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27)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27화(127/388)
127화. 예상치도 못한 일 (17)
어느새 ER 앞엔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그 짧은 시간.
임시 트리아지 구역을 설치한 거다.
운영과장인 우용만이 능력을 발휘한 탓도 있었지만, 진혁이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생기지 않았을 일.
곧,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이렌 소리였다.
위이이잉.
위이잉잉.
그 수만 다섯 대.
구급차는 빠르게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다들 달라붙었다.
“복부 둔상(Blunt Trauma)으로 추정! 업도미널 페인(복부 통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이탈은요!”
“BP 89/51, RR(호흡 수) 20회, 세츄레이션 85%입니다!”
“뭐 해요! 빨리 옮겨요!!”
곧바로 시작된 하차 작업.
환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10대에 불과한 소년.
배를 웅크린 채 아파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환(중환자)이 많은 현장이라 구조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요구조 대상 중 한 명인 어린아이를 빨리 보냈다는 것이다.
곧, 다른 구급차에서도 고성이 울렸다.
“다발성 골절 환자입니다! 바이탈 계속 흔들립니다!”
“멘탈은 언제부터 이런 겁니까!!”
“방금까지 스투퍼(Stupor, 혼미) 상태였는데요! 복부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지금은 세미코마(Semicoma, 반혼수)나 다름없잖아요! 빨리 옮겨요!!”
곧, 손을 축 늘어트려 의식을 잃은 게 분명한 50대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집안의 가장이 분명한 그.
집안이 풍비박산 날지도 몰랐지만, 안타까워할 틈이 없었다.
다른 구급차도 상황이 긴박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안면부 열상 환자입니다! 객혈(Hemoptysis)을 두 차례 했습니다!”
“바이탈은요!!”
“BP(혈압) 92/41! Mean BP는 55! EKG 상에 펄스가 너무 약하게 잡힙니다! 세츄레이션(산소포화도) 70%입니다.”
“일단 기도 확보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옮겨요! 기관절개(Tracheostomy)부터 할 겁니다!!”
앰부백이 피로 물든 상황.
산소를 밀어 넣다 피를 토했으니 당연했다.
그사이 다른 구급차도 시끄러웠다.
“DOA(도착 전 사망) 환자입니다!”
“젠장! 김 구조사님! 하차 도와주세요!”
사망한 환자를 내리는 사이.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파편상 환자입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차체 파편이 목에 박혔습니다.”
“제길! 하필 3번이야!! 여기 사람 더 달라붙어!!”
“넷!”
곧, ER 소속 응급구조사가 달라붙었다.
목 윗부분과 귀 아랫부분.
3번 경추에 차체 파편이 박혀 있기에 조심해야 했고.
구급차에 있던 응급구조사는 블리딩(출혈)을 막느라 이미 피투성이였다.
그렇게 구급차에서 내린 환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트리아지 구역으로 향했다.
이에 대응한 건 각 과의 과장.
아직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가 성립되기 전이었지만, 그들은 환자를 세 단계로 분류했다.
“CT 찍고 내부 출혈 확인해! 정형도 불러! 준응급이야!”
“응급으로 밀어 넣어! FNE(Facial nerve evaluation, 안면 신경 검사)는 나중에 하고, 당장 바이탈부터 잡아! 신경외과 불러!”
“다행히 경동맥은 피했어! 당장 NS 콜하고, OR(수술실) 열어! 응급이야!”
빠른 분류.
그리고 선별.
그런데 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소리가 울렸다.
위이이잉.
위이잉잉.
연이어 들어오는 구급차.
끼이이익-.
끼이익.
벌컥.
“V-Fib(심실세동) 환자입니다!!”
“뭐 해! 환자 내리고 바로 올라타!!”
“네!”
스트레처 카에 환자를 옮기기 무섭게, 장혁준이 그 위에 올라탔다.
곧바로 컴프레션(흉부 압박) 하는 장혁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는 심장을 안정시켜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환자도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뒤틀려 있는 환자.
사고 충격으로 창문 밖으로 튕겨 나가며 아스팔트에 피부가 쓸렸고, 뼈마저 피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기자들은 감히 촬영할 생각도 못 하고 덜덜 떨었지만, 의료진은 흔들림이 없었다.
