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46)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46화(146/388)
146화. 외과 춘계 학술대회 (6)
시간을 돌려, 술기 경연이 시작되기 2시간 전.
쉬는 시간이 되자 레지던트들은 진혁에 관한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진혁이 R1 술기만 할 줄 안다던데? 그래서 술기 경연은 자신 없어 하나 봐.”
“그래? 그래도 손이 빠른 건 사실이잖아.”
“뭐, 원래 손재주는 좋았다잖아. 학교 다닐 때부터 계속 연습했다고 하더라.”
“누구한테 들었는데?”
“누구긴 누구야. 최홍만한테 들었지. 지금 아신 병원에 있잖아.”
출처가 확실했지만 다들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진혁의 실력을 직접 보지 못했더라면 당장 동조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보지 않았던가.
죽자사자 연습했다는 말로 설명하기엔 그 손놀림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내기는 또 무슨 내기야.”
“그래, 한 번이면 족하지. 뭘 두 번씩이나 해.”
“안 그래도 우리 병원은 인당 5만 원씩 냈다고.”
다들 부정적인 말을 내뱉었다.
물론 전부 그런 건 아니었다.
카톨릭 병원 소속인 이재현이 나섰다.
“뭐, 빠질 사람은 빠져. 우린 하기로 했으니까.”
“진짜 하려고?”
“어차피 큰 금액도 아니고. 털리고 왔다고 혼나는 것보단 좋잖아?”
“…….”
“뭐, 우리만 하진 않을 거 같은데? 너네도 할 거 아니었어?”
이재현이 고개를 돌려 빅5 소속 레지던트를 바라봤다.
빅5 소속이라는 자부심이 남다른 만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들에게 있어 두 번째 내기는 복수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망설이는 이들이 여전히 많았다.
그렇게 잠시 후.
경연 종목이 공지되고 참가자의 범위까지 정해지자 망설이던 이들이 술렁거렸다.
“펠로우까지 참가할 수 있다고?”
“그럼 레지던트한테 불리하잖아.”
“아니, 왜 그렇게 해석하는데!”
“……?”
“아무리 이진혁이라도 펠로우 선생님들까진 이길 순 없다고. 복수할 기회라고! 기회!”
누군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펠로우.
병원마다 달랐지만, 전문의를 딴 뒤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까지 펠로우 생활을 한다.
전임의 혹은 임상강사라고 불렸고.
세부 분과를 정해 레지던트와 똑같은 생활을 하는 이들이었지만, 그 실력만큼은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곧, 레지던트들이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 * *
경주 컨벤션센터 복도엔 제약사 부스가 줄지어 있었다.
부스 위치에 따라 협찬금이 달라졌는데, 가장 인기 없는 자리는 왼쪽 끝자리였다.
메인홀부터 3번 홀까지.
그 어떤 홀의 입구와도 동선이 겹치지 않았고.
흡연장으로 가는 골목마저 정반대에 위치해 있었다.
한마디로 아무도 찾지 않는 부스인 것이다.
한데 조용해야 할 공간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자, 선생님들 줄 서세요. 줄 서!”
“어어! 거기 미시면 안 됩니다!”
“세션 중간에 잠깐 나오셔도 접수할 수 있습니다!”
명세 병원 레지던트인 이덕화는 의사들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누군간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할 테지만.
뭐, 사실 그랬다.
공부만 했고.
시험만 보다 의사가 됐다.
한데 바이탈과에 와서 수술만 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고 여자도 만나지 못했다.
한데 짧은 봄 방학이라고 여겼던 학술대회에 일종의 유흥이 생겼다.
그것도 이길 확률이 높은 내기.
펠로우와 공지된 술기 종목.
이 둘의 조합은 확신을 불러일으켰고 다들 기뻐하며 돈을 걸었다.
물론 이덕화도 이 상황이 재밌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혼자 경주에 왔다.
뭐, 레지던트가 그 혼자는 아니었고 윗분들도 계셨지만, 중소병원이라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게 컸다.
덕분에 자유로울 수 있었고.
정해진 프로그램마저 쨀 수 있었다.
물론 돈 때문은 아니었다.
대형 병원으로 트랜스퍼(전원)를 많이 보낸다지만, 그 또한 외과의.
