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Doctor Just Wanted to Live Quietly RAW novel - Chapter (148)
회귀 닥터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148화(148/388)
148화. 외과 춘계 학술대회 (8)
『영닥터』는 무척 시끄러웠다.
평소 글을 쓰지 않던 이들도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진혁이라는 이름으로 온통 뒤덮였다.
그 어떤 게시판을 들어가도 온통 이진혁에 관한 얘기만 하는 것이다.
한데, 도배 수준으로 글을 올리는 놈이 있었다.
닉네임은 Dr. Colby.
그는 이진혁을 저격하는 글만 썼다.
올리고.
또 올리고.
또 올렸다.
결국 참다 못한 누군가 글을 썼다.
[Dr. Colby! 도배질 좀 그만해!]└ 뭐가 문젠데? 헤브의 법칙이나 읽고 와.
└ Fire together, Wire together?
└ 잘 아네. 신경세포가 정보량에 비례해서 활성화 된다고! 자신 있으면 검증을 받으라니까?
└ 왜 나한테 난리냐.
└ 맞아, 결과로 보여 주면 그만이지. Dr. Colby 이 새끼 악질이네.
└ 쟤 진짜 누구냐!
줄줄이 달리는 안 좋은 답글.
이에 굴할 Dr. Colby가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 글을 썼다.
[이직혁이 거짓말쟁이인 이유] [이진혁의 능력이 가짜인 이유] [스타 의사 만들기의 한계] [뇌 신경학적 분석으로 본 이진혁]또다시 네 개의 글을 한번에 올렸다.
도배성 글이었기에 안 좋은 답글이 달렸지만, Dr. Colby.
그러니까 아신 병원 NS 레지던트인 이상민은 계속 글을 썼다.
일 년에 몇 번 돌아오지 않는 토요일 오프도 헌납한 채.
* * *
‘때린 놈은 다리를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리를 뻗고 잔다’라는 격언이 있다.
우리네 부모님이 어디선가 맞고 온 자식한테 늘상 하던 말이었으니, 그 뿌리는 깊을 게 분명했다.
1,000년 전에도.
500년 전에도.
10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네 부모님은 말할 것이다.
맞은 놈이 맘 편한 거라고.
그리고 이를 신박한 개소리라고 여기는 이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상민이었다.
그는 패배주의가 가득한 ‘저 격언’이 생명을 다하길 바랐다.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구전되지 않을 테니까.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꽃이 그 이름이 불리자 존재의 본질을 드러냈던 것처럼.
격언 또한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다면 꽃이 되지 못한 하나의 몸짓으로 사라질 테니까.
그래.
이건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였다.
맞은 게 억울해 잠도 못 자고.
고통에 시름겨워하며.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게 현실.
당장 자신만 해도 그랬다.
의료 소송, 기자 회견, 공개 검증까지.
이진혁 때문에 숱한 고생을 해야 했고.
마음고생으로 살도 많이 빠졌다.
한데 이진혁의 행태를 보라!
응환(응급환자)이 밀려들던 날,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노티했다.
미안함, 죄책감, 송구함.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피해자인 자신이 참아야 했고 굳은 얼굴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무력감, 패배감.
복수에 대한 갈망.
모든 감정이 승화돼 제 마음을 울렸다.
해서, 뒤늦게 움직였다.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 * *
Dr. Colby는 다시 글을 썼다.
[뉴로케이스(Neurocase)에 다 나와있다.]└ 뉴로케이스가 뭔데?
└ 뇌 과학을 다루는 학술지잖아.
└ 그게 뭐.
└ 과잉 기억 증후군은 존재할 수 없다고. 대뇌 피질의 특정 영역이 과하게 발달했다는 건데, 이게 말도 안 된다니까!
└ 또 전두엽 얘기하려고?
└ 그럼 전두환 얘기겠냐?
답글이 달렸지만 조회 수는 10.
너무 많은 글이 올라왔기에 묻힌 게 분명했다.
Dr.Colby가 빠르게 타자를 쳤다.
[지금 중계가 중요하냐!! <이진요>에 가입하자!]└ 또 중계 간다~~!
└ 아까 끝난 거 아니었어?
└ 색종이를 별 모양으로 자른다는데? 1분 안에 네 개 이상 자르기! 타임아웃 방식이야!
└ 오오! 빨리 중계 좀!
└ 오우~! 쉣! 혼자서 여섯 개를 잘랐다! 진혁 신님!!
