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10)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10화(110/388)
110화. 죽음이 예정된 환자 (20)
거짓말은 거짓말을 부른다.
거짓말이 쌓여 눈덩이처럼 커지고.
스노우볼이 되고, 그 크기가 커지고 있었다.
허나 낙장불입.
이제 와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잠시 후, 진행된 모든 일은 이전과 같았다.
오지호가 수술 영상 테이프를 지정한다.
그러면 이를 재생해서 돌려 본 다음.
다시 모의 수술을 한다.
집도의는 진혁.
퍼스트는 외과장.
세컨은 유진태.
포지션은 똑같았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진혁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땀을 빼야 했다.
처음 접한 수술도 많았고.
때로는 방금 본 수술 과정이 기억나지 않아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쌓은 내공으로 어떻게든 뭉개며 수술을 끝마치길 수차례.
그렇게 다섯 번째 모의 수술이 끝났을 때.
오지호가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 사실이었군.”
“뭐, 책을 사진처럼 기억하는 거랑 비슷한 모양입니다. 영상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지요.”
“그뿐이 아니지요.”
“?”
“이건 단순한 기억 능력이 아닙니다. 허허.”
외과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수처, 타이, 어블, 문합까지! 너무 깔끔하지 않습니까! 그뿐이 아니에요!! 수술 도구 또한 전부 외우고 있어요!!”
“그야 병동 담당이 아니라 수술방을 돌다 보면……. 아!!”
반사적으로 대답하던 외과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술방 인턴을 두어 달 돌면 저절로 외워진다는 말을 하기엔, 진혁의 커리어가 그랬다.
ER, 또 ER.
『응급실 사람들』을 촬영 중이라는 이유로, 응급실만 주구장창 돌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일반외과로 턴이 바뀌는 게 6월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외과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허허, 말씀하신대로 이건 단순한 메모라이즈 능력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이건 모방. 그러니까 모방에 가까운 행동 능력이라고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오지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단순 모방도 아니지요. 숙련된 사람처럼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까! 메커니즘 자체가 다른 게 분명합니다!”
진혁이 했던 거짓말에 살을 붙이는 이들.
워낙 손놀림이 능숙했기에, 오해를 더 하고 있는 거다.
“이런 케이스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지 않습니까.”
“허허.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추가 검사를 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당장 뇌파 검사부터 해 보시지요.”
둘 다 진혁이 회귀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애초에 이상했다.
* * *
무릇 의사라는 직업이 그랬다.
새로운 병환을 보면 참지 못하고, 확인하고, 또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습관화 되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외과장과 오지호는 천상 의사라 할 수 있었다.
“허허, 논문을 한번 뒤져봐야겠습니다.”
“저도 해외 논문을 한번 서칭해 보겠습니다. 연구 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발생 기전도 확인이 안되고, 매커니즘 자체가 파악이 안 되니 아쉽기만 합니다.”
어느새 진혁의 능력을 두고 떠드는 이들.
그들이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능력’에 대해 열띤 학구열을 보일 때였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유진태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그게…….’
“허허. 편하게 해. 편하게.”
“좋은 거 아닙니까?”
“뭐?”
“이해도, 납득도 안 되는 존재. 우린 그런 부류를 천재라고 통칭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찌 됐든 병원에 천재 한 명이 들어온 셈이니까…….”
유진태가 갑자기 말꼬리를 흐렸다.
오지호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병원장님이 원래 이런 분이셨나.’
의문도 잠시.
어벙벙한 표정의 유진태를 뒤로하고 오지호가 싱긋거리며 웃었다.
좋아할 만한 일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은 거다.
‘너무 놀라서 잊고 있었군. 그래. 그거야!’
“허허허허.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오지호.
갑자기 바뀐 태도에 의아해하는 것도 잠시.
눈치 빠른 외과장이 바로 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병원장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고.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경사가 다 있다니요. 다들 알면 놀랄 겁니다.”
“허허. 다들 부러워 죽으려 하겠지요.”
