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33)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33화(133/388)
133화. 안녕, ER (5)
진혁이 이말자를 한참 설득하던 그 시각.
오지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바로 신문 기사 때문이었다.
[포토그래픽 메모리의 발전형!] [신경내과 전문의 심층 인터뷰!] [한번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재.]‘그 일’이 있고 나서 5일이나 지났지만, 신문은 여전히 떠들썩했고.
스타 의사를 배출한다는 그의 전략이 일견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그건 바로.
[○○성형외과, 이진혁 영입 의사 밝혀.] [△△성형외과, 고액 연봉 제시!] [□□성형외과, 이진혁 입도선매 나서나!]이진혁의 성형외과행 기사 때문이었다.
물론 오지호도 닳고 닳은 노회한 의사였기에, 오보라고 무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그였기에, 꺼림칙하기만 했다.
‘요즘 애들은 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만 지원하는데…….’
“끄으응.”
절로 나오는 침음성.
외과장인 최재원이 그를 위로했다.
“기자들이야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허허,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 했습니다. 이유가 있으니 이런 말이 퍼졌겠지요.”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 보시지요. 본인한테 확인하는 게 제일 빠르지 않겠습니까.”
“기자들 때문에 핸드폰도 꺼 놨나 봅니다. 얼마나 극성스럽게 굴었겠습니까. 허허.”
진혁이 필요할 때만 핸드폰을 켜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
물론 오지호의 핸드폰 번호도 저장해 두지 않은 진혁이었기에, 리턴콜도 없었다.
오지호가 뭐라 말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문이 열리며 우용만이 들어왔다.
“병원장님, 저 운영과장입니다.”
“아아, 나중에 얘기합시다. 나중에.”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또 돈 얘기를 할 거 아닙니까. 됐어요. 됐어. 나중에 얘기합시다.”
오지호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
안 그래도 심란한 상황.
우용만의 한탄을 들어 줄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오지호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소파에 앉은 우용만은 예상 밖의 얘기를 꺼냈다.
“이진혁 선생을 PS로 보내면 안 됩니다.”
“으음?”
“결국 몇 년 뒤엔 나가겠다는 소리 아닙니까.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예상과 다른 말.
오지호가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우용만이 소리쳤다.
“병원장님!!”
“아아, 귀청 떨어지겠습니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파 죽겠어요. 죽겠어.”
“물론 오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
“결국, 이진혁 선생이 제 뜻대로 과를 정할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허허, 그야…….”
“선택을 강제할 순 없지만, 유도는 할 수 있지요. 바이탈뽕도 심어 주고, 외과뽕도 팍팍 불어넣어야 합니다!”
타겟을 유인할 때 늘상 하던 일을 하자는 말.
오지호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외과 계열을 선택하게끔 유도하자는 말입니까?”
“그래야지요! 이럴 때 외과 계열밖에 더 있겠습니까!”
“외과 계열밖에 없다라. 허허.”
“이런 상황엔 GS로 보내는 게 최선입니다!”
우용만은 다부지게 말했다.
그도 녹화 영상을 본 상황.
이진혁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모습에 오지호의 기분이 좋아졌다는 건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이제야 우리 GS의 진가를…….’
“허허. 좋습니다. 좋아요. 우리 운영과장이 좋게 봐 준다니 기분이 다 좋아졌습니다. 허허.”
연신 헛웃음을 켜는 오지호.
최재원도 그의 눈치를 살피며 같이 맞장구쳤다.
하지만.
“GS로 가야 개업이 불가능하지요.”
“……!”
“아, 항문외과로 보드를 따는 건 막으셔야 합니다.”
우용만이 안경을 쓱 하니 올리더니, 산통을 깨 버렸다.
거기서 그쳤다면 좋았겠지만, 쐐기까지 박아 버렸다.
“제가 말씀드린 외과 계열은 말 그대로 GS를 말하는 겁니다. 정형이나 성형, 이런 데는 절대 안 됩니다!”
“허허.”
“개업이 불가능한 과로 보내야 합니다. 뭐, 그런 면에서 CS도 좋고, 임상 계열인 ER도 좋습니다.”
“허허허.”
오지호가 허탈한 듯 웃었지만, 우용만의 말은 계속됐다.
확실한 베니핏을 주자는 말.
거기에 성의를 보여 진혁의 마음까지 훔치자는 말까지 나왔다.
* * *
어쩌면 과한 오지랖일 수도 있었다.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먹게 되면 배에 가스가 차기 십상.
이 때문에 복부가 팽만된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장음항진증(비정상적으로 꾸르륵 소리가 나는 현상)이 마음에 걸렸고.
복통과 골반통이 있다는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어느새 도착한 아신 병원.
사무실로 출근하는 아버지한테 인사를 건넨 뒤, 진혁은 원무과 접수부터 했다.
곧, ER 내부로 들어서자 다들 놀란 얼굴로 진혁을 바라봤다.
“어머, 이 쌤!! 휴가 중인데 왜 들어왔어요!!”