└ X친놈. 인턴한테 그렇게 부르고 싶냐?
자신이 쓴 글에 답글을 달며 중계를 하는 것도 모자라 ‘신’이라며 이진혁을 찬양하는 이덕화.
그에게 귓속말까지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새로운 글을 쓸 때마다 명세병원 레지던트인 이덕화가 따라 붙었다.
[이진혁은 검증에 응해야 한다!]└ 이번엔 혈관 결찰술이다.
└ 또 복강경 술기야?
└ 아니 이번엔 그냥 하는 건데. 와! X발!!
└ 왜? 뭔데!!
└ 인덱스 스티커에 봉합사를 묶는건데, 너무 약하게 묶어도 안 되고, 너무 세게 묶어도 안 되거든.
└ 그게 무슨 소리야? 어차피 세게 묶어도 안 끊어지잖아.
└ 아니, 미리 잘라놔서 조금만 세게 묶어도 바로 끊어져. 근데 이진혁이 하나도 안 끊어먹고 성공했어.
└ 또 펠로우 이긴거임?
└ 인턴이지만 실력 하나는 신이야! 신!
또다시 중계를 하는 이덕화.
Dr.Colby가 빠르게 다른 글을 썼지만, 이덕화는 끈질겼다.
그는 계속 중계를 했다.
인턴이지만 실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그렇게 기묘한 동거가 계속되자, 이상민이 결국 뒷목을 잡았다.
그 모습을 우리네 부모님이 봤다면 이리 말했으리라.
– 원래 뜻대로 안 되는 게 우리네 인생이란다.
아니, 어쩌면.
–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 * *
타임아웃 방식으로 진행된 경연도 어느덧 막바지.
벌써 네 번의 경연이 끝났으니 두 번만 남은 상태였다.
살아남은 이는 고작 다섯.
그들은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 종목은 이진혁이 해 보지 못한 GS 술기.
이번에 살아남으면 사실상 우승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회자가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댔다.
“시간 관계상 호칭은 생략하겠습니다!”
“삼선의 최인호! 카톨릭의 최병재! 서울대의 박건태! 세부란스의 허용진! 아신의 이진혁!”
“이 다섯 명이 우열을 가리게 됐습니다!”
“진행 방식은 간단합니다! 스펀지에 그려진 6개의 별을 도려내면 됩니다! 복강경 시뮬레이터 앞에 서 주십쇼! 제한 시간은 3분입니다!”
“절단면이 깔끔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깔끔해야 합니다! 기준치에 미달하면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정교하게 복강경 도구를 놀릴 수 있는지 보겠다는 말.
써전에게 요구되는 기본 능력이었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없었다.
곧, 진행 요원이 스펀지를 나눠 줬다.
거품을 낼 때 쓰는 노란색 스펀지를 받은 진혁이 상태부터 확인했다.
표면에 그려진 별의 개수는 9개.
이 중 6개만 오려 내면 됐다.
어블이야 수천, 수만 번도 넘게 해 봤으니 얼핏 쉬워 보였다.
허나, 스펀지를 눌러 본 진혁의 표정이 굳었다.
폴리우레탄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미세한 구멍 때문에 너무 쉽게 뭉개진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경연이 시작되자 다들 애를 먹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입을 벌리고 있던 날이 스펀지를 물며 잘라 내야 했거늘, 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해 엉키기 일쑤였고.
번번이 별 모양의 마크 선을 벗어나자, 사회자가 소리쳤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게 우리 외과의입니다!”
“힘들고 어렵다고 스스로 ESC를 누르실 분은 없으시죠?”
“인생은 컴퓨터처럼 끌 수 없다는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어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결코 환자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철학이 녹아 있는 말.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던 진혁의 손놀림이 변했다.
완벽하게 할 생각을 버린 것이다.
뭐, 어차피 메젠바움의 날이 스펀지를 밀어내고 있으니 깔끔한 형태로 자르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진혁이 아무렇게나 별을 잘라 내기 시작했다.
왼손에 쥔 그래스퍼로 스펀지를 잡고.
오른손에 쥔 메젠바움의 방아쇠를 당겼다.
당기고 또 당긴다.
그럴 때마다 스펀지가 뭉텅이로 잘려 나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때로는 메젠바움을 밀기도 했다.
위아래로 움직이며 스펀지를 뜯어냈다.
그럴 때마다 별 모양과 거리가 먼 스펀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육각형, 사각형.