수술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었고, 그 자신이 의사인지 리트렉터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내 왔다.
그래서 너무 즐거웠다.
마치 예과 때로 돌아간 거 같지 않던가!
물론 투덕거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선생님들, 30만 원이 한도입니다. 더 거시면 안 돼요.”
“왜 안 되는데요.”
“그 이상이 되면 도박이 됩니다.”
“그럼 아신 병원에 걸게요.”
“우창 병원 소속이죠? 우창 병원에만 걸 수 있습니다.”
“그런 게 어딨어요!!”
“어쩔 수 없습니다. 자, 다음.”
잡음이 생길까 봐 여러 제약을 넣었기에 생긴 투덕거림.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많았지만, 과격하게 항의하는 이들은 없었다.
다들 아는 것이다.
윗분들이 나서는 순간 물거품이 될 거라는 걸.
그렇게 계속된 접수.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판돈을 올렸기 때문에 꽤 많은 돈이 모였다.
다들 그 자신은 믿지 못했지만, 항상 우러러보던 펠로우 선생님들의 존재를 믿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 신청을 받고 있을 때.
교수님 중 한 분이 부스를 찾자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 움직여야 했다.
다들 침을 꼴깍 삼키며 그를 지켜봤다.
교수님이 지갑을 꺼내 들더니 말했다.
“개인한테도 걸 수 있나?”
“죄송하지만 병원 단위만 가능합니다.”
“개인은 안 받는다는 건가?”
“네, 과열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래?”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교수.
눈살을 찌푸릴 법도 했지만, 이 또한 여흥이라고 여겼는지 별말을 하지 않고 돌아갔다.
되레 아쉬움을 표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사실 술기 경연이라는 게 그랬다.
메인 행사는 아니었지만, 코스 요리 끝에 나오는 디저트처럼 입가심용으로 넣은 세션인 것이다.
* * *
술기 경연 30분 전.
오지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신성한 학술대회.
외과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였건만, 누군가 내기판을 벌였다는 얘기가 들렸다.
‘감히 어떤 놈이!!’
발칙하기 그지없는 발상.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곧, 희희낙락거리며 돈을 걷고 있는 명세 병원 레지던트의 얼굴까지 확인한 오지호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명세 병원장한테 전화할 생각이었다.
허나 타이밍 좋게 우용만이 나타나 속삭였다.
“사실 우리 애들이 움직인 겁니다.”
“으음?”
“삼선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나 봅니다. 그게 그러니까…….”
행사비를 아낄 절호의 기회.
일의 전말을 파악하고 있던 우용만은 과하게 양념을 쳤고.
오지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만들어진 천재라고 했다고?”
“네, 계속 시비를 거는가 봅니다.”
“하!”
“뭐, 연출용 천재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점 교육 때 이진혁 선생이 나선 거라고 합니다.”
“이놈들을 진짜!”
열이 뻗친 오지호가 곧바로 움직였다.
물론, 그 대상은 이진혁.
먼저 당사자한테 확인할 생각이었다.
곧, 유진태와 이진혁이 불려갔다.
오지호 앞에 선 진혁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유진태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몸을 배배 꼬았다.
빨갛게 달아오른 병원장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대형 사고를 쳤다는 게 실감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움직인 건 진혁이었다.
“삼선 병원이 먼저 시비를 걸었습니다.”
“그래?”
“네, 최인호 선생이 저보고 서신대 출신이라고…….”
살짝 말꼬리를 흐리는 것으로 충분.
학벌을 갖고 시비를 걸었다는 말에 다들 입을 벌렸다.
더블 보드에 도전하고 있다기에 좋게 봤거늘.
저열하기 그지없었다.
비록 서신대가 지방에 있다지만 의대는 의대.
학력고사 점수가 얼마나 차이 난다고 저런 막말을 내뱉는단 말인가.
진혁의 고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
최인호와 있었던 일을 몰랐던 우용만 또한 기함했다.
“뇌 신경 세포와 시냅스 사이의 연관 관계를 얘기하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그만하라고 몰아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네, 일부 뇌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엔그램(Engram, 기억 장소)은 실체가 없다는 말도 했습니다.”