“뭐 해! 어서 달라붙어!!”
“넷!!”
때로는 집단을 이뤄 누구보다 이기적으로 굴지만, 때로는 헌신적으로 구는 이들.
인간사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 * *
환자가 물밀듯 쏟아지는 상황.
ER 내부도 난리가 났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 하나 없이 다들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내부로 막 들어온 스트레처 카.
기자들 때문에 ER 내부에 있던 진혁이 따라붙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멀티플 프랙쳐(Multiple fracture, 다중 골절). 멘탈도 세미코마 상태로 넘어갔어! 멘탈 살아 있을 때 업도미널 페인 호소했다니까 바이탈 체크하고 CT 찍어! 정형도 부르고!”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나가는 레지던트.
환자를 인계받은 진혁이 곧장 움직였다.
물론 응급구조사와 함께였다.
다다다다.
다다다다.
자리를 잡기 무섭게.
간호사 두 명이 따라붙었다.
그들이 라인을 잡는 사이.
진혁도 가만있지 않았다.
빠르게 EKG 전극을 붙였다.
그러고는 펜라이트를 꺼내 동공 반응을 확인했다.
갑자기 소실된 의식.
육안으로 보이진 않지만, 머리에 충격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딸깍.
딸깍.
다행히 빛에 반응하는 동공.
정밀 검사는 해 봐야겠지만, 뇌 손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진혁이 다시 펜 라이트를 집어넣을 때 김지연이 소리쳤다.
“BP 89/51! 너무 낮아요!!”
“레이트는요?!”
“140 전후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정상 심박수인 60-100을 한참 벗어난 숫자.
팔다리가 뒤틀리고 꺾여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단순 외상이라기엔 혈압이 너무 낮았고 심박수가 빨랐다.
진혁이 곧장 청진했다.
복부와 가슴.
이곳저곳에 청진기를 갖다 댄다.
그러면서 환자가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바울 사운드(Bowel sound, 장음)가 없어?’
의식을 잃기 전 복통을 호소했다던 환자.
의심 가는 소견이 있었다.
하지만 예단은 금물.
진혁이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확인했다.
파형이 엉망이었다.
안 그래도 내부 출혈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심장까지 말썽인 거다.
‘브이텍(V-tac, 심실세동) 초기다.’
진혁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들을 확인하는 거다.
이는 그간 근무하며 들였던 습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이들이 진혁의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망설일 게 없었다.
테이프야 이현아에게 말해 지우면 그만.
어차피 환자 동의도 못 받았다.
게다가 선을 먼저 넘은 건 오지호지 않던가.
아니, 사실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됐다.
평소엔 선을 지키고, 환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땐 달라지기로 결심한 지 오래지 않던가.
“헤르벤주 10mg 5DW에 희석해서 IV(정맥 주사)로 슈팅해요! 브이텍 초기예요!”
“네!”
“하트만 500mL 급속 정주시키고 알부민 달아요!”
“넵!”
그때 환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진혁이 빠르게 약제를 추가했다.
“미다(신경안정제),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도파민(강심제) 슈팅해요!”
“네!”
아직 술기 대회의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
진혁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가 없던 만큼 간호사의 움직임은 빨랐다.
이미 카트에 예상되는 약제를 전부 담은 뒤였으니, 망설일 게 없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투약하는 사이.
진혁은 채혈을 했다.
복부 출혈을 의심했지만, 일단 해야 할 건 해야 했다.
진혁이 손을 놀리며 말했다.
“FAST(응급 외상 복부 초음파) 할 겁니다!”
“네? FAST요? 블리딩 의심하시는 거예요? 그럼 CBC 체크해서 HB(헤모글로빈) 수치 확인하고 CT를 찍는 게…….”
김지연이 말꼬리를 흐리며 투약 오더를 고분고분 따르던 것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녀도 10년 차.
어떤 약제를 써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진혁의 투약 오더가 하나도 틀린 게 없었기에 따랐다.
물론 그의 실력을 믿고 있기도 했고.
하지만, FAST는 달랐다.
그녀를 설득할 시간이 없었기에, 진혁이 곧장 CT실을 가리켰다.