쪼르르 달려온 김지연.
진혁이 희게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가 몸이 좀 불편하셔서요. 친척은 아니고 아는 분이세요.”
“어머! 어머! 할머니~! 이쪽으로 오세요!”
아는 사람이라는 말에 과도한 친절을 보이는 김지연.
이말자도 순순히 그 뒤를 따랐다.
빠르게 끝난 루틴 검사.
진혁이 스테이션으로 향하자, 김지연이 냉큼 따라붙었다.
“병명이 뭐예요?”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네요.”
“이 쌤이 모르는 것도 있어요?”
“그럼요. 아직 인턴인데요.”
“에이~ 보통 인턴이 아니죠~!! 이제 R1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병원이 지금 난리도 아니라고요!”
“그래요?”
“왜, 우리 병원이 보수적이기로 유명하잖아요. 근데 인턴한테 R1 임상 권한 허용했다고 다들 난리도 아니에요.”
“…….”
“거짓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연출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다 사고 칠 거라는 말도 나오고. 암튼 그래요.”
“뭐, 말이 많겠죠.”
진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 또한 자신이 감당할 일.
더 이상 피할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해요.”
“뭘요?”
“실수하면 바로 윤리위원회부터 소집할 거라는 말도 돌아요.”
“흐음.”
“왜, 그때 모른다고 대답하신 거 때문에 더 그러는 거 같아요.”
“과장님하고 테스트한 거요?”
“네, 만들어진 천재다. 그런 능력이 어딨냐. 거봐라. 제대로 대답 못 하는 것도 있지 않냐. 뭐, 그렇게 나오는 거죠.”
벌써 박영진과 했던 테스트까지 새어 나간 모양.
소문이 빠른 병원다웠기에, 진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보다.
‘역시 쉽지 않은 건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각오를 단단히 할 뿐이었다.
박영진이야 자신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 중 하나.
그렇기에 모른다는 말로 퉁 칠 수 있었지만, 다른 과에는 통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진혁이 쓰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할머니 좀 부탁드려요.”
“에이~ 우리 사이에 그런 말씀 하시면 섭섭하죠. 어차피 이 쌤도 옆에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야죠.”
진혁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김지연이 혀를 내둘렀다.
조만간 물이 빠질 거라고 여겼건만, 진혁의 행태는 변함이 없었다.
* * *
스테이션에 도착한 진혁이 곧장 차팅을 했다.
R1의 임상 권한을 받은 상황.
내과 계열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껏 그 권한을 쓸 생각이었다.
그때, 유호진이 어색한 얼굴로 다가왔다.
“휴가 아니었어요?”
“아, 그게…….”
진혁의 설명에 유호진의 눈이 커졌다.
천금 같은 휴가 중에 병원에 들어오다니.
별종도 이런 별종이 없었다.
‘가족도 아니라면서? 왜…….’
의문도 잠시.
유호진이 상념을 털어 버리려 애썼다.
애초에 5일 휴가는 말도 안 되는 일.
가족이 상을 당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병원장까지 이뻐하는 인턴을 제 상식대로 판단할 순 없었다.
그저 박영진이 시킨 일.
그러니까 진혁의 액팅에 잘못된 게 없는지 체크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환자 상태는 어떤데요?”
“73세, 여환. 업도미널 페인(Abdominal pain, 복통)과 펠빅 페인(Pelvic Pain, 골반통)을 주소로 내원했습니다. Abdominal Distension(복부 팽만)이 확인되고 Vomiting(구토)도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그러신 거래요?”
“온셋(Onset, 병의 발병 시기)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weight가 37kg입니다.”
“그래요?”
유호진이 놀란 얼굴로 차트를 훑었다.
체온은 정상 체온인 36도.
호흡수 또한 분당 25회.
맥박은 분당 84회로 정상치에 수렴했다.
하지만 심각한 저체중이 문제였다.
과체중도 온갖 성인병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이 되지만, 저체중도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 * *
빠르게 끝난 X-ray 촬영.
진혁이 스테이션에서 영상을 확인하자, 유호진이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진혁이 그를 응시했다.
‘아직 적응을 못 한 건가. 곧 익숙해지겠지.’
“이말자 환자 X-ray 결과 나왔습니다.”
“같이 보죠.”
“예.”
딸깍.
딸깍.
“Small bowel(소장)에 테이퍼링(Tapering, 굵기가 서서히 가늘어짐)이 보이는데. 음…….”
유호진이 말꼬리를 흐리자, 진혁이 냉큼 대답했다.
“인덴테이션(Indentation, 만입)도 확인됩니다.”
“기계적 장폐색이라고 하기엔 좀 그러네요.”
“페인(고통)이 그 정도로 심하진 않습니다.”
“타이레놀로 버텼다고 했죠?”
“네.”
진혁의 대답에 유호진이 난감해했다.
임프레션(Impression, 추정진단)을 할 수 없었던 탓.
그가 냉큼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딸깍.