“하!”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 거짓을 진실로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된 행동을 하는 일)이 아니냐는 말도 했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진혁의 말이 계속될수록 오지호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변해 갔다.
* * *
거짓말은 아니었다.
중식을 마친 뒤 레지던트 다섯 명이 모였었다.
그 자리에서 서울대 출신인 유나혜는 이런 말을 했다.
– 진짜 사실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혹시 시간 되시면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아신 병원으로 놀러 갈게요.
순수한 호기심의 발로.
그래서 만나자고 한 게 분명했다.
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외모를 가진 유나혜의 말은 뭇 남성들의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유나혜가 이진혁에게 호감을 품었다고.
결국, 같은 서울대 출신이자 제 후배나 다름없는 유나혜의 행동을 못마땅해한 최인호가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 진혁은 이를 고스란히 일렀다.
뭐, ‘선생님~! 친구가 절 때렸어요!’라는 일차원적인 고자질일 수도 있었다.
허나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고하라고 신신당부한 오지호였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내기를 한 건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끄음.”
“차라리…….”
진혁의 말이 계속되자 오지호의 표정이 되레 밝아졌다.
안 그래도 얄미워 죽겠는 김석준.
본때를 보여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 * *
메인홀에 들어선 오지호의 고개가 움직였다.
삼선 병원 외과장인 김석준을 찾는 것이다.
그와의 대결은 쉽게 성사됐다.
– 허허, 오 원장. 내가 우리 신경과 교수들한테 물어봤다 이 말이야.
뭐, 이런 류의 대화가 오간 만큼 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성립된 법카 내기.
당일 저녁 식사만 하고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물론 양쪽 다 만족스러운 내기였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 김석준은 김석준대로.
오지호는 오지호대로 웃을 수 있는 것이다.
한도까지 다 써 버려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둘은 자리를 옮겼다.
그들을 반긴 건 빅 5의 외과장들.
당장 카톨릭 병원의 안동재가 말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아, 그럴 일이 있습니다.”
“저희도 끼워 주시지요.”
“김석준 과장하고 내기를 했습니다. 경연에서 지면 저녁을 사기로 했지요.”
“오오.”
“아아, 일반적인 내기는 아닙니다. 전체 회식비를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
순간 모든 이들의 표정이 변했다.
조금 전까지 레지던트들이 선 넘는 내기를 했다며 불쾌해했던 이들이었건만, 다들 눈빛을 빛냈다.
아신 병원과 삼선 병원의 대결.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해 보였고.
아직 빅5 간의 우열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그들도 하고 싶어 했다.
뭐, 코스 요리 끝에 나오는 입가심 같은 거라지만, 경연이라는 게 사실 그랬다.
후학을 자랑하고.
병원의 위상을 높이며.
빅5 간의 우열을 가리는 장이기도 한 것이다.
그들의 반응을 확인한 오지호가 턱을 쓰다듬었다.
“허허, 우리까지 일을 키워서야 되겠습니까.”
“그래도 아쉽습니다만.”
“뭐, 저야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걱정입니다. 걱정.”
“……?”
“우리 이 선생이 너무 힘을 주고 있어요. 허허, 살살하라고 한참 달래고 왔습니다. 파란을 일으켜도 적당히 일으켜야 한다고 말입니다.”
광역 도발을 펼치는 오지호.
기왕 이렇게 된 거 삼선 병원뿐 아니라 다른 빅3도 혼내 줄 생각이었다.
물론 다른 이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허허, 너무 앞서가신 거 같습니다. 펠로우도 나간다지 않습니까.”
“뭐, 손이 빠른 건 인정하지만 이번엔 어려울 겁니다.”
다들 한마디씩 던졌지만, 오지호는 싱긋거리기만 했다.
되레.
“자자,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필드에 다 같이 나가시지요.”
“골프 내기를 하자는 거군요.”
“일 등한테 돌아가면서 사는 겁니다.”
“뭐, 못 할 것도 없지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오지호가 밝게 웃었다.
일 등을 한 병원에서 세 명을 더 데리고 와 인원수도 맞추기로 했고.
네 번의 라운딩을 돌기로 했다.
그 자신의 구력을 비웃던 이들한테 복수할 기회였다.
* * *
이곳에 온 목적은 크게 세 가지.
그중 한 가지만 남았다.