뭐, 나중에 기자 회견장에서 있었던 일을 들으면 이해할 거라고 여겼다.
“기다릴 시간 없습니다!”
“…….”
“CBC 돌린다고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어서요!”
잠시 망설이던 김지연이 곧장 스테이션으로 달려갔다.
술기 대회 3관왕을 차지한 이진혁.
그에 대한 믿음의 끈으로 버티고 있었다.
빠르게 세팅된 이동형 초음파 기계.
진혁이 곧장 프로브에 젤을 묻힌 뒤 환자의 복부에 갖다 댔다.
물론 복부 CT를 찍는 게 정확했지만, 아직은 이동형 CT가 없었고.
초음파를 잘 다루는 이들은 복강 내 출혈의 경우 초음파로도 CT와 비슷한 수준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그건 진혁도 마찬가지.
그의 손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촬영을 시작했다.
딸깍.
딸깍.
환자의 상복부 횡단.
종단.
늑골 하방.
늑골간.
총 네 군데를 찍은 뒤 모니터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Hepatorrhexis(간 파열)이에요! 빨리 간담췌 선생님 콜해요!!”
“안 그래도 저기 계시네요! 바로 모셔 올게요!”
곧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러자 진혁이 바로 노티했다.
“뭐? Hepatorrhexis(간 파열)로 추정돼? 누가 에코(초음파)를 봤지?”
“아까 다른 선생님이 보셨습니다.”
“그래?”
“네.”
태연히 거짓말을 하는 진혁.
자신이 확인했다고 하면 믿지 않을 테니 하는 거짓말이었다.
당장 환자가 죽어 가는데 괜한 입씨름을 할 이유가 없었다.
김지연의 눈이 커지는 게 보였지만, 진혁이 빠르게 말을 이어 갔다.
“S6, S7에 고에코 혈종. S5와 S8에 저에코지만 바운더리 관찰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들은 것처럼 말하는 진혁.
간담췌 소속 의사가 곧바로 프로브를 손에 쥐었다.
초음파 영상을 확인한 그가 다시 페이션트 모니터를 확인했다.
파열의 정도가 미미하다면 80%는 보존적 치료를 하기 때문.
하지만, 바이탈이 심상치 않았다.
“바로 OR 들어갈 거야! 우리 애들 콜해!”
“넵!”
그의 지시에 진혁이 곧바로 움직였다.
* * *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진혁은 계속해 뛰어다녔다.
사실,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다들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환자를 인계받고 액팅하는 건 같았다.
당장은 선을 넘은 게 티가 하나도 안 나는 것이다.
“헤드 트라우마(Head Trauma, 머리 둔상) 환자. GCS 7점! 당장 인튜베이션하고 CT 찍어서 NS에 노티해!”
환자를 인계받은 진혁이 곧장 달렸다.
머리를 부딪치며 얼굴까지 피범벅이 된 환자.
호흡이 미약했기에 당장 기관삽관부터 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기관삽관.
몇 번 호흡을 맞춰 본 김지연과 함께였으니, 어려울 게 없었다.
빠르게 삽관을 끝낸 뒤 벤틸레이터를 연결하자 김지연이 말했다.
“세츄레이션이 아직 낮아요!”
“FiO2(Fraction of inspired oxygen, 흡입산소농도) 50까지 올려요.”
진혁의 말에 김지연이 움직이는 사이.
환자의 몸이 덜덜 떨렸다.
“디아제팜(Diazepam, 항경련제) 10mg IV로 슈팅해요!”
“네.”
“페니토인(Phenytoin, 항경련제)도 추가로 달아요!”
“넵!”
김지연이 IV 라인에 정맥 주사 하는 사이, 진혁이 다시 바이탈을 체크했다.
뇌에 충격을 받은 상황.
뇌압이 점점 오르고 있을 게 분명했기에 먼저 CT를 찍고 NS를 불러야 했다.
순간 진혁이 고개가 휙 하니 돌아갔다.
이미 내려와 있을 NS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이상민이었다.
자신과 충돌을 빚었고, 끝내 의료 소송으로까지 비화했던 ‘그 일’이 떠올랐지만, 진혁의 발걸음은 거침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