갑자기 싱긋거리며 좋아하는 이들.
거기서 그쳤다면 좋았겠지만.
무슨 상황인지 뒤늦게 파악한 유진태마저 냉큼 숟가락을 올렸다.
“감축드립니다!! 병원장님.”
“허허, 그래요. 그래. 다들 수고했어요.”
“으허허허.”
“하하하.”
어느새 셋이 한참 웃기 시작했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바이탈과인 외과.
외과뽕과 바이탈뽕에 취해 항상 엄숙하게 일하던 이들이 광소하기 시작했다.
* * *
그간 일이 터지면, 걱정보단 대응을 해 왔다.
그런 면에서 진혁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단지, 고심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테스트에 응했다지만, 소문이 퍼진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말이다.
‘흐음. 다른 과에 대한 지식은 얕은데.’
흉부외과를 전공한 상황.
영상만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다는 소문이라도 나게 된다면, 다른 과 인턴을 돌 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할 게 분명했다.
비디오테이프만 던져 주고, 알아서 하라고 할 게 뻔한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며 다들 테스트하려고 하겠지.’
한참 대응 방법을 고심하고 있을때.
갑자기 웃음꽃이 터지자, 진혁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뭐야. 뭘 축하하는데?’
딴생각을 하고 있던 진혁이 영문을 몰라 하자, 오지호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우리 GS에도 이런 인물이 나올 때가 됐지!”
“……!”
“암~! 그렇고말고! 이런 천재 한 명쯤은 있을 때도 됐다고!”
터억!
터억!
그가 연신 어깨를 두들기자 진혁이 당황스러워했다.
‘GS로 간다고는 안 했는데…….’
“저, 그게…….”
뭐라 말하려던 찰나.
오지호가 냉큼 말했다.
“모래밭에서 다이아몬드를 주운 격이야! 허허. 우리 GS가 보물을 찾은 셈이 아닌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세부 전공을 뭘로 추천해야 할지 고민이군요.”
“손놀림으로 보면 혈관외과가 낫지 않겠습니까? 뭐, 수부외과도 괜찮겠군요. 4년 차 때는 정해야 합니다. 허허.”
“외상외과도 좋겠지요.”
“아아. 그 부분은 고민을 좀 해 보지요. 우리 이 선생 의견도 존중해야지요.”
“암요. 그래야지요.”
벌써부터 머나먼 일을 논하는 이들.
일반외과의 분과가 많았기에, 세부 전문의로 택할 수 있는 게 많은 건 사실이었다.
허나, 지금 논할 계제가 아니었다.
진혁의 뜻과 상관없이 신나서 떠들던 오지호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나저나, 이번 일은 비밀로 하지요. 소문이 퍼져 봤자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허허, 그렇게까지 멀리 보시다니요. 감탄했습니다. 다른 과에서 채 가면 큰일이지요.”
“암요. 그렇고 말고요. 허허허.”
오지호가 유진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 유 선생도 입이 무겁다고 믿겠네.”
“걱정 마십쇼! 병원장님!”
“그래, 언제 한번 차라도 마시지. 내 방으로 올라와.”
“감, 감사합니다!!”
유진태가 감격한 얼굴을 했다.
‘크윽. 대박이다! 대박!!’
날아갈 거 같은 표정의 유진태와 달리, 졸지에 GS 지망생이 된 진혁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든든한 우군이라고 여겼던 GS와 CS, 거기에 ER까지.
동시에 자신을 탐하고 있으니, 어찌 그러지 않을까.
물론, 호칭은 ‘양아들’, ‘간식’, ‘사탕’, ‘막내’, ‘우리 애’로 다 달랐지만 말이다.
* * *
병원장과 외과장.
그 누구보다 바쁜 사람들이다.
그런데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미 스케줄을 대거 펑크 낸 상황.
자칭에서 타칭이 돼 버린 천재 진혁을 두고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그들이었다.
“믹스커피를 마시니 예전 생각이 나는군요.”
