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2)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2화(12/388)
12화. 프리인턴 교육 (3)
“사람이 온다는 게 무슨 뜻이었습니까!? 119를 부른 겁니까? 당장 119부터 불러야 합니다!!”
진혁이 큰 소리로 외쳤지만, 반응하는 이들은 없었다.
마음 같아선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빨리 119부터 불러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혁이 김진철의 손목을 잡았다.
맥을 잡기 위한 행동이었다.
검지와 중지, 약지까지.
동맥에 손가락을 댄 뒤, 숫자를 카운트해 나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정상맥박은 60회에서 100회.
맥박을 확인할 생각이었지만, 뜻을 이룰 순 없었다.
그들의 반응이 여전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건데?’
“119부터 부르라니까요!!”
“단순 타박상이니까 그냥 가라고!”
“타박상이 아닙니다.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응급조치를 한다더니 아무것도 못 하는군.”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
의사로서의 권위도 무시당하자, 진혁이 캐디를 향해 외쳤다.
“당장 무전 때려요!!”
“야! 부르지 마!”
“이대로 손님이 죽는 걸 보고만 있을 겁니까!”
“부르지 말라고!”
육선재의 고성과 진혁의 외침!
캐디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곤혹스러워했다.
육선재가 클레임을 걸면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그녀의 내심을 짐작한 진혁이 성질을 내려던 찰나.
카트에서 내린 정장 차림의 사내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게 보였다.
육선재가 누군가와 드잡이질을 하는 것 같자, 대경실색한 보좌관이 소리쳤다.
“의원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육선재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손가락 하나로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사내가 왔으니 어찌 그러지 않을까.
“당장 끌어내!”
“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진혁이 거칠게 소리치던 순간.
생각지도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진혁아! 무슨 일이야!”
뒤늦게 이태희가 도착한 것이다.
순간, 진혁의 머릿속이 휙휙 돌아갔다.
아마도 저 쓰레기는 국회 의원.
119를 부르지 않는 석연치 않은 태도와 안절부절못하며 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다른 일행들.
‘의원님’이라고 부르던 정장 차림의 사내까지.
무슨 상황인지 갑자기 이해가 됐다.
‘접대 골프인 건가.’
진혁이 이태희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또한 닳고 닳아 흉부외과장까지 역임한 노회한 의사.
사회 초년생인 인턴의 탈을 쓴 능구렁이였다.
“이 기자님!! 여기요! 여기!!”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이태희에게 쏠렸다.
골프장에서 기자와 마주치는 건 그 누구라도 싫어할 만한 일.
특히, 육선재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 * *
진혁의 외침에, 이태희가 황당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라는 거야. 기자? 기자가 어딨는데?’
당황스럽다는 듯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기까지 하자.
진혁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
“이 기자님!!!”
‘으음? 나? 내가 왜 기자야?’
이태희가 벙찐 얼굴을 하자, 진혁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그녀.
학교 다닐 때 방송국에 가입해 활동했다지만,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을 게 분명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녀가 일을 망치기 전에 다시 소리치려고 했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처음엔 당황한 얼굴을 하던 그녀의 표정이 무표정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사실, 거기서 그쳤다면 놀라지 않았으리라.
이태희는 달려오느라 등 뒤로 넘어가 버린 카메라 줄을 당겨 앞쪽으로 돌려 매기까지 했다.
순간적인 행동.
아주 나이스한 대응이었다.
어느새 진혁의 곁에 다가온 이태희가 침착한 얼굴로 물었다.
“진혁아, 어떻게 된 거야!?”
“단순 타박상 가지고. 하! 참!”
육선재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나섰지만, 이제 그의 의사는 중요치 않았다.
진혁이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둔상에 의한 심낭압전, 외상성 횡격막 손상, 기흉이 의심돼요. 흉강 내 탈장까지 의심돼요!”
기자로 가장한 이태희에게 하는 설명.
영어로 된 용어를 전부 한글로 설명해, 구경꾼이 된 이들까지 납득시키려고 했다.
“특히 왼쪽 가슴 타박상이 걱정되서요!”
왼쪽 가슴은 심장이 있는 곳.
육선재가 휘두른 골프채가 심장에 어떤 충격을 줬을지 몰랐고, 폐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태희가 심각한 얼굴로 반문했다.
“119는?”
“저분이 못 부르게 하네요.”
“음? 왜?”
“아마도 접대 골프 때문에?”
“!!”
짐작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모든 이들이 움찔거렸다.
의심이 확신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진혁이 다시 한번 그들을 몰아붙였다.
“접대 골프 아닌가요? 의원님?”
육선재의 태세 전환은 재빨랐다.
“접대는 무슨. 당장 전화해서 사람 불러!!”
“네!”
보좌관이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들자 진혁의 시선이 캐디에게 향했다.
“당장 무전 때리세요!”
* * *
119는 부른 상황.
직접 환부를 확인할 생각으로 진혁이 움직였다.
“옷 좀 찢겠습니다.”
“끄으으윽!”
“잠시만요.”
쉽게 찢어지지 않는 상의.
진혁이 고개를 돌려 멀뚱멀뚱 서 있는 사내들을 향해 소리쳤다.
“뭐 합니까? 돕지 않고!”
“아, 네!”
“네!”
곧, 같이 라운딩을 돌던 이들까지 합심해, 김진철의 상의를 찢었다.
그러곤 다들 침음성을 토해 냈다.
“헙!!”
“상, 상처가!”
골프채 헤드에 직격당한 왼쪽 가슴이 움푹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혁의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119는 언제 도착한답니까!”