딸깍.
“WBC(백혈구) 수치도 정상이고.”
“NA(나트륨)만 126으로 낮습니다.”
“그거야 메인이 아니니까요.”
“CT 스케줄 잡겠습니다.”
진혁의 말에 유호진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R1의 권한을 받은 이진혁을 내버려 뒀어야 맞았다.
박영진도 사후에 체크하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이놈의 습관이 무서웠다.
적당한 선을 고민하는 유호진을 뒤로하고, 진혁은 당장 이말자부터 찾았다.
“할머니, CT를 찍어 봐야 할 거 같아요.”
“CT는 왜 찍자는 거여. 그렇게 심각한겨?”
“아직은 몰라요. 법무사님 말씀대로 하셔야죠.”
진혁의 말에 이말자가 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바로 찍을 수는 있고?”
“조영증강 CT가 아니라서 금식은 필요 없으세요. 조영제를 안 쓰고 찍을 거예요. 일단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옷은 왜?”
“사복보다는 가운이 편해서요.”
“오래 있어야 한단 말이구만.”
진혁의 말에 담긴 함의를 눈치챈 이말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토록 싫어하는 병원에 오래 있어야 한다는 걸 직감한 탓이다.
5분 뒤.
흰 가운을 걸친 진혁이 다시 이말자 앞에 섰다.
“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해요.”
“30분이나?”
“이것도 응급으로 잡은 거라서요. 심심하시면 제가 말동무해 드릴게요.”
“말동무는 무슨. 일이나 봐.”
“에이, 저 휴가 중인데요.”
“휴가 중인 사람이 뭔 오지랖이야.”
“의사니까요.”
“뭐, 의사가 별거여?”
“사람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백현동에선 얼마나 사셨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쭉 사신 거예요?”
진혁이 화제를 돌리자, 이말자가 반응했다.
“피난 갔다가 돌아왔을 때부터 살았지. 난리 통도 그런 난리 통이 없었어.”
“고생 많으셨겠네요.”
“고생이 뭣이여. 죽지 못해 살았지. 그래도 엄니랑 아부지랑 살 때가 행복혔어. 요즘 것들은 모를 것이여.”
“왜요?”
“엄니랑 아부지가 살아 있었응께.”
이말자의 대답에 진혁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 늙고 병들어도 먼저 떠나보낸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게 자식 마음이라는 걸 새삼 깨달은 것이다.
코끝을 건드리는 묘한 감정을 억누른 채, 진혁이 말을 이어 갔다.
* * *
잠시 후 시작된 CT 촬영.
방사선사가 진혁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에도 직접 확인하실 겁니까?”
“그래도 될까요?”
“그럼요.”
예전과는 다른 반응.
마지못해 마우스를 넘겨주던 방사선사의 태도가 달라졌다.
곧, CT 영상이 모니터에 띄워지자 방사선사가 마우스를 넘겼다.
딸깍.
딸깍.
“이번에도 보이세요?”
“잠시만요.”
딸깍.
딸깍.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진혁이 한참 후에야 입을 뗐다.
“폐쇄공 탈장이네요.”
“네?”
“긴급으로 의뢰 부탁드립니다.”
“네.”
생소한 병명에 고개를 갸웃거린 방사선사가 마우스를 다시 잡았다.
어차피 판독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할 터.
자신이 관여할 부분이 아니었다.
5분 뒤.
스테이션으로 온 진혁은 CT 영상을 재확인하고 있었다.
혹시나 자신의 판독이 틀렸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폐쇄공 탈장이 맞아. 하아…….’
아무리 봐도 폐쇄공 탈장이 분명했다.
진혁이 미간을 찌푸릴 때, 유호진이 다가와 말했다.
“CT 찍고 온 거예요?”
“네, 아무래도 폐쇄공 탈장 같습니다.”
“벌써 판독 결과가 나왔어요?”
“아직 안 나왔습니다.”
“아…….”
스스로 판독하고 진단했다는 말.
유호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마우스를 잡았다.
이진혁의 능력을 두고 말이 많은 상황.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딸깍.
딸깍.
그가 CT 영상을 확인하자, 진혁이 말했다.
“Urinary bladder(방광) 우측에 소장관이 만입(Indentation, 다른 장기로 끼어 들어가 눌린 자국)된 흔적이 보입니다.”
“폐쇄관(Obturator canal) 쪽 말하는 거죠?”
“네, 소장도 팽창돼 있고, Hernial sac(탈장낭)도 보입니다.”
진혁이 치골근 밑에 있는 고리를 가리키자 유호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폐쇄공 탈장이 맞네요.”
“아직 소견은 안 나왔는데요, 기다리기보다 GS에 바로 노티하려고 합니다.”
“그, 그래요. 그럼.”
진혁이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쩌면 GS라면 CS처럼 자신을 믿고 움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병도 아니고, 치명률이 20~30%인 폐쇄공 탈장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때까지만 해도, 우용만이 말했던 ‘성의’가 어떤 건지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