‘내과 계열은 몰라도 외과 쪽은 확실하게 잡는다.’
제 능력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생각인 진혁의 각오는 대단했다.
펠로우와 맞붙는다지만 그 자신은 흉부외과장 출신.
경연 종목이 GS의 일반적인 술기를 다루는 것에 그쳤다면 자신이 없었겠지만, 이 또한 아니었다.
그뿐이랴.
<군 복무로 단절된 외과 의사>라는 정책 세션을 들었던 만큼.
공중보건의 혹은 군의관으로 3년이라는 시간을 쏟고 온 이들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여겼다.
물론 자신 있어 하는 건 경연에 나선 펠로우도 마찬가지였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걸 보여 주자고.”
“어딜 감히!!”
“고작 인턴이라고. 어!”
“아신 병원이 미쳤네. 미쳤어. 펠로우를 놔두고 인턴을 출전시키냐.”
그들은 아신 병원의 행태를 비웃었다.
아니, 오히려 동기들을 찾아가 위로까지 했다.
고작 인턴한테 밀려서 어떻게 할 거냐고.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냐고.
그렇게 시작된 경연.
예선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 난이도가 상당했다.
복강경 도구를 이용해 종이학을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제한 시간은 고작 3분.
날고 긴다는 사람도 5분이 넘어가는 게 보통이건만, 꽤 어려운 경기인 게 틀림없었다.
참가자들이 박스 트레이너 앞에 서자 응원전이 시작됐다.
“최강 삼선! 아자! 아자! 삼선 파이팅!!”
“반포에는 카톨릭이 있다!”
“여기 세부란스 병원도 있다!!”
시끌벅적한 함성을 내지르는 이들.
그들 사이로 합창이 울렸다.
“조국의 미래여~! 누가 길을 묻거든 관악을 보게 하라~! 겨레의 등불이여! 민족의 자랑이여! 누가 길을 묻거든 관악을 보게 하라!!”
웅장한 응원가를 부르는 서울대 소속 의사들.
아신 병원 소속 의사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소고기 출동!!”
“야야! 발렌타인이라니까!”
“진혁아!! 소고기다! 소고기!!”
“가자! 소고기!!”
“날아라! 발렌타인!!”
긴장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들.
관악산의 정기를 외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소고기 소리에 진혁이 웃었다.
어처구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짜 천재이기에 그 자신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한데, 그 능력이 진짜라고 믿는 이들은 한없이 가벼워 보였다.
그래.
소고기가 됐든 발렌타인이 됐든.
뭐가 문제랴.
이기면 그만이었다.
* * *
곧, 경연이 시작되자 김석준의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그냥 연출이라고 여겼다.
오지호의 호들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저 모습은 대체 뭐란 말인가.
참가 인원이 많아 옥석을 가리기 위한 예선에 불과했건만, 얼이 빠질 정도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불독 클램프(Bulldog clamp).
혈관을 일시적으로 잡아 줄 때 사용하는 도구였다.
한마디로 미세한 손놀림이 필요하다는 말.
한데, 이진혁은 이를 자유자재로 놀리고 있었다.
어째서.
왜.
어떻게.
그냥 시합도 아니고.
복강경 술기였건만.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
사실 일반인이었다면 쉽게 믿었으리라.
의학의 의자도 모르는 대중들이야, 그럴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기억 체계의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고 있는 그 자신은 아니었다.
한데 상식이 깨지고 있었다.
무너지고 있었다.
김석준의 입이 절로 열었다.
“말, 말도 안 되는…….”
진혁이 펠로우보다 빠르게 종이학을 접고 있기에 하는 말.
그 자신과 같은 심경일까.
다른 이들도 똑같은 말을 중얼거렸다.
“허허, 진짜인가 봅니다.”
“이거 원 참…….”
“허허. 이게……. 참.”
다들 혀를 찰 때, 오지호가 옆으로 다가왔다.
“우리 애가 종이학 하나는 기막히게 접을 줄 알지. 암. 그렇고말고. 크음. 큼.”
그가 어린애처럼 웃으며 말을 삼켰다.
그래도 명색이 병원장.
이런 말까지 할 순 없지 않던가.
안녕, 어서 와.
종이학 접기는 처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