꽤 어렵겠어요.”
“그래도 좋은 점은 있어.”
“유희 말인가요?”
“그래.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기도 하지.”
“기대되네요.”
눈을 반짝이는 아레나.
아직은 아레나가 나설 때가 아니다.
훈련이 덜 된 상태에서 아레나가 나섰다가 다치거나 죽는다면 우리 부부는 꽤나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만 돌아가자. 엄마가 기다리겠다.”
“네!”
라오스와도 인사를 나눈다.
“다음 정기회의 때 뵙겠습니다.”
“계속 수고해 주세요.”
“허허허. 저야 뭐, 매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죠.”
“결혼을 생각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안 그래도 사귀고 있는 여신은 있어요. 한 1만 년 정도 교제를 하다가 결혼을 고민해 보기로 했습니다.”
“1만 년이라.”
신들의 시간 속에서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신들은 어지간해서는 반려를 맞지 않는다.
“그럼 이만.”
팟!
우리들은 차원을 넘어 천계로 향했다.
비비안과 나의 보금자리에 도착했다.
이제는 딸아이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엄마!”
“우리 딸 왔구나!”
아레나는 비비안에게 안긴다.
사실 외모로 치면 별로 차이도 없어 보인다.
아레나도 20대 초반 정도로 성장하였고 비비안은 여전히 20대 중반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이 신들의 세계에서는 일반적이다.
“오늘은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그러니?”
“빨리 힘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희를 위해서 말이구나?”
“네!”
비비안은 아레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대견하다는 표정이 스쳐 간다.
“그럼 저는 수련하러 갈게요!”
“그러려무나.”
아레나가 사라졌다.
우리들은 가볍게 인사를 한다.
“수고하셨어요.”
“수고는 무슨.”
“요즘 들어 부쩍 아레나가 외로워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가?”
“아이 하나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흠. 하나로 만족하기로 했었잖아.”
“한 몇만 년 지나다 보니 생각이 바뀌어서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거야?”
“아레나가 세상에 나오기 1만 년 전쯤에요.”
“오래되었네.”
“협조를 해 주실 수 있어요?”
“협조라…….”
이런 식의 협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나 역시 딸 하나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다.
“이번에는 아들로 해요.”
“아들이라. 그렇지 않아도 나도 생각했었어.”
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새롭게 가족을 구성해 나간다.
영원이라는 삶 속에서 버텨 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생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늘을 바라본다.
‘보고 싶구나.’
아직도 나는 여동생을 잊지 않았다.
아마 영원토록 옛 가족은 내 마음속에 남아 추모를 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