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1)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1화(11/388)
11화. 프리인턴 교육 (2)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꽤나 운동이 됐다.
내려올 때와 달리 오르막길이 쭉 이어져 있던 탓이다.
식후 운동은 건강에 좋은 법.
은근히 배어 나는 땀은 오히려 기분을 좋게 했다.
그뿐이랴.
골프장의 훤한 전경과 푸르른 잔디밭을 보고 있자니 지쳐 있던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느낌이다.
그 모습을 보다 보니 어머니가 생각났다.
‘언제 한번 모시고 와야겠다.’
그리고 그 생각은.
곧장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엄마 보고 싶다.”
“뭐야!! 마마보이였어?”
“마마보이는 무슨 마마보이예요.”
“그럼 그 뜬금없는 말은 뭔데?”
“진짜 보고 싶어서요.”
진심을 담은 대답.
속사정을 알 리 없던 이태희가 고개를 저었다.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온 게 아니구나.”
“아, 그건.”
“그냥 엄마 옆에 있고 싶어서야. 그치?”
이태희의 오해.
진혁이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 보지 못한 사람은, 사소한 작은 일상 하나하나에서 어머니를 떠올리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뭐, 어머니를 잃어 보면 이해하리라.
제 마음이 어떤지 말이다.
다시 말없이 한창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악!”
순간 진혁의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그러자 웬 사내가 필드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는 게 보였다.
환자를 몰고 다닌다는 환타(환자를 타는 의사)처럼,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 * *
김진철은 필드 위를 떼굴떼굴 구르며 연신 비명을 내질렀다.
갑자기 날아온 헤드에 정통으로 맞은 탓.
숨이 턱턱 막혀 호흡도 힘들었고.
지독한 고통에 비명이 절로 나왔다.
“허업! 흐으어업! 끄어억!”
연신 고통에 몸부림치며 까무러치길 반복한다.
처음 겪어 보는 고통도 문제였지만, 호흡이 힘들다는 게 더 겁이 났고.
이는 패닉으로 이어졌다.
“으으. 끄으윽.”
같이 라운딩을 돌던 이들이 당황스럽게 지켜보는 가운데.
정작 사고를 친 육선재는 똥 밟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재수 없게 진짜!’
가명으로 오랜만에 필드에 나왔건만, 연습 샷을 휘두르다 뜻하지 않은 사고가 일어났다.
평소였다면 적당히 처리할 수 있었겠지만, 한참 회기 중인 게 문제였다.
육선재의 머릿속에 뉴스 헤드라인이 스쳐 지나간다.
[국회 회기 중 라운딩. 제정신인가!!] [3선 의원 육선재. 라운딩 중 골프장 사고!] [전 국민이 힘든 시기. 꼭 쳐야 했나.] [골프광 육선재. 국민 가슴에 대못 박아.]곧, 육선재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절대 언론에 나가선 안 된다.’
IMF로 굶주린 승냥이가 된 기자들.
초원을 어슬렁거리며 사냥감을 찾는 승냥이처럼 정치인이라는 먹잇감만 찾아다니는 놈들이었다.
게다가.
‘법무사라고 했지. 입이 무겁다고 데려온 놈일 뿐이야.’
김진철은 숫자를 맞추기 위한 깍두기.
같이 라운딩을 도는 사내들이 데려온 이였고, 하등 신경 쓸 이유가 없는 놈이었다.
핸드폰을 꺼내 든 육선재가 곧장 보좌관을 호출했다.
9번 홀 옆, 그늘집에서 대기하고 있을 그에게 뒤처리를 맡길 생각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김진철은 여전히 고통에 겨워 몸부림쳤다.
“으으윽. 가슴이…….”
“이봐. 김 사장.”
“끄어어억.”
“고작 타박상이라고. 타박상.”
툭툭.
툭툭.
“끄어억!!”
육선재가 골프채로 툭툭 건드릴 때마다, 김진철이 내뱉는 신음은 점점 깊어 갔다.
