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42)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42화(142/388)
142화. 외과 춘계 학술대회 (2)
“삼선 병원 최인호입니다.”
“말씀하시죠.”
“서혜부 헤르니아(서혜부 탈장, 장기가 사타구니 쪽으로 삐져나오는 것) 서저리에서 주로 후복벽교정술을 활용한다고 하셨는데요.”
“네.”
“후복벽교정술의 재발률은 10% ~ 30%로 알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최인호가 말을 이어 갔다.
“인공망 탈장 수술을 도입한 미국의 경우 재발률이 현저히 줄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건 그러니까…….”
강사로 나선 전문의의 대답.
최인호는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일종의 퍼포먼스.
그 자신의 지적 호기심이 깊다는 걸 보여 주면서.
상대적으로 GS에 대한 지식이 옅은 진혁을 향한 도발이었다.
이를 깨달은 진혁이 혀를 찼지만, 김석준은 흐뭇해했다.
“지적 호기심이 저 정도로 많은 친구야. 구력이고 뭐고 다 씹어먹고 있다고.”
고작 질문을 두고 호들갑을 떠는 그.
오지호가 기막혀했다.
“저 정도야 다 하는 게지, 뭘 그러나.”
“눈 뜬 장님보단 낫다 이 말이야.”
“눈 뜬 장님?”
“이진혁이 말이야. 인턴이 뭘 안다고 저기서 저러고 있겠나. 들어도 뭘 듣는지 모르고, 봐도 뭘 보는 지 모를 테니 눈 뜬 장님이나 마찬가지지.”
“뭐!?”
순간 오지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가 뭐라 반박하려던 찰나 진혁이 손을 들었다.
“아신 병원 인턴 이진혁입니다. 저도 질문 있습니다!”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진혁을 향했다.
* * *
말도 안 되는 능력의 소유자 이진혁.
진위를 따지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에, 최인호와 다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와, 이진혁이네. 이진혁.”
“한번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다던 그 친구?”
“대박. PS(성형외과)가 아니라 GS에 지원하나 본데?”
이진혁을 가리키며 웅성거리는 이들.
누군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누군간 시기와 질투심이 가득한 얼굴로 진혁을 바라봤다.
사실 그 반응이 엇갈리는 건 당연했다.
하도 말이 많았으니까.
그들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한 진혁이 입을 열었다.
“인공망 탈장 수술엔 리히텐슈타인(Lichtenstein) 수술법과 메쉬플러그(Mesh plug) 수술법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군요.”
“관련해서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잠깐 양해 좀 구하겠습니다. 인턴이 질문하는 건 처음이라서 말입니다.”
강사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애초에 인턴이 참석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니, 그럴 수밖에.
그가 턱 밑으로 마이크를 바짝 붙였다.
“선후배님들이 허락해 주시면 간단하게 테스트를 하고자 합니다.”
“…….”
“질문할 자격이 되는지 먼저 보고자 하는데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누군가의 외침.
강사로 나선 전문의가 진혁을 직시했다.
“두 수술법의 차이를 먼저 설명해 보시죠.”
“그물망과 깔때기의 차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비유에 가깝지만 핵심을 찌른 설명.
누군가의 탄식이 들렸지만, 진혁이 말을 이어 갔다.
“전자는 망사 형태의 그물망으로 넓게 덮는 방법을 말하고.”
“후자는 인공망을 깔때기 모양으로 만들어서 탈장이 일어날 만한 곳에 삽입하는 걸 말합니다.”
깔끔한 답변에 만족한 전문의가 웃었다.
“뭐, 입회식은 아니었지만 추가 테스트는 다른 선후배님들이 하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쯤에서 질문 받겠습니다.”
“최인호 선생님이 말씀하신 인공망 탈장 수술법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으음?”
“질문해도 될까요?”
갑자기 옆에 앉은 최인호를 쳐다보는 진혁.
그의 돌발 행동에 시선이 쏠린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질문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최인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들 눈을 반짝거렸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는 것이다.
* * *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쳐다보는 이들.
부담스러울 법도 했지만, 진혁은 무덤덤했다.
“얼마 전에 폐쇄공 탈장 환자가 내원한 적이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인공망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진혁이 좌중을 훑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인호를 향해 빙긋 웃어 준 다음.
“그 원인은 딱 한 가지.”
“환자의 몸속에 집어넣는 인공망이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근데 미국 사례를 들어 인공망 수술법이 마치 선진화된 것처럼 말씀하시기에, 조금 의아스럽습니다.”
진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최인호를 바라봤다.
공개 저격이나 다름 없는 행동이었다.
* * *
인턴이 레지던트를 저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 더욱 그럴 수 없었고.
다들 이진혁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어떤 미친놈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른 병원 레지던트를 저격하겠는가.
어떤 식으로든 나중에 만나게 돼 있으니,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여겼다.
그런 의미에서.
“뭐야, 병원장님한테 오더 받았나 보네.”
“근데 논리로 이길 수 있을까?”
“뭐, 자신 있으니까 들이받은 거겠지.”
“살벌하다. 살벌해. 쟤넨 만나면 싸우네.”
“뭐, 하루 이틀이야.”
오지호과 김석준이 서로 으르렁거리는 게 십수 년이 넘었다는 걸 아는 이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누가 이길지 궁금한 매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한참 시끄럽던 좌중이 조용해지자, 진혁이 입을 열었다.
“미국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으로 만들어진 인공망에 대한 인체의 거부 반응부터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강사를 향한 질문이었지만, 사실상 최인호를 향한 물음.
기분 나쁠 법도 했지만 단상 위에 선 전문의는 씨익 웃을 뿐이었다.
오히려 진혁을 도와 질문까지 했다.
“부작용이 뭐가 있죠?”