“10분 뒤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오크밸리.
5분도 아니고 10분이라니.
꽤 긴 시간이었다.
* * *
119를 기다리는 틈을 타 육선재가 움직였다.
그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정치인.
한 번 더 이태희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우리 기자님, 명함 하나 주시죠.”
“어머 어쩌죠? 숙소에 놓고 왔거든요.”
“기자가 명함을 안 갖고 다닌다? 말이 안 되는데?”
“보다시피 놀러 왔거든요.”
“흠.”
육선재의 눈초리가 가늘어지자 이태희가 반격을 가했다.
“어머,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데요?”
“?”
“제가 정치부 소속이 아니라서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
“뭐였더라. 기억날 것 같기도 한데. 의원회관에서 한번 뵙지 않았나요? 저 기억 안 나세요?”
너무도 자신만만한 말투에 육선재가 흠칫거렸다.
하지만, 거기서 멈출 이태희가 아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캐디를 바라봤다.
“의원님이 사고 치신 거죠?”
“!”
“골프채 휘두르신 거요.”
“그, 그게.”
“사람이 뒤에 있을 땐 연습 샷 하지 말라고 교육했는데도 무시하신 거죠?”
라운딩 경험이 많은 이태희의 물음.
진혁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도 나름 집이 잘살았다.
캐디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육선재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변한다.
여차하면 같이 라운딩을 돌던 일행에게 떠넘길 생각이었건만, 전부 무산돼 버린 탓이다.
이제는 이판사판.
그가 가진 건 3선 의원이 가진 권위뿐이었다.
“너 어디 소속이야!”
“?”
“어디 소속이냐고!”
“왜요? 데스크에 전화라도 하시게요? 저희 게이트키핑 안 하는데요?”
광인대 방송국 시절에 주워들었던 용어를 남발하는 이태희.
“내가 누군 줄 알고 말대꾸야! 어디 소속이냐니까!”
육선재가 더욱더 강짜를 부렸지만, 이태희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뭔가를 누르는 시늉을 했다.
“지금부터 녹음 시작합니다~! 저 분명 고지 드렸어요.”
“이이이익!”
사전 녹음 고지까지 완벽하게 하는 이태희.
육선재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 * *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자, 다들 긴장의 끈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움푹 들어간 김진철의 상처와 그가 내지르는 신음.
육선재의 강짜까지 계속되자 다들 구급차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탓이다.
끼이이익.
곧바로 멈춰 선 구급차.
차 문이 열리며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힘차게 달려왔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그 모습을 보면서도 진혁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자칫하면 이송 중에 환자가 죽을 수도 있었다.
곧, 환자 이송에 도가 튼 구급대원들이 김진철을 들것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
.
.
잠시 후.
구급대원들은 들것을 구급차 안쪽으로 밀어 넣은 뒤, 곧장 환자 감시 장치를 연결했다.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호흡을 측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기본적인 장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혁이 자연스럽게 구급차에 올라타려고 했다.
뜻하지 않게 현장을 목격했고 119에 신고까지 했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책임질 생각이었다.
“타시면 안 됩니다!”
“의사입니다.”
“!!”
“혹시 모르니까 동행하겠습니다.”
“타세요!”
구급차에 오른 진혁이 이태희를 바라봤다.
“기자님, 잠깐 다녀올게요.”
합숙 훈련을 주관하는 교육수련부에 잘 보고해 달라는 당부.
이태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상치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
“사진도 찍어 놓을게.”
“?”
“저 사람, 느낌이 안 좋아서 그래.”
“!”
순간 진혁이 눈을 뻐끔거렸다.
아직 어린애라고만 여겼던 이태희.
그녀는 제 생각보다 야무졌다.
‘내가 너무 어린애 취급을 한 건가.’
아니, 그보다 골프를 쳐 봤거나 기자를 친구로 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대응을 못 했으리라.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구급대원이 문을 닫으며 소리쳤다.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
덜커덩.
구급차가 쏜살같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구급차가 출발한 뒤, 이태희는 카메라를 들어 육선재를 찍기 시작했다.
초점도 확인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찍는 사진이었지만, 혹시 몰라 들어 두는 보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때, 여전히 필드에 서 있던 육선재의 고성이 들려왔다.
“둘 다 어디 소속인지 알아 와!!”
“네! 의원님!”
“뭐 해! 대답만 하지 말고 빨리 움직여!”
“네!”
거기에 더해, 육선재가 자신을 가리키기까지 하자 이태희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떨려 와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 때.
산책로에 위치한 쓰레기통이 보이자, 이태희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육선재에겐 녹음기인 척했지만, 뷔페에서 챙긴 길쭉한 떡이었다.
* * *
구급차는 맹렬한 속도로 도로를 질주했다.
빠아앙-
빠아앙-
연신 클랙슨을 울려 댔고.
비키지 않는 차들이 있다면 꽁무니까지 바짝 따라붙어 어떻게든 길을 뚫어 냈다.
하지만 김진철에겐 한없이 느리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끄으윽. 언제 도착하는 겁니까. 끄윽.”
“10분이면 도착합니다.”
“빨리 좀, 빨리 좀요. 웨에엑. 웩.”
다시 구토를 하는 김진철.
그 모습을 지켜본 구급대원이 손을 휘둘러 운전석과 연결된 벽을 쳤다.
쾅쾅!
“더 빨리 밟아!!”
이미 최고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던 김진철은 속도가 빨라진 느낌이 들자 안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독하게 아팠다.
그가 고통에 몸부림치자 젊은 의사가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