어느새 고통에 젖은 울부짖음이 흐느낌으로 바뀌기까지 한다.
고통이 극에 달했다는 말.
“흐으윽. 끄으윽.”
이를 지켜보던 이들이 육선재를 만류했다.
같이 라운딩을 돌던 중소기업 사장들이었다.
“의원님. 치료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사장이 많이 다친 것 같습니다.”
순간, 육선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사람 부르는 거 못 봤나!!”
“하, 하지만.”
“최 사장이랑 우 사장 정도면 말 안 해도 알지 않나!! 그렇게 센스가 없어!!”
“그, 그렇죠.”
“죄송합니다.”
사내들이 저마다 고개를 숙였다.
기업인으로서는 절대갑인 국회 의원.
정치권이 기업의 생살여탈권을 쥔 IMF 시대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막말로 시중에 자금이 씨가 말라 버린 지금, 전화 한 통이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었다.
말 한마디로 같이 라운딩을 돌던 이들을 제압한 육선재가, 똥 밟았다는 표정으로 침을 뱉었다.
“퉤. 아. 재수가 없으려니까. 왜 뒤에 서 있냐고! 어!!”
“끄으윽. 끄어어억.”
신음과 짜증이 뒤섞인 상황.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 급하게 뛰어올 보좌관을 기다리고 있을 때.
육선재가 가자미눈을 떴다.
“어!? 쟤들 뭐야?”
선거 기간만 되면 표를 달라고 구걸해야 하는 정체 모를 유권자 놈들이 접근 중이었다.
* * *
이태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사실 심장은 폭주 기관차처럼 두근거렸고.
폐는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이진혁만 보낼 순 없었다.
몇 없는 타교생 동기라서?
고등학교 후배라서?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기다려 줬던 일에 대한 보답이었다.
이대로 이진혁 혼자 달려가게 내버려 둔다면, 왠지 버스에서 자신을 외면했던 그와 똑같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물론 연신 비명을 내지르는 사내도 걱정됐지만, 사실 그건 이진혁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일지도 몰랐다.
따분함과 권태로움만 가득한 이진혁.
애늙은이처럼 누군가를 어리게만 볼 때도 있었고, 조별 모임조차 귀찮다는 반응만 보였던 별종이었다.
그뿐이랴.
심지어 마마보이였다.
로컬 페닥을 하지 않은 이유?
엄마가 반대해서.
오크밸리까지 와서 내뱉은 말?
엄마가 보고 싶다.
그런 별종이 누군가의 비명을 듣고 태도가 돌변해 무작정 달려가고 있었다.
마치 응환(응급 환자) 앞에서 눈이 훼까닥 한 의사처럼 말이다.
‘진짜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이야.’
서로가 서로를 종잡을 수 없다고 여기고 있는 상황.
간격이 점점 벌어지자, 이태희가 소리쳤다.
“야. 같이 가!!”
* * *
뒤에서 이태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진혁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되레 발걸음을 재촉하며 골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자 유형을 떠올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심장 질환.
골프는 심장에 무리를 주는 운동이었다.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긴장감.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
이는 호흡을 가쁘게 하고 혈압에 영향을 준다.
그뿐이랴.
허리를 구부리는 퍼팅 자세 또한 심장에 무리를 준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하는 건 또 어떤가.
새벽에 일어나면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 속도가 낮다는 말을 굳이 할 필요 없이, 모두 심장에 좋지 않았다.
40대 돌연사 환자 중 80%가 골프장에서 죽었다는 통계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명.
만약 심혈관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타구나 골프채 사고일지도 몰랐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진혁이 고개를 돌려 페어웨이(티 샷 위치에서 그린 사이의 잘 다듬어진 잔디 구역) 길이를 확인했다.
다른 홀에서 타구가 날아올 수 있는지 체크하는 거다.
하지만, 앞 홀과 뒷 홀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면.
‘골프채에 의한 타박상?’
물론, 정확한 건 직접 확인해 봐야 했다.