혹은 원형까지.
도저히 별이라 할 수 없는 형태를 가진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하나씩 들어 다듬는다.
다듬고.
또 다듬는다.
그러자 빠르게 형태가 잡히기 시작했다.
온전한 형태를 하고 있을 때보다 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필드에선 절대로 할 수 없는 방법.
일종의 편법이었지만.
뭐, 어떠랴.
당장 이기는 게 중요했다.
* * *
마지막 경연은 위공장 문합술.
빅5 중 카톨릭을 제외한 이들이 전부 살아남았다.
그 모습에 김석준이 웃은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봐 오 원장. 우리가 이겼어.”
“아직 미련을 못 버렸나?”
“내 인정하지. 손재주도 있고, 타고난 감각도 있어. 하지만 이건 못할 게야.”
“그래?”
“위공장 문합술을 어디서 배웠겠나 이 말이야.”
“허허, 그래 배웠을 리 없지.”
오지호는 헛웃음만 터트렸다.
경연이 끝날 때마다 너무 비웃었더니, 이젠 웃는 것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 김석준이 발끈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간의 설움이 폭발한 김석준이 말했다.
“내일까지 법카를 쓰는 걸로 바꾸지.”
“그래?”
“이제 와 못하겠다고 할 셈인가?”
“뭐, 나야 좋지.”
오지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진혁이 모의 수술에서 위공장 문합술을 연습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잠시 후, 시작된 결선.
위와 공장의 형태를 한 모형을 먼저 잘라 낸 뒤 단면을 다시 이어 붙여야 했다.
경연 참가자 외에도 어시를 서는 이도 있었고.
약식이었지만 수술 순서대로 하는 게 포인트!
채점하는 이들이 저마다 날카로운 눈을 빛냈다.
* * *
잠시 후.
아신 병원 소속 외과의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캬아아아!! 돈이다! 돈!!”
“소고기다! 소고기!!”
“발렌타인이다!! 진혁아!”
그런 그들을 보며 다른 병원 소속 외과의들은 얼빠진 모습을 보였다.
R1 술기만 연습했다더니, 그것도 아니라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는 이도 있었다.
물론 쉽지 않은 대결이었다.
모의 수술은 개복 수술로 진행한 상황.
복강경으로 어떻게 하는진 진혁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시를 서는 펠로우의 은근한 손짓과 수십 년간 수술했던 짬으로 이길 수 있었다.
진혁이 김석준을 놀리는 오지호를 보며 희게 웃었다.
이걸로 학술대회에 따라온 목적을 전부 이뤘으니까.
아니, 그보다.
대체 얼마를 번 걸까?
500만 원? 600만 원?
뭐, 이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갑자기 레지던트들이 진혁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곧 있을 회식에 눈이 돌아간 이들이 말했다.
“진혁아, 진짜 날아야겠다.”
“네?”
“잡아!!”
“어어!!”
우악스럽게 진혁의 몸을 잡는 이들.
당황할 틈도 없이 헹가래가 시작됐다.
“날아라! 소고기!!”
“어어!!”
“날아라 발렌타인!!”
“잠, 잠깐만요!”
“날아라! 넌 GS다!!”
계속된 헹가래.
당황스러움에 내려 달라고 말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다들 이 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으니까.
결국, 어느 순간 진혁이 탈출을 포기했다.
그저 공중에서 위아래로 떠다니며 생각했다.
GS에서 근무하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고.
* * *
그리고 그날 저녁.
다들 코가 삐뚤어질 정도로 술을 마셨다.
1차, 2차, 3차, 4차, 5차.
다음 날이 있다는 걸 잊은 채 다들 소리쳤다.
“야야! 보여 줘! 우리가 누구냐!”
“우린 GS다!”
“GS하면!”
“수우우우울~!! 우리를 왜 말술이라고 부르는지 보여 주마!”
“외과의는 말이야! 술도 잘 마셔야 하는 거야!”
“야야야. 막내 죽겠다. 아니다, 그냥 죽여!!”
“여자랑 대화한 놈이다!!”
삼선 병원 법카로 연신 술을 시키는 이들.
교수님들도 기분이 좋은 듯 웃기만 했기에 말리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술 부심을 빼면 어찌 외과의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CS 또한 말술을 자랑한다는 걸.
드루와, 드루와!!
진혁이 희게 웃으며 잔을 들어 올렸다.
누가 강한지 보여 줄 차례였다.