“인공망 탈장 수술의 경우 CPSP(수술 후 만성 통증)를 겪는 환자 비율이 20%에 달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20%는 아닐 텐데요?”
“복강경으로 집도할 시 10%, 개복하면 20%입니다.”
요는, 재발율은 떨어지지만 만성 통증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최인호가 끼어들었다.
“CPSP 비율이 높은 건 후복벽교정술도 마찬가집니다!!”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재발률을 낮추는 거 외에는 단점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만.”
“탈장이 재발될 경우 환자가 겪는 고통은 똑같습니다!!”
뭐, 최인호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인공망 사용을 금하라는 FDA 권고에도 불구하고 수술은 미래에도 계속 이뤄졌고.
이는 최인호처럼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았다는 반증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싸워야 할 때.
상대의 처지를 봐줄 때가 아니었다.
“수술 후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 중엔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재발되더라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보다 좋지 않을까요?”
“그건…….”
“아, 무엇보다 아직 인공망에 대한 테스트가 안 끝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인체에 무해한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궁색한 논리에 대한 명확한 답변.
오지호가 너털웃음을 터트렸고.
김석준의 얼굴이 붉어지는 게 보였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 서혜부(사타구니)는 다양한 신경이 지나가는 곳입니다.”
“그중에 고환과 연결된 혈관이 지난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아, 정관 또한 마찬가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공망 수술을 하다 어드헤젼(Adhesion, 유착)이 발생하면 제거도 어렵고, 신경 손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보호자가…….”
진혁이 일부러 뒷말을 삼켰다.
팩트를 얘기해 주는 것보다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게 더 무서운 법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다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반응을 살핀 진혁이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는 인공망 탈장 수술을 도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고견이 있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질문을 가장한 후려 패기.
원래 팰 때는 제대로 패 줘야 하는 법이었다.
* * *
망해 가는 GS에 지원한 최인호.
그런 그를 잠시 잠깐 기특하게 여겼고.
이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
오지호는 웃음이 나와 죽을 거 같았다.
진혁이 김석준의 애제자인 최인호를 후들겨 팼기 때문이다.
그저 지나가는 말을 전했을 뿐인데.
탈탈 털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사실, 오지호로선 그럴 만도 했다.
그간 얼마나 서러웠던가.
전화를 피하고 제 할 말만 하는 김석준.
얄미워 죽을 지경이었고.
일원동에 찾아갈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한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저.
“크음. 크큼. 크으으음.”
“킥킥. 크으음.”
“크음. 흐으응.”
절로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묵은 원한을 시원스럽게 풀어 낼 뿐이었다.
물론, 김석준의 반응은 오지호와 정반대였다.
그는 볼살을 부르르 떨며 분노했다.
“내일 술기 경연 열리는 거 알지?”
“크음. 킥킥.”
“왜 웃나. 어! 왜 웃어!!”
“크음. 크으으음. 킥킥.”
술기 경연 얘기가 나오자 더욱 웃어 대는 오지호.
진혁의 실력을 모르고 있는 김석준은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고.
오지호는 계속 웃어 댔다.
* * *
그 시각.
최인호도 가만있지 않았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크게 외치기 위해 세션이 계속될 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소아 상부위장관질환의 최신 지견에 대해 논하고 싶은데요.”
“그 부분은 모릅니다.”
“한번 보면 다 따라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본 적이 없습니다.”
당당하게 모른다고 하는 이진혁.
봤으면 다 따라 했을 거라는 뉘앙스까지 풍겼고.
더욱 기막힌 건.
“양성 췌담도 질환에 대해 토론해 보죠.”
“아직 그 부분도 공부를 못 했습니다.”
“그럼 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적정한지 논해 보죠.”
“아, 그 부분도 잘.”
모른다는 대답을 너무 당당하게 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뭐야. 인턴한테 뭐 하는 짓이야.”
“그러게, 인턴이 뭘 안다고 췌담도 질환을 논해.”
“위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이라니……. 하, 참.”
다들 안 좋은 반응까지 쏟아 내니, 최인호로서는 기막힐 따름이었다.
사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라고 하면 넣어야 하는 게 인턴의 처지.
다들 1년간 인턴 시절을 겪으며 숱한 설움을 겪었다.
그렇기에 위에서 시켜서 한 일을 두고 고까워하며, 자꾸 시비를 거는 최인호를 좋게 볼 수 없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언더독의 반란’에 열광하는 대중 심리가 작용하고 있었다.
약자를 응원하는 게 사람 심리니까.
* * *
뒤이어 찾아온 전공의 구연 시간.
<수술실 시설 및 환경 관리>
<수술실 안전 사고 예방>
<내시경 수술 기구의 소독과 관리>
Meet the Expert와 달리,
전공의 구연은 연구 결과나 이론적인 측면을 다루는 학술 발표에 가까웠다.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진혁은 프리 인턴 교육 때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언제 검증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부담감.
기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한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1시간, 2시간, 3시간.
진혁은 초집중한 상태로 모든 걸 들었고.
최인호는 감히 말을 붙일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다 쉬는 시간이 되자 최인호가 말했다.
“내일 술기 경연이 있는 거 알죠?”
“몰랐습니다만.”
“그때 두고 보죠.”
“뭐, 그러시죠.”
“뭐죠? 그 자신감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삼선 병원 NS 출신입니다.”
진혁이 대답 없이 어깨만 으쓱거리자, 최인호가 어이없어했다.
그 자신이 누구던가.
미세 수술로 정평이 난 NS 출신이 아니던가.
감히 인턴 따위가 저런 건방진 모습을 보여선 안 됐다.
“만들어진 천재 주제에, 어디 두고 봅시다.”
지금 당장 최인호가 할 수 있는 건 엄포밖에 없었고, 이를 두고 진혁은 희게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