하지만.
“당신 뭐야!”
겨우 바닥을 나뒹구는 사내 앞에 도착했건만, 얼굴이 희멀건 사내가 진혁의 앞을 막아섰다.
흔치 않은 올백 머리.
나이에 맞지 않게 광이 흐르는 피부까지.
선거 기간 때만 볼 수 있는 정치인처럼 생긴 사내였다.
“내 말 못 들었어? 당신 뭐냐고?”
“허억. 허억. 의사입니다. 의사.”
대답은 자신을 가로막는 사내에게.
시선은 쓰러진 사내에게 향한다.
비명이 들린 지 오래되었건만, 여전히 저 정도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건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
당장 촉진과 문진부터 해야 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아. 됐고. 그냥 가.”
“환자를 두고 그냥 지나치라고요? 허억, 허억…….”
“그냥 가라고!”
육선재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젓자, 진혁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세상에는 별의별 인간이 많다지만, 하필 그중에서도 까다로운 인간이 눈앞에 있었다.
* * *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
그와 드잡이질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진혁이 고개를 돌려 캐디를 바라봤다.
“허억. 허억. 어떻게 된 겁니까. 의사입니다.”
자신의 신분을 다시 한번 밝히며, 그녀의 진술을 이끌어 내려 했다.
그러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캐디가 입을 열었다.
“그, 그게 골프채에 맞았습니다.”
“니가 뭐라고 끼어들어!”
육선재가 고성을 내지르자 캐디가 몸을 덜덜 떨었다.
의사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대답했지만, 후환이 두려운 탓이다.
누군가는 배운 사람이 다르다고 하지만, 사회적 위치와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사람 중엔 교양 없는 사람도 많았다.
당장 진혁이 혀를 찼다.
‘무슨 이런 쓰레기가 다 있어?’
같이 라운딩을 하던 동료가 쓰러졌는데, 치료하는 걸 막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를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계속 막으실 겁니까?”
“사람 불렀으니까 가라고!”
“응급조치만 할 겁니다.”
“하…….”
“이대로 두면 일이 커질 겁니다!”
김진철의 상태가 더 나빠질 거라는 말.
잠깐 고민하던 육선재가 말했다.
“그럼 응급조치만 하고 가!”
대충 응급조치나 하고 꺼지라고 할 속셈.
육선재의 반응이 달라지자, 진혁이 서둘러 쓰러진 사내에게 다가갔다.
“골프채로 어디를 맞았습니까.”
“끄어어억. 가슴이 아픕니다. 흐업. 흐업.”
여전히 숨을 껄떡이는 김진철.
그가 가리킨 곳은 하필 왼쪽 가슴이었다.
‘심장까지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순간 진혁의 얼굴이 굳었다.
골프채 헤드에 맞았다면, 교통사고에 준하는 충격이 가해졌을 터.
그 충격의 여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
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환자를 살피고 있을 때.
김진철이 갑자기 구토를 했다.
“웩. 우웨에엑. 우에엑.”
호흡곤란과 흉통.
그에 따른 구토까지.
머릿속이 휙휙 돌아갔다.
둔상에 의한 심낭압전?
외상성 횡격막 손상?
외상성 기흉?
아니, 아직 확신할 순 없었다.
엑스레이나 CT를 찍어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건 하나.
소거법이다.
진혁이 손을 들어 김진철의 복부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가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타격 부위와는 거리가 먼 복부에 복통이 있다는 뜻.
소거법으로 예상되는 병명을 하나씩 줄여 가려고 했건만, 되레 정답에 가까워진 듯했다.
‘외상성 횡격막 손상인가? 충격 때문에 탈장까지 생겼다고?’
횡격막 손상 시 탈장이 일어날 수 있는 복부 장기들이 휙휙 지나간다.
위장. 대장. 장간막. 비장. 소장.
너무 많은 경우의 수.
어떤 장기가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심장 충격은 당장 가늠할 수 없는 상황.
당장 병원에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