“저는 요즘도 먹고 있습니다만.”
“허허, 필드에 있을 때가 좋은 법이지요.”
“그렇지요. 허허.”
커피 맛을 품평하고.
옛일을 반추하는 이들.
환자를 살린 추억과 커피 한 잔의 낙으로 살아가는 써전다운 모습이었다.
잠시 후.
종이컵을 내려놓은 오지호가 말했다.
“그나저나 우리 GS가 말입니다. 지금도 수술이 많지 않습니까.”
“정신없이 바쁠 때가 많습니다.”
“ER에서 넘어오는 환자도 꽤 되지요?”
“외래 환자 비중이랑 엇비슷합니다.”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흡족한 얼굴을 한 오지호가 고개를 돌려 진혁을 바라봤다.
“우리 이 선생은 말이야.”
“네, 병원장님.”
“GS OR(수술실)에 자주 들어왔으면 좋겠군. 크음. 큼. 뭐, 이미 협의된 것도 있고 말이야.”
“기획안 말씀이십니까?”
“허. 알면서 묻고 있군.”
졸지에 코가 꿰일 상황.
『외과의사 사람들』을 찍자던 오지호를 달래기 위해 썼던 기획안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오지호가 외과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천재라고 소문낼 필요는 없지만, 정을 붙이겐 해 줘야겠지요.”
“뭐, 장시간 같이 수술하다 보면 정이야 금방 들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렇지요!”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오지호.
외과장의 장단에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반면 진혁은 대응해야 할 사안을 하나 추가할 뿐이었다.
‘오프는 꼭 사수해야 한다.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해.’
그러다 문득 든 생각.
‘기왕 이렇게 된 거 뭐라도 얻어 내야 한다.’
아니, 왕창 뜯어 내야 균형이 맞았다.
진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아까 말씀드린 환자 때문에…….”
말꼬리를 흐렸건만, 오지호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말했다.
“흐음. 그래. 신경이 계속 쓰이겠지. 지난번에 따로 연락해 뒀지만, 또 한 번 말해두지.”
“감사합니다.”
이미 신경 쓰고 있겠지만, 한 번 더 말한다면 효과가 배가 될 터.
박인혁 교수까지 나선 마당이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거기에 더해 뜻밖의 선물도 받았다.
“그거야 그렇고. 뭐, 5일이면 되겠나?”
“네?”
“휴가 말이야. 휴가. 뭐, 포상 휴가 개념으로 처리하도록 하지.”
“……!”
“술기 대회에 우승해서만은 아니야.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해서야.”
“감사합니다.”
진혁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전례 없는 일이기도 했고.
허구한 날 밤을 새우는 다른 이들이 듣는다면 기함할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래, 내가 또 해 줄 게 없겠나?”
뭔가를 더해주고 싶어 하는 눈치.
진혁이 일부러 거짓을 고했다.
“없습니다.”
그러면서 뭔가 아쉽다는 얼굴을 한다.
뜯어 낼 건 다 뜯어 내자는 생각이 녹아 있었다.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뭘 못 할까.
‘뭐, 내 입으로 말할 순 없으니까.’
그 모습에 오지호가 무릎을 쳤다.
타악!
“허허, 그래. 답답한 게군. 답답한 게야.”
“…….”
“다이아몬드 원석인 줄 알고 내가 실수를 했군.”
그 말을 끝으로.
오지호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잘 단속하라고 지시했던 일을 철회하려는 것이다.
“아아, 박 과장, 우리 이 선생한테 권한을 좀 주시지요.”
“허허, 오더 없이 액팅하라는 건 아니지만, 좀 더 유도리를 부리자는 말입니다.”
“울타리를 좀 더 넓혀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이런 류의 말이 오갔다.
누가 들으면 비현실적이라고 할 법한 지시.
보수적인 아신 병원의 틀을 깨는 일이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병원장의 눈에 들었다는데.
좀 더 자유로워지리라.
아